지난 24일은 부활주일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종교는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은 없고 오직 탐욕과 이기심으로 가득한 문명과 맥을 같이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안타까움이 든다.

▲ 경기포천 사랑방교회 부활절 찬양잔치

그 어느 때보다도 십자가는 많은데 십자가의 정신을 잃어버린 한국교회, 목사는 많은데 진실한 영혼을 구원하려는 목사가 부족한 한국교회, 성도는 많은데 탐욕의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처럼 살아가려는 성도다운 성도가 적은 한국교회가 실상이다. 

모든 종교가 종교다움을 잃어가는 세상 속에서 내 뜻이 아닌 하나님의 뜻으로 정의를 세우고 아름답고 성숙한 사람, 평화롭고 따스한 사람, 참 진리와 자유를 알아 사람뿐만이 아닌 생명 있는 모든 것들과 용서와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어 살아가고자하는 참 사람이 아쉽다.

그래서 그런 것인진 몰라도 이번 부활절 예배는 여느 부활절과는 확연히 달랐다. 천주교 정진석 추기경은 부활절을 맞아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종교가 분열의 주체라는 일각의 지적을 반성해야한다"고 지적했고, 개신교 연합예배를 드린 이신웅 목사는 "교회가 세상에 걱정을 끼치고 있다"면서 "기독교계의 회개와 자성을 통한 참된 부활정신 회복"을 강조했다.

같은 날 서울 서초동 사랑의 교회 오정현 목사는 "갯벌에 좌초된 듯 힘을 잃은 한국 교회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길은 은혜와 기도의 밀물이 쏟아져 들어오게 하는 것"이라며 "우리를 산산이 부수는 뼈저린 회개와 각성을 통해 교만과 자족감을 깨뜨려야 한다"며 내가 죽어야 부활이 있음을 전했다.

교회협 총무 김영주 목사는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 "한국 교회는 놀랄 만한 양적 성장은 이루었지만 그에 걸맞은 교회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교회를 신뢰하지 못하여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교회의 이기적인 모습과 비도덕적 행위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기도 하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한국의 대표적인 코이노니아 공동체교회를 지향하는 경기도 포천 무림리 골짜기에 있는 사랑방교회는 부활절 및 창립27주년기념 예배를 드리면서 사순절 새벽기도회와 연속기도회 그리고 목요세족식, 교회환경정리, 사랑방지 발간 등 여러 날에 걸쳐 나를 죽이는 부활의 의미를 되새기며 평화로운 예배를 드렸다.

▲ 경기포천 사랑방교회 부활절 찬양잔치

이날 부활절 예배를 인도한 정태일 목사는 "예수님은 살기 위해서 죽으셨다. 예수님은 죽으셨기 때문에 사신 것이다. 곧 죽어야 산다"며 우리 신앙인들 각자가 많은 열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를 맺기 위해서 죽기를  바란다고 힘주어 전했다.

또한 "구원자들이 느끼는 부활의 삶, 영생의 삶 등은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삶이다.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누리는 자유와 행복이 다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면서 부활의 삶이라는 것은 아주 좋은 삶이며, 참 생명 됨을 위하는 삶으로 우리가 이 땅에서 반드시 누려야 함을 강조한 말씀이 생생히 다가왔다.  

우리의 세상이 나라가 도시가 마을이 교회가 가정이 그리스도와 함께 온전히 죽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삶이 힘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실제적인 부활의 삶, 내게 주어진 십자가(가정이나 자녀문제, 가난이나 병 등의 고통)는 온전히 받아 지고 살아야 편안할 듯 하다. 

오후에는 특별한 순서로 한국에 기독교교육학과를 처음으로 세우신 장로회신학대학교 명예교수인 주선애(88세) 교수를 모시고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귀한 간증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주 교수는 강하게 "요즘 교회는 교인 수나 헌금액수, 선교사 파송 숫자 등의 외형적인 것만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이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저마다 나름의 꿈이 있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한국교회와 함께 교회의 문화와 교육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 사회와 교육의 흐름이 경쟁과 함께 개인적인 이기주의를 용인하는 문화를 개선, 나보다는 이웃을 사랑하는 삶,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교회의 전반적인 문화와 함께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즉, 인간다운 인간을 만드는 것에 핵심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현재의 한국교회는 우리의 독특한 사회문화적 현실과 이제껏 잊고 지냈던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으로 새롭게 관계 맺음으로 이제껏 보고 듣지 못했던 신학과 영성을 모색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 곧 생명 가치를 교회, 공동체, 선교로 '죽임의 문화'에서 '살림의 문화'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교육과 문화가 필요한 것이다. 

전 세계의 기독교는 현재 전 지구적 차원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다원주의의 심화, 개인주의의 확산, 지구적 자본주의의 확산, 생태계 파괴, 창조와 생명에 대한 과학의 도전, 인권, 정의, 평화의 파괴, 디지털 정보화의 확장, 창조세계와의 공생 공존하는 영성에 대한 갈망 등과 같은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한국의 기독교도 예외는 아니다. 70년대 이후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농촌이 몰락, 도시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농촌과 도시교회의 양극화가 생겼다. 도시교회는 중산층·고학력층의 신자가 늘어나면서 외형적 성장주의와 인적 재정적 권력화로 우리사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게 되면서 기독교 120년 역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 사랑방교회 부활절을 맞으며, 사랑방교회 홈페이지(www.sarangbang.org)

언제부터인가 먼저 그 나라와 그 의를 구하기보다는 도시의 크고 화려함에 빠져 종교·사회 간 갈등은 물론 사회법 상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행동과 발언으로 끊임없는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요즘 들어 교회의 신뢰성 상실과 공적 기능의 상실 등으로 보아 교회의 문화와 교육이 좀 더 통전적인 신앙안에서 영적인 가치변화가 있어야 함을 느낀다.

특히 도덕적 재정적 비리사건과 개척교회를 매매하는 행위, 교회재산을 사유재산처럼 대물림하거나 목사 퇴임 시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하는 행위 등과 교회 내 수직적 계급적 조직 관리의 상업주의문화와 목사의 절대적인 권력화는 결단코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사건과는 거리가 먼 행위다.

이에 문명지향적인 기독교안에서의 교회에 대한 비판과 대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작지만 가난한 이웃을 섬기는 교회, 거룩한 코이노니아적 삶을 지향하는 알찬교회, 영성과 공동체성은 물론 지역적인 생태와 환경, 교육과 문화까지 담아 하나님의 창조사역인 다양성을 선교하는 작은 교회가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