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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신학을 수용하는 목사님들께한국 교회 목사님들께 드리는 공개서한 [2]
류상태  |  shalom77@cho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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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01월 28일 (토) 00:00:00 [조회수 : 3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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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에는 다원주의 신학을 수용하거나, 그 흐름에 일정 부분 동의하는 목사님들이 꽤 많이 계십니다. 어쩌면 당신도 그 중 한 분일 수 있겠습니다. 오늘은 열린 신학, 진보 신학을 추구하는 당신들과 대화를 좀 나누고 싶습니다.

만일 당신이 다원주의 신학을 수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가능성이나 가치를 전면 부정하지는 않는다면, 또한 ‘예수 천당, 불신 지옥’으로 요약될 수 있는 기독교의 배타적인 ‘교리’(‘고백’ 속에 담긴 ‘의미’가 아니라)에 회의를 품고 있다면, 이웃종교의 문화적 가치 뿐 아니라 영성의 심오함을 긍정할 수밖에 없다면, 당신이 몸담고 있는 목회 현장에서 그것을 정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한국의 대부분의 교단은 당신이 정직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혹 교단이 용납한다 하더라도 당신이 목회하는 교회의 현실이, 당신이 양심에 따라 목회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 교회에 깨어있는 목사들이 적지 않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회가 깨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되겠습니다.

저는 제가 속했던 교단의 선후배 목사님들 가운데,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을 적지 않게 만났습니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자신의 신념을 접어놓은 채, 한국 교회의 분위기에 맞추어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고 맙니다. 그래야 한국에서 목회를 할 수 있고, 살아가는데 험한 꼴을 당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돈에 목적을 두고 일하는 목자를 ‘삯군’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삯군’을 언급하신 이유가, “삯군이 되지 말고 진실된 목자가 돼라”는 뜻에 있음을 모르는 분들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정을 이루고 처자식을 둔 목사들이, 먹고사는 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일입니다. 저 역시 똑똑이 제자 녀석이 문제(?)를 일으키지만 않았다면, 제 신앙과 신학을 적당히 감춘 채, 한국 교계가 요구하는 입맛에 맞추어 은퇴할 때까지 ‘잘 먹고 잘 살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사실 당신들보다 더 비겁합니다. 제자에 끌려 어쩔 수 없이 쫓겨난 놈이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있으니 말입니다. 부끄럽게도 저의 지난 10년은 ‘위선의 기간’이었습니다. 저는 제 양심이 말하라고 하는 것을 말하지 못했고, 주님의 뜻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정직하게 증언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우리의 이성에 의한 판단과 양심에 따른 생각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틀릴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심에 부끄러움 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무엇이 이익인가?’보다 ‘무엇이 옳은가?’를 생각하며 말하고 행동할 때, 오류의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실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고 세상이 아름다워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제가 생각하는) ‘옳음’을 선택하지 못했습니다. 한국 교계의 현실에서는 수용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입만 다물고 있으면 안정되고 편안한 생활이 보장되었는데 굳이 위험을 자초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고, “때가 되면 말하리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그러나 그 때가 언제 오겠습니까? 우리는 언제까지 한국 교회의 무모하고 무지한 독선과 배타성을 참아내야 합니까? 한국 교회가 깨어날 때는 언제입니까? 그 때가 오기는 오겠습니까? 나팔을 불어야 할 사람이 눈치만 보고 있는데, 과연 그 때가 올 수 있겠습니까?

저는 정통 보수 신앙이 옳다고, 예수 안믿으면 아무리 선하고 훌륭한 삶을 살아도 지옥에 갈 수밖에 없다고 찰떡같이 믿는 보수 목사들보다, 당신들이 하느님 앞에 더 부끄럽고 못난 목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보수 신앙이 옳다고 믿는 목사들은 자기 양심에 부끄럽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은 거짓을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침묵함으로 당신은 성도들(아하, 그들은 진정으로 ‘종놈’된 당신들이 섬겨야할 존귀하신 하나님의 따님들, 아드님들이 아닙니까?)을 무지의 감옥 속에 가두어두고 있습니다. 이제는 용기를 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우리 주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옳은 것은 옳다, 아닌 것은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재작년 가을, 저는 어쩔 수 없이 목회 현장을 떠나야 했지만, 저와 갈등을 빚은 학교 운영자들을 비난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신실하고 정직하며 사명감에 투철한 훌륭한 교육자들이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분들이 그랬던 것처럼, 한쪽 얘기만 일방적으로 들어온 한국 주류 개신교회의 독실한 기독교인들은,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신앙관에 파묻혀 있습니다. 그것이 복음의 진수라고, 그렇게 믿어야만 한다고,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고, 마르고 닳도록 교육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성서를 보는 다양한 시각과 견해가 있음을 소개해 주고 싶습니다. 진정 바른 믿음과 삶이 무엇인지 검토하고 생각하는 대화의 장을 마련해 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습니다. 보수 신앙을 가진 목사님들이, 웬만한 충격에는 끄떡도 하지 않을 만큼 교우들을 세뇌시켜 놓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렇게, 조금은 거친 방법으로 일을 벌이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사역하는 목사님들께, 저와 같이 앞뒤 가리지 않고 무모하게 돌진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뿐더러 결코 바람직한 방법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제가 개혁적인 생각을 갖고 계신 목사님들께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목사님들이 시무하고 있는 목회 현장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조금씩 조금씩, 교우님들의 의식을 깨우쳐 달라는 것입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목사님들 중에, 제 논지에 동의하는 분이 계신다면, 제발 그렇게 해 주십시오.

당신들을 동역자라고 불러도 되겠습니까? 진정 우리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복음이, 사람 사이에 갈등을 심는 폭력적 배타성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인류의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존중하고, 전 인류를 ‘하늘 아버지’ 품 안에 크게 품으시는 우주적 구원의 하느님 앞으로 초청한 것이었음을 믿는다면, 제발 용기를 내 주십시오.

찬란한 인류 문화를 꽃피운 성현들, 우리를 낳으시고 기르신 부모님들, 그 아름다운 분들마저 예수를 믿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지옥갈 죄인’으로 보는 무서운 교리적 편협성으로부터, 사람 사이에 갈등을 심는 그 허깨비로부터, 우리의 자매형제들을, 하나님의 존귀한 따님들 아드님들을, 구해 주십시오.

해가 중천에 떴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상식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중천에 떠오른 해를 보고 있는데, 그것은 해가 아니라고, 아직 해가 뜨지 않았다고, 한국 교회가 아무리 우겨봐야 웃음거리가 될 뿐입니다.

이제는 해가 떴음을 선언해 주십시오. 2천년 전에 형성된 원시 신앙으로는 더 이상 한국 교회가 살 수 없음을 알고 있다면, 당신은 말해야 합니다. 교회가 가두고 있는 하느님을, 예수님을, 교리의 감옥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십시오. 존귀하신 하느님의 딸아들들을, 무지로부터 해방시켜 주십시오.


류상태목사의 "보수 신앙을 자랑하는 목사님들께"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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