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학교를 졸업한 친한 목사를 오랜만에 만난 대화를 나누었다. 나의 상황과 연관하여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속죄에 있어서 예수님의 피 흘리심의 대상이 택자들로 한정되지 않고 모든 사람을 넘어서서 피조세계 그리고 만물이며 그 효력은 믿는 자가 얻는다고 설명했다. 아담의 범죄로 인해 택자들만 죄의 지배 아래 들어간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 피조세계 그리고 만물이기에 예수님의 속죄도 그 모두가 대상이라는 것이다. 칼빈주의에서는 택자를 넘어서면 예수님의 피 흘리심이 헛되게 된다고 말하는데, 성경은 그것을 하나님의 사랑이라고 말씀하고 있다고 했다.

하나님이 세상을 사랑하셔서 독생자를 주셨고 그분을 믿는 자가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는다는 말씀과 같다. 그에 대해 내 말이 맞는 것으로 생각한단다. 목사들이 그렇게 설교한다고 말한다. 그렇다. 대부분의 목사들이 그렇게 말한다. 그런데 왜 그와 다른 내용으로 만들어진 교리를 고치려고 하지 않는가?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가?

공교회성의 약화가 그 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교리가 어떻게 되어 있든지 내 목회만 내가 알아서 하면 된다는 의식이 목사들에게 많이 깔려있다. 개인적으로 목회를 성경적으로 바르게 하는 것은 중요하다. 동시에 모든 지체들에게 가르쳐지는 공식적인 교리가 바르게 정립되는 것도 중요하다. 그 교리가 잘못되었다면 당연히 바로잡아야 한다. 바로잡으려고 해야 한다.

견인에 대해서는 믿음이 조건이며 그 조건이 충족되지 않음으로 구원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예수님을 구원자로 영접하여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는 구원은 이미 얻었다.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 그가 이미 형성된 하나님과의 관계를 어떻게 지속시키느냐에 따라 영원한 구원에 차이가 생긴다.

하나님을 의지하면 영원한 구원을 얻는다. 믿음으로 영원한 구원을 얻는 것이다. 그분을 의지하지 않으면 영원한 구원을 얻지 못한다. 행함이 없는 믿음이어서 영원한 구원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행함이 없는 믿음이란 예수님을 구원자로 영접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분의 말씀을 따르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믿음의 의미가 두 가지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 이스라엘이 홍해를 건넌 후에 하나님과 그 종 모세를 믿었다고 기술되었다. 여기에서 모세는 옛 언약의 중보자로서 새 언약의 중보자이신 예수님에 비견된다. 그들에 가네스바네아에서 가나안 정복에 대한 불신으로 갈렙과 여호수아를 죽이려고 하였다. 하나님께서 나타나셔서 “언제까지 나를 믿지 아니하고”라고 말씀하셨다.

이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니 그는 구약의 어떤 내용에 대해 신약의 원리와 어떻게 연관되는지 어렵다고 말한다.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참 정직하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다. 구약과 신약은 그 원리에 있어서 아무런 차이가 없는데도 그렇게 말하기 때문이다.

두 상황에서 믿음의 의미가 같다면 전자가 거짓이거나 후자가 잘못된 평가가 된다. 후자에서 ‘믿지 아니하고’에 해당되지 않는 이들은 갈렙과 여호수아 그리고 모세 정도이다. 아론이나 미리암이 포함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홍해 도하 후에 주어진 ‘믿었다’는 선언이 그들에게만 해당될 때에 양자가 모두 옳은 말이 된다. 므리바 물 사건에서는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나를 믿지 않고”라고 선언하셨다. 그렇다면 모세까지 제외시켜야 한다. 이는 두 믿음이 같은 의미일 수 없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두 경우의 진술이 다 옳을 수 있는 길은 믿음이라는 단어는 같지만 그 의미가 다르다는 것이다. 전자는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영접하였고 옛 언약의 중보자인 모세를 영접했다는 의미로서 믿음이다. 후자는 현재에 하나님을 의지한다는 의미로서 믿음이다. 가데스바네아에서 이스라엘은 가나안을 주시겠다는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았기에 “믿지 않는다”는 평가가 주어졌다. 므리바 물 사건에서는 마실 물로 불평하는 이스라엘에게 물을 주시려는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았기에 “믿지 않고”라는 평가가 주어졌다. “물을 주랴”는 모세의 말에는 물을 주기 싫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하나님의 뜻과 배치되는 것이었다. 모세는 전 생애에서 온전하셨던 예수님과는 달리 하나님을 의지함에 있어서 모자란 경우가 있었다.

신약에서도 원리에 있어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예수님을 구원자로 영접하는 믿음과 그분을 주님으로 받아들이는 믿음의 차이다. 하나님을 구원의 하나님으로 영접하는 믿음과 그분을 전인격과 삶에서 왕으로 받아들이는 믿음의 차이이기도 하다. 이 부분에 대한 원리는 구약과 신약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하나님이 불변하시기 때문이다.

차이는 그 하나님께서 그 백성들을 대하시는 내용에 있어서 다르다는 것이다. 구약에서는 출애굽을 통하여 구원하셨고 신약에서는 예수님의 속죄사역을 통하여 구원하셨다는 것이다. 구약에서는 율법을 주셔서 그 율법 준수를 통한 하나님과의 관계 유지였다면 신약에서는 그 율법을 완성하신 예수님의 계명을 통한 하나님과의 관계 유지라는 것이다. 구약에서는 율법 준수에 의해 복과 화가 결정되었고 영원한 구원이 결정되었다. 신약에서는 예수님의 계명 준수에 의해 복과 화가 결정되고 영원한 구원도 결정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교회 역사에서 믿음에 대한 분별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구원과 영원한 구원에 대해서도 분별하지 못했다. 율법의 의의에 대해서도 오해하였다. 그래서 예수님의 계명 준수도 행위라는 이름으로 배척하고 영원한 구원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였다. 경우에 따라서는 무엇이든지 지키는 것이라면 모두 율법으로 몰아서는 배척하기도 하였다.

구약과 신약에서 하나님이 달라진다. 구약에서는 언약관계가 맺어진 백성임에도 율법을 지키지 않음에 대해 심판하시고 멸망시키시는 하나님이다. 신약에서는 언약관계가 맺어지면 절대적인 보호로 멸망당하는 일이 없게 만드는 하나님이다. 구약과 신약의 하나님이 다르다. 언약의 시대에 따른 언약 내용의 변화가 아니라 본성에 있어서 차이가 나는 하나님이다. 잘못된 주장이다. 하나님은 변함이 없으신 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받으면 생각이 그렇게 결정되어 대부분의 경우에 변하지 않는다. 바른 설명을 해주어도 수용하지 않는다. 성경적인 설명을 이전에 교육받았던 내용과 다르다고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성경의 하나님과 다른 하나님을 만들었음을 알려주어도 요지부동이다. 기존 체제 안에 머물러 있으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당연히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으려고 하지 않는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하는데도 오히려 핍박한다.

교회가 교회답게 세워짐에 있어서 말씀을 바르게 해석하여 교리를 결정하고 성도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생활에 있어서 태도만이 아니라 교리도 마찬가지이다. 한기총의 잘못만이 아니라 교리의 잘못도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게 바로잡은 교리를 가르치고 지키며 살도록 섬겨야 한다. 교리가 어떠하든지 생활 부분만 바로잡으려고 하는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리가 바로잡히면 삶에도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