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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나이아, 그리운 아버지 하나님
김영동  |  deom-pasto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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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년 04월 12일 (화) 08:59:35
최종편집 : 2011년 04월 12일 (화) 22:44:13 [조회수 : 3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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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나이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가

절벽을 휘감아 돌 때가

가장 찬란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해질 무렵

아버지가 왜 강가에 지게를 내려놓고

종아리를 씻고 돌아와

내 이름을 한번씩 불러보셨는지도 알게 되었다

*

*

   벗님,

   버지의 나이만큼 되면 아버지가 그때 왜 그러셨는지 그 느낌을 알게 된다는 시인의 말은 맞습니다. 내게도 그런 생생한 경험이 하나 있습니다.

   나이 사십이 조금 넘었을 땝니다. 며칠 째 싱싱한 꽈리고추를 잔 멸치와 간장에 볶은 것을 끼니때마다 아주 맛있게 먹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주 앉아 밥을 먹던 어린 아들이 숟가락을 든 체 멍하니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겁니다. 아빠가 하도 맛있게 먹어서 한번 먹어봤는데 니 맛도 내 맛도 없는 그걸 왜 그렇게 맛있게 먹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는 눈빛으로 날 멀거니 쳐다보고 있는 어린 아들의 눈 속에서 불연 듯 30여 년 전 내 모습을 발견한 것입니다.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 

 

   아, 그래! 아버지가 이 반찬을 유난히 즐기셨지. 그 때 나도 저 맛없는 걸 맛있게 드시는 아버지가 이해되지 않았던 기억이 되살아 난 겁니다. 그 땐 이미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5년이나 지났는데 아버지 나이가 된 내 입맛에 여전히 남아 있는 아버지 입맛! 내 입맛이 아니라 아버지 나이만큼 나이 들어 어느 날 내 몸에 찾아온 그리운 아버지의 그 입맛! 그 신기함에 즐거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 아버지의 입맛이 사실은 내 할아버지의 입맛이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린 내 아들은 자기 할아버지의 입맛인줄도 모르고 나를 보고 아버지의 입맛이라고 30여 년이 지난 후에 다시 날 기억해 낼런지요. 내 아들이 평소엔 맛도 없어 먹지 않던 꽈리고추 볶음을 나이 사십이 넘어서 맛있게 먹다 자기 입안에서 살아난 내 입맛 때문에 그 때의 날 다시 기억해 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가

절벽을 휘감아 돌 때가

가장 찬란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벗님, 우리도 하나님의 나이만큼 살아야 하나님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요? 아니면 하나님께서 내 몸에 숨겨두신 하나님의 형상인 참 사람의 감각은 내가 얼마나 더 살아야 환하게 깨어날까요? 아니, 주님의 나이를 훌쩍 넘긴 이 나이에도 진리를 향한 청정한 감각, 삶을 향한 주님의 생생한 감각이 살아 나올까 모르겠습니다. 주일인 오늘은 교회에 일찍 가서 그런 내 모습과 그런 하나님의 모습을 오래도록 곰곰이 묵상해 봐야겠습니다.

 

해질 무렵

아버지가 왜 강가에 지게를 내려놓고

종아리를 씻고 돌아와

내 이름을 한번씩 불러보셨는지도 알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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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평일 (72.205.29.125)
2011-04-13 19:13:34
아름다운 글, 감상, 마음, 영혼 고맙습니다. 그렇습니다. 신앙은 바로 그런 시적 향기로 나타납니다. 우리들은 하나님처럼 오래 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마음과 지혜를 다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주님 앞에서는 철부지 한 어린애들에 불과 합니다.그래서 겸손해야 합니다. 남을 비판할 수가 없습니다.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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