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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 특집 시 모음>김해화의 '지금 우리나라 산에는' 외
정연복  |  pkom54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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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년 04월 04일 (월) 17:42:17
최종편집 : 2011년 04월 05일 (화) 16:59:24 [조회수 : 2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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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 특집 시 모음> 김해화의 '지금 우리나라 산에는' 외

+ 지금 우리나라 산에는

벌채 허가가 났다
기계톱 소리가 산천을 짓밟으며
맨 처음 건강한 소나무들을 쓰러뜨렸다
바람 앞에 마른 함성으로 맞서던
참나무들이 뒤이어 쓰러졌다
푸르고 무성하던 꿈들을 가슴속에 숨기고
회색 빛으로 시치미를 떼던 오리나무들도
밑동이 잘렸다
단풍나무, 삼나무, 박달나무, 때죽나무, 쥐밤나무....
첨부터 산에 자리잡고
산의 주인으로 살아온 우리나라 나무들이
우리나라 산에서 밀려났다

산에는
이제 까시쟁이뿐이다
개호랭이, 쌀가지, 오소리...
이빨 사나운 짐승들이나 키우는
아까시, 명감나무, 청마람 넝쿨...
이빨 사나운 까시쟁이들

산마다 천편일률의 바람소리
바람소리에 맞추어
망나니의 춤사위로 열광하는 까시쟁이들
(김해화·노동자 시인, 1957-)


+ 식목일

늙고 병들어
지긋지긋하게 악취 나는 나무는
하루라도 빨리 밑둥부터
낡은 톱으로 자를 것이 아니라
전기톱날로 뿌리까지 잘라내야 한다
썩어빠진 고목이 아니더라도
싹수가 누렇게 움트는 가지는
속알없이 겉만 뻔지르한 열매가 아깝다고
가지만 자르고 약만 칠 것이 아니라
뿌리째 뽑아내어 불태워야 한다
그 자리에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생석회라도 퍼부어 소독하고
때묻지 않고 싱싱한
풋내가 물씬 나는 나무를 심어야 한다.
(김석현·시인, 1949-)


+ 식목일에

어느 봄날 베란다에
모녀가 쪼그려 앉았다
움직이면 서로
부딪히는 좁은 공간을
햇살이 기웃거리고
화분의 흙을 고르는 손등위로
미끄러지는 아이의 웃음

봉숭아 꽃씨를 묻으며
마음은 벌써
손톱 밑에 꽃물을 들이고
창밖에선 간간이
황사바람 일어도
화분 속 씨앗 성급하게
만삭의 날 기다리며
마냥 꿈에 젖는다.
(박현자·시인, 경기도 양평 출생)


+ 4월 5일

사람들이 나무를 심으러 간다
어린 나무를 들고
삽을 둘러메고
  
손바닥만한 땅뙈기도 없는
나는
숟가락을 들고
마음 한 구석을 판다
  
봉숭아 씨앗 몇을
아니
그것의 보이지 않는 파란 生을
심는다
꾹 꾹
(김정희·시인)


+ 어느 식목일에

산은 계곡까지 내려와
바람의 족적을 우려내고

바위는 마루에 꿇어앉아
무욕을 채우고 있었다

긴 그림자 어정거리자
노송이 눈길을 흘리다

利己의 싹 밟을 수 있다면
풀씨나 한 알 품어 보란다.
(강대실·시인, 1950-)


+ 헌화

잘린 뿌리가 말라가고 있는 구덩이
이 흔적의 주인은 대추나무다

태풍이 맹렬히 공격하던 지난여름 밤
사람도 가축도 학교로 피신하였던 그 밤
산신당마저 토사에 휩쓸릴 땐
자신도 그만 움켜쥐고 있던 빈 마을을 놓고 싶었지만
최후까지 버텼던 나무다
번개 치면 잎사귀 사이로 비치는 새파란 대추가
노련한 사수의 눈동자였고
적의 심장을 노리는 탄환이었던 나무
돌풍에 찢어져 통증이 콸콸 쏟아지는 사지는
빗줄기 사이를 떠도는 벼락 끌어와서 지지고
아악 터지는 비명은 천둥으로 다스렸던 나무
마을을 유린하는 세력과 그렇게 맞섰던
바로 그 어른이시다

가을이 대추나무 있던 자리에 국화를 바친다
(원무현·시인, 1963-)


+ 나무를 심으며

나무는 평생을 한자리에서
철을 따라 옷을 갈아입고
보는 이에게 아름다움을 준다

새들에게 보금자리를 주며
짐승과 사람을 위해
과일과 열매를 맺고
피곤한 길손에게는 쉼터를 준다

나 또한 나무처럼 평생을
한 자리에 서 있었으나
내게 깃들인 것들에게
베푼 것이 없다

다만, 교훈 삼아 뜰에
나무를 가득 심었을 뿐
(도한호·시인, 1939-)


+ 나무

이 세상
모든 나무들은

제각기
하나의 깃발이다

나 여기 이렇게
살아 있다고

하늘 향해 곧추선
저 당당한 몸짓

동구 밖
키다리 미루나무도

날씬한 은행나무도
요조숙녀 목련도

세상 모든
나무들의 이파리는

저마다
하나의 함성이다

깊이에서 높이로
뿌리에서 가지로, 하늘로 용솟음치는

거침없는 생명의
뜨거운 아우성이다
(정연복·시인, 1957-)


+ 나무처럼 살기  

욕심부리지 않기
화내지 않기
혼자 가슴으로 울기
풀들에게 새들에게
칭찬해 주기
안아 주기
성난 바람에게
가만가만 속삭이고
이야기 들어주기
구름에게 기차에게
손 흔들기
하늘 자주 보기
손뼉치고 웃기
크게 감사하기
미워하지 않기
혼자 우물처럼 깊이 생각하기
눈감고 조용히 기도하기
(이경숙·아동문학가)


+ 나무

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내 영혼을 심을 수 있다면

나무를 키우는 정성으로
내 영혼을 키울 수 있다면

나무를 바라보는 마음으로
내 영혼을 바라볼 수 있다면

나무가 꽃을 피우듯이
내 영혼이 꽃을 피울 수 있다면

나무가 노래하고 사랑하듯이
내 영혼이 노래하고 사랑할 수 있다면

나무가 하늘을 향해 감사하며 기도하듯이
내 영혼이 하늘에 감사하고 기도할 수 있다면

나무가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나누어주듯이
모든 것을 내 영혼으로 베풀 수 있다면

오, 하느님!
당신의 사랑으로
내 영혼도 한 그루 나무가 되게 하옵소서.  
(작자 미상)


+ 식목  

과수밭에 매실나무를 심었다. 고희를 맞은 어머니, 칠순 잔치하느니 나무 몇 그루라도 심자는 말씀에 어머니 마음 닮은 뿌리 실한 묘목 심어놓고 내년 내후년 봄을 기다린다. 하루를 밭 갈지 않으면 1년 내내 배부르지 못하다는

춘분(春分), 잔치 대신 땀 흠뻑 흘렸다.
어머니 마음이 내는 길, 나무는 그 길의 중심 같다.
(배한봉·시인, 1962-)


+ 어떤 식목  

사각의 棺 하나를 땅에 심었네 슬픔은 모르는 척 한줌의 흙으로 던져졌네 사람들은 몸 속에서 투명한 울음을 꺼내 골고루 뿌려주었네 그의 생은 흠뻑 젖었네

한 장의 햇살이 달려왔네 그의 생애를 따뜻하게 덮어주었네 그는 작은 씨앗 하나로 돌아갔네 그 씨앗 속에 혼돈과 좌절과 영광으로 우거진 거대한 숲이 밀봉되어 있네
(손순미·시인, 1964-)


+ 식목제(植木祭)

보라 오늘
보랏빛 장백산맥이 남으로 남으로 갈래 뻗은
아시아 동쪽 작은 반도의 산이란 산 뫼란 뫼엔
그 골짜기에 깃들어 사는 온 백성들이
양춘의 따뜻한 햇빛을 입고
옛 이스라엘 족속들이 조국을 찾아 광야에 호소하듯
오랜 인욕에 헐벗긴 어머님인 조국을 애석하여
마음으로 나무를 심어 아끼기에 강산이 허얗나니

이 땅 아들딸들의 눈물과 한숨이
속속들이 사무친 애달픈 산천이기에
한 줌 흙 한 포기 풀인들
어찌 제 피나 살인 양 허술히 하랴
이렇게 한줄기 나무를 국토에 심음으로
지난 날 무릅쓴 절치(切齒)를 다시 맹세하고
엎드려 심는 포기 포기 단성(丹誠)이 엉기었나니

뜻 있는 나무여
지난날엔 그 불측한 능멸과
자신의 분노에 차라리 자라지 못했거니
오늘은 이 호호(浩浩)한 반도의 대기 속에
백성의 지성한 축원을 받들어
일월성신과 더불어 울창하여
아 우렁찬 대국(大國)의 동량이 되라
(유치환·시인, 1908-1967)
* 양춘: 따뜻한 봄
* 절치(切齒): 몹시 분하여 이를 갊
* 단성(丹誠): 마음에서 우러나는 뜨거운 정성
* 불측한: 짐작하기 어려운
* 호호(浩浩)한: 한없이 넓고 큰
* 지성한: 지극한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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