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뜻

여기에서 일반적 선택과 개인적 선택을 구분하면 이 본문을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다. 개인적 선택에 해당하는 사람은 결코 멸망할 수 없고 반드시 구원받기에 주님께서 그것을 원하신다는 말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다. 일반적 선택에만 해당된다면 멸망치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영원한 구원으로 나아가는 회개하는 데에 이를 수 없다.

예수님의 아버지와 두 아들 비유(눅 15:11-32)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잘 담고 있다. 아버지에게서 자기 재산을 미리 받아 집을 떠난 작은 아들을 기다리시는 아버지이다. 그 아들이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신다. 아버지께 받은 모든 물질을 다 써버리고 힘없이 돌아오는 아들을 먼저 보고 달려와 맞이하신다. 아버지는 돌아오기를 바라며 기다리셨다. 그 마음이 어떠했겠는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가족으로 함께 생활하며 풍성한 생명을 누리시기를 원하셨다.

그렇지만 돌아옴은 전적으로 둘째 아들의 선택이었다. 아버지가 그에게 찾아가서 강제로 데려오지 않았다. 별도의 설득도 하지 않았다. 둘째 아들은 스스로 아버지의 집과 함께 생활하던 때를 되새기고 돌아왔다. 하나님의 견인과 관련한 모든 것이 여기에 담겨 있다. 본문은 돌아온 아들을 언급하였다. 현실에서는 모든 아들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돌아오는 아들이 있는 반면에 끝까지 돌아오지 않는 아들도 있다.

어떤 사람은 “주님께서 원하시는 바가 그대로 이루어져서 선택된 자는 아무도 멸망치 않고 구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즉 주님은 원하시는 바대로 이루시는 분으로서 불가항력적인 은혜를 통하여 선택된 사람을 모두 구원하신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앞에서 살핀 바와 같이 사람은 은혜를 헛되이 받기도 한다. 하나님의 은혜를 바르게 받기만 한다면 그런 주장이 성립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이 은혜를 헛되이 받아서 하나님의 원하심과는 다른 결과가 생겨나기도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 8:28). 여기서 ‘선’이란 생활 가운데 일어나는 좋은 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을 입은 자들을 향한 하나님의 뜻으로 구원이다. 이를 위하여 하나님은 끊임없는 은혜를 부르신 자들에게 베푸신다. 그런데 이 은혜는 헛된 것, 허공을 치는 것, 실제적인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신자가 하나님의 은혜를 헛되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고후 6:1하).

“하나님의 은혜를 헛되이 받다가 마지막에는 반드시 헛되지 않게 된다, 헛되이 받는 일이 생기지 않게 된다”라는 것은 무조건적인 견인론를 고수하기 위한 끼워 맞추기이다. 하나님의 효력 있는 부르심은 불가항력적이지만 부르심 이후의 구원을 이룸은 불가항력적이라고 볼 수 없다.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인격적인 반응과 연결되는데, 바르게 받기도 하고 헛되이 받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부르심을 입은 자인 성도들 모두에게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