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복음주의자의 대표로 인정되는 칼 헨리는 스스로를 신복음주의자라고 말하지 않고 복음주의자로 말한다. 그에게 있어서 복음주의자는 현대적 쟁점들에 대한 성경적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세상을 향해 기독교 신앙의 적실성을 입증하려는 사람들이다.

근본주의의 기본 확신은 공유하면서도 사회문제에 개방된 마음을 갖고 세상 관여적이고 문화변혁적인 입장을 천명하는 근본주의이다. 전통적인 기독교 신앙을 적대시하는 현대의 여러 사조들과 세계관들에 대항하여 복음의 적실성과 문화변혁적 능력을 중시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책 <복음주의자의 불편한 양심>(박세혁 옮김, Ivp)의 내용을 깊이 생각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김회권 교수님의 해설이 있다. 책 전체의 내용도 잘 요약하고 있다. 그 부분을 좀 더 요약한다.

1장 ‘근본주의 안에서 사라진 박애주의’에서 저자는 파괴적인 전쟁, 인종간의 혐오와 편견, 금주법을 비웃는 주류 유통, 노동과 착취와 같이 모두가 인정하는 사회악에 근본주의 개신교가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곤경 앞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근본주의가 인류의 양심에 작동하는 보편적 박애주의를 상실해 버렸다고 보았다. 근본주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너무나도 비관적인 관점을 취하고 있어서 세속사회를 하나님 나라의 질서에 가깝게 개혁하려는 열망을 품지 못한다는 것이다.

2장 ‘예정된 실패에 대한 반론’에서 대부분 전천년주의와 무천년주의를 신봉하여 사회참여와 문화변혁에 소극적인 근본주의의 문제를 다룬다. 그들은 성경이 전 세계가 회심할 것이라는 소망을 제시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재림이 하나님 나라의 결정적 도래시점이라고 믿는다.

그 결과 근본주의는 세계사의 진행과정에 대한 절망적 비관론을 품은 채 현대세계의 위기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복음주의의 적실성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공공연한 악에 대한 해답을 찾으며 현재의 사회 개혁가들의 노력을 비판하거나 아니면 자신들이 지지할 수 없는 이데올로기를 가진 이들과 협력할 수밖에 없는 불편한 양자택일 앞에 놓은 교회 현실을 안타깝게 기술한다.

3장 ‘사회 개혁 운동과 결별한 복음주의’에서 20세기 초중반 미국교계의 자폐적 세상도피를 비판한다. 성경적 초자연주의라는 세계관의 지원을 받은 히브리-기독교적 관점에 내재하는 신학-윤리적인 메시지는 복음의 원리대로 작동하지 않는 세상을 향해 변혁적 공격을 감행한다. 예수님은 국가나 전인으로서의 인간에 무관심하시지 않았다. 하나님에 의한 죄사함은 정치, 경제, 학문 등 세계의 모든 문제에 대한 유일하고도 적합한 해결책이다.

초대 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을 ‘뒤엎으려’ 한다고 의심받는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하지 않았다. 초대교부들은 우상숭배와 사치, 성적 방종, 외설적 연극, 잔혹한 검투사 경기, 영아살해 및 낙태, 상거래 사기 등 모든 이교적 열등 윤리를 공격했다.

그런데 오늘날 개신교 근본주의는 그리스도인이 짊어져야 할 사회적 책무를 비기독교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이들의 손에 넘기고 말았다. 전 지구적 악을 공격하는 일은 복음주의 세계-인생관과 일치할 뿐 아니라 그로부터 요청되는 사명임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4장 ‘하나님 나라 선포에 대한 우려’에서 재림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가지고 있으면서 사회변혁에 참여하지 않는 모습을 비판한다. 저자는 성경의 하나님 나라는 현재의 왕국이면서도 동시에 미래의 왕국이라는 입장을 옹호한다. 현재의 왕국이기에 하나님의 다스림이 전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

5장 ‘십자가에 달린 근본주의자라는 강도’에서 근본주의자를 예수님이 구원자이심을 확신하지만 막연한 미래에 자신을 구원해 주실 것만을 기대한 강도에 비유했다. 반면에 예수님은 오늘을 강조하셨다. 성경적 초자연주의라는 핵심교리가 히브리-기독교 메시지의 핵심임을 믿되 현세적인 초점에 맞추어 그 구속의 메시지를 전하는 일에 투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스도가 이 땅에 다시 오심을 확신한다고 해서 ‘오늘’ ‘여기서’ 감당해야 할 복음전도의 사명과 그것에 뒷받침된 사회변혁적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6장 ‘새로운 세계 지성을 위한 노력’에서 복음이 미국 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정치, 경제, 사회, 교육 영역에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구속의 메시지는 삶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공산주의나 민주주의 둘 다 기독교 문화와 동일시할 수 없다. 지칠 대로 지친 세상 문화가 그토록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도 기독교가 가진 구속의 메시지다. 복음주의는 구속론에 입각하여 세상의 문제에 대해 발언해야 한다. 세상 사람들은 복음주의자들이 구속의 메시지보다는 정의의 편에 서기를 기대한다.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7장 ‘복음주의적 항의의 형식’에서 복음과 무관하게 세상의 개혁을 위해 노력하는 자들과 조건적으로 동역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복음주의는 철저하게 구속론의 토대 위에서 개혁을 추구하면서 그들에게 바른 지도력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사회악을 절대적으로 비판하는 동시에 유일한 지속적 해결책은 구속론의 토대 위에서만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해야 한다. 사회악에 맞서 싸우는 일에 인본주의자나 자유주의자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8장 ‘새로운 종교개혁의 여명’에서 세계 도처에서 들려오는 고통당하는 인류의 울부짖는 소리에 기독교가 응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복음주의 최고의 목적은 죄인인 인류에게 구속의 은혜를 선포하는 것이다. 정치, 경제 또는 사회 모든 문제에 대한 유일하고 참된 해답은 하나님이 자신을 속이는 죄인된 개인을 뒤엎으시는 데에 있다.

구속의 복음은 지친 현대 사회에 가장 적합한 메시지다. 그렇다고 상대적으로 더 나은 선을 이루기 위해 다른 이들과 협력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구속의 메시지를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그 메시지로 거듭난 신자들만이 아니라 불신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복음주의자들이 성취해야 할 네 가지 목표

첫째, 성경적인 유신론 즉 히브리-기독교적 사상이 지닌 철학적 함축을 명료화하여 현대의 여러 문제들에 대한 성경적 대안을 제시한다.

둘째, 정당한 사회윤리를 개발하여 사회악을 해소하고 복음적 질서를 구축하는 투신해야 한다.

셋째, 전천년주의적 역사 비관주의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고 하나님 나라의 관념론을 잘 견지하는 가운데 역사변혁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넷째, 종말론과 하나님 나라의 도래에 관한 소소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복음주의자들은 대국적 일치와 연대를 통하여 세속적 지성들이 내세우는 사회개선 프로그램을 대체할 구속론적 사회 개혁 운동을 전개하는 데 함께 투신해야 한다.

요약하고서

복음이 사람들에게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이며 복음을 받은 사람들이 세상의 소금이며 빛인 이유가 잘 설명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음에 있어서만 복음인 것은 아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이후의 사람들에게만 복음인 것도 아니다. 교회 내적으로만 아니라 교회 외적으로도 복음이다. 비록 교회 외적으로는 그 복음을 온전히 누릴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교회를 통하여 나타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위의 책은 그것을 위한 복음적인 한 길임이 분명하다. 복음을 받았다는 교회와 신자가 그 내용을 잘 소화하고 실천하여 복음을 누리고 세상에 힘차게 보여주게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