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복(八福)과 팔정도(八正道) 3

다섯째 대조: 정명(定命)과 자비(慈悲)

팔정도의 다섯 번째인 정명(定命)은 우리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갖는 바른 생업(livelihood) 혹은 직업(vocation)을 말한다. 우리 인간은 자신과 자신의 가족의 생명을 유지 보전하기 위해 생업 곧 직업을 가져야 한다. 여기에는 노동의 신성성/중요성 혹은 직업의 정당성의 의미가 들어있다. 즉 우리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놀고먹지 말고 노동을 해야 하며 또한 일정한 직업에 종사해서 자신의 가족을 부양해야 함을 암시하고 있다. 그런데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의 생존을 위한 직업(생업)이라 해서 아무 것(일)이나 해도 좋은 것이 아니라 남에게 해되는 일(생업)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우리 인간이 피해야할 직업이나 생업이란 붓다의 가르침에 따르면 무기나 술(독주)이나 마약 혹은 독약 등 인명을 해치거나 손상시키는 것들을 생산하는 일이나 또한 그것들을 사고파는 일에 종사하는 행위그리고 그것에 관련된 직업을 갖는 일을 피하는 일이다. 즉 인간이나 동물의 생명을 죽이는 일과 손상시키는 일과 또한 그것에 관련된 일 그리고 사람을 속이는 마술이나 도박과 같은 사행성의 일이나 그런 것에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불교(팔정도)에서 말하는 정업 곧 정당한 생업/직업은 인간 사회에 유익을 끼치는 일에 종사해야 함을 말하며, 인간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일이나 직업은 갖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팔복의 다섯 번째는 남/타인에게 자비와 긍휼을 베푸는 일이다. 마5:7에 "긍휼/자비(compassion)를 베푸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이요"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라"(마5:44)란 말씀과 또한 "남에게 대접을 받고 싶으면 먼저 남을 대접하라는 말씀"(마7:12) 그리고 "자선을 행할 때에는 네 오른 손이 하는 것을 왼 손이 모르게 하라"(마6:3)란 말씀도 있다. 특히 요한복음 13장 34절에는 예수가 제자들에게 준 오직 하나의 계명 곧 "내가 너희를 사랑할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사랑의 계명 하나만을 내려 준 것을 볼 수 있다. 이로써 우리는 예수의 복음의 중심에는 바로 사랑을 실천하는 자선/자비 행위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기독교가 바로 사랑의 종교 즉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사랑 실천의 종교"임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거의 모든 종교는 다 사랑과 자비를 말하고 있으며, 자비와 자선 행위를 가장 큰 덕복으로 말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들 중에서도 특히 불교는 자비와 자비 행을 최고의 덕목으로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붓다가 큰 깨달음을 얻은 결과로 두 개의 큰 영성적 열매를 얻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큰 깨달음으로 인도할만한 무한한 지혜(prajna)와 자비심(caruna)이란 것이다. 즉 큰 지혜(great wisdom)와 자비심(mind of compassion)이 바로 붓다의 큰 깨침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교는 지혜와 자비를 최고의 덕목으로 강조하는 종교라고 강조하며 또한 그것을 자부한다. 여기서 우리는 매우 중대한 진리를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기독교와 불교가 다 같이 지혜(기독교는 진리와 지혜의 영인 성령의 내주에 의한 지혜)와 자비 곧 사랑을 최고의 덕목으로 강조하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기독교와 불교는 깊은 대화와 친교가 가능할 뿐 아니라 사회 개혁이나 정의사회 및 복지사회 건설과 인류의 평화실현을 위해서 얼마든지 협력하고 양자가 제휴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여섯째 대조: 정정진(正精進)과 청정심(淸淨心)

팔정도의 여섯 번째는 정정진(正精進/right efforts)이다. "정정진"이란 올바른 노력과 정진 즉 득도해탈 곧 참 진리를 깨달아 모든 얽매임에서 해방된 온전한 자유인(liberated one)이 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지속하는 일을 말한다. 여기 정정진에는 두 개의 목표가 포함되어 있다. 첫째는 자신이 세운 선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불굴의 의지로 노력을 계속하는 일과 둘째는 진리의 깨침을 위해 영성적 정진과 수행을 꾸준하게 지속하는 일이다. 모든 선한 일과 고상한 이상/꿈은 하루아침에 성취되지도 않으며 또한 쉽게 달성되지도 않는다. 거기에는 각고의 노력과 정성을 필요로 한다. 실례로 한 운동선수가 뛰어난 기량의 선수가 되려면 불굴의 의지와 인내를 가지고 많은 훈련과 연습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또한 여기서의 정진에는 건전하지 못한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과 그런 마음이 생기면 그것을 없애도록 노력하는 일 그리고 선한 마음이 일어나도록 노력하는 일과 그런 마음이 생겨났으면 없어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도 포함된다.

많은 내적 갈등과 이율배반적인 성품을 지닌 불완전한 인간이 정신적인 원숙한 사람으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력과 결단과 인내와 정진이 필요하겠는가? 아마도 한 운동선수의 우수한 기량의 선수로 성장하는 훈련 과정은 여기에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탐진치의 수성(獸性)을 지닌 우리 인간의 성품을 고결한 성품의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일 즉 맑은 물과 같이 깨끗하고 아름답고 여유로운 성품으로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일이 지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여기에는 많은 인내와 노력 곧 부단한 영적 정진이 요구되는 것이다. 무상정등정각을 통해 온전한 해탈을 성취한 붓다도 6년간이란 오랜 기간의 각고의 인내와 수도를 통해 달성된 것이다.

팔복의 여섯 번째는 청정심(淸淨心/pure mind)이다. 청정심이란 우리 인간의 모든 불정하고 불결한 마음을 닦고 닦아서 맑고 깨끗한 마음 곧 더없이 순수하고 단순한 마음을 갖는 일이다. 마음의 정화 이것은 종교의 본질에 관한 주제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심성을 정화하는 일은 모든 종교의 본질적 기능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정철학자 화이트헤드는 종교의 궁극적 목적과 주 기능은 인간의 내면 곧 인간의 질(quality)을 변화시키고 인간의 심성을 의롭게(깨끗하게) 정화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마5:8절에 "마음이 청결한 자가 복이 있다, 저희가 하나님을 볼 것이다"란 말씀은 우리 인간의 마음/심령이 푸른 하늘처럼 맑고 깨끗하게 정화되었을 때, 즉 청정심의 상태가 될 때 영적 실재인 순수심의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가 이루어진다는 의미이다. 또한 우리 인간의 마음이 깨끗이 정화되었을 때 우리 인간의 영(마음)의 눈(영안)이 열리게 되며, 감각적인 육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신비 지극한 하나님의 실재를 영적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되며 동시에 하나님과의 깊은 영적 대화와 교제가 가능하게 된다는 말이다.

우리 인간의 마음을 유리 창문으로 비유할 수 있다. 유리창이 더러운 먼지와 때로
뒤덮이고 싸이면 밖을 전혀 볼 수 없으며 또한 햇빛이 들어올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우리 인간의 마음이 감각적이고 복잡한/추악한 생각들로 사로잡혀 있거나 분열되어 있으면 순수한 영적 실재이신 하나님과의 장벽이 가로막히게 됨으로 그 분과의 영적인 대화나 교제가 불가능 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대의 사막의 교부들이나 영적 스승들 및 수도자들은 하나님과의 깊은 대화 혹은 직접적인 체험을 얻기 위해서 그들의 영혼이 청정심에 이르기 위해 많은 영적 정진과 기도와 묵상(명상 혹은 관상기도)을 지속하였었다. 물론 기독교 신앙에는 하나님의 구속(용서)의 은총에 의한 칭의와 성화의 도리가 있다. 그러나 칭의나 성화도 우리의 믿음에 의한 영적 정진 즉 자신을 십자가에 죽이는 철저한 자기포기와 끈임 없는 회심(metanoia)과 새로운 결단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라고 말씀한 것이다.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라는 말씀은 전적인 자기 포기의 부단한 영적 정진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팔정도의 정정진과 팔복의 청정심은 서로 통함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