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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하면 통한다우리 앞이 모두 길이다 - 이성부 시인
김영동  |  deom-pasto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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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년 02월 28일 (월) 01:07:14
최종편집 : 2011년 03월 16일 (수) 11:10:52 [조회수 : 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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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하면 통한다

   

      칠 머리를 감지 못한 아내가 머리를 감겠답니다.

       아직 앉을 수도 없고 허리를 굽힐 수도 없는 아내에게 말로는 동네 미장원에 가서 감으라고 했지만 내가 집에서 머리를 감겨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우리 집에 고개를 뒤로 재치고 머리를 감을 수 있는 의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거 참, 난감한 노릇입니다. 이 궁리 저 궁리를 하면서 일단 아내를 눕혀놓고 머리를 감길 수 있겠단 생각은 들었지만 도무지 눈에 확 띄는 길이 없습니다.

      그러다 궁하면 통한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길이 없다면…? 굳이 길을 찾지 말고 직접 길을 내라는 말씀이겠지요!

      정녕 길이 없다면…? 그 순간 모든 것이 길이 될 수 있다는 어느 시인의 싯구도 생각났습니다.

      그래, 일단 해보는 거야. 나는 세면실에 들어가 이 궁리 저 궁리를 하다가 식탁의자 네 개를 세면실로 가지고 들어가 의자 두 개는 아내의 등과 어깨를 눕힐 수 있게 마주 대놓고 허리와 다리를 눕힐 수 있도록 그 아래로 한 개씩 이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넓은 비닐 깔개를 등과 어깨 쪽에서 바닥으로 내려오도록 의자를 덮었습니다. 아내가 그 위에 누으니 머리를 감길 수 있게 되었지요. 나는 욕조 턱에 앉아 내 무릎에 아내 머리를 두고 머리를 감겨 주었습니다.

      대머리인 나는 세수하다가도 아주 쉽게 머리를 감는데… *^-^* 머리카락이 많은 아내의 머리감기기는 제법 손이 많이 갔습니다. 구석구석 박박 감겨주었죠. 샤워기가 뿜어내는 뜨끈한 물로 머리카락을 헹궈 주었습니다. 내친 김에 아내의 다리와 발도 씻겨주고… 따뜻한 물수건을 만들어 얼굴도 닦아주고… 등도 닦아주고… 아내는 오늘 묵은 때를 벗어 버리듯 흐뭇하게 일석삼조의 기쁨을 만끽 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진지하게 하나님께 기도드렸습니다,

      하나님, 우리 부부가 새로 낸 이 길은 재미있는 기쁨이 될 수 있지만 봄이 되면 꼭 잊혀지게 서로 더욱 건강한 몸으로 살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나이 들어 늙어가면서 건강한 몸으로 살기 위해서는 필히 운동을 해야 한다는데…… 운동하기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아내가 제발 스스로 운동하는 새 길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길이 없어 모든 것이 길이 되는…… 하나님, 그 길을 열어 주십시오. 나는 하나님께 진심으로 기도드렸습니다.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이제부터가 큰 사랑 만나러 가는 길이다

더 어려운 바위 벼랑과 비바람 맞을지라도

더 안 보이게 안개에 묻힐지라도

우리가 어찌 우리를 그만 둘 수 있겠는가

우리 앞이 모두 길인 것을……

   

     추신 - 주님, 제가 회갑을 맞는 해에 잠시 아내 시중을 들어주는 일이‘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 이제부터가 큰 사랑 만나러 가는 길이’라 해도 괜찮습니다. 안하던 가정살림을 직접 몸으로 해보려니 매사에 실수하고 어설프고 서툴기 짝이 없지만 이만한 어려움에‘우리가 어찌 우리를 그만 둘 수 있겠’습니까.  

      주님, 제가 우리를 강조하는 이런 시구를 인용한다고 주님과 제가 우리인 것을 빗대서 무임승차를 하듯 주님께 너무 의지하려는 뜻은 아닙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생활이라 여겼던 우리 부부 한 몸 추스르는 집안 살림을 아내 대신 잠시 제가 주관하면서 뜻밖에도 가보지 않은‘우리 앞이 모두 길인 것을……다시 깨닫게 하시는 주님을 뵈오니 감격하고 감사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주님, 참 고맙습니다! 길이시어 우리 앞이 모두 길이게 하신 주님의 은혜를 새롭게 되살피며 겸손히 신묘년 설을 맞겠습니다. 주님, 고맙습니다!

                                                                     (2011. 1. 31)                       목 사

 

우리 앞이 모두 길이다

        

이제 비로소 길이다

가야 할 곳이 어디쯤인지

벅찬 가슴들 열어 당도해야 할 먼 그곳이

어디쯤인지 잘 보이는 길이다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가로막는 벼랑과 비바람에서도

물러설 수 없었던 우리

가도 가도 끝없는 가시덤불 헤치며

찢겨지고 피 흘렸던 우리

이리저리 헤매다가 떠돌다가

우리 힘으로 다시 찾은 우리

 

이제 비로소 길이다

가는 길 힘겨워 우리 허파 헉헉거려도

가쁜 숨 몰아쉬며 잠시 쳐다보는 우리 하늘

서럽도록 푸른 자유

마음이 먼저 날아가서 산 넘어 축지법!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이제부터가 큰 사랑 만나러 가는 길이다

더 어려운 바위 벼랑과 비바람 맞을지라도

더 안 보이게 안개에 묻힐지라도

우리가 어찌 우리를 그만 둘 수 있겠는가

우리 앞이 모두 길인 것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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