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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회복도 익어가는 일물이 올랐어요
김영동  |  deom-pasto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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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년 02월 26일 (토) 10:50:12
최종편집 : 2011년 03월 01일 (화) 23:19:07 [조회수 :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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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회복 익어갑니다

 

   아직은 건강하고 시간이 있을 때 몸의 이런저런 부족하고 약해진 부분을 보강하고 돌보아 주는 일은 아주 중요합니다. 그 일도 결국은 육체의 힘이 남아 있어 건강이 쉽게 회복될 수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니까요. 이번에 우리 부부는 급작스런 아내의 디스크 수술로 생각지 못했던 건강점검에 전면 재건축 수리작업(?)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그 일도 우리 마음대로 하거나 우리 시간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더군요. 의사의 일정과 마음대로 병원이 허락되는 시간대로 하는 것이니 제법 긴 시간이 요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아내가 내일 디스크 수술을 받습니다. 척추에 부러진 뼈 조각이 신경을 누르고 있어 그 뼈 조각을 제거하는 수술입니다. 아내의 갑작스런 디스크 수술 일정으로 이미 예약되었던 아내의 사랑니 빼는 수술이 연기되었죠. 그래서 그 예약된 시간에 나도 빼야할 사랑니가 있어 어제 목동 이대병원 의사에게 갔더니 사랑니 상태가 아주 나빠서 따로 날을 잡아 치과수술실에서 대대적으로 빼야 한다는군요. 그날 나는 TV에서만 본 CT촬영이라는 것도 하고… 아, 이거 제법 긴장된 하루를 살았습니다.

   아내는 디스크수술 후에 조심만 하면 일상생활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의자에 오래 앉아 있지 말라니… 의자에 앉아 일을 해야만 하는 아내는 난감한 표정이지만 때가 이르면 그것도 무슨 해결방법이 있겠죠! 어쨌든 2월 한달내내 건강회복을 위해 부자유스러운 아내를 시중들어 줘야 하고… 또 내 이빨을 받치고 있는 한쪽 뼈가 녹아서 회복이 쉽지 않다는 내 사랑니도 빼야하니 일단 마음은 심란합니다만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도 있는 법이라 생각하니 그것도 괜찮고 문득 안도현 님의‘전어속젓’이라는 시 한편을 만나니 마음이 풀리고 기분이 더욱 좋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사랑에 오랜 근신이 필요하듯이

젓갈 담근 지 석 달 후쯤……

  

   어떻습니까?   한 석달후쯤 지나 젓갈이 익어갈 생각을 하면 나도오목거울로 찬찬히 자신을 들여다 보는’마음도 생기겠지요? 내친 김에 시 한편을 전문으로 다 읽어 봄직도 하겠습니다.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전어에 대한 시인의 노래입니다. 아니.‘남들이 다 잘라먹든 구어 먹든 상관하지 않고’남은 내장(內臟) 한송이로 잘 담근‘전어속젓’에 대한 가슴 깊은 노래입니다. 맛 갈진 큰 소리로 낭독하듯 진한 글씨로 읽어봅니다. (2011. 1. 26)

   

   

안    도    현

날름날름 까불던 바다가 오목거울로 찬찬히 자신을

들여다보는 곰소만(灣)으로 가을이 왔다 전어 떼가 왔다

전어는 누가 잘라 먹든 구워 먹든 상관하지 않고 몸을 다

내준 뒤에 쓰디쓴 눈송이만한 어둔 내장(內臟) 한송이를

남겨 놓으니 이것으로 담근 젓을 전어속젓이라고 부른다

 

사랑하는 이여,

사랑에 오랜 근신이 필요하듯이

젓갈 담근 지 석 달 후쯤

뜨거운 흰밥과 함께 먹으면 좋다.

*

  

   아내가 디스크 수술을 받고 입원해 있는 동안 나는 처제나 장모님이 와 계시는 두서너 시간동안 집에 다녀 올 수 있었습니다. 혼자 살겠다고 굳이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면 함께 사는 세상살이란 게 다 요렇게 그렇게 저렇게 살 만합니다.

 

물이 올랐어요.

 

   집에 와서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저녁 차려먹고 다시 병원으로 가야 하는 그 짧은 시간동안 나는 음악도 듣고 베란다 내 정원에서 화분을 돌보며 가지치기까지 다했습니다. 단풍나무 줄기에 짧은 곁가지를 잘라주었는데 다음날 보니 그곳에 3cm 쯤 아래로 단풍나무 진액이 흘러 내렸습니다. 

“아, 주님! 봄이 오는군요…… 단풍나무에 물이 올랐어요!”

   금년겨울 40여 일 동안 낮 기온조차 영하의 날씨였던 혹한 속에서도 베란다 쪽 거실 창문도 열어두고 커튼도 떼어둔 덕분인지 우리 집 베란다엔 벌써 봄기운이 돌기 시작했나 봅니다. 주님께서도 천기가 다가올 때는 도둑처럼 온다고 하셨는데 정말 아직도 영하 십도를 밑도는 나날인데 이렇게 단풍나무에 물이 올랐습니다. 눈여겨 자세히 보니 단풍나무 가지 끝에 달린 새순이 발갛게 움돋기 시작합니다. 이런이런, 그냥 1월 말이 아니군요. 세월은 이렇게 흐른 만큼 선명하게 티를 내고 앞으로 흘러간 만큼 확실한 흔적을 보이는군요.

   교회력의 설날도, 양력설날도 다 지나고 이제 며칠 후면 음력설날입니다. 새해를 맞아 내 영도, 내 마음도 이런저런 계획으로 다 다듬어 세웠고 이제 실천할 내 몸만 일으켜 세우면 되는 설 명절입니다. 그간 세운 계획들을 실천해야할 새해를 맞아 온 몸으로 살아야하는 실전의 날들이 시작되는 거죠. 아하, 새 봄을 맞아 물이 오르는 때입니다. 결코 이르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때가 아니면 너무 늦어진다고 생각하고 설명절 온가족들이 함께 모여 시끌법적 즐거울 때 슬그머니 뒷곁으로 물러서지 말고 다함께 살아야 하는 그 중심에 우리 모두가 이야기꽃을 피우며 서로서로 앞서 나서길 축원합니다.

   도무지 봄이 올 것 같지 않은 이 엄동설한에 문득 봄기운인양 물이 오르는 모습을 보고 우연찮게 만난 시 한편을 띄웁니다. 긴 산문으로 쓰인 시라 나는 그 속에 담긴 신비로운 생명력을 좋은 이야기 감으로 건질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일으켜 돋아나고 세워지는 끈질긴 생명력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마치 제 마음을 어루만지시는 주님의 손길인양 심란한 내 마음에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주님, 참 고맙습니다!   새 생명 힘찬 봄이 저기, 바로 저기 옵니다!

                                                          (2011. 1. 29)             

   

   

류    인    서

   

   중견 의사 모(某)씨의 수련의(修鍊醫) 시절 임상경험담을 일간지 칼럼에서 본 적이 있다 

   하루는 울며불며 엄마 손에 끌려온 꼬마 환자를 살폈는데 가슴에 제법 굵다란 종기가 있더라고, 젊은 의사 모씨, 누렇게 곪은 소녀의 젖꽃판을 손가락으로 힘껏 눌러 짰더니 저런! 팥알만 한 젖꼭지까지 묻어나 얼결에 피고름의 솜뭉치와 함께 쓰레기통에다 버렸다나? 등줄기며 간담까지 서늘해진 그의 불면의 밤들, 꿈길에서조차 더러 유두 없는 처녀귀신에게 쫓기곤 했다는 것

   인근 소음에서 개업한지 여러 해, 진찰실 움을 열고 들어서는 소녀티 갓 벗은 그녀를 한눈에 알아봤다지 불안이나 죄책감은 숨긴 채 청진기를 들이댄 그이 시선 끝에 아, 새순의 귀여운 젖꼭지가 잡히고 순간 감사와 흥분, 일종의 경외감까지 뒤엉켜 왈칵 눈물이 솟더라고 

   무엇이, 어떤 신묘한 힘이 그녀 가슴에다 분홍 눈꽃을 다시 돋아나게 했을까 시간이 지난 설명 불가능의 복원력, 소녀의 몸에 잠들어 있던 여자가? 그녀 자궁에 잠재태로 기다리고 있을, 태어나지 않은 아가의 무구한 작은 입술이?

   우리 몸 안팎에서 일시에, 생명의 한 방향으로 집중해 떠다미는 알지 못할 힘의 총량, 그녀 몸과 그의 마음 대체 어느 부분이 어느 순간에 하나로 만나 그리 힘껏 밀어내고 끄집어 당겼을까 돋아 곱다랗게 꽃 피게 했을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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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선 (218.159.253.147)
2011-03-02 08:46:32
감성이 묻어나는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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