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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토끼 군수님삶은 군수? 군수님을 씹지 말고 보호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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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06월 23일 (목) 00:00:00 [조회수 : 55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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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All rights reserved by lee tae w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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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정자 해변에서 아주 큰 참군수를 잡았어요. 바닷가의 아이들은 이 군수를 잡아 아버지의 술안주로 드리면 흡족해 하신답니다. 참, 미역냄새가 나는 개군수는 먹으면 안 된다네요. 하지만 저희는 저 귀한 참 군수도 놓아주었어요. 착하지요?”
화율-“개군수? 개 같은 군수! 참군수? 참다운 군수! 작은 고래 같기도 하고, 난생 처음 듣는 이름이네요.”
달님-“군수의 바른 표현은 '군소'라고 생물 학습백과에 나와 있어요. 저는 이십여 년 전 경주 양남의 바다에서 이 생물을 보고 그 이름에 빠져버렸어요. 표준어가 '군소'라는 게 실망스러울 정도로... 그게 술안주 감이란 게 참 재미났어요. 힘든 뱃일을 마치고 돌아온 어부가 막걸리 한 사발에 군수를 초고추장에 찍어 질근질근 씹으며, 힘든 하루의 기쁨을 얘기하며 식구들과 도란도란 저녁을 보낼 거란 생각을 하니 너무나 정겨웠어요."
*화율-"군소 형상이 아들과 아버지의 정만큼이나 뭉클하네요."
달님-"저 생물은 위험에 처하면 보라색 물감을 한 움큼 서러움 덩이처럼 쏟아 낸답니다. 제주도에선 '물토새기', '굴맹이'라고도 부르며, 무쳐서도 먹고 구워서도 먹고 또 물회로도 먹는대요.”
화율-“꼭 한 번 만나보고 싶네요. 군수님을.. 제주도 방언인 물토새기, 굴맹이라는 이름도 정말이지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곰살갑네요. 어릴 적에 바닷가에 살았어도 한번도 못 보았는데, 그게 우리가 살던 서남해안 쪽에는 안 사나 봐요. 시큼한 초고추장에 찍어 한입 꿀꺽, 생각만 해도 침이 넘어가네요, 꼴깍.”
*달님-“저는 보고 싶지 않고요?”
*화율-" *^^* "
화율-“달님! 군소를 검색해 보았더니 영어로는 sea hare(바다 토끼)로 불리네요. 아마 그 복실복실한 해면체가 외국인들 눈에는 토끼처럼 보였나 보죠. 지난 달 오마이뉴스에는 울릉도에 사는 사람이 군소를 소개하는 글을 올렸더군요. 댓글을 통해 일찌기 그것을 먹어 본 경상도 사람들의 맛 자랑이 대단했어요. 삶으면 나물처럼 푹 오그라들어서 아무리 커 보여도 먹을 게 없을 정도라네요. 삶은 군소의 맛이 내가 즐기는 삶은 문어보다 더 쫄깃하다고 하니 군침이 그득 돌아요. 최근에 텔레비전에서도 군소를 방송한 것을 보았다는 아이들이 있군요. 그게 맛있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지다 보면 우리 바다에 군소의 씨가 마를 것 같아요. 벌써 울릉도에도 군소 보기가 어렵다네요. 그런 의미에서 '군수' 님이 정력에 좋다는 말은 없어 퍽 다행입니다. 그 맛을 아시는 데도 웬 횡재냐 하고 잡아먹지 않고 놓아주셨다니 군소 보호 차원에서 기릴만하네요. 칭찬이 너무 늦었죠.”
*달님-“고마워요.”
화율-“나도 '군수'라는 사투리의 어감이 군소보다 더 정감이 있어 보여요. 자꾸 뒷북만 치네요. 혹 시골에 사는 사람이라면 일 못하는 군수님을 안주 삼아 씹을 수도 있겠어요. 아마 군수님들은 군수 먹는 자리엔 오지 않을 것 같네요. 아참, 네이버에 있는 군소 사진은 너무 조그맣고 흐리더군요. 오마이뉴스의 군소는 바다에서 미역을 따 먹고 있는 생생한 화면이 잡혀 현장감은 있지만, 저는 두 아이가 군소를 들고 있는 님의 사진이 더 맘에 들어요. 이 사진을 이용해도 될런지요?
*화율-“참, 정자 해변은 어딘가요?”
*달님-“화율님은 또, 뒷북을 치시는군요.”
2005-06-23
[뒷글] 달님이란 사진작가가 박동미 시인의 홈페이지 사이트에 올린 군소 사진을 보고, 댓글을 단 것을 복사하여 올린 글입니다. 참, 화율은 제 아호입니다. 사진은 아직 허락을 받지 못하여 못 올립니다. 오마이뉴스에서 군소를 검색하시면 여러 사진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단, * 부분은 글이 밋밋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끼워 둔 것이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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