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하신(?) 하나님

하나님께서 에스겔을 통해 옛 언약의 백성인 이스라엘에게 전하신 뜻의 한 부분이다. “살리라”는 선언을 들은 의인도 그 의를 스스로 믿고 죄악을 행하면 그 모든 의로운 행위가 하나도 기억되지 않고 그가 그 지은 죄악 중에서 죽는다. “죽으리라”는 선고를 받은 악인이 돌이켜 자기의 죄에서 떠나 법과 의대로 행하면 정녕 살고 죽지 않는다(겔 18:24-29, 33:13-16). 악인이 돌이켜 자기의 죄에서 떠나 법과 의대로 행하면 하나님 앞에서 의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의를 믿고 스스로 죄악을 행하여 죽게 된 의인과 악에게 돌이켜 법과 의대로 행하여 살게 된 의인은 동일한 의미이다. 앞의 의인이 형식적인 의인이라면 뒤의 의인도 형식적 의인이라고 해야 한다. 뒤의 의인이 하나님께 인정받는 의인이라면 앞의 의인도 하나님께 인정받은 의인이었다.

이 말씀에서도 최종적으로 구원을 받은 이들이 그렇지 못한 이들과 달리 하나님의 불가항력적인 은혜를 입는다는 내용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오히려 의인이 죽게 되는 일을 허용하시는 하나님께 불의하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이 불의하다고 말씀하신다. 하나님께서 의로우시다면 의인은 절대적으로 살리셔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도리어 불의하다고 말씀하신다. 불가항력적인 은혜로 그들을 돌이키게 하시어 살리셔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불의하다는 것이다.

한번 자식을 삼으셨으면 미우나 고우나 끝까지 책임지신다거나 책임지셔야 한다는 주장이 여기에 해당된다. 의인이 되었지만 범죄한다는 것은 인정한다. 정삼지 목사의 경우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스스로는 돌이키지 않는 심각한 상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 상황에서 하나님의 책임은 무엇인가? 그를 반드시 돌이키도록 하셔야만 한다. 의인으로서 범죄하여 멸망을 당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을 지셔야만 한다. 하나님은 당연히 그리하실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분은 불의하다.

에스겔은 정반대로 말씀한다. 그렇게 말하는 것이 불의하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돌이키도록 하시는 은혜를 쉬지 않고 베푸신다. 그런데 최종 선택은 당사자에게 맡기셨다. 하나님은 창조 이후로 그 부분에 있어서는 단 한번도 변함이 없었다. 의인이 범죄하는 경우에는 문밖에서 문을 두드리시는 것까지다(계 3:20). 그분은 스스로 문을 열고 들어가시진 않는다. 문을 여는 것은 범죄하고 있는 의인의 몫이다. 그 몫을 감당하여 문을 열면 곧 은혜에 대한 바른 반응으로 회개하면 회복된다.

하나님과 언약 관계가 맺어진 이들은 모두 동일한 선상에서 출발하며 동일한 언약의 법이 적용될 뿐이다. 무조건적 견인론자들은 너무나 당당하게 하나님은 불의하다고 외치고 있다. 다만 그 사실을 자신들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예견된 일

교리적인 문제로 제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에서 파송하는 형식으로 사역을 하도록 해주었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목사가 말씀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가장 중요한 사명 감당이다. 큰 기쁨이다.

제명당하고 생계를 위해 1년 6개월 간 요양보호 시설에서 요양보호사로 일을 했었다. 3교대로 일을 했고 말씀 봉사를 하진 못했다. 일 자체가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말씀 봉사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참 힘들었다. 그러니 병원 사역을 할 수 있도록 해주심이 내겐 너무 감사한 일이었다.

병원에서 그 부분이 밝혀지더라도 파송 교회의 목사님이 책임을 지실 의향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그분은 나의 제명 건을 쉽게 생각하셨던 것 같다. 젊은 목사의 치기 정도로 생각하신 듯하다. 얼마든지 바로잡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듯하다.

장로교의 장구한 역사를 생각할 때에 장로교 교리가 틀릴 리는 없다는 확신이 있었을 것이다. 내게도 그 부분을 말씀하셨다. 그런 논리라면 감리교의 구원론도 마찬가지다. 역시나 장구한 역사를 가지고 지금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이는 장구한 역사와 많은 신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반증이다. 만약 그런 입장이 옳다면 장로교와 감리교의 구원론은 일치하였어야 한다.

나의 주장을 접하고 약간의 대화를 통하여 잘못 생각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하셨다. 교리에 대해서는 취약하셨다. 이중선택 사상에 대한 이해도 갖추어지지 않으신 듯하니 말이다. 물론 이중선택 사상 자체가 비성경적이기에 그것으로 견인론을 결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http://cafe.daum.net/BCRestoration(개혁과 진보)의 성경적 선택방에 있다.

나의 주장에 대해 성경적인 근거 곧 바른 해석을 토대로 반박하여 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밝혀야 한다. 평소의 설교에서 그렇게도 강조하던 성경적인 사고 방식에 의하면 그렇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고 내가 성경적으로 옳다는 것이 밝혀지면 지난날의 설교와 가르침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여야 한다. 성경적 사고 방식이다.

성경적 사고 방식을 강조하는 것은 쉽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나는 이 부분에 있어서 성경적 사고 방식을 실천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내 문제를 궁금해 하는 한 지체와의 대화에서 내가 한 말이다. 설교와 가르침이 잘못되었다고 인정하는 목사를 만나기는 그리 쉽지 않다. 교단적으로 문제가 되어 목회 자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사안이라면 더욱 그렇다. 지금까지 그런 목사들을 많이 만나지 않았던가?

지난 주일 저녁에 교회의 서기 장로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당회에서 더 이상 사역을 할 수 없다는 결정을 하였다는 것이다. 역시나 예견한 대로이다. 담담하면서도 씁쓸하였다. 하나님은 진리의 기둥과 터로 교회를 세우셨는데, 현실은 아니다. 교단의 색채 유지가 가장 우선이다. 성경의 내용이 어떠하든지 상관없이 말이다.

하나님 앞에서 더 중한 죄는 무엇일까?

하나님의 말씀과는 다른 주장을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하는 것과 윤리적인 범죄를 비교할 때에 어느 쪽이 더 중할까? 여기에는 죄의 경중 자체가 정당한가의 문제가 있지만 일단은 논외로 하고 사안을 단순화시켰다. 개인에 따라 그 답이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전자라고 생각한다. 계시록에서는 인간적인 생각으로 말씀을 가감하는 것에 대해 엄중 경고하고 있다(계 22:18-19). 그 내용은 요한계시록에 한정되지 않고 성경 전체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윤리적인 범죄는 그 악한 영향력이 자신과 그 대상으로 한정된다. 인간적인 생각으로 말씀을 가감하는 것은 그 영향력이 엄청나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까지 지속이다. 진리의 거둥과 터인 교회라는 가장 기본적인 명제를 파괴하는 것이다.

아내와의 대화

“여보, 그 교회 계속 나갈 거예요?” 아내의 말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계속 교회에 갈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자신은 그렇게 못할 것 같다고 한다. 자신에게 있는 재주(피아노 반주)를 사용할 수 있는 교회를 찾겠다고 한다.

나는 계속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교회의 지체로서 계속적으로 생활할 것이다. 설교야 그리 문제되지 않는다. 이전에도 계속 교단의 입장으로 설교하였고 나는 그러려니 하고 들었다. 그 외에도 나의 성경 이해와 다를 때에는 그러려니 하고 들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하면 된다.

교회의 지체로서 생활하는 것이 어디 목사의 설교나 그와의 인간관계에 의해 결정되어야만 하는가? 그 교회는 흔히 말하는 내게 모교회이며 함께 교제하는 지체들이 있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지체들이 있다. 교리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내게 동조하는 지체들도 있다. 사역뿐만 아니라 부부관계나 자녀문제 등에 대해서도 깊은 나눔을 가진다. 민주 사회의 일원으로서 깨어있는 시민으로 살아가는 부분에 대한 생각도 나눈다. 그러한 지체들이 있는데, 왜 옮기겠는가?

“담임목사님이 내 얼굴 보기에 좀 그렇겠지.” “그렇겠지요.” “그분이나 나나 각자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지, 뭐. 다만 하나님 앞에 섰을 때에 나는 의 때문에 핍박을 당하는 경우이고 그분은 불의하여 부끄러움을 당하는 경우라는 것이 다를 뿐이지.”

“지난번과 같이 요양보호사를 할래요? 당신은 운전을 좋아하니까 운전을 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은데. 대리 운전은 어때요?” 이야기를 듣고 있던 딸은 버스 기사가 좋지 않으냐고 말한다. 택시는 회사에 돈을 넣어주고 해야 하는데 버스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대형면허증이 없다고 하니 아쉬워한다. 한 주간 동안 할 일을 찾아야 한다. 아하, 탄식이 절로 나온다.

하나님의 뜻은 어디에 있는가?

일반 대학에 다니다가 부르심을 받고 말씀 봉사자의 길을 가게 되었다. 신대원에 다니면서 성경을 바르고 깊이 있게 이해하는 일에 특별한 열심을 가지고 지냈다. 하나님께서 다양한 방식을 그 열심을 채워주셨다. 좋은 은사를 만났고 좋은 동역자를 만났으며 좋은 책을 만났다. 지금에 이르는 과정에서 성경 이해에 여러 차례 변화도 있었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말씀 봉사를 통한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구하기. 약속의 말씀을 따라 생활의 필요를 채움 받기. 그렇게 거창하지 않은 소박한 꿈인 듯한데 이것이 내게는 이렇게도 어려우니... 참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아내와 함께 병원 사역에 전념하겠다고 다짐하고 기다리는 중이었는데... 더더욱 난감하기만 한다.

온라인상에서 만나 이름만 아는 동역자가 전화를 해 와서 통화하였다. 자신도 나와 같은 생각인데 다만 드러나지 않아서 사역 자체의 어려움은 없단다. 만약 정확한 의사를 확인하는 자리에 서면 나와 같이 말하리라고 한다. 그러면서 말씀 이해에 동의하는 지체들과 교회를 이루는 것에 대해 조언한다. 그러한 길이 열리면 좋겠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기에 생활에 대한 책임 감당이 필요하다는 나의 입장에 안타까움을 표한다. 참 고맙다.

나를 향한 하나님의 뜻은 무엇일까?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질문하지만 분명한 답은 없다. 다만 “예수님이시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 길을 가야 할 것이다. 이전에는 탈선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 길을 갈 것이다. 주 예수님을 의지하는 믿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