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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맛
김영동  |  deom-pasto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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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년 01월 23일 (일) 17:38:27
최종편집 : 2011년 01월 24일 (월) 13:09:40 [조회수 :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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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맛

 

    늘 저녁 뉴스에 암으로 투병 중이던 여류작가 박완서 님이 소천하였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내가 20대 초반에 40대 늦깍기 주부작가로 어느 월간지 소설 공모전에 뽑힌 발가벗은 나무라는 제목인 나목(裸木)으로 등단해서 우리 문학계의 거목(巨木)이 된 분이죠. 그분의 작품을 참 친숙하게 읽었는데…… 벌써 80세였군요, 돌아보면 세월이 참 많이 흘렀습니다.

 

사랑하는 남편이 먼저 가신 곳이니 부디 편안히 가십시오!

 

   생각해 보면 나보다 나이 어린 벗들이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고…, 젊은 스타들이 뜻밖의 교통사고로, 깊은 좌절과 우울증세로 불귀의 객이 되기도 하는데…, 나이 많은 분들이 우리 곁을 떠나가는 것은 조금도 이상할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요즘처럼 몹시 춥고 추워서 웅크린 이 겨울에 이미 유명해서 일반명사가 된 고인의 이름을 부음으로 듣는 것은 온 몸이 차가워지는 또 다른 한파로군요.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따뜻한 젊은 날의 감성 한 면이 덧없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입니다.

   엊그제 이틀 동안 이해인 수녀의 최근 시집‘희망은 깨어 있네’를 읽었습니다. 그간 시인도 암 투병 중이셨군요. 암이라는 파도를 타고 다녀온‘고통의 학교’에서 수련을 받고 나온 학생이라는 시인의 표현이 오늘 우울한 소식을 접하는 내 의식에 색다른 느낌을 일깨워줍니다. 시인의 고백을 직접 들어 보시죠.

      ‘……세상을 좀 더 넓게 보는 여유, 힘든 중에도 남을 위로할 수 있는 여유, 자신의 약점이나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여유, 유머를 즐길 수 있는 여유, 천천히 생각할 줄 아는 여유, 사물을 건성으로 보지 않고 의미를 발견하며 보는 여유, 책을 단어 하나 하나 음미하며 읽는 여유를 이 학교에서 배웠습니다.……’

  

   암으로 겪는 투병생활이라는 시인의 암울한 소식을 열어 보았더니 그 속에 있는 시인의 생활과 마음은 오히려 [여유]입니다. 그 고통의 학교에서 그 [여유]들을 잘 배웠다는군요. 얼마 전 이영희 교수의 소천소식을 듣고 그분의 책들을 다시 꺼내 읽으며 아, 그래……! 기억 저편으로 퇴색해가던 내 젊은 날의 꿈들이 생생해지는 그것이 바로 [여유]였군요. 누구나 나이 들어 병들고 낡고 퇴색하고 흐려지는 인생이지만 여전한 일상의 생활에서 내가 살아야 할 여유인 그 새로운 맛을 투병 생활 중인 시인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새로운 맛

해 인

 

물 한 모금

마시기 힘들어하는 내게

어느 날

예쁜 영양사가 웃으며 말했다

 

물도 음식이라 생각하고

아주 천천히 맛있게

씹어서 드세요

 

그 후로 나는

바람도 햇빛도 공기도

음식이라 여기고

천천히 씹어 먹는 연습을 한다

 

고맙다고 고맙다고

기도하면서……

 

때로는 삼키기 어려운 삶의 맛도

씹을수록 새로운 것임을

다시 알았다

*

 

   우리 곁을 떠나가는 오래된 님들의 소식을 들으며 오히려 [여유]라는 마음의 세계가 우리의 일생생활에 있음을 깨닫게 해준 시인의 고백은 내게 큰 힘이 됩니다. 오래잖아 나도 겪을지 모를 그 경험과 시간을 지금 살고 있는 님들의 자취가 아직은 여기 있는 나를 다시 깨어나는 나이게 합니다. 시인의 고백이 나를 여유있게 일깨웁니다.

 

아침에 잠이 깨어 옷을 입는 것은

희망을 입는 것이고,

살아서 신발을 신는 것은 희망을 신는 것임을

다시 절감하는 요즘입니다. 

………………

아픔 속에 크게 들려오는 희망의 음성,

눈물 속에 더 밝게 빛나던 희망의 얼굴,

잊을 수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

                                                                (2011.   1.   22)              덤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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