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사도 바울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서 알려진 아빠 하나님은 단순이 만물의 창조자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만물을 큰 하나로 조화 통합시키는 실재이시며, 따라서 만물 하나하나가 다 자신들의 존재의 근원자인 하나님에게 연결되어 있으며, 그분의 (사랑의) 힘으로 순간순간 존재하며, 또한 모든 존재들이 자신의 존재의 개체성을 향유하면서도 동시에 각각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고, 큰 하나로 즉 한 몸의 지체들로 존재한다. 바울의 이러한 이해 즉 하나님과 만물과의 신비한 상호관계는 한사상의 일즉다의 원리를 잘 들어낸다고 말할 수 있겠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최치원이 말한 "현묘지도"에 대해 생각해 보자. 최치원이 말한 풍류도를 지칭하는 "현묘지도"에는 유불선 삼교가 다 포함되어 있다는 언급이 있다. 즉 현묘지도인 풍류도에는 유부선 삼교의 중심사상이 다 포함되어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을 예수의 복음에 적용한다면, 예수의 복음 안에는 우리 동양/한국의 전통 종교인 유교, 불교, 도교의 중심사상 혹은 영성이 다 내포되어 있다는 말로 이해해 볼 수 있다. 필자의 지금까지의 연구나 경험 혹은 깨달음에 기초해서 보더라도 예수의 중심교훈이 담긴 복음서들이 비록 4개 복음서에 불과하며 또한 그 복음에 대한 이해와 해설 등이 담긴 서신들이 십 수개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에 있어서는 우리의 상상을 불어할 정도의 엄청난/심오한 내용들이 담겨있기 때문에, 유불선 삼교의 중심원리가 다 포함되어 있다고 말해도 무방하다고 사료된다.

실제로 예수의 교훈집이라 할 수 있는 산상수훈이나 특히 인간구원의 심오한 도리가 담겨있는 요한복음 속에 들어있는 종교적 진리 혹은 영성은 너무도 심오하여서 유불선의 중심사상들이 다 함축적으로 내포되어 있다고 말해도 괜찮을 듯싶다. 이 말은 바꾸어 말하면 우리나라의 전통종교인 유교 불교 도교의 중심사상의 많은 부분들이 예수의 복음 속에 다분히 용해되어 있다는 의미이며, 따라서 이들 종교들은 우리 기독교와 완전히 다른 이질적인 종교가 아니라, 많은 부분에 있어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음으로 해서 깊은 대화가 가능할 뿐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친밀해 질 수 있는 근거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기도 한다.

이러한 점을 깊이 파악하고 깨달은 이들이 바로 20세기 기간에 기독교와 동양종교 특히 기독교와 불교와의 대화에 앞장섰던 루돌프 옷토, 폴 틸리히, 화이트헤드, 토마스 머턴, 틱낫한, 다라이 라마, 베데 그리피스, 그리고 우리나라의 다석 류영모 같은 인물들이다. 다석 류염모에 의하면, 불교의 중심사상인 사성제 팔정도는 자신을 완전히 부정/포기함으로써 "제나"(selfish ego/이기적 자아)에서 얼나(spiritual ego/영성적 자아)로 다시 태어나는(부활하는) 십자가의 도(道)속에 다 함축된다고 말했다. 즉 기독교의 십자가의 도를 풀이하면 불교의 사성제 팔정도로 풀이된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두 종교의 근본 원리가 바로 이기적인(탐진치의) 자아가 완전히 죽고(철저히 부정되고) 참 자아(眞我) 혹은 참 생명으로 태어나는데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진각(眞覺)을 통한 열반(구원)의 획득이라고 말하고, 기독교에서는 옛사람 곧 육적인 사람이 죽고 새사람 곧 영적인 사람으로 거듭남으로 참 생명인 영원한 생명을 얻음(구원받음)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기독교는 신적 계시에 의한 참 종교이며, 타 종교들은 인간의 이성이나 깨달음에 기초한 종교들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인류를 하나되게 하기는커녕 편 가르기에 앞장서 왔던 사실을 크게 반성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런 편 가르기식 언동과 행위는 예수의 복음의 핵심인 만인을 하나(한몸)되게 하는 하나님의 뜻과 행위에 위배될 뿐 아니라 정면으로 반대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한 태양아래 살고 있으며, 그 한 태양 빛을 받아 생명을 누리고 사는 사람들이, 이것은 내 태양 우리만의 태양이라고 주장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태양은 예수의 말씀처럼(마5:45) 만민과 만유에게 차별 없이 빛을 비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끝맺음: 일찍이 최치원이 말한 것처럼, 우리민족의 고유종교사상인 한사상 곧 풍류도가 유불선 삼교를 다 포함하고 있는 <현묘지도>인 것과 같이, 예수의 복음은바울이 이해한 것같이 만유를 다 포섭하며 동시에 만인과 만유를 하나 되게 하는 신비한 통합의 원리를 지닌 영성적 종교로서 진정한 의미의 <현묘지도>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기독교 복음 안에는 세계의 여러 종교들의 중심사상(여기에는 기독교의 탄생의 배경이 되었던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도 포함된다) 특히 우리의 고유사상인 한사상을 비롯하여 동양의 전통종교인 유교 불교 도교의 중심 사상까지를 다 내포하고 있는 지극히 심오한 영성적 종교임을 깨달아서 편협하고 폐쇄적인 태도 즉 예수의 만인을 하나 되게 하는 통전적 영성에 반하는 사고와 행위로 편 가르기에 앞장서거나 거기에 머물러 있지 말고, 온 계례와 나아가서 온 인류를 하나 되게 하는 평화의 복음을 올바로 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인류사를 돌이켜 볼 때, 우리 인류의 고통과 재난과 비극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우리 인류 전체가 한 몸의 지체들임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자신의 개체적 존재감에만 집착함에서 온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국가 간의 싸움, 민족이나 종족간의 싸움, 종교 간의 싸움, 교파간의 싸움, 당파간의 싸움, 형제간의 싸움까지 다 포함된다. 예수 그리스도는 바로 이러한 인간/인류의 비극을 근원적으로 극복하는 길을 제시해 준 것이다. 그것이 바로 만유의 아빠 한 하나님(바울의 해석에 의하면, 만유의 근원자, 내재자, 통합자) 사상이다. 예수의 복음은 바로 전 인류를 하나 되게 하는 이러한 만유의 통합자로서의 한 하나님 사상(신앙)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예수의 복음은 본질적으로 전 인류를 하나 되게 하는 평화의 복음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예수의 평화의 복음을 신앙하는 기독교와 교회는 바로 인류를 하나 되게 하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기우려야 하며, 동시에 교회의 예배나 설교나 선교 등 예수의 복음을 전하는 행위들 모두는 종교, 인종, 문화, 이념 등으로 심하게 갈라진 이 지구촌 사람들을 하나 되게 하는 일 곧 한 몸 되게하는 일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내가 하는 말이나 행위 특히 설교 에 있어서 예수의 평화의 복음(영성)에 반하는 즉 사람들을 편가르게 하는 것인가 아니면 화합케(하나되게) 하는 것인가를 생각해야만 한다. 그리고 예수의 이 말씀을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한다. "평화를 위해서 애쓰는 자는 복이 있다 저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이다"(마5:9).rkch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