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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년 11월 28일 (일) 15:32:58
최종편집 : 2010년 11월 28일 (일) 15:48:03 [조회수 : 63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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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AD150?-215)의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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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기종 박사 |
고대 교회에서 기독교 영성 특히 영성신학의 기초를 놓아준 사람은 다름 아닌 알렉산드리아의 교부 클레멘트였다. 클레멘트는 특히 우리 기독교 신앙에 있어서 “지성”(intellectus)의 중요성과 계시의 다양성을 강조해준 점에서 오늘날 주목을 받고 있다.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Clement of Alexandria)는 당시 플라톤 철학의 본고장인 아테네 태생으로서 150년 경 이교 부모에게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기독교로 개종하기 전 철학에 많은 조예를 쌓았으며, 소아시아, 시리아, 남부 이탈리아, 그리고 이집트 등 여러 지역을 두루 여행하면서 고명한 스승들을 찾아가 배우고 견문을 넓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참 스승을 만나기 위하여 여러 곳을 방황하다가 드디어 한분의 큰 스승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성서해석의 월리를 터득하고 있던 판티아노스(Pantianos)였다. 그는 이 스승을 북아프리카의 알렉산드리아에서 180년경에 만났고, 그로 인해서 그곳에 정착하게 되었다. 클레멘트는 후에 그곳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는 스승으로 활동하게 되었으며, 그 곳에 새로 세워진 신학교(교리문답학교)의 교장직을 맡게 되었다. 그는 신구약의 말씀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고 성서의 진리를 주석하는 일에 힘을 쏟았다. 그는 특히 미리 습득한 철학적 식견을 바탕으로 진리를 사모하는 당시의 지성인들에게 기독교 신앙의 깊은 뜻을 깨우쳐 주기 위해 진력했다.
클레멘트는 거기서 훌륭한 제자를 갖게 되었는데 그가 바로 오리겐(Origen)이었다. 그와 오리겐의 활약으로 알렉산드리아는 고대 교회의 신학의 중심지가 되었다. 클레멘트는 기독교 영성/영성신학에 관한 중요한 개념들을 독창적으로 창안하여 사용함으로써 기독교 영성 특히 영성신학의 기초를 놓아준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의 저서들 중 현존하는 것으로는 <그리스도인들에게의 권면>(Protrepticus), <훈교자>(Paedagogus), <논설집>(Stromateis) 등이 있다.
1. 몽학 선생(초등 교사)으로서의 철학
클레멘트에 따르면, 하나님의 계시는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하며 또한 우주적이다. 그는 철학을 기독교 신앙에 대립되는 것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예비단계로 보았다. 즉 사람들은 그리스도를 영접하기 전에 철학을 통하여 교육을 받으며 우주만물의 생성과정과 현상들에 대한 지식을 얻으며 선행의 방도를 알게 된다고 보았다. 그것은 마치 율법이 유대인들에게 몽학선생(paidagogus)인 것처첨 그리스(헬라)인들에게는 철학이 몽학선생의 역할을 했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철학은 주께서 오시기 전 즉 그리스도의 복음이 전도되기 전에 사람들에게 선행을 하게하고 의로 인도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다, 하나님은 모든 선한 것의 원인자로서 어떤 사람에게는 구약(율법)을 우선적으로 주셨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철학을 우선적으로 주셨다. 왜냐하면 율법이 히부리인들을 교육하여 그리스도에게로 인도한 것같이 철학은 그리스인들로 하여금 선악을 분별할 수 있도록 교육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학은 그리스인들 혹은 이방인들을 그리스도에게로 나아가게 하는 하나의 준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요컨대 클레멘트는 하나님의 계시가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철학도 신적 지혜인 로고스(Logos)의 내용을 지니고 있으며, 따라서 철학도 “신적 기원”(divine origin)을 지닌다고 본 것이다. 클레멘트의 이럼 관점에서 보면 철학적 특성을 지닌 동양의 종교들 특히 유교와 도교와 불교들도 로고스적 요소 즉 신적 계시의 요소를 지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2. 신앙과 앎(깨달음)
클레멘트는 신자를 “단순한 신앙인”(Simple Christian)과 완전한 깨달음에 이른 “완전한 신앙인”(Perfect Christian) 두 종류로 구분한다. 단순한 신앙인이란 성경의 말씀을 문자 그대로 믿으며, 신앙을 두려움과 권위에 대한 복종으로 받아드리는 사람을 의미한다. 클레멘트는 이러한 단순한 신앙을 신앙의 연조가 얕은 초심자의 신앙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완전한 신앙인은 믿음의 내용과 복음(말씀)의 깊은 진리를 깨달아 아는 완숙한 신앙인으로서 영적 지혜를 지닌 신자 곧 “영지자”(gnostic, 靈知者)를 의미한다.
클레멘트에게 있어서 “신앙”은 “영지” 곧 깊은 영적 지혜에 이르는 기초가 된다. 따라서 그는 아는(깨닫는) 일이 믿는 일보다 우월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믿음에서 시작하여 참다운 앎(깨달음)에 이르러야 한다고 보았다(엡1:18,19, 빌1:9. 골1:9,10, 벧후1:5-7 참조).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단순한 신앙에서 완전한 영지자의 신앙에 이를 수 있을까? 클레멘트에 의하면 이 둘의 연결 관정은 도덕적 고양 즉 고결한 도덕적 삶이다. 그에 따르면 맑고 깨끗한 도덕적 삶이 없이는 영지자가 될 수 없으며, 진리를 아는(깨닫는) 경지에 이를 수 없다.
클레멘트는 우리 인간의 도덕적 고양 즉 고결한 도덕적 삶을 위한 필수 요소로서 두 가지 즉 세상 물질/명예 등에 대한 욕망으로부터의 초탈/초월(Detachment)과 자신을 죽이는 일 즉 “자기포기”(apatheia)를 제시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오늘날 가장 도덕적 모범이 되어야 할 교회/종교지도자들의 교권쟁탈 행위나 자기 자식들에의 교회 세습 행위는 자신의 부와 권력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세상적 세습 행위보다 낳은 것이 없으며, 그런 점에서 비도덕적 또는 비영성적 행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3. 영적 성장의 3 단계
클레멘트에 따르면 우리 인간의 앎 중에서 가장 중요한 앎은 바로 자기 자신을 아는 일이다. 즉 자기 자신을 아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위대한 앎이다. 왜냐하면 인간이 자기 자신을 알게 될 때 자신을 창조한 하나님의 실재를 알게 되며, 하나님을 알게 되면 바로 자신이 하나님과 같은 존재로 변화되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클레멘트에 있어서 앎(깨달음) 곧 신적 지혜가 우리 인간의 구원과 자기완성의 가장 중요한 방편이 됨을 알 수 있다. 그에 따르면 우리 인간(그리스도인)의 영적 성장에는 다음 3 단계가 있다.
(1)마음의 정화(purification of heart)
우리 인간의 영적 성장을 이루기 위한 첫 단계는 바로 자기 자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시키는 일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마음이 청결한 자가 하나님을 볼 수 있다고 말씀했다(마5:8). 마음의 정화란 한 마디로 요약하면 자기 자신을 포기하는 일 즉 자신 속에 있는 허영심과 헛된 욕망들을 제어하고 죽이는 일이다. 이것은 또한 여러 잡념들로 오염된 우리의 혼탁한 영혼과 심성을 맑고 깨끗하게 정화시키는 일이며, 온전한 선을 지향하고 높은 도덕적 삶을 사는 일이다. 이것이 영적 성장의 첫 단계이다. 여기에는 물론 진리(하나님)의 영인 성령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기도와 묵상과 영적 사색 그리고 하나님과의 깊은 영적 교통의 시간을 갖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힌두교도들은 요가나 초월명상을 하며 불교도들은 참선을 한다. 넒은 의미로 보면 이들도 다 마음의 정화를 위한 행위들이라고 볼 수 있다.
(2)영적 조명/밝아짐(illumination/enlightenment)
영적 성장의 제2 단계는 정화의 단계를 통해서 인간의 일상적 지혜를 능가하는 초월적 지혜 곧 영적 지혜를 얻어 그 지혜를 통하여 신비 지극한 하나님에 대해서 밝히 아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즉 하나님의 사랑의 현시자이며 또한 참 자혜자인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과 만물의 창조주이시며 동시에 신비 지극한 실재이신 하나님에 대한 깊은 열망(aspiration)과 함께 온전한 자기 포기의 고결한 도덕적 삶을 통해서 우리의 영혼이 깨끗이 정화되고 맑아짐으로서, 신적 지혜 곧 “영지”(gnosis/靈知)를 얻게 되며, 그렇게 됨으로서 우리의 “영안”(spiritual eye)이 열리게 된다. 이 경지에 이르게 되면 우리의 인간의 내면의 세계 곧 우리의 영혼이 찬란한 신적 광명(divine light)으로 밝아짐을 얻게 된다. 이런 상태를 클레멘트는 "영적 조명"(밝아짐)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태를 도가에서는 득도 혹은 견성(見性)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말하며, 신유교의 왕양명은 궁극적 지혜를 얻는 경지를 의미하는 “치양지”(致良知)”라고 말했고, 불가에서는 정각(正覺) 혹은 진각(眞覺) 즉 무상정등정각 곧 최고의 진리의 깨달음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여기서 우리의 주목을 끄는 점은 클레멘트가 그의 영성 강론에서 불가의 완전한 깨달음을 의미하는 "정각"에 해당하는 "영적 조명"(enlightenment)에 관해서 오래전에 이미 말했다는 사실이다.
(3)합일의 삶(unitive life)
클레멘트에 따르면, 우리 영혼이 온전한 정화와 조명을 얻게 된 후 더욱 정진하면, 우리의 영혼과 하나님과의 연합된 일치 곧 합일의 삶의 단계에 이르게 된다. 이것은 우리 인간의 영적 성장의 최고의 단계를 말하는데, 이 단계에 이르게 되면 우리는 어떠한 노력이 없이도 하나님의 뜻과 조하된 삶을 살게 되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적 평화와 기쁨을 소유하게 되고, 어떠한 환경의 조건과 상황에 관계없이 예수 그리스도의 삶처럼 하나님과의 동행하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것은 이 땅에서의 지복(至福)의 삶이다. 클레멘트는 우리의 영적 성숙과 이러한 하나님과의 합일된 삶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기도의 생활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기도는 우리의 영혼을 정화시킬 뿐만 아니라, 우리의 관심(마음)을 모든 생명/존재와 가치의 근원인 하나님께로 집중시키며, 그분께로 상승시키며 또한 연합시키는 가장 중요한 (최상의) 방편이기 때문이다.
아울러서 클레멘트는 기도의 여러 종류와 단계에 대해서도 말해주었는데, 그에 따르면 기도는 말과 소리로 하는 구송기도(vocal prayer) 이외에, 소리 없는 침묵의 기도, 그리고 모든 생각들을 다 버린 상태에서 우리의 영혼 깊은 곳에서 드리는 기도인 "마음의 기도"(prayer of the heart), 그리고 우리 영혼을 하나님께 집중시킴으로써 “나”라는 생각이 완전히 사라지고 순전한 영적인 상태에서 드리는 기도 다시 말하면 진정한 의미에의 순수한 “영적인 기도”라 할 수 있는 “관상기도"(contemplative prayer)에 대해서도 언급해 주었다.
클레멘트 이후 많은 기독교 영성가들과 수도자들 및 교회지도자들은 클레멘트가 말해준 이 기도의 종류와 지침에 따라서 기도생활을 하였으며, 동시에 그의 영적 성장 원리에 기초해서 영성신학을 발전시켰다. 그런 점에서 알렉산드라아의 클레멘트는 기독교 영성 아니 영성신학의 아버지 혹은 창시자(founder)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클레멘트가 말해준 마음의 기도나 관상기도는 특히 우리 동양종교의 수행 방법인 묵상/명상이나 참선 혹은 힌두교의 요가 혹은 초월명상 등과 많은 유사점이 있음은 오늘날 우리가 눈여겨 볼만한 일이라 사료된다.
끝맺음: 오늘날 한국교회는 클레멘트의 영성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시료된다. 왜냐하면 클레멘트는 신앙의 두 차원 즉 성경말씀을 문자대로 이해하는 단순한 신앙과 그것을 넘어서서 성경의 영적 진리를 깊이 깨닫는 “완전한 신앙”의 두 차원이 있음을 말해 줌과 동시에, 자연계시나 이성(철학) 혹은 양심을 통한 일반계시 등 계시의 다양성을 말해주었으며, 특히 기독교 신앙에 있어서 지성의 중요성을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취약성의 하나는 보수주의라는 미명하래 단순한 신앙만을 강조하고 높은 지성이 요구되는 고차원적인 지성적 영성의 측면을 강조해 주지 못했으며, 그것을 합리주의/이성주의/다원주의 등의 명목으로 배격하거나 이단시해 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많은 젊은이들과 지성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예수 그리스도는 요한복음 17장 3절에서 구원이란 유일하신 참 하나님을 올바로 (깨달아)아는 일이라고 말씀해주셨으며, 사도 바울도 믿음과 앎이 겸비된 장성한(완전한) 신앙에 이르러야 할 것을 강조했음을(엡4:13-15) 한국교회는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는 유교, 도교, 불교 등 이성적 사유 곧 지적 탐구를 중시하는 종교 사상들이 자리하고 있다. 만일 한국교회(개신교)가 앞으로 계속해서 클레멘트가 강조해준 신앙의 완숙한 형태인 지성적 영성(신앙)의 측면을 거부하고 계속해서 문자주의적 신앙 곧 단순한 신앙만을 강조한다면, 앞으로 한국사회의 지적 수준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기독교 신앙에 대한 거부감이나 기피현상은 더욱더 높아질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kch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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