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9일] 공정한 사회? '공정'을 보고 싶다.

        SOTONGhttp://sotongbang.net/xe/103702010.11.19

40년간 살면서 깨달은 것은 일반적으로 인간은 보지 못한 것을 상상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전혀 보지 못한 것을 상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종종 보지 못한 것을 상상하고 현실로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팬터지류의 영화나 소설을 만드는 사람이 그렇다. 오래 전에 에일리언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외계생명체 에일리언의 형상을 보고서 깜짝 놀랐다. 어떻게 그런 상상을 해서 그런 모양의 생명체를 만들어냈을까 하면서 말이다.

또 전혀 없는 물건을 만들어내는 발명가들 역시 그렇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것은 대부분 우리가 이미 알거나 본 적이 있는 것들을 모방하거나 변형해서 창조된다. 신이 인간의 형상이라는 틀에서 상상되고 이미지화되는 것만 해도 하나의 증거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적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최소한 전거가 되는 어떤 것을 보아야만 확률이 높아진다. 만약 누군가가 무엇을 요구하였다면 최소한 그에 대한 전거나 혹은 모델이 될 어떤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한국사회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목표를 정하고 달려가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공정한 사회가 무엇인지 한국사람들이 별로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권력과 자본이 공정의 기준이 되는, 아니 최소한 공정의 기준을 확보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기 때문에 공정하지 않은 공정의 판정은 알지만 공정하다는 것이 실제적으로 어떤 것인가에 대한 감각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고 부르짖은 정부나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공정함의 모델을 마땅히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우려스럽다.

4대강 사업 같이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을 시행하는 것은 전혀 공정하지 않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의혹들이 해명되지도 않은 상태로 일방적인 외교를 펼치는 것 역시 공정하지 않다. 대포폰 같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는 것 역시 공정하지 않다.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을 주도하고 개입하는 것 역시 공정하지 않다. 독단적이고 권위적인 사람을 인권위원장에 임명하고 또 그에 대한 반발이 거센데도 모른척하는 것 역시 공정하지 않다.

문제를 제기하고 항의의 표현으로 사퇴한 인권위원회 자리에 잽싸게 친정부적 인사를 임명하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 현재도 부당한 부분이 많은데 다시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한 한미 FTA 재협상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 여당 인사가 부정하게 관련된 부분은 모른체하지만 야당에 대해서는 검찰을 부추기는 행태도 공정하지 않다. 언론미디어법을 통해 정부와 보수적 인사들이 방송권을 장악하려는 시도도 역시 공정하지 않다.

공정하지 않은 사례를 들자니 한도 끝도 없다. 그저 한 마디로 불공정하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런 행태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불공정한 것만 보니 공정한 것이 무엇인지에 감각은 무뎌지기만 할 뿐이다. 정부, 마땅히 공정해야 할 정부,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고 부르짖는 정부가 전혀 공정하지 않으니 국민들은 도무지 이해도 안 가고 공감도 못하고 있다. 공정을 보고싶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원한다면 공정한 사회에 대한 담론을 꺼난 당사자가 먼제 공정함을 보여주고 공정함을 제시해야 한다.

국가정치가 무슨 텔레비전 광고인가? 이미지만 들이밀면 끝난다고 착각하는가? 말만 그럴싸하게 하지 말고 제대로 된 공정한 사회의 상을 제시하고 그 상을 이루기 위한 작은 노력이라도 하는 것을 보여 국민들을 설득하지 않는다면 이명박 정부는 대국민 사기단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엄중하게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