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파도키아에 도착하자 그냥 다짜고짜로 영국의 수학자이자 작가인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이 루이스 캐럴이라는 필명으로 1865년에 발표한 소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생각난다. 모습이 그렇다는 게 아니고 그 환상적인 정경이 가져다주는 메시지가 그렇다는 것이다.

2010년 팀 버튼이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서 모자 장수 조니 뎁이 한 말,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미쳐야 하지.”라고 했던 대사가 갑자기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그 이상스런 정경이 미치지 않고는 제대로 감상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일까. 여기서 ‘미치다’라는 단어를 난 좋은 의미로 사용하고 싶다.

▲ 카파도키아의 낙타바위를 배경으로 아내와 함께 한 컷

무엇인가 몰두한 자(난 그게 조물주라 믿는다)가 빚어 놓은 아름다운 세계를 무엇인가에도 몰두하지 않는 자(나는 불신자라 하고 싶다)는 결코 볼 수 없는 그 무엇을 가지고 있다. 오늘과 내일 카파도키아 일정은 무엇인가에 미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일정일 것만 같다.

정말 이상한 나라다. 바위는 버섯 모양이 아니면 바위 취급을 못 받는 나라, 바로 카파도키아다. 데린구유도 카파도키아에 있는 것이다. 데린구유가 카파도키아의 지하 이야기를 쓴다면 카파도키아의 지상에서는 파샤바 계곡이나 괴뢰메, 젤베 계곡 등이 이상한 나라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곳은 198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남으로는 본도와 할리스강 상류의 산을 경계로 하고, 동으로는 갈라디아와 루가오니아, 북으로는 길리기아와 타우르스강을, 서로는 아르메니아와 유브라데를 경계로 한 지역을 말한다. 약 4000km에 달하는 방대한 지역이다.

카파도키아(Cappadocia)는 예전의 소아시아의 중앙에 위치한 지역 이름으로서 오늘날 터키의 카파도캬(Kapadokya)에 해당된다. 아나톨리아 고원 한가운데에 자리한 카파도키아는 실크 로드가 지나가는 길 어귀로 대상 행렬이 근대에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현재 이 지역은 네브세힐, 카이막클리, 젤베 사이에 있는 삼각지대로 그 중심에 괴뢰메와 위구릅이 있다.

▲ 카파도키아의 기기묘묘한 모양의 바위들

하얀색의 기둥에 거무칙칙한 우산을 쓰고 서있는 버섯바위들은 참으로 기기묘묘하다. 누가 솜씨 좋아 이런 버섯을 빚을까? 아마 이름난 도공이라도 그리는 못할 것이다.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뭐, 하기야 인간이 달나라도 제집처럼 드나드는 세상인데 하려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자연스레 빚어진 모습이라고 하니 더욱 관심이 댕긴다. 바로 하나님 솜씨란 거다. 찬양이 절로 나온다.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 속에 그리어 볼 때/ 하늘의 별 울려 퍼지는 뇌성 주님의 권능 우주에 찼네/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내 영혼이 찬양하네/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내 영혼이 찬양하네”

낮은 소리로 찬양을 하면서 둘러보는 묘미, 알란가 모를런가? 하긴 요새는 성도들이 성지순례를 많이 하는 터라 이미 이곳을 방문했던 분들에게는 별것 아닐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내게는 아주 새삼스런 일이었다. 와락 카파도키아의 하나님이 내 품에 불을 댕기는 듯. 가슴 저미는 권능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풍화작용으로 이뤄진 바위의 홈 흐름, 꼭 강줄기 모양이다.

널따란 지대가 전반적으로 이리 희귀한 바위들로 가득 넘친다. 나무를 그리 흔하게 찾을 수 없는 척박한 지형에 적갈색, 흰색, 주황색, 회색, 흰색 지층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 품새가 희희낙락이다. 그냥 그들 사이에 끼어 나도 한마디 거들고 싶어진다고나 할까.

실은 카파도키아의 이 기기묘묘한 바위들과 지층들은 수억 년 전에 일어난 예르지예스화산(3916m) 폭발로 화산재와 용암이 수백 미터 높이로 쌓이고 굳어져 응회암과 용암층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히 달나라 같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가이드가 때마침 설명을 한다.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한 배경이 바로 이곳이라고.

▲ 카파도키아의 바위 틈에 홈을 파고 세워진 교회

거기가 거기 같아서 실은 어느 지역에서 어느 지역으로 가며 관광을 했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첫 날 이른 곳은 버섯바위와 낙타바위가 있는 곳이다. 버섯바위야 카파도키아 전역이 그런 바위투성이라 별다를 것이 없고, 낙타바위로 미루어 볼 때 카타루키아 지역으로 기억된다.


우리 일행은 또 애마에서 주르르 내려 사진 찍는데 올 인했다. 하긴 사진밖엔 남는 게 없다나 뭐라나. 근데 왜 이리 햇볕이 따가운지 통 눈을 뜰 수가 없다. 눈이 부셔서. 차량이 지나가는 길가에서 옹기종기 모여 사진을 박는 목사님 내외분들의 모습은 정말 가관이다. 사진 찍힐 만하다 생각이 들었다. 우리 부부도 예외 없이 사진 서너 컷을 완수하고 차에 올랐다.(계속)

김학현/연서교회 목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