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혼여행, 그래 구혼여행(舊婚旅行) 맞다. 지난 주간의 앞머리를 질끈 잘라 구혼여행이란 걸 했다. 친구내외와 매해 이맘때면 하는 여행이다. 결혼기념일을 맞아 한 여행이다. 일박이일이던 것을 맘 크게 쓰고 이번에는 이박삼일을 했다.

친구 목사 내외와 우리 부부는 결혼기념일이 일주일 상간이므로 일 년에 한 번씩 이맘때 결성되는 여행파트너다. 아마 이렇게 잘 어울리는 부부도 없을 것이다. 늘 우리는 이런 우정을 뿌듯해 하는 터다.

항상 여행계획은 인터넷의 바다에서는 수영이 익숙한 내가 맡는다. 물론 진짜 수영은 맥주병 실력이지만 말이다. 이곳저곳을 수영하여 인터넷을 뒤져 국내의 좋은 여행지를 선정하고 그 일정에 따라 여태껏 수년을 여행을 해왔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출발 하루 전날 날씨가 일정을 틀어놓았다. 강원도로 가기로 일정을 잡았는데 갑자기 눈이 온다지 않는가. 네 사람은 만나자마자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따듯한 남쪽 지방으로 행선지를 바꾸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럼, 어디로 간담?’ 서성이는 우리의 생각의 끝에서 뛰쳐나온 친구의 말, “여수는 어떨까? 여보, 여수 괜찮잖아?” 분명 무엇이 있는 눈치다. 금방 그의 아내도 “거기 좋지!”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여수로 갔다. 가면서 친구가 어떤 이에게 전화를 건다.

그리고 그녀가 예약했다는 모텔의 특실에서 그녀를 만났다. 이게 이번 여행의 행복한 시작일 거라 생각 못했었다. 그때만 해도. 저녁만찬, 이게 무슨 성찬인가? 듣도 보도 못한 남도의 진미가 가득한 밥상에서 리드미컬한 즐거움을 만끽했다.

저녁은 친구목사의 현재 교인인 김 집사가 내는 것이라고 했다. 사연인즉 그 교회를 떠난 여수의 가이드 백 권사가 그녀와 통화하다 ㅂ 목사가 여수 온다고 했더니, 자신은 어려워 담임목사지만 밥 한 끼를 못 샀다면서 자신이 내겠다고 했다는 거다. 그냥 봐도 엄청 비쌀 것 같은 만찬을 즐기고 특실에서 잠을 잤다.

이튿날, 벌써 일찍부터 문 앞에 와 그녀가 우릴 반긴다. 그리고 그녀는 본격적인 가이드를 자청한다. 여수와 돌산을 돌면서 내로라하는 그 지역의 관광지와 음식점을 다 섭렵한 후 돌아오는 길에 내게 남는 메아리 같은 말이 귓전에서 떠나지 않는다.

“목사님, 전 ㅂ 목사님을 좋아하지만 모든 목사님을 다 좋아합니다. 전 실은 목사님들을 대접해서 축복 받은 성돕니다. 지금의 목사님에게도 잘 하려고 노력한답니다.”

그녀의 가정은 분명 축복받은 것 같았다. 풍요는 물론 그의 말과 행동에서 우러나오는 행복감이 그것을 증명해 보였다. 별장지를 사놓고 건축을 준비 중인데 그 중 한 칸은 ㅂ 목사를 위한 방이라고 하는 걸 보면 그녀의 말들은 다 진실인 듯하다. 마치 사렙다의 과부를 만난 것 같아 지금까지도 마음이 흐뭇하다.

그녀에게 꼭 들려주고픈 말이 있다. “선지자의 이름으로 선지자를 영접하는 자는 선지자의 상을 받을 것이요 의인의 이름으로 의인을 영접하는 자는 의인의 상을 받을 것이요”[마1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