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회고와 전망

새벽을 달리는 사람

                전영자(효림교회)

태양이 한창 열기를 뿜어내는 한낮, 정오를 전후로 하여 진규 엄마가 작은 오토바이에 우유를 가득 싣고 나타난다. 돈 없는 사람도 자연 사우나가 가능했던 무더위에 아무일 하지 않아도 힘이 드는데 그녀는 날렵한 몸놀림으로 우유를 내려 놓고는 또 휭하니 바람처럼 달려간다.

진규 엄마 - 푸른언덕에 그녀의 얘기를 쓰자고 했더니 제 사는 게 무슨 얘기거리가 되겠냐면서 자꾸 사양하며 이름을 밝히지 않고 진규 엄마라고만 하기로 하고 허락을 받았다. - 올해 나이 32살이다. 누구나 호감을 갖을 만한 외모에 부지런함이 몸에 배인 그녀는 학교 선생님이신 시아버님을 모시고 있고 남편과 두 아들 진규(8살)와 준규(5살)를 둔 가정주부이다.

그런데 그녀의 우유배달 동기가 좀 특이하다. 그녀는 작년 8월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까지 7년동안 중풍으로 쓰러져 병석에 누운 시어머니의 병시중을 들었다. 아이들 키우며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온 세월이었는데 어떤 때는 시어머니와 아이가 같이 대변을 보아 놓고는 그녀의 손길을 기다리는 처지였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녀는 잠시 마음에 갈등을 겪었지만 시어머니한테로 먼저 달려갔었다. 그런데 갑자기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안계시니 잘해드리지 못한 것만 생각나고 편찮으시더라도 좀더 오래 사셨으면 하는 마음과 더불어 지나치게 많아진 것 같은 시간에 자신이 할 일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아이들도 올해는 큰 아이는 국민학교에 그리고 작은 아이는 유치원에 들어가고 보니 너무 한가해(?)서인지 몸이 많이 아팠고 정신적으로도 견디기가 매우 힘이 들었다. 그래서 결국 일을 찾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집안에서 살림만 하던 사람이 마땅히 할만한 일이 없었다. 아이들도 아직은 어려서 그녀가 직장에 온전히 매어 있는 것은 안될 것 같아 궁리 끝에 시간을 신축성있게 사용할 수 있는 우유배달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처음에는 남편이 극구 반대를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대로 있으면 정신병자가 될 것 같다고 설득을 하면서 밀어 부쳐 일을 시작했다. 부지런히 뛴다면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오기 전 오전 중에 일을 마칠 수 있으리라는 속셈으로 살림도 해가면서 할 수 있으리리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요즈음 그녀는 5시 30분쯤 일어나서 그때부터 일을 시작한다. 배달할 우유를 받아서 냉장고에 정리를 하고 아침밥을 준비하기 전에 응봉면내에 있는 집들에 우유를 배달한다. 그리고 들어와 아침을 준비해서 먹고난 후 집안 일을 돌아본 다음 이번에는 응봉면 외곽지역에 장거리(?) 배달에 나선다. 아무리 작은 면소재지이지만 응봉면 전체를 혼자 맡아서 하기 때문에 지역이 넓어서 시간이 꽤 많이 걸린다. 그래서 외곽지역은 이틀에 한번씩만 들러 이틀치를 한꺼번에 배달한다. 그녀는 응봉에 친정과 시집이 다 있어서 아는 사람이 많은데 그녀가 이 일을 시작하니 사람들의 반응도 다양했다. 나이드신 어른들께서는 살만한 집에서 이것이 무슨 일이냐며 마치 그녀가 해서는 안될 일을 한 것처럼 걱정을 하셨고, 젊은층에서는 자기는 엄두가 나지 않아서 못했다면서 은근히 부러운 눈길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이 일을 시작하길 아주 잘했다고 생각한다. 우선 게으름 피우면서 시간 보내는 일을 잘 못하는 그녀는 이 일을 시작하며 바쁘게 뛰다보니 피곤하긴 해도 아픈데가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야 어찌 생각하든 자신이 스스로 사는 일에 당당해졌음을 느낀다. 그 당당함은 아이들 키우고 살림을 하면서 자기의 일을 하고 있다는 그 자체에서 오는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땀흘려 일한 댓가로 그리 녹녹치 않은 금전적인 수입이 들어오는데서 오는 든든함인지 알 수 없지만 어찌됐든 그녀는 전보다 당당 해졌다.

다만 한가지 흠은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들어 아이들에게 신경을 써서 돌봐줄 시간이 모자란다는 점이 아타까울 뿐이다. 그래서 그녀는 아이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다.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밖에 나가 놀면서도 엄마가 집에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해 하기 때문이다.

이제 진규 엄마가 우유배달을 시작한 지도 벌써 일곱달째가 되었다. 일하기 가장 어려운 점은 비가 오는 날 배달을 하는 것인데 우비를 입고 비를 맞으며 일을 하다보면 웬지 처량한 느낌이 들어서 이다. 물론 그렇게 궂은 날이면 남편이 오토바이 대신 자동차에 우유를 싣고 함께 나간다. 다행히 올 여름은 장마가 있는 둥 마는 둥 짧게 지나가 버리고 찌는 듯한 더위가 이어져서 상대적으로 비 맞을 일이 적은 반면에 우유와 야쿠르트가 더 많이 팔려서 결과적으로 그녀의 수입도 늘었던 해였다.

입만 살았고 실천력이 없는 나는 진규엄마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언제나 부지런히 활기차게 자기의 일을 하는 그녀의 모습은 참 보기 좋다. 재활용이나 저축이 불가능한 시간. 그녀는 한가하리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을 못견뎌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녀는 오토바이를 타고 무더위 속을 누비며 올 여름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다. 그야말로 새벽을 달리는 사람이다. 푸른언덕

황송하다시던  사모님처럼

                이현애 (부장교회 사모님)

정말 하나님의 은혜로 지난 1년간 어떤 배움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 나로서는 무척이나 난코스로 생각되어 많은 망설임 끝에 결정했다. 집에서 기차역까지 30-40분. 기차로 서울역까지 거의 2시간. 그렇게 일주일에 이틀씩을 다니기 시작하였지만 대심방, 교회내의 행사, 집안 어른의 생신, 유치원 다니는 딸아이의 투정, 이 모든게 때론 후회로, 때론 갈등으로 또한 때로는 1년동안 버틸 생각이 두려움으로 엄습해 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학교를 다니면서 전주에서 매주 올라오신다던 어떤 사모님을 알게 된 것은 아마 주님이 나에게 주신 큰 행운이었던 것 같다.

너무 화려해서 때로는 이질감까지 느껴지던 그분과 이야기를 나누다 나와는 같은 또래이고, 순복음 소속 사모님이심을 알게 되었다. 외모에서 풍기는 화사함으로 좀 거리를 두어 생각했던 난 얼마나 그 사모님께 죄송하고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느꼈는지 모른다. 전주에서 매주 올라오기 얼마나 힘드시냐는 내 질문에 그분은 감사함이 너무커서 힘든줄 모른다 하시며, 많은 사람들 중에서 주님의 종의 반열에 동참케 하심도 감사한데 이런 배움의 기회를 주시고 용기도 주시고 또 서울에 연고지를 주셔서 매주 하루씩 묵을 수 있게 해주시고, 가족의 협조로 또한 가볍고 자유로운 맘으로 이렇게 다니니 감사가 넘쳐 황송하다 하셨다.

아! 주님 어찌하오리까. 나에게 얽매인 모든 환경으로 때론 나 자신과의 불협화음도 있고 짜증도 내던 이 소인 숨을 곳 없사오니.

그렇게 1년을 그분과 지낼 동안 그분은 늘 맑은 모습을 간직하며 나 자신에게 어떤 도전을 하도록 무언의 유도를 계속하셨다.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 보면 아마도 목회자의 아내가 아니면 신앙적인 면에서도, 어떤 봉사의 생활에도 무심했을 나를 주님은 미리 아시고 부르셨을께다.

범사에 감사하라시던 주님.

모든 것이 다 감사의 조건임에도 때론 이 길의 선택이 실수처럼, 형벌처럼 느껴져 당신을 부인하고 싶을 때에는, 주님! 나에게 주신 모든 감사의 조건을 다시 기억케 하소서. 감사가 넘쳐 모든 일이 황송하다시던 그 사모님처럼. 푸른언덕

회사에서의 하루

            김길섭(이랜드 해외사업부)

4시 50분!

요사인 일어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무슨 음악을 틀까 ? - 하루가 음악과 함께 시작되는데.

오늘은 머리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않는데···, 옷은 어제 생각했던 옷을 이 넥타이에 입어봐? 아니, 조금은 편한 옷을 입어?···

회사로 향하는 버스안엔 학생들이 아닌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계신다 - 아직 등교시간이기엔 이른가 보다. 아마도 궂은 일, 힘든 일들을 하시는 분들 같다

사무실 청소···

밤사이 회사를 지킨 숙직자와 인사를 나누고 4층 사무실까지 계단을 오른다. 교육받는 사람들, 또 출근하는 사람들과 눈인사를 나누며.

6시 30분!

어느사이엔가 반년이넘도록 함께 성경읽기를 해온 동료와 오늘도 성경을 읽고 서로 나눈다. 그의 성장, 성숙해가는 모습들이 무척이나 즐겁다.

7시!

떠듦거리며 영어수업을 시작한다.

'P'와 'F'.'R'과 'L', 그리고 머리에서만 멤도는 문장들, 익숙치 못한 표현들···

어느사이엔가 복음송이 방송되어지며 경건의 시간이 시작된다.

어렵기만 한 예레미야서··· 졸기도 하면서 그 뜻들을 헤아려 본다.

30여분 후, 조금은 힘들고 땀도 흐르지만 운동장에서 체조를 한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책상청소를 하고, 오늘 할일들을 우선순위로 적어보고, 동료들의 일과도 점검해본다.

걸려오는 전화들, 어렵기만한 의사결정들, 과중한 업무량, 부담스러운 책임···

어느새 시계바늘 두 녀석이 얄밉게도(?) 한방향을 가르키며, 배가 마구 고프다. 도시락을 싸온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며 이런저런 이야기와 함께 식사를 한다.

남은 30분 !

음악을 들으며, 못다읽은 신문을 마저 읽어? 모처럼 운동장에 나가 농구를 해봐?

다시 업무는 시작되고, 간간히 들리는 웃음소리와 간식···

벌써 6시! 청소시간.

쓸고, 닦고, 버리고··· 청소를 한다.

퇴근시간임에도, 아직 할일이 많아 일을해야만 하는 우리 부서직원들을 안타까와하며, 또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저녁식사를 위해 함께 식당으로 향한다.

결혼준비를 해야하는 동준 주임, 한창 놀고 공부할 나이의 영탁씨, 그러나, 나나 그들이나 월급을 위해서만 이 일들을 해야만하는 것은 아니니, 그리고 서로에게의 동료애도 있으니, 평안이 스며들기도 한다. 벌써 이러길 5년여 세월이 되어간다.

9시!

언제부터인지 이 시간을 넘기면 무리라는 기준이 나왔는지, 집으로 향할 준비를 하며 오늘 하루의 회사일들을 여운을 남긴채 회사문을 나선다. 푸른언덕

주님, 이렇게 많은 것을 주십니까!

                                           신동신(쌍용교회)

쌍용리 작골에 내려온지 어언 7년 여, 참으로 소중하고 귀한 시간들이었고 많은 것을 가져다 준 세월이었다. 처음 쌍용교회에 총각으로 부임하였을 때 나를 귀찮게(?) 맞아준 것은 고구마 굽는 통으로 사용하면 알맞을 성 싶은 시커먼 교회의 난로였다. 난생 해보지도 않던 새벽기도에 나가서(물론 신학교 시절 기숙사에서 1년 정도는 열심히 했지만) 그 놈과 30분 정도는 씨름을 해야 했다. 불이 잘 붙지도 않는 장작을 그 통에 집어 넣고 연기를 먹으며 도시놈이 불을 지피는 꼴이란···. 서너명 밖에 나오지 않는 교인들을 위해 그래도 따뜻한 기도자리를 만들어 주고자 늘 새벽 잠을 설치곤 하였다. 그럴 때마다 교인들은 장작이 아까와서인지 내 모습이 안스러워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새벽에 좀 추워도 불은 안피워도 된다고 이구동성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어떤 여자 집사님이 일찍 오시더니 앞으로는 당신이 종도 치고 불도 피워놓겠다는 것이었다. 과연 얼마나 할까 의아심도 들었지만 생각이 하도 귀해서 그분께 일단 맡기기로 하였다. 이렇게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그 집사님이 매일 새벽 종을 치게 될 줄이야(지금은 난로불 피우는 일은 안해도 되지만).

오른손이 오그라지고 한쪽 다리가 소아마비이며 두 남매를 데리고 홀로 어렵게 살아가는, 그러면서 굳굳하게 신앙을 지키며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주님의 모습을 보게 된다.

총각으로 교회 지키기를 1년여만에 드디어 총각 딱지를 뗄 수 있었다. 1년 동안 선 보기를 스무 차례. 노총각 장가 보내려고 무척이나 애를 써 주신 수많은 분들께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남편 하는 일에 묵묵히 따라주고 격려도 해 주는 사랑스런 아내. 한밤중에 119, 129, 택시회사, 온갖 곳으로 연락을 취해 보았지만 들어오겠다는 차가 없어서 온양의 장인 장모님께 택시를 타고 오시게 해서 그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가서 어렵사리 분만을 할 수있었던 첫 아들 한솔이. 병원으로 가는 도중 엄마 뱃속에서 머리가 반쯤은 나온 성질급한 둘째 아들 한샘이. 이렇게 사랑스런 가정을 이곳 작골에서 얻게 해 주시다니···.

한 때는 술고래로 소문나서 전임자의 속을 무척이나 썩였던 장로님. 그러나 지금은 목사인 나 보다 더 새벽기도에 열심이고, 가진 것은 없지만 누구보다 땀을 많이 흘리고 악착스럽게 살아가며 동네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는 귀한 분이다.

또한 하루라도 주택에 들락거리지 않으면 몸살이 날 지경인 오 집사님, 날이면 날마다 주택에 먹거리를 챙겨다 주시고 굳은 일은 도맡아 하는 등 정성이 대단하다. 장에 가더라도 목사 먹을 것은 꼭 따로 챙겨서 사와야 직성이 풀리시는 과부 할머니이시다.

어느 누구 하나를 놓고 보더라도 사랑과 정성이 가득한 믿음의 식구들이다. 주님, 이렇게 많은 사랑의 선물을 주시다니요.

이제는 빚진 자의 심정으로 소외된 농촌에서 땀을리며 귀하게 살아가는 사랑스런 이들을 위해 사랑으로, 기도로 하나 하나 갚아 보련다. 푸른언덕

     외국인 노동자

                              박청용(동성교회)

주말 오후에 경기도 광주 읍내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여기 저기에 서성거리기도 하고 쇼핑을 하기도 하고 자기들 끼리 무리를 지어 다닌다. 점차 이들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슬슬 말을  걸어  본다. 외국인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대화에 응해온다. “어디서 왔냐?” “한국에 온지 얼마나 되었냐?” “하는 일은 어렵지 않냐?” “임금은 얼마나 받냐?” 

주로 이 지역에는 필리핀,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이란 사람들이 들어와 작은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은 거의가 다 관광비자 등으로 들어와 출국기한을 넘기고 불법취업을 한 상태이다.

이들은 지역 경찰은 무섭지 않은데 김포 사람들은 무서워 한다. 김포 세관원들에게 걸리면 강제출국 당해야 한다며 이것만은 불안해 한다.

불법 취업한 상태이지만 외국인 특유의 여유와 낙관적인 기질을 갖고  생활한다. 한국에 들어온지 1-2년 정도가 보통이었다. 외국어 습득 능력도 뛰어나 웬만한 한국말은 잘들 한다. 잔업과 특근을 하면서 받는 급여는 월 50만원 안팍이었다. 개중에 목장에서 일하는 친구도 있었는데 월 70만원까지 받았다고 한다. 주로 20대 중반의 결혼 안한 젊은이들이었고 가끔 결혼한 친구들도 있었다. 우리 교회를 방문했던 한 외국인은 교회 사무실의 반도 안되는 곳에서 6명이 칼잠을 자면서 비좁은 곳에서 산다고 했다.

7월 무더운 어느날 25살 먹은 스리랑카 사람 프란시스에게 전화가 왔다. 한국말 영어를 섞어서 말하는데 뭔가 큰 일이 난듯 하였다. 지금 곧 우리 교회로 오겠단다. 잠시후 택시를 잡아타고 4명이 나타났다. 오자 마자 씩씩 거리면서 “Big Problem!” “사장님 Bad man!”. 알고 보니 4명의 월급 200만원을 떼어 먹고 사장이 도망을 갔단다. 사장을 찾으려해도 이들은 사장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 유일하게 아는 것은 그 집 전화번호, 그러나 그 전화 번호도 곧바로 해지된 상태였다. 난감하였다. 사장을 찾으려 아무리 애써도 어려웠다. 애써 일한 돈을 떼어먹힌 분노감으로 표정은 굳어져 있었고 당장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알아보다 알아보다 안되어서 결국 아픈 마음으로 포기하고 말았다. 서글픈 표정으로 이들은 다른 일감을 찾아볼 수 밖에 없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어떻게 도울까 하다가 이들을 위한 시간을 마련하였다. 주일 오후에 교회에 모여서 한국어도 배우고 서로의 문화를 나누기로 하였다. 그리고 컴퓨터를 익히고자 시도를 하였다. 무척 서툰 솜씨로 자판을 두드리는 모습이 쉽게 배울 것같지 않았다. 생활이 불안정한 탓에 모이는 것 자체가 힘들기도 하고 당장 돈벌러 온 이들에게 이런 시도들이 너무 사치스럽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좀 더 풍성한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작은 일들을 계속 시도하여 나갈 예정이다. 푸른언덕

수련회를 다녀와서

                  류현숙(선장교회 고등부)

아침부터 가랑비가 오고 있었다. 교회에 모여 다같이 기도드리고 짐을 한데 모아 곧 떠날 준비가 다 되가는 중이었다. 그리 멀지 않은 어느 호젓한 작은 섬에 가기위해 오목조목하게 계획을 다 짰는데 태풍에 관한 일기예보로 인해 갑작스레 수련회 일정이 바뀌어서 들떠있던 모습은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교회를 나오며 빗속을 걸어내려오는 우리들의 어깨엔 솔직히 기운이 빠져 있었다.

출발하고 나서 우리들 모두 주님께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나보다. 서로에게 “기운내자! 기쁜맘으로 가야지” 하는 말이 오갔다. 창밖에는 비가 제법 굵어져서 내리고 있지만 이제 아랑곳하지 않는다. 우리가 향하는 곳은 할렐루야 기도원이었다. 2시간 남짓해서 도착한 것 같다. 제일 먼저 간 곳은 식당이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교회 수련회로 온 여러 학생들로 식당안은 가득차 있었다. 그리고 성경말씀 몇 구절을 각각 벽에 붙여 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 저절로 그것을 하나하나 보던 우리들의 시선은 어느새 식당 안을 한바퀴 다 둘러본 셈이다. 드디어 점심식사가 다가왔다. 마치 고무줄같이 질기고 굵은 국수였지만 정말 감사히 맛있게 먹었다. 급식을 위해서 수고해 주시는 분이나 설겆이 하는 학생들이나 한결같이 밝은 모습이었다.

우리는 목사님이 자리를 함께 해주시는 가운데 첫 예배를 드렸다. 우리 중·고등부 학생들이 이런 기회를 통해 주님을 만나뵙고 예수님을 믿는 진정한 자녀들로 하나가 되어 내일의 선장교회를 이끌어갈 주인의식을 찾는 것이 함께 꼭 구하고 얻어야 할 과제였다.

2박3일 동안 머무를 숙소에 찾아갔다. 그때서야 이 할렐루야 기도원이 굉장히 넓게 자리잡아 있었고 거의 산의 중턱에 있어 좀 가파른 형태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하늘과 산봉우리가 맞닿을 듯이 마주하고 있고 저쪽 아래를 내려다보면 길건너 우리 동네처럼 작은 마을과 논과 밭이 펼쳐져 있어 별로 낯설지가 않았다. 오히려 풍경화처럼 포근할 정도다. 교회 학생 수련장으로 만드느라고 길을 닦고 새로 마련한 수련장이나 농구장을 보면서 이분들의 노고가 눈에 선히 보였다. 그런데 어찌 우리가 그냥 헛되이 수련활동에 임할 수 있겠는가?

비가 오긴 했지만 모두가 수영장에 들어가 마음껏 즐겼고 성경공부시간에는 조별로 앉아서 지도교사님의 말씀을 들으며 성경말씀을 배웠다. 옆방에서 들려오는 찬송을 들으니 정말 평화롭고 즐거웠다. 우리도 찬송을 부르고 있지만 내가 과연 맘과 입을 한데모아 주님께 부끄럼없이 부르고 있는 것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주었다. 그들의 진정과 신령을 다해서 찬송하고 기도하고 또한 연극하는 아름다운 신앙생활에 우리 교회 학생들은 깊은 은혜를 받았고 본받기를 원했다.

우리 교회 학생들도 열심히 기도하는 자매들이 있었다. 그 자매들의 정성과 겸손한 마음에 주님은 기뻐하셨으리라 믿고 그들에게 주님께서 은혜 더욱 주셨으리라. 하룻밤이 다 지나고 해가 뜰 무렵에 밖에 나와보니 비가 완전히 그쳐있었다. 맑고 고요한 아침을 주님께서 허락해 주심이 분명하다. 이튿날에는 매일 하게되는 일정과 거의 모든 것이 익숙해져 있었다. 심지어는 식당과 숙소를 오가는 가파른 언덕길도 식사후엔 소화가 저절로 되는데에 익숙해졌고 식사 때마다 방송해주는 여자분의 목소리도 귀에 익었다. 수련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교회와 새로 오는 여러 교회로 붐비어 할렐루야 기도원은 여름에는 학생들이 끊이지 않는듯이 보였다. 때때로 우리가 자기만을 생각하고 협조하지 않은 경우도 결코 적지 않았다. 기도와 찬송을 게을리 하거나 정성되게 하지 못했던 적도 많았다. 이런일들을 지도 교사님은 안타깝게 여기시고 우리들의 지혜롭지 못함을 꾸중하셨고 우리들의 잘못을 하나님께 사죄하고 기도해 주셨다. 그러고 나서 우리들에게 “너희들이 스스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회개와 기도를 한 다음에 모여서 같이 기도하자”라고 권하셨다.

우리들은 깜깜한 밤이었지만 우리의 잘못을 조금씩 뉘우치고 있었기에 조용히 무리를 지어 밖으로 나갔다. 성전이나 기도실에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와서 기도를 열심히 하고 있었기에 기도하기에 마땅한 곳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주차장 근처의 길가였지만 수건을 깔고 모여 앉아 마음을 가다듬고 우리들끼리 기도를 시작했다.

주님께 지은 죄를 용서받고 주님을 진심으로 사모하는 저희들 될 수 있도록 간구드렸던 것이다. 다시 안으로 모여서 우리들은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서로를 위해서 기도해 주자고 다짐했다. 우리 형제 자매들은 작은 눈물을 흘리며 기도에 전념했다.

어느새 마직막 사흘째가 되어 이 기도원 원장님을 뵐 수 있는 영광이 주어졌다. 김계화 원장님의 설교말씀은 그야말로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귀중한 설교시간이었다.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가시다”라는 내용으로 바로 “우리가 있는 이 할렐루야 기도원의 성전 안에 주께서 오셨다”라는 말씀이 깊이 와 닿았다. 또한 원장님의 말씀에서 “우리는 주님의 참 자녀로 주님의 영광만을 나타낼 수 있도록 크게 자라야 한다”는 말씀이 내게는 새로운 희망과 꿈을 안겨주었다.

사흘간의 수련회는 이렇게 마쳤지만 내가 배우고 체험했던 일들을 그냥 이 시간에서 끝낼 것이 아니라 이번 수련회를 통해 얻은 것을 토대로 주님을 바로 알고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면서 살아가며 나의 신앙생활에 큰 지름길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나는 어릴적 엄마와 함께 교회에 다녔었으나 교회를 안다니시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잦은 다툼으로 언젠가부터 어머니는 교회에 못나가셨다. 그래서 나도 오랫동안 주님을 잊고 세상속에서 살아왔다.

어머니께서는 교회에 못나가셨지만 매일같이 기도하셨고 언제든지 하나님께서 능력으로 다시 교회로 나오게 인도하여 주실 것이라고 믿고 계셨는데 마침내 하나님은 어머니와 나를 교회로 인도하여 주셨다.

난 이번에 교회 학생수련회를 처음 온 것이어서 나에겐 귀중한 첫걸음이 된 셈이다. 또한 내가 기독교 학교에 다니는 것이나 교회에 다시 불러주심은 다 주님의 뜻

이요, 주님이 항상 함께 계셔서 인도해 주시는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아직 하나님을 알지 못하고 믿지 않는 아버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을 하나님께서 인도하여 주실줄 믿는다. 아직 어리고 부족함이 많은 나이지만 앞으로 나의 가족뿐만이 아니라 내 이웃, 우리 교회, 우리 사회를 위해 진심으로 기도드리겠다. 모두가 주님을 믿고 주님 말씀대로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미흡한 글이지만 읽어주실 분들께 감사드리며 마침표를 찍는다.   

                                           푸른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