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박흥규 목사님

매우 무더운 혹서입니다. 각별한 은혜와 위로중에 고당의 청강과 복된 소식 전하시는 일에 건승하시기 비옵니다.

아주 내용이 충실해진 “푸른언덕 59호” 감명깊이 배웠으며 특히 “일과 신앙의 조화된 살아 숨쉬고 생활과 사실로 뒷받침하는 푸른언덕의 신학의 방향과 사실 그리고 내용이 조금씩 여물어 감을 느낍니다. 말씀대로 우리 백 사람이 한 걸음씩 신앙과 사랑과 진실로 전진하게 되기를 비옵니다. 고루 문안 드리오며 거듭 건승을 비옵니다.

          94.7.13 주옥로 드림.

           2

朴兄!

입이 있어도 할 말을 찾지 못하고, 구멍난 가슴에 바람이 허전하게 붑니다. 사모님의 부음을 “푸른언덕”에서 읽고 알았습니다. 朴兄의 결혼 때 朴兄은 저에게 축혼가(祝婚哥)를 부탁하셨지요. 그래서 저는 난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축혼가를 목청 돋우어 불렀지요. 군산에서였죠? 저는 그날 사모님을 처음 뵈었었고 내심, 조용하고 따뜻한 분이라는 인상을 가지고, 朴兄에게는 축복이라고 생각했었지요.

아들 박철 군의 “어머니를 그리며”라는 추모의 글이 가슴을 울리는 군요. 무슨 말로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아내가 아직 살아있는 저의 입장이 朴兄 앞에서 공연히 송구스러워 집니다. 어찌 저같은 입장의 사람이 朴兄의 아픔을 이해할 수나 있으랴 하는 생각때문입니다. 다만 50이 넘어 어머니를 작년에 여윈 터라, 박철 군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을 뿐입니다.

朴兄.

신학생 때 인상깊던 朴兄을 되그려내며, 이러한 어려움도 잘 이겨내실 분이라는 믿음만 가집니다.

朴兄, 잉크가 얼어붙는 교회당에서 Paul Tillich를 읽고 끼니를 굶고도 책을 사시던 朴兄이 뜻이 있어 농촌목회를 택하시고 농민들의 아픔과 진실을 사랑으로 가슴에 품고 사는 生命있는 信仰을 해오시는 모습을 존경합니다.

“푸른언덕”을 통하여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있습니다. 저의 삶을 부끄러워 하기도 합니다.

용기를 잃지 마시고 건강하십시오.

     94.7.22 교제 이은철 올림.

           3

존경하는 박흥규 목사님.

······

조규백 목사 집에 오신날 밤, 목사님은 정말 어깨가 많이 내려 앉으셨더군요. 사모님을 잃은 맘을 어깨가 먼저 말하더군요. 이상했지요. 전엔 사모님에 관한 이야긴 안하셨지요.

··· 간성에서 있었던 목사님의 일들을 신나는 내 일처럼 후배들과 이야기 할 때마다 쉽지 않은 무용담을 모두 인정하고 대단한 양반이라고 말하던 그 목사님의 무너지는 것 같은 어깨 때문에 전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조규백 목사와 나중에 한말! “박흥규도 옛날같지 않지?”

전 목사님이 아내 때문에 가슴아파하는 모습을 실상 보고싶었습니다. 일전에 어느 미국에 있던 사람이 목사님댁에 찾아왔다가 집에서 한 모습을 보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민중운동가란 사람이 아내에게 그렇게 대한다고?”라며 슬쩍 지나치며 우스게 소리를 한 게 생각납니다.

그 때 그렇게 생각했지요. 민중운동을 할 때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을게다. 고정된 교회조직에 익숙할 수 없고, 많은 사람을 발로 찾아다니며 구령하려는 이 일이 가정안에서 좋은 남편노릇하기 힘들게다. 쉽지 않은 좁은 길을 선택해 왔던 목사님에 대한 선망. 또 한편으로는 그 불굴같은 의지를 언제 꺽여 보여주실텐가 하는 기대(?). 못된 후배들은 목사님의 꺽인 어깨를 보고 싶어 할 겁니다.

그날 처음 목사님 쳐진 어깨를 보면서 전 박수를 친 못된 후배였지요. 쉬어 돌이켜 보지 않고 쭈그러진 가방에 녹음기와 사진기를 들고 바삐 어디론가 나설 채비를 하실 목사님의 신발을 숨겨 놓은 것 같은 심정이었지요. 이미 고인이 되신 사모님을 외람되게 할 생각은 아닙니다. 본디 자상하셨지만, 쳐진 어깨 때문에 더 친근했습니다.

그날, “이젠 쉬셔야지요.” 하는 말이 생각났지만, 삼켰습니다. 아마 적절치 않은 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젠 새로 하셔야지요!” 이 말이 더 적절했기 때문에 일겁니다.

목사님의 쳐진 어깨가 우리 후배들에게 더 힘을 줄겁니다. 감정같은 아픔 때문에 실망도 하시는구나. 아내를 잃은 일이 저의 삶을 무너지게 하는구나. 그날, 마음 깊이 아내를 사랑한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저에게 그랬지요. “경철아, 아내에게 잘해 주어라.”

굽힐줄 모르고 투쟁하던 우락한 삶보다 전(全) 삶의 무게를 아내와 바꿀 수 있는 목사님이 저흰 더 좋습니다. 박목사님 언젠가 한번 우리 사랑이야기 해볼까요.

전 7월 중순에 대대리에 가려고 합니다. 그때 간성에 조권사와 박혜성등과 만나 푸른언덕 9월호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하려합니다. 강릉에 누가 계신다던데 그분과도 날짜를 잡아 원고와 대담을 하려고 합니다. 아직 구체적인 주제는 못정했어도 지난호 목사님 글을 새삼 읽어보고 있지요.

곧 원고를 정리해서 8월 초엔 목사님께 드려야겠다고 생각하는데 목사님께서 9월 특집 내용에 대한 조언과, 과정을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

건강하세요.

          94.7.1. 최경철 올림.

           4

흥규 형님께

······

그렇습니다. 형님은 행복하십니다. 섬세한 감정과 마음속 깊이 어려있는 애정을 도도하게 추모하는 그 모습을 저는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잔잔한 사모함과 추모를 받으시는 형수님은 비록 이 땅에서 가셨으나 행복하십니다.

이미 인간성의 상실을 집단적으로 경험했고 사회구조 속에 살아남기 위한 명분을 위해 아무런 가책없이 적절하게 상업화된, 서글픈 현실에서 형님은 하나의 인간으로 몸부림치며, 적당히 변신하여 살아가는 지혜조차 소유하지 못한 딱한 형님을 보았기 대문입니다.

언젠가 저는 학생들과 함께 고아원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 다음 해에는 그 자리가 정신박약아를 수용하는 곳이 된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때, ‘정박아들이 고아보다는 덜 불행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정박아는 저들 스스로가 정신박약이라는 사실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시대는 모두가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진정한 아픔을 잊고 살아가려고 애쓰는 것 같습니다. 이미 교리, 물질, 권력에 깊이 오염되어 감각을 잃어버린지 오래된 정신박약아, ‘정박아 만들어 주는 소개소’, ‘함께 정박아 되기’.

형님은 이런 틈바구니 속에서 외로운 고아로 살아 남기를 고집하는 분이 아닙니까?

······

어서 빨리 형님의 힘찬 얼굴을 보기를 원합니다. 평안하십시오.

            94.8.5. 규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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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지출 내역을 알려드립니다.

   수입총액 191만원

   지출총액 185만원

   전월잔액  12만원

   잔    액  18만원

                    지출내역

                사회선교  40만원

                농촌선교  20만원

                출 판 비 110만원

                사 무 비  15만원

                   계    185만원 

푸른언덕은···

여러분의 ‘말모음’과 ‘물질모음’으로 만들어집니다. 여러분의 살아있는 말은 푸른언덕이라는 소책자로 모아지고, 여러분의 정성스런 물질은 푸른언덕 책자를 만드는데 일정정도 쓰여지며 그 외에는 모두 ‘사회선교’를 위해 쓰여집니다. 큰 액수는 아니더라도 많은 분들이 참여한다면 물방울이 강물이 되듯이 보다 많은 이웃이 근심을 잊고, 웃음을 찾는데 일조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여러분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발행인/ 박흥규

    발행처/ 푸른언덕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