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돌교회 이야기

                      조규백(산돌교회)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서 보면 장꾼들이 봉평장을 기피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는 봉평 사람들은 가난해서 물건이 잘 팔리지 않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면소재지에도 시외버스가 들어오지 않는 것을 보면 이 지역의 가난함을 알게 해 준다.

이 곳 무이리는 봉평에서 3-4km 떨어진 곳으로 하루 시내버스가 두 번 들어오는 것을 제외하면 대중 교통수단이 전혀 없는 곳이기도 하다. 2년전 무이리 마을까지 도로포장이 되고 올해 초까지 둔내로 넘어가는 태기산 고개가 포장이 되면서 차량 통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현재에는 영동고속도로가 통행량에 있어서 한계를 보이면서 이 곳 무이리를 통과하는 차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무이리 마을은 해발 600-1,200m에 이르는 고냉지역이다. 옛날에는 감자와 옥수수, 메밀 등 식량작물이 주종을 이루었다하나 10여년 전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과학영농(화학농법)으로 채소작물(무우, 배추 등)이 주종을 이루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현재 국민학교가 하나 있는데 예전에는 수백명의 학생들이 있었으나 지금은 50여명을 밑돌고 있는 추세이고 올해 입학생은 두명에 불과하다 하니 농촌의 어려운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 지역이라 할 수가 있겠다.

산돌교회는 1986년 5월 18일 창립되었는데 가정예배로부터 출발하였다. 그 이전에는 봉평에 있는 봉평교회를 걸어서 다녔었는데 작년 12월 소천하신 고명균 목사(당시 95세)가 봉평교회 한저호 목사에게 교회개척설립을 권고하여 무이리교인들을 중심으로 교회를 개척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당시 양정욱 전도사를 모시고 교회가 출발되었는데 이때 교인은 어린이를 포함해서 30여명 정도였다. 가정집을 2번 이사하며 예배를 드리다가 서울 동성교회와 인연을 맺게 되어 동성교회의 지원으로 땅을 구입하게 되고 88년 현 교회터에서 기공예배를 드리게 되며 88년 12월 18일에 조립식 교회건물 38평을 완성하여 입당예배를 드렸다. 농촌교회의 어려운 현실속에서 양전도사는 1989년 12월 18일 철원 민통선 안에 있는 통일촌교회로 떠나가게 되고 후임으로 조규백 전도사가 부임하게 된다.

농촌교회의 현실은 농촌현실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정부의 농업정책부재로 나타난 현상은 가히 절망적이라 할 수가 있다. 한해 1,000명이 넘는 농민이 자살해 죽는가 하면 평균 50여만명이 농촌을 떠나고 있는 것은 한 사회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고도 남는 것이다. 생태학자 오덤은 도시와 농촌을 기생충과 숙주(宿主)로 비유해 균형있고 건강한 사회의 유지는 공존공생에 의해 가능하다고 말했다. 뿌리없는 줄기가 있을 수 없고 줄기없는 꽃이 있을 수 없고 꽃없는 열매가 있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자동차 팔아 농산물을 사다 먹어도 상관없다는 정부의 농업관계자들과 대기업의 논리는 민족의 장래와는 무관한 사고들인 것이다. 이들은 농업을 상업적 가치로 따지지만 농업이라는 것은 그것이 지니는 사회의 공익적 측면이라든가, 문화의 보존, 환경생태학적인 측면등으로 총체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식량이 갖는 안보적 측면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해 왔다. 식량을 외국에 의존했을 때 나타난 결과를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옛 로마가 그랬고 구 소련이 그랬다. 현재 우리의 식량 자급율이 30%를 밑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인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농업경시정책이 국민의 올바로 알 권리를 무시하고 지금은 농민들 마저도 자식에게는 도저히 되물림해서는 안되는 것으로 농업을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천년을 지속해온 농업의 위기인 셈이다. 농촌, 농업, 농민의 위기는 바로 농촌교회의 위기로 연결된다. 이농현상은 농촌교회 교인의 감소현상을 가져왔고 계속해서 미자립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의 요인이 된 셈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농촌, 농촌교회는 한 사회, 교회에서 있어서 어머니, 즉 생명의 모태가 되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농업, 농촌, 농민, 농촌교회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온 국민, 온 교회의 문제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산돌교회는 현재 이러한 일들을 하고 있고 앞으로 더욱 발전시킬 계획이다. 그것은 교회공동농사, 유기농업의 보급(농민교회), 직거래 운동, 여름수련회의 농촌활동으로서의 전환등이다.

처음 공동농사를 구상하게 된 것은 90년 초의 일이다. 재정자립이 어려워 도시교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산돌교회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자립선언을 공동으로 하고 물질의 십일조가 불가능한 가운데 몸으로 십일조를 하기로 결의한 후 한 해 힘들여 농사를 지었다. 여름철 바쁠 때는 공동농사밭인 어울림터에서 주일예배를 드리며 일하기도 하고 너무 힐들 때는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기도 했다. 이렇게 공동농사를 하게 되었고 이것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교회가 교회답게 하는 데 일정 정도 기여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다. 다만 매년 땅을 빌려서 농사해야 했으므로 땅에 대한 임대료 부분과 매년 같은 땅을 농사하지 못함으로 마음으로만 있었던 유기농을 할 수 없었던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었다.

앞으로의 과제는 땅을 공동으로 구입하는 문제인데, 올해는 1,000평 구입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이 곳 농사지을 수 있는 땅은 평당 15,000원인데 1,500만원을 자체 모금을 하고 외부 모금도 할 생각이다.

둘째로, 유통구조의 불합리성에서 오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직거래 활동을 구상하게 되었다. 90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교인들의 농산물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농산물을 도시교회와 직거래를 함으로써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생산자는 좀 더 받고 소비자는 좀 더 싸게 먹을 뿐만 아니라 농촌, 도시교회가 그리스도 안에서 연합하여 선을 이루는 일들을 만들어 보려고 노력은 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가 아직도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셋째로, 산돌교회를 중심으로 농민들을 위해 매년 겨울철에 농민교실을 실시하여 농민의 살 길을 함께 고민하고 기도했으며, 특히 이 가운데 유기농의 보급은 하나의 성과라 할 수있다. 현재 대부분의 농민들이 하는 농업방식은 화학농법(일명 과학영농이라고도 함)인데 6,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농업방식은 그간 사람뿐 아니라 땅을 황폐화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는데 앞으로는 생명살림의 운동 차원에서 유기농이 권장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현재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농업부문은 세계 농업흐름의 거대한 두 갈래, 즉 가족영농과 자본가가 경영하는 기업영농의 경쟁에서 기업영농의 승리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러한 영농방식은 석유산업이 생태계를 파괴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듯이 죽임의 문화형성에 기여할 것이므로 이것에 대항하는 의미뿐 아니라 살림의 문화건설이라는 측면에서라도 유기농을 대안농업으로 권장하여야 하리라 생각한다. 지금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우르과이라운드 협상 타결로 더욱 위기에 내몰리게 된 한국의 농촌현실 속에서 소극적이긴 하지만 그나마 하나의 대안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산돌교인이 중심이 되어 이곳에 몇 가정이 올해부터 유기농공동체를 만들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넷째로, 연례행사로 진행되는 여름수련회에 대해 산돌교회는 교회를 수련회 장소로 제공하고 수련회 내용의 일부를 농촌봉사활동을 하게 함으로써 수련회의 내용을 보다 풍성하게 하는 데 기여했다. 이것은 삶으로 신앙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되며 앞으로 교단 차원에서 장려해 볼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진정한 쉼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것은 자연과의 교접(자연과의 노동)에서 오는 것이다. 나는 지금 통나무 집을 하나 짓고 있는데, 이 일은 나에게 새로운 삶의 힘을 제공해 준다. 이 일의 동기는 이렇다. 하늘을 날으는 날짐승도, 땅에 사는 짐승들도 모두들 자연의 섭리에 따라 제각기 먹고 사는데 유독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만은(아주 적은 목수들은 제외) 남이 지어준, 그래서 자신들의 집과 일체감을 누리지도 못하면서 산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자신의 손으로 집을 지어 살 수 있으리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집 짓는 일을 시작하였다. 아무튼 일을 해 보고 가능하면 직거래 등을 통해 자기들의 노동이 스며있는 식물을 먹을 수 있다면 참으로 기쁜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창의 사마리아  사람, 김원선  

                                  이헌(수동교회)

예전에 서울이라는 도시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이 있었는데 ‘눈감으면 코 베어가는 곳’이라는 것이었다. 요즘 농촌을 어떻게 표현할까? 벌건 대낮에 수많은 사람앞에서 강도만난 곳이라 얘기하며 맞으리라.

농민은 강도만난 사람들이다.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그 누구 하나 온정의 손길조차 느끼지 못하는 철저히 털린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 자신도 강도를 만났음에도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을 자처하고 살아가는 사람을 난 보게 된다.

올 해 30살. 많은 농촌의 남자들처럼 그도 역시 장가를 가지 못했다. 고추농사와 배추 그리고 양봉 등 몇가지 일로 무척 하루하루가 바쁘다. 그러나 그 바쁜 와중에도 그는 평창군 농민회 사무국장이라는 무거운 직책을 가지고 있다. 어디 직책만 가지고 있는가! 직책에 맞게 삶의 많은 부분을 농민의 권익 보호와 농업대개역에 할애하고 있는 그 이다.

김원선. 군 농민회의 살림꾼이자 대변인, 농민회의 통로이다. 올 해 고려대, 덕성여대의 농활을 잘 지도하고 진행했으며, 안타깝게도 고대생 어린 1학년 학생이 물에 빠져 죽었을 때 밤을 새워가며 시신을 찾고 그 장례까지 도맡아 치뤄낸 사람이다. 하루종일 농사일에 매어달리다 또 밤늦게 열리는 회의차 3시간 거리의 춘천을 도깨비처럼 갔다 새벽에 집으로 귀가하는 철의 농민이다.

몇주전 난 그의 집에서 이상하게 생긴 개를 하나 발견하고 운좋게 얻어올 수 있었다. 그가 왈, “저 개는 도대체 농업적 관점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밥만 축내고···” 그 개는 서양개의 일종인데, 돌아오는 차속에서 ‘그럼 난 왜 농업적(생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짐승을 가지고 오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목회자는 역시 생산적이지 않아서 그럴까?···

그가 요즘 힘들여 하는 일이 하나 있는데 집을 짓는 일이다. 이젠 거의 완공단계에 있는 집인데 80-90%를 혼자서 했을 정도다. “사람이 자기 살집은 한번 지어보고 살아야죠” 그의 말이다.

그를 지켜보면 사람이 성실하면 얼마만큼의 일을 할 수 있는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많은 농사일, 관들과의 견제, 가정을 책임진 가장, 새마을 후계자, 지역 마을의 일, 농민회의 감초···

이젠 그는 지역에서 배추가 100원의 보상을 받고 갈아 엎어도 분노하지 않는다. 올 해처럼 배추밭 하나로 빚을 다 정리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져도 별로 놀라지 않는다. 다 도깨비의 장난일뿐, 지금의 미래는 장미빛 꿈이라고 생각한다. 현 정부의 농촌에 대한 <사고의 틀>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농작물의 똥값과 금값의 차이는 없다라고 생각하며 요행으로 <사고의 틀>이 바뀌길 바라는 맘 보다도 농민의 힘으로 장가못간 총각 농민의 손으로 그 사고를 뜯어고치려 맘 한구석 단단히 다독거린다.

  평창 농민 김원선. 농업적 즉 생산적이지 못한 것은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사는 사람이다.

요즘 동네에 휴가를 온 사람들이 고추밭에 들어가 밑둥치의 고추를 모조리 따가고, 그 골마다 똥을 싸 놓아도 약통들고 들어가질 못하겠다는 동네 아저씨의 분노어린 얘길 들으면서, 도대체 어떻게 한 하늘 아래 이렇게 ‘금’같은 사람과 ‘똥’같은 인간들이 함께 존재하는지 모를 일이다.

강아지를 어린아기 품에다 안듯이 안고선 골짜기 골짜기 마다 울긋불긋 텐트를 친 사람을 나무라진 않는다. 적어도 그들이 철저히 신념으로 삼고 있는 방법으로 농작물을 사먹어야 될 것이 아닌가! 아마 농촌은 아무나 찔러 볼 수 있는 개차반 같은 곳으로 그간 인식이 되어 밭에 널려 있는 농작물들도 아무나 집어 먹어도 나무랄 이 없는 것들로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아무래도 목회자인 나보단 그가 훨씬 성서적이다. 난 수확이 끝난 배추밭 머리에 검은 승용차를 대놓고 열심히 뜯어가는 도시 사람을 보면 은근히 부화가(심술이) 나는데 지켜본 바, 그는 아무런 동요가 없다. 나눔에 익숙해서 이리라.

그는 “바쁘죠?” 하는 물음엔 언제나 “별로요”라고 대답한다. 다 아는 걸 왜 묻느냐라는 맘도 있겠지만 난 이상하게도 “요즘 바쁘죠?” 하고 물으면 늘 바쁘다라고 얘기하는 목회자 사회를 떠올린다. ‘강도 만난 곳’ 바로 이 현장을 외면한 교회가, 뭐 그리 바쁠까. 이건 틀림없는 ‘외도’이다. 현장을 외면한 교회. 이는 레위인이요 제사장이다.

베고픈 사람이 굶는 사람의 심정을 안다 했는가? 김원선, 평창을 지키는 농민 김원선은 떼 강도를 만난 농민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담담히 파수꾼으로 나서길 주저하지 않는다. 우뚝 우뚝 솟은 주위 교회의 아무런 도움 없이 그는 진정 하나님의 파수꾼으로 그 일터를 가꾸고 있다. 교회가 한 달란트를 땅에 파묻을 때 그는 하루 24시간을 쪼개고 쪼개 받을 달란트를 열심히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다. 푸른언덕

농촌 봉사활동  그 뒷이야기

지난 8월 첫째주, 둘째주 두주간 동안 저희 단비교회에는 뜻깊은 행사들이 이어졌습니다. 도시교회에서 저희 교회가 있는 지역으로 농촌봉사수련회를 온 것입니다. 서울에 있는 은평교회와 종교교회 청년들입니다. 한 교회는 30여명의 청년들이 6일동안, 다른 한 교회는 25명 정도가 4일동안 이곳에 와서 동네의 주민들의 일손을 돕고 돌아 갔습니다.

이 행사는 재작년부터 세번째 연속 치뤄지는 행사입니다. 종교교회가 연속 3년째 이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은평교회 역시 앞으로 지속적으로 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년 도시교회에서 치루는 여름수련회가 관습을 깨고 봉사수련회 성격을 가지고 새롭게 시도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것이라는 소감을 행사를 직접 치뤄본 경험에 비추어 갖게 됩니다.

논과 밭에 나가서 노인들과 더불어 그 무더운 여름 땀을 흘리면서 청년들은 새로운 도전을 받고 돌아갑니다. 또한 수련회를 주선해 준 농촌교회에게도 적지않은 소득이 있습니다. 늘 시간이 부족하고 형편이 안되어 만남을 가질 수 없었던 주민들과 청년들의 수고를 통해서 교회와 만날 수 있게 된다는 것 그것입니다. 이 봉사를 통해 주민들이 교회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흐뭇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일을 거들어드린 집의 아주머니들의 풋풋한 사례가 흥미롭습니다. 집에서 기르는 토종닭을 통째로 여러 마리를 보내주셔서 한밤중까지 잡는 소동이 벌어지고, 집에서 기르는 과일등을 싸 오시거나 어떤 분은 마늘 한 접을 들고 찾아 오시고 이것 저것 없는데서 감사의 표시를 하느라 애쓰시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저는 이런 일들을 보면서 역시 이곳 농촌에서 가난한 생활을 해 나가시는 분들의 모습이야말로 예수께서 찾으시던 복있는 마음 가난한 이들이라 생각해 봅니다. 수련회가 끝난 뒤에도 제가 동네에 나가면 주민들의 인사를 받느라고 바쁠 지경이었습니다.

수련회가 끝나는 날 저녁에는 마을 잔치가 있었습니다. 아직 교회에 나오시지 않는 동네 어른들께서 과연 몇 분이나 오실까 하는 걱정이 앞섰는데 놀랍게도 동네의 어른들이 거의빠짐없이 찾아오셨습니다. 장구, 북소리에 맞춰 흥겨운 소리 한마당이 벌어지고 청년들이 준비한 순서에 따라 오랜만에 맛보시는 잔치분위기에 흥겨워 하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는 이렇게 성황리에 치뤄지는 마을잔치를 보면서 교회가 먼저 마음문을 열고 주민들의 세계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 선교의 지름길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성육신의 사건을 벌여나가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 본다면 농촌봉사수련회는 그 뜻에 걸맞는 행사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더 많은 지면을 활용해서 수련회를 치루는데 필요한 세부적인 지침들을 실어 농촌교회와 도시교회로 하여금 여름행사를 봉사수련회로 계획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했으면 좋겠으나 여기서는 수련회를 다녀간 청년들이 남긴 뒷 이야기를 끝으로 대신했으면 합니다.

“처음와서 그런지 뭔가 겁이 났었는데 지금 생각엔 누구에게나 권장해 주고 싶은 교회행사였다. 일반 수련회보다 얻은 것이 많은 듯하고 보람도 컸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라는 말씀이 갑자기 생각납니다. 그동안 모든 걸 너무 쉽게만 생각하고 쉽게만 손에 넣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많이 듣던 농민, 민중, 노동, 어색하게만 그리고 조금은 천한 일이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있었어요. 지금은··· 인간의 가장 근본이며 솔직한 모습이 노동, 노동하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앞으로 농촌목회를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이곳에 와서 저의 생각과 계획을 구체화 할 수 있어서 참으로 좋았습니다.”

“이제는 조금 자신감이 생긴다. 내 인생에 있어서의 큰 결단의 시간을 앞당길 수 있을 것 같다. ··· 천안 단비교회 이곳은 내가 도전 받을 수 있고 깊이 절망할 수 있는 교회인 것 같다”

“우리의 신앙생활이 언제부터인가 절름발이가 되어가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 정작 신앙을 실천해야 할 곳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면의 눈길을 보내고···”

“언젠가는 저 역시도 도시를 떠나 시골의 여유를 가슴에 안고 살텐데, 땀을 흘리며 수고하는 모습처럼 값진 것은 없다 생각되었습니다.”

“비록 교인은 아니셨지만 많은 분들이 교회에 호감을 가지고 계셨고 머지 않아 많은 분들이 주일을 단비교회에서 보내리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직접 농민들과 부딪히며 선교하시는 전도사님의 선교방침을 바람직하게 생각한다. 좀더 적극적인 선교의 계기 마련이 필요할 듯 하다.”

“농부들에게 전달되는 말씀이 부족하다고 생각됩니다. 너무 노인들만 있다고해서 노인 상대하는 식으로 말씀을 전파하시지 말고 어제 보니 40대 또 50 젊은 사람도 있으니 그들을 상대 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이렇게 자주오는 농활팀들을 잘 쓰시기 바랍니다.”

“나의 노력이 하나의 생명을 살리는데 공헌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농사일! 그것은 생명을 일구는 것이다. 그것은 비단 농작물만이 아니라, 우리의 인간성을 회복시키고 형식적이고 메마른 신앙에 생기를 넣어준다.” 푸른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