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5:38-39 "또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으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옳은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며"

마5:43-44 "또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이같이 한즉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니 이는 하나님이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추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려주심이라"

그리고 또한 구약종교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십계명에 관련하여, 어느 계명이 가장 크냐(중요하냐)는 한 율법사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십계명에 대한 영적 해석이라고 볼 수 있는 신명기 6장 5절의 말씀을 인용해서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희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도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였으니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다"고 대답하셨다. 뿐만 아니라 예수는 제자들에게 자신은 오직 한 가지 계명 곧 새 계명을 준다고 다음과 같이 말씀했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줄 알리라"(요13:34-35)

위의 말씀들에서 우리는 예수가 구약의 말씀들에 대해 전적으로 새로운 영성적 해석을 가하여 말씀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는 구약성경을 대할 때, 단순히 문자대로의 이해나 수용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가 행한 것처럼 그 말씀들이 지닌 영성적 의미를 찾아내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고 문자대로 따라가게 되면 구약성경에 기록된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를 전인류의 역사나 혹은 전창조세계의 역사와 혼동시킬 수 있으며, 나아가서는 기독교의 유대교화 혹은 유대민족의 종교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점은 오늘날 우리가 구약성서를 대하고 이해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천년 이상의 긴 역사를 지닌 우리 한국 민족이 전 인류의 구원자를 거부하고 배척한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와 전통만을 교회에서 계속 고무찬양만 해서는 되겠는가?

예수의 복음이 지칭하는 "완성"의 대상은 무엇인가? 바로 구약성경의 중심인 율법서와 예언서들이다. 왜냐하면 예수는 내가 율법과 선지자를 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완전케 하려 왔다고 말씀했기 때문이다. 또한 예수의 "완성"의 대상에는 구약성서의 귀중한 부분을 차지하는 지혜서들(books of wisdom)도 포함된다. 구약성경의 지혜서들은 욥기서를 비롯해서, 시편, 잠언서, 전도서, 아가서가 있다. 이 지혜서들은 율법서들과 예언서들 중간에 위치해 있으면서 율법서와 예언서들을 연결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넒은 의미로 보면 이 지혜서들은 예언서(선지서)들 속에 포함시킬 수도 있다. 왜냐하면 예언자들의 중심사상은 하나님의 계명들을 형식적으로 준수하는 일 보다는 하나님과 그분의 뜻(의지)에 대한 깊은 이해(깨달음)와 함께 역사적 현실과 미래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spiritual insights) 곧 영적 지혜(divine wisdom)가 전제되어 있으며 또한 그것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세아 선지자는 제사(예배)보다 여호와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를 아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으며, 아모스 선지자는 번제나 소재보다 공의와 정의를 하수같이 흐르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어떤 의미에서 구약의 예언자들은 고대의 탁월한 영성가들(영적 스승들)이며 동시에 뛰어난 지혜자(현자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여호와를 알자 힘써 여호와를 알자 그의 나타나심 은 새벽 빛 같이 어김없나니 비와 같이, 땅을 적시는 늦은 비 같이 우 리에게 임하시리라....나는 인애를 원하고 제사를 원치 아니하며 번제 보다 하나님을 아는 것을 원하노라(호6:3,6) "

"내가 너희 절기들을 미워하여 멸시하며 너희 성회들을 기뻐하지 아니하니라 너희가 번제나 소제를 드릴지라도 내가 받지 아니할 것이 요 너희의 살진 희생의 화목제도 내가 돌아보지 아니하리라 네 노랫소리를 내 앞에서 그칠지어다 네 비파 소리도 내가 듣지 아니하리라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 (암5:21-24)

이런 의미에서 구약의 예언자들은 이스라엘의 큰 지혜자들(현자들) 곧 영적 대각성자들(great spiritually enlightened persons)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넒은 의미로는 예수 그리스도도 이 전통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또한 구약의 심오한 영성적 종교성을 함축하고 있는 시편과 함께, 잠언서와 전도서는 구약성경의 지혜전통의 핵심 사상을 이루는 것들로서, 여기에는 다분히 동양의 종교와 철학 사상들 즉 힌두교의 지혜전통의 핵심인 우파니사트(Upanishad)와 함께 유불선(儒佛仙) 곧 유교 불교 도교의 지혜 전통과도 깊이 통하는 점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구약성서의 지혜전통의 말씀들은 주로 우리 인간의 일상생활이나 특히 종교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궁극적 실재인 신의 존재를 비롯해서 우주만물의 신비와 실상을 올바로 깨달아 아는 "지혜"(wisdom)와 "명철" 곧 영적 통찰력(spiritual insights)에 있음을 강조해 주고 있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어늘 미련한 자는 지혜와 훈계를 멸시하느니라"(잠1:7)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자를 아는 것이 명철이니라"(잠9:10)

"대저 여호와는 지혜를 주시며 지식과 명철을 그 입에서 내심이여 그는 정직한 자를 위하여 완전한 지혜를 예비하시며 행실이 온전한 자에게 방패가 되시나니"(잠2:6-7)

"지혜를 얻는 자와 명철을 얻은 자는 복이 있나니 이는 지혜를 얻는 것이 은을 얻는 것보다 낫고 그 이익이 정금보다 나음이니라 지혜는 진주보다 귀하니 내가 사모하는 모든 것으로도 이에 비교할 수 없도다....지혜는 그 얻은 자에게 생명나무라 지혜를 가진 자는 복되도다" (잠3:13-18)

구약의 <전도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 한층 더 강하게 이 세상의 모든 일들과 인생들이 하는 모든 일들이 헤아리기 어려운 먼 과거로부터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들로써 무상하고 허무하기 그지없으므로 그것을 잡으려고 목매어 매달리는 일은 인생의 고통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지극히 어리석은 일임을 알려주며, 따라서 그것의 무상함과 허무함을 깨닫고 어리석음과 헛된 욕망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신의 분수와 분복을 깨달아서 자족하는 삶을 살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전도서의 이런 사상은 다분히 동양종교의 지혜전통 특히 불교적 전통과 매우 가까운 측면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구약시대의 지혜자인 한 전도자의 소리를 들어보자.

전1:2-4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해 아래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사람에게 뭇엇이 유익하랴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

전1:8-9 모든 만물이 피곤하다는 것을 사람이 말로 다 할 수 없나니 눈은 보아도 족함이 없고 귀는 들어도 가득 차지 아니하도다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지라 해 아래에는 새것이 없나니

전3:12-13 사람이 사는 동안에 기뻐하며 선을 행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는 줄을 내가 알았고 사람마다 먹고 마시는 일과 수고함으로 낙을 누리는 그것이 하나님의 선물인 줄도 또한 알았도다

전3:19-21 인생이 당하는 일을 짐승도 당하나니 그들이 당하는 일이 일반이라 다 동일한 호흡이 있어서 짐승이 죽음 같이 사람도 죽으니 사람이 짐승보다 뛰어남이 없음은 모든 것이 헛됨이로다 다 흙으로 말미암았음으로 다 훍으로 돌아가나니 다 한 곳으로 가거니와 인생들의 혼(영)은 위로 올라가고 짐승의 혼은 아래 곧 땅으로 내려가는 줄을 누가 알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