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언덕> 식구들에게 

                     장석근(오봉교회)

“<푸른언덕>이 앞으로 어떻게 꾸며져야 좋을지” 한 마디만 해보라는 부탁을 받고, 제게 있던 <푸른언덕> 43-59호까지 찬찬히 다시 살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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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위와 같은 틀 안에서 꾸며지고 있었습니다. 다시 읽어도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삶을 실은 내용들이었습니다. 58호부터는 크기도 성경책만해서 간수하기도 좋았습니다.

1. <푸른언덕>을 만드는 식구들에게: 이런 틀과 내용으로 계속하소서!

2. <푸른언덕>을 바라보는 식구들에게(나를 향해):

① <푸른언덕>, 앞으로 열심히 읽겠습니다.

② 살면서 나만이 느끼는 소중한 얘기들, <푸른언덕>으로 보내도록 애쓰겠습니다.

③ 나 있는 곳에서 “푸른언덕”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3. 잡지(책)으로서 <푸른언덕>을 넘어, 삶의 터전으로 “푸른언덕”을 꿈꾸며:

① <푸른언덕> 지역모임을 만들어[“푸른언덕” 만들고(일궈서)]

② 그 지역이 살아 있게 하고, 그 곳 얘기를 모아 묶도록 하여(그 언덕에 나무를 심고)

③ 그 묶음으로 <푸른언덕>에 실으면(함께 모여 큰 숲을 이루리라)

<푸른언덕> 만드는 식구들의 짐을 조금은 덜면서, <푸른언덕>을 받아보는 식구들과 함께 생명있는 “푸른언덕, 푸른숲”을 이룰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앞으로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푸른언덕” 그 숲 아래서 흘러나오는 맑은 공기, 깨끗한 물로 살아가리라 꿈꿔 봅니다.

*읽는 이를 위해

·<푸른언덕>- 잡지(책)로서 푸른언덕, ·“푸른언덕”- 푸른언덕의 신학을 펼쳐가는 삶으로서 푸른언덕을 뜻함. 푸른언덕

<좌담회> 푸른언덕을 돌아봄과 내다봄

       정말 지독히 더운 7월 저녁날, 느즈막히 대대교회 뒤뜰에 몇몇이 모였다. 조공성 권사(간성교회), 박명화 집사(간성교회), 장석근 목사(오봉교회), 최경철 목사(대대교회), 더운날에 모기불까지 가세했지만 이야기는 제법 나눌만하게 어울렸다.

최경철 - 너무 더워 모여 있기가 겁나지만, 막상 모이고 보니까 좋군요. 우선 초창기 푸른언덕 편집일 하신 분부터 말 합시다.

박명화 - 푸른언덕, 처음에 저흰 잘 몰랐어요. 박흥규 목사님이 처음부터 다 하셨어요. 주제도 정하고 계획도 세우고, 초창기부터 매달 나왔지요. 4면이었는데 쉽지 않았어요. 편집일은 청년들이 했는데 예순네살 된 청년도 있었어요. 쿡-(말하다 말고 웃는다. 우스운 일이 있었던가 보다). 박목사님이···(머뭇거린다)

최경철 - 괜찮아요. 하고 싶은 이야길 다 합시다. 우리끼린데···(나중에 책으로 나가겠지만)

박명화 - 박 목사님이 얼마나 귀찮게 글을 쓰라고 강요하던지··· 피곤했어요. 그래서 목사님을 피해 다녔어요. 이곳으로 시집와선 해방되었지요. 후유(한숨).

최경철 - 그건 요즘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목회자들도 박대감 만나면 피해 다녀요.

박명화 - 그때 우리 교횐(김포 월곳교회) 언덕 위에 있었지요. 그래서 누군가가 ‘푸른언덕’으로 하자고 책 이름을 제안했어요. 특히 처음부터 지금까지 애쓰는 분이 있어요. 김흥진 권사님이세요. 생활도 넉넉치 못한데··· 아직 편집·인쇄까지 많이 수고해 주시지요.

조공성 - 푸른언덕은 처음부터 지역 주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이것을 통해 교회는 사회선교의 기반을 만들었지요.

박명화 - 전, 죄송스럽지만, 지금도 푸른언덕에 점수를 후하게 줄 수 없어요.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많은 변화가 있었지요. 목사님 때문에 사회선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주여 믿습니다’만 하다가 생각이 바뀌었지요.

조공성 - 박 목사님 때문에 종교개혁을 했지? 의식화가 되었어. (무더운 밤공기에도 이런 이야길 나누는게 제법 시원하여 답답한 마음이 후련하다)

최경철 - 책을 받아 보면 무엇부터 보게 되나요?

조공성 - 목차부터 봅니다. 긴급한 이야기를 알 수 있습니다.

장석근 - 영수기부터 보는 사람이 많을걸? (모두 하하하) 푸른언덕은 있는 그대로, 여러 사람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힘이지요. 삶을 이야기로 고백한다는 것은 쉽지 않거든요.

조공성 - 푸른언덕은 역시 신선한 맛이 있어요. 살아 있는 글이라서 그럽니다. 그런데 불만스러운 것은···(목소리가 커지는 것 보니 일낼성 싶다) 책을 전하는 자와 받아보는 자의 공감대가 없어요. 본디 이 책은 미사여구나 경직된 말을 쓰려고 했던 책이 아니지요. 소박한 글로 나누어서 공동체를 만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누는게 부족해요.

최경철 - 그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요?

조공성 - 글 솜씨가 없는 사람들이 쓰는 글이라 감칠맛이 없어요. 또 한편으론 편집자의 한계입니다. 글을 잘 다듬어서 보기좋고 먹기 좋게 손질해 주는 것은 편집자의 몫입니다. 그래서 푸른언덕의 진솔한 삶의 책으로 부족한 것은 그대로 삶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편집자가 있어야 합니다.

박명화 - 그래도 이 책은 진보적인 책이에요. 우리의 구태의연한 신앙을 깨뜨리게 해 주었지요. 교회 안에서만 바글바글 했다가 우리 눈을 뜨게 해 주었어요.

장석근 - 푸른언덕의 창간의도는 ‘정직히 시대를 보는 일’ 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처음 뜻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겠지요.

최경철 -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1시다) 책의 바램을 말하고 정리해야겠습니다.

조공성 - 삶의 이야기뿐 아니라 신앙을 이해 할 수 있는 페이지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즉, 성서해설 같은 것 말입니다.

박명화 - 만드는 과정이 초창기 때와 거의 변함없어요. 서로의 말 나눔이 아니고 떠 맡겨지는 책입니다. 박 목사님 혼자선 너무 힘들어요. 이젠 만드는 일부터 나누었으면 해요.

장석근 - 푸른언덕 가족이라고 하는데 가족이란 것은 서로 잘 아는 것이 가족이지요. 우리 강원도 가족은 그런점이 부족해요. 또, 한편으로 푸른언덕의 메시지가 분명해야 합니다. 그 메시지 없이는 가족으로 묶어주는 힘이 없어요.

최경철 - 그렇습니다. 푸른언덕 메시지를 공유하는 가족이냐? 아니면 박흥규 목사님을 아는 사람들의 모임이냐는 앞으로 푸른언덕의 존폐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로일 겁니다. 오늘 늦도록 모여 이야길 나누어 주신 것 감사합니다. 푸른언덕

작은 것의 소중함

-월곳에서의 푸른언덕 3년-

                         손필선(월곳교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저 옛날 계절의 변화 외에는 별로 달라지는 것을 느끼지 못 하고 살아간 시대에는 걸맞는 이야기였을 것이리라. 지금 같아서야 10년은 커녕 한 햇 동안에도 너무나 많은 것들이 다양하게 바뀌어져 가고 있다. 멀쩡한 산이 깍이어 골프장이 되고 수십가마씩 벼를 얻어내던 논 바닥이 메워져 볼링장이 되고 아침 일찍 일어나 오솔길을 걸으면 솔닢 내음이 코를 싸하게 찌르던 마을에 축산단지가 들어서면서 역겨운 냄새와 파리떼들이 삶들을 괴롭히고 있다.

눈만 뜨면 재빠르게 변화해가는 이 땅에서 이미 수려한 강산을 자랑하기에는 짐이 기울어여 버렸다. 8년전 이즈러져가는 이 땅을 되살리려고 자랑스런 조국의 땅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여 할 무거운 책임이 우리들에게 주어져 있음을 알아차리고 뜻있는 교우들 몇이 모여서 담임 목사님(박흥규 목사)을 중심으로 사회와 동떨어져 따로의 삶만을 추구해온 한국교회가 스스로 위장의 탈을 벗어버리고 사회에 뛰어들어 저들과 대화를 통해 단절된 관계를 회복해야겠다는 점에 의견이 모아졌다. 이런 저런 의견을 모은 결과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우선 지면을 통해 내 고장 이웃들과 말을 나누는 일을 시작했다. 아주 보잘 것 없는 작은 일이었지만 해를 거듭할 수록 푸른언덕지에 관심을 갖고 동참하는 교우들이 늘어가고 있다. 국내 여러 교회들과 멀리 미국의 한인교회 교우들까지 참가하고 있다. 필자는 이 보잘 것 없는 작은 일 하나가 지금은 꽤 많은 교우들이 내 이웃과의 삶속에서 그리스도의 참 삶의 모습을 바르게 전하고 있음을 직접 보았고 전해듣기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광복 후 좌우 이념의 갈등 속에서 겨례의 정신은 마비되고 내일을 기약하기 어려운 위험 수위에까지 도달했을 때 서구의 초코렡 문명이 무분별하게 수입되면서 작은 것의 가치는 깊숙히 묻혀버리고 말았다. 일을 해도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후다닥 해치워버리고 돈을 벌어도 와장창 벌려고 해왔다. 작은 것의 소중함을 알고 살아가는 사람은 째째한 사람이고 하루 아침에 벼락부자가 되고 높은 벼슬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통이 크고 능력이 있는 위대한(?) 인물로 우대받아 왔다. 재력을 자랑하는 국내 재벌들의 재산은 누가 불려주었는가. 작업일선에서 묵묵히 일해 온 작업자들이 아닌가. 그네들은 전기 한 등을 아끼고 종이 한장을 잘라 쓰면서 기업의 성장을 위해 밤낮으로 뛰어 다녔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고 했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바른 마음의 자세가 바로 이 진리와 더불어 해야겠다. 지금까지는 단숨에 천리길을 가려했고 하루아침에 큰 변화를 꿈꾸어 왔다. 기성세대들의 이 그릇된 생활관념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청소년들의 그릇된 삶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 우리 푸른언덕 가족이 처음 출발할 때 모두가 지녔던 작은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들이 온 겨레의 마음 속으로 확산되어 위험수위를 향해 치닫고 있는 국가의 장래를 너도 나도 걱정하면서 인간 본래의 착한 마음으로 되돌아 가자. 예수님의 제자된 그리스도인이 이 일에 앞장서자. 작은 것의 소중함을 아는 자만이 큰 일을 할 수 있으며 이 길만이 우리 모두가 사는 길일 것이리라. 푸른 언덕 가족들은 언젠가는 이 일을 해낼 것이라는 꿈을 가지고 살아가자.  푸른언덕

농촌교회와 공동체 운동

-호서지역 농촌목회자 모임을 소개하면서-

          정훈영(단비교회)

지난 5월 천안, 온양, 아산, 예산 등지의 농촌교회 젊은 목회자 10여명이 모였다. 그동안 농촌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목회자들이다. 농촌현실에 교회가 공동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고 그래서 모임에서 어떤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열망을 가진 목회자들이 만난 것이다. 이 자리에는 이 지역에서 푸른언덕을 발행하며 사람키우는 일에 공을 들여오신 박흥규 목사님도 참석하셨다. 사실 이 모임이 있기까지 박목사님의 역할이 컸던 것이다.

그후 월 1회씩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졌다. 아직 준비단계이고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지만 열정있는 회원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잘 되어 가리라는 기대를 해본다.

농촌지역 목회자들이 공동의 관심을 가지고 모이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던가. 그것은 시대적으로 우선 규명이 될 것이다. 우리가 목회하는 현장인 농촌이 이제는 더이상 복음적 삶이 뿌리내리기엔 희망을 갖지 못할 상황에 놓여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삶의 모든 여건은 척박하고 매일매일을 힘겹고 소외된 노동에 시달리며 살아가야만 하는 농촌이라는 환경, 이 속에 교회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농촌이라는 터전에 교회와 지역주민들이 함께 어울려 복음을 누리는 기쁨을 실현하기에는 그동안 너무나 많은 기초가 무너져 내렸다. 유형·무형의 공동체로서의 특성 때문에 농촌이라는 데는 우리사회에 유의미했고 앞으로도 그러하리라 본다.

그러나 현실은 농민들에게 기본적인 생산활동에도 힘이 벅차다. 공동체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여타의 활동들은 생각하기조차 힘들다. 일과 놀이가 조화가 되어 문화를 형성했던 농촌분위기는 이제 사라진지 오래고 애써 생산한 생산물조차 제값받고 팔지 못하는 위축감이 농촌을 지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처한 농촌에 복음의 실현을 위한 방법을 모색해 보자는 것이 모임에 모인 회원들의 공동된 인식이다. 농촌지역을 회생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해보자는 것이 회원들의 뜻이다.

전통적으로 가져왔던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의미에서의 교회중심의 활동이라는 틀을 벗어나서 교회와 지역을 한 덩어리로 묶어 공동체 건설에 촛점을 맞추어 일해보자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목표를 실현해 나가기 위해 실제적인 수단을 갖기로 하였다. 그것은 노동이다. 농촌이라는 데서 노동없이는 - 다시 말해 주민들의 실제적인 삶의 부분에 접근함 없이는 - 늘 허상밖에 붙잡을 수 없겠기 때문이다.

목회자 자신이 직접 농사일을 해보는 방식, 교인들과 공동농사를 하는 방식, 지역 주민들과의 협업공동체 방식, 또는 주민들이 생산해 낸 농산물의 판로를 마련해 주는 직거래 사업등이 앞으로 모임의 활동방향이 될 것이다. 이런 일에 참여함으로써 우리는 농민들의 가장 가까이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리리라 본다. 그리고 농촌선교의 새로운 방법을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에 참여하는 선교방식은 방법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이것은 내용의 문제이다. 복음의 정체성을 아주 실제적인 일로부터 밝혀내는 작업이 될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축적되어온 복음의 내용이 상당히 왜곡되어 목회현장에 침투되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인식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하는 일은 물론 고된 일이고 모험적인 것이지만 이것을 바로 잡지 못하고는 우리가 목회하면서 해 나갈 수 없다는 생각이 우리의 위기의식이다.

이런 일을 하면서 우리는 농촌교회뿐 아니라 모든 교회에 새로운 신학과 살아있는 신앙의 내용을 전해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푸른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