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직업을 선택하면서 좋던 싫던 그 직업에 동화되어 간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남의 시신을 다루면서 나의 지난간 인생을 돌이켜보면 앞으로 남아있는 생을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방법과 죽어가는 모습을 상상해보는 이 직업이야말로 자기 반성과 후회를 할 수 있는 직업 같다.

이젠 사회의 분위기와 정서가 "죽음“을 사회 복지개념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로 서서히 바뀌는 것을 보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가 있는데 요즘 갑자기 죽음을 다루는 학과가 메스컴을 타면서 떠 오르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영업적인 측면과 일부 집단의 이익을 위한 분위기로 흘러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 할 뿐이다.
2000년대부터 갑자기 늘어나기 시작한 화장율과 최근 2005년부터 뜬금없이 불기 시작한 “수목장”은 납골묘[돌덩어리]에 따른 피해를 줄여줄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부기관끼리의 이익이 얽혀있는 관계로 우리같은 민초들의 장의문화에 다가오기에는 많은 기간이 필요할 것 같다.

숨을 멈춘 뒤 안치실에 실려오는 고인들의 얼굴을 마주하면서 많은 생각을 순식간에 해버린다. 같이 동행한 유족들의 옷차림, 슬퍼하는 강도, 유족의 숫자 등. 특히 관심있게 보는 것은 고인의 마지막 옷차림이다. 필자가 이런 사소한 개인적인 분위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고인의 살아온 흔적과 가족 구성원들간의 친화 정도에 따라 고인의 얼굴 모습이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고난 뒤 부터이다.

요즘 돌아가시는 분들의 나이를 보면 시대적으로 엄청난 고생을 하신 세대들이지만 가족관계에서 보살핌을 받고 살아가신 분의 얼굴과 그렇지 못하고 한을 품고 살아가신 분들의 모습에 차이가 있는 것은 숨길 수 없는 현상같다.
얼마전에 40세의 남자를 모셔온 일이 있었다. 변두리의 쪽방에서 당뇨로 병사한 미혼의 남자인데 어찌나 말랐던지 나 혼자 들어도 번쩍 들 정도로 말라있었다. 그 옆에는 그를 보살펴 왔던 인근교회의 목사가 오셨고 나와 그 목사와 들이서 수시를 거두었는데 수수깡처럼 말라버린 그 모습을 보고 너무도 안쓰럽고 딱한 생각이 들어서 혼자 중얼거렸다.

“ 주님이 주신 생명인데 이렇게 살다 가시면 어떻해요?
안치실에 모신 후 연락이 왔는데 장례치를 돈이 없어서 집에서 대충 처리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필요한 서류절차와 장제비 청구절차를 설명 드렸다.
다른 분들은 천수를 누리고 가신 분들인데 그 모습이 어찌도 포근하고 아름다운지 잠자다가 돌아가신 듯한 얼굴의 표정에 숙연함을 느낀다. 그런 분들만 만난다면 정말 신바람 날것 같다.

주님이 주신 생명. 값있게 살고 의미있게 살아가는 방법을 이젠 배워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각 교회에서도 이런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하고 설교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우리는 구원받기 위해 사는 것인가 아니면 구원 받았으니 말씀대로 살것인가를 생각하며 각자가 처해진 현실과 현장에서 아름답게 살아가야 할 것 같다.

어제 밤에는 2명의 젊은 사람들이 목을 매고 자살을 했다. 난 그 시신을 바라보지도 않았다. 죽을 만한 사연이 각자가 있겠지만 그래도 자살만큼은 막아야 한다.
자살한 시신을 볼라치면 화가 난다

나는 이일을 하면서 이런 고백만 했으면 좋겠다.
한생명이 살다간 그 얼굴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주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