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웬 뽕짝 ?

가을 바람에 펄럭이는 오색 만국기 아래 동네 초등학교 관악부원들이 콘탁의 멋진 지휘에 맞춰 팡파레를 울리고 있다. 막대풍선으로 왕관이며 강아지를 만드는 다리 긴 광대 주위에 어린아이들이 잔뜩 몰려들었다. 취재 길에 따라나선 6살 딸아이 ‘단비’는 곰돌이 한 마리를 얻기 까지 20분을 기꺼이 기다렸다.

한쪽에선 ‘해머왕’ 기계 앞에서 해머 내려치기로 힘을 겨루는 동네 어른들의 호기로운 기합소리가 요란하다. 교회앞마당에 천막을 치고 지짐을 붙이는 아낙들 호객(?)이 부담스럽지 않아 좋다. 여선교회 회원들일 텐데 낯선 사람에게 ‘교회 나오라’는 작업(?)이 없어 이리 저리 기웃거리기가 편하기 그지없다.

레인보우 비전홀이라고 쓰인 2층의 대성전 안에 들어가 보았다. 지긋한 나이의 색소폰 연주자가 흘러간 뽕짝을 구성지게 연주하는데 실력이 프로급이다. 연주 무대가 공연 전용 플로어 못지않게 나무 마루가 깔려있어 대성전을 다용도로 활용하려는 교회의 의도가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관객들도 교회에 흔히 들여 놓는 ‘장의자’가 아닌 극장같이 편안한 의자에서 적당히 경사진 각도로 앉아 박수장단을 맞추며 즐기고 있다.

교회에서 벌어지는 축제치고는 ‘교회냄새’가 나지 않아 일반인이 와도 편안하다. 교회를 동네사람들에게 빌려 준 것인가? 그래도 그렇지 교회에서 웬 뽕짝......?

효성마을축제

인천 효성동에 위치한 효성중앙교회(정연수 목사)가 마을과 교회 사이의 담을 허물고 이웃 주민들과 함께 화합하고 즐거워하는 “효성마을축제”를 12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 축제는 지난 90년대 말, IMF이후 어려운 상황 속에서 단절되어 가는 주민들의 마음을 열고 힘을 주고자 전 담임자(조경열 목사, 아현교회)때 기획되면서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교회가 주민들을 초청하는 ‘주민초청체육대회’가 발전하여 이제는 종교색채가 빠진채 마을의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마을 축제 준비위원회’에 의해 진행되는, 말 그대로 주민이 주체가 되는 마을축제가 되었다. 교회는 이 축제의 주요 스폰서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의 축제 장소는 교회가 아닌 ‘마을 속’ 이었다. 효성동 길거리를 자전거로 메우며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거리 만들기 운동을 펼쳤다. 그리고 길거리에 탁자를 늘어놓고 주민과 교인 3천여 명이 함께 1004미터짜리 김밥을 말았던 적도 있다.  이 김밥이 기네스북에 올라 지금은 효성동 마을축제가 꽤 유명해 졌다.

그런데 올해는 교회에서 축제가 열렸다. 주민들이 함께 모여 행사를 할 만한 광장이 없고 주무관청이 큰 거리에서의 행사개최 허가에 난색을 표하기 때문이란다. 마침 지난달에 교회신축을 마쳤기에 마을축제를 수용할만한 형편이 되었다.

▲ 효성중앙교회전경. 세련되어 보이는 현대식 외관이다

교회구경

요즘 젊은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믿지 않는 주민들의 접근성을 고려하여 체육관, 강당, 극장 등과 같은 구조를 교회건축에 반영하는 추세다. 효성중앙교회도 담임자의 이러한 목회철학을 바탕으로 지어졌다.

비단 이번 축제를 위해서 뿐 아니라 ‘효성중앙교회’는 항상 세상을 향하여 문을 열고 문턱을 낮추려 하고 있다. 예배당이라는 명칭을 쓰지 않고 ‘홀’이라는 용어를 쓴다. 교회에 발을 들여 놓은 이들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 중에 하나가 문화적 이질감에서 오는 거부감 때문이라는 분석에서 그렇게 이름지었다고 한다. 그래서 ‘효성중앙교회’ 눈높이는 ‘이방인’들에게 맞추어져 있다.

7층으로 된 건물의 내부는 각 층별로 무지개 일곱 색깔을 테마로 하여 단장하였다. 무지개는 노아 방주사건 이후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주신 화해와 생명의 약속이다. 여러 색깔이 어우러져 하나의 무지개를 이루듯 성도의 다양한 고백과 섬김과 삶의 스펙트럼이 래인보우(來人保友), 즉 사람들이 찾고 친구를 사랑하는 열린 교회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온 교우가 집중하자는 의지가 담겼다 한다.

이 교회의 담임자인 정연수 목사는 교회를 신축하면서 지역사회를 위한 적극적인 공개를 염두에 두었다. 그래서 어떤 행사를 해도 부족함이 없는 공간과 음향, 조명 설비를 갖추었다고 자랑한다. 지난 주일엔 일본 연예인으로 구성된 중창단이 와서 공연을 했다 한다.

외벽을 유리로 마감하여 겉보기에도 세련되어 보인다. 교회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투명하게 모든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란다. 로비가 널찍한 1층에는 근사한 커피숍과 갤러리, 아트홀, 어린이도서관이 자리 잡았다. 세상과 원활히 소통하고 싶은 교회의 ‘마음’이란다. 한편에는 박혜레나 사모의 조각품이 전시된 것도 보인다.

커피한잔이 2,500원이다. 공정무역에 유기농으로 생산된 생두를 전문가가 직접 로스팅 한다는데 수익금은 전액 불우이웃돕기에 쓰인다고 한다. 커피숍은 성남 선한목자교회나 김포의 고촌교회에서도 운영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전문점 수준의 커피숍 운영은 ‘젊은 교회’의 상징으로 다가온다.

층마다 감성이 묻어나는 인터리어와 공간구성이 돋보인다. 간결하고 산뜻하여 젊은이들에게 호응을 얻을만한 교회라는 인상을 받는다. 반면 거룩함과 웅장함의 전통적 교회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와 보면 ‘세속적’이라고 비난할까? 이에 대해 담임자는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 정연수 목사

담을 허물기 위한 목적을 정연수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교회는 세상과 섞이는 것을 두려워하고 세상은 교회와 섞이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데 ‘효성동 마을축제’는 성과 속의 소통의 장을 마련하려는 우리교회의 의지를 담고 있다.”고.

이 마을축제는 해마다 ‘담’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축제를 연다. 담은 두려움의 외화이다. 선을 넘어 오지 못하게 하여 자신을 보호하려는 수단과 같다. 그러나 주님은 이 땅에서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의 담을 허물었고, 하나님과 죄인들 사이의 담을 허셨다. 그 목적을 위해 성(聖)을 버리고 속(俗)으로 오시지 않았던가?

세대 간의 담, 이웃 간의 담, 무엇보다 교회와 세상의 담을 허물며 가까이 다가서려는 ‘효성중앙교회’의 노력이 축제 속에 녹아 있다. 실제로 2003년도 축제 때는 교회 담장 50여미터를 헐고 ‘마을길 어깨동무 걷기대회’를 열며 주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먼저 자신을 허무는 모습을 주민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한다.

오늘 축제의 노래자랑대회에 참가를 신청한 어느 주민은 약주에 취한 상태였다. 그는 노래에 앞서 “교회를 크게 짓는 게 이유 없이 짜증이 나고 너무 싫더라고요, 그런데 오늘 와보니 이 교회에 호감이 가요”라며 소감을 이야기했다. 약간은 과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지만 교회가 그를 잘 받아 주어 축제를 계속 즐기게 해주었다.

잔칫집에 손님이 없으면 흥겨움이 없듯이 날마다 예수잔치가 벌어지는 교회에 제 식구들끼리만 즐거워하기도 주님이 기뻐하실 일이 아닐 것이다. 주님은 잔치를 베풀어 놓고 술 취한 자와 술 취하지 아니한 자를 가려서 데려오라 하지 않으셨다.

담이 높을 때 구성원은 그 안에 갇히게 되고 담장 바깥의 사람들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심을 가질 수 없다. 마을 안에 떠 있는 섬이 되는 것이다. 속(俗)에 의해 성(聖)이 훼손될까 하는 두려움을 느낀다면 그만큼 자신감이 없다는 뜻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 정연수 목사 부부.  효성중앙교회 홈페이지에서...

▲ 단비가 제일 마지막으로 받았다. 무려 20분을 기다려서...

▲ 어느 노신사의 구성진 색소폰연주

▲ 깔끔한 분위기의 전문 커피숍. 공정무역으로 들여온 원두를 직접 로스팅해 준다. 2500원

▲ 매직 쇼

▲ 축제동안 발생한 수익금은 '진행성 근이영양증'이라는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는 이 아이(김윤범 9세)를 돕는 일에 쓰여진다고 한다. (진행성 근이영양증이란? - 온몸의 근육의 힘이점차 없어지게되어 보행능력을 상실하게 되고 나중에는 호흡근력의 약화, 심장 기능의 약화 등의 내장근육의 힘까지 상실하게 되는 병)

▲ 행운권 추첨으로 나눠줄 상품이 푸짐하게 쌓여 있다.

▲ 어른 아이 할거 없이 모두가 환호하며 즐겼던 버블 쇼. 필자에게도 환상적인 쇼였다. 행사에 초청하면 대박일 것 같다. 버블맨(박만옥)에게 연락들 해보시라(010-8381-0052)

▲ 어느 무명가수의 공연. 이어서 노래자랑대회가 열렸다.

▲ 낚시보다 어장관리가 중요하다는 정연수 목사. 그의 목회철학은 확고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