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받아 본 메일 하나가 나의 가슴을 후려친다.

부산 해운대에 살던 박정자 아주머니에게는 개가 한 마리 있었는데, 부산서 살다 서울로 개와 함께 이사를 했다고 한다. 평소에 그 개는 영리하여 박정자 아주머니의 심부름을 꽤나 잘했다고 한다.

비닐봉지를 목에 걸어주고 호박이나 파, 소고기 등을 사오라고 적어서 돈과 함께 넣어주면 그것을 목에 걸고 가서 사오곤 했다고 한다. 서울로 이사 와서도 아주머니는 개에게 심부름을 시켰던 것이다. 그러나 개는 나가서 올 때가 되었는데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주머니는 개가 돌아오기만 목 놓아 기다렸다. 그렇게 7일이 지났을 무렵 현관에서 무슨 소리가 났다. 나가 보았더니 7일 전에 심부름 나간 자기 집 개가 아닌가. 너무나 반가웠다. 목에 달린 비닐에는 잔돈과 사오라고 했던 식료품들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개는 거의 빈사상태였다. 개는 주인을 한참 동안 힘없이 쳐다보더니 그대로 그 자리에 쓰러져 죽고 말았다. 알고 보니 아주머니의 개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려가 아주머니의 심부름을 해온 것이었다.

아주머니는 그 개를 뒷산에 묻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힘든 시련이 닥쳐올 때면 개의 무덤을 찾아 자신을 돌아보며 다시금 마음을 다잡는다고 한다.

개의 충성스런 행동에 대한 이야기는 꽤 많다. 그 중 하나가 박정자 아주머니 개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데 이 개 이야기가 나를 부끄럽게 한다. 자신의 주인을 위하여 그토록 충성하다 죽은 개, 하나님을 ‘주님’이라고 부르는 난 그럼 어떤가 해서 말이다.

물론 신앙인들마다 자신은 주님께 충성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말은 그렇게 안 해도 그렇다고 믿고 있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실상은 주인을 위해서라기보다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물론 말은 ‘주님을 위해서’라고들 한다.

성경이 말하는 ‘죽도록 충성하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 난 박정자 아주머니의 개야말로 죽도록 충성한 개라고 생각한다. 이런 것이 바로 죽도록 충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죽도록 충성하라는 성경은 잘 읽지만, 잘 말하지만, 죽도록 충성하는 것의 의미는 아예 알려고도 하지 않을 때가 많다.

실은 죽도록 충성하는 존재가 된다면 그것 자체가 득도(得道)일 게다. 박정자 아주머니의 개는 그러니까 득도하고 죽은 것이다. 죽도록 충성한다는 구절을 말하기에 앞서, 죽도록은 못 될망정 충성하는 모습이 보이도록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다짐해 본다.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 때마다, 무엇인가 일이 안 풀리고 불행의 그늘이 드리우는 것 같을 때마다, 먼 길을 왔는데도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여 힘에 부칠 때마다, 일이 벽에 부닥치는 것 같을 때마다, 난 이제 박정자 아주머니의 개 이야기를 상고하기로 했다.

김학현/ 연서교회 목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