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변선환 학장의 15주기 추모예배가 감리교신학대학교 웨슬리채플 제1세미나실에서 약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동서종교신학연구소(변선환 아키브) 주최로 열렸다.

고인의 생전 모습을 담은 동영상으로 영상묵상을 하면서 시작된 추모예배는 변 학장의 생전의 모습을 추억하는 이들의 낭송으로 진행되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양재성 사무총장은 기도에서 ‘선생님 만한 분이 없어 지금 감리교회가 길을 잃었다. 한국인의 예수를 찾고 한국인의 교회를 찾는 구도자의 길을 따를 수 있기를 바란다. 하나님의 신비한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하였다.
장왕식 박사(감신대), 최범철 선생(서울예고), 심광섭 박사(감신대), 박일준 박사(사회통합연구소), 오명동 목사(현덕중앙교회), 송대선 목사(시온중앙교회) 등이 변 학장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낭송하였고 이민호 교수(카이스트)와 김미현(복음성가 가수)님이 각 낭송 사이사이에 ‘우리의 고향’, ‘사명’, ‘성령의 바람’ 등을 노래하였다. 이들이 부른 노래들은 고 채희동 목사가 가사를 달고 이천진 목사가 곡을 붙인 곡들이었다.
박흥규 원로목사가 ‘대관령에서 변선환 선생님을 생각하며’라는 제목의 추모이야기를 전하였다. 박흥규 목사는 변 학장이 상처를 한 후 그 댁에 들어가 5개월 동안 두 아들 밥도 해주고 청소와 빨래도 해주곤 하였다고 한다. 박 목사는 드류에 가신 변 학장이 폴 틸리히의 책을 선물해 준 일, 서남동 교수와의 만남을 주선해 준 일, 변 학장이 보내준 엽서 한 장을 들고 동국대학교 도서관에 찾아가 원효대사에 대한 책을 복사했던 일, 일본의 소설 깊은 강을 선물로 받았던 일 등을 소개하였다. 그는 ‘대관령 언덕에서 일을 하다가도 가끔 선생님 생각이 나서 손을 멈추고 그리움에 젖어들 때도 있다’며 이야기를 마쳤다.

이어진 2부 출판기념식 및 아키브 비전나누기는 한인철 교수(연세대 교목)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김홍기 감신대 총장은 변선환 학장의 별명이 변실존이었다며 변 학장의 전설을 소개했다.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변 학장은 소변을 보면서도 책을 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소변을 다 보았는데도 책읽기에 열중하여 옆에서 소변이 다 끝났다고 말해주어야 했다는 일화이다. 그런 학문적 열정과 독서를 사랑한다고 고백하였다.
15주기 추모예배에 맟춰 ‘제3세대 토착화론’과 ‘올꾼이 선생님 변선환 : 그의 삶과 사상’ 두 권의 책이 출간되어 이날 헌정되었다.

‘제3세대 토착화론’을 서평하기 위해 나선 권진관 교수(성공회대)는 민중신학과 토착화신학을 비교하면서 둘은 같은 배를 탔고 같은 사상적 기반에서 출발하였다며 우리 것을 중히 여기며 세계의 신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하였다. 그리고 토착화신학 연구가 감신대 출신들에게서만 진행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3세대로까지 이어져 이 책이 출간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서평하였다.

‘올꾼이 선생님 변선환 : 그의 삶과 사상’은 길희성 교수(서강대 명예교수)가 서평하였다. 그는 변선환 선생은 여러 갈래의 신학을 하나의 길로 수렴하려고 했던 구도자적인 도상의 신학자라고 칭하였다. 또 변 학장에게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욱하는 평안도 기질을 느낄 수 있었는데 오늘날처럼 기독교가 개독교라고 비아냥 받는 시대를 보면 변 학장은 분명 욱하였을 것이라고 했다. 요즘 같은 때 바른 소리를 하며 나서는 신학자가 없는 것을 개탄하면서 더욱 변 학장의 신학적 구도정신과 치열함, 정열, 문제의식이 그립다며 서평을 마쳤다.

변선환 학장은 한국 신학계와 감리교신학의 거성이다. 그런데 억울한 마녀사냥식 종교재판에 의해 출교당한지 벌써 20년 가까이 되었다. 그렇게 한을 가슴에 안고 갑자기 세상을 뜨시기까지 하였는데 그에 대한 복권운동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이제 제자들이 감리교회의 중견이 되었는데 복권을 위한 행보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