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보령의 새로운 향기와 만나다

올해의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집행위원 1박2일 수련회가 충남 보령시 주교면 송학리 인근 소나무와 두충이 사이좋게 자리한 언덕위에 다소곳 하게 자리 잡고 있는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정욱 교수의 나무 집과 보령의 생태문화현장 곳곳에서 진행되었다. 

▲ 충남 보령의 송학마을 앞 갯벌, 바닷물이 빠진 생태계의 보고

9월 5일(일요일) 간단한 짐을 싸고는 사랑방교회 주일예배를 드리고, 점심으로 공동체식사를 마쳤다. 때마침 주일공동식사 후 돌아가면서 지역별사랑방이 진행하는 설거지가 게획되어 있어 열심히 끝내고는 오후2시쯤 경기포천에서 남양주 집에 잠깐 들렀다가 곧장 오후4시쯤 만나기로한 일행들을 카풀하기 위해 수서역으로 떠났다.

주말이라 차가 밀리는 47번 국도를 거치지 않고 사능 방향으로 우회하여 남양주와 구리시를 지나니 오후3시가 훌쩍 넘었다. 간신히 구리IC에서 판교방향으로 길을 잡고는 달리려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정체가 심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갑작스런 폭우로 구리-판교방향 도로가 한때 물에 잠긴 것이다. 시간은 벌써 오후4시라 약속장소 변경, 구리와 판교간 고속도로가 가까이에 있는 장지역으로 수정하여 오후4시30분쯤 만나고는 경부고속도로와 안성-평택간 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려 충남보령으로 향했다.

▲ 소나무와 두충나무 언덕 위에 나무 집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는 줄곧 쾌청한 날씨로 기분 좋은 이야기들이 오갔는데 광천IC 못미쳐 굉장한 폭우가 내렸다. 일단 폭우를 무릅쓰고 오천항에 도착, 다른 팀들과 합류하여 단골 9번 횟집에서 키조개와 우럭 그리고 음료수 등을 장만했다. 단골집 상인들을 만나는 순간 집행위원장 백영민 목사의 진가가 발휘되었다. 어린아이와 같은 환한 미소로 모두를 정으로 사로잡는 기술!, 저녁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할 수 없어 후발대를 남기는 것으로 결론짓고, 그곳으로부터 해안도로를 따라 갈매못성지와 보령화력발전소를 지나 봉대산 기슭 송학리 안산고내(산고내길) 김정욱 교수댁에 도착했다.

▲ 김정욱 교수 댁에서 송학리 안산고내에서 바라 본 바닷가

김정욱, 나는 반대한다

4대강 반대 전문가그룹을 이끌고 있는 김정욱 교수(64·서울대 환경대학원)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공동대표이시다.

▲ 김정욱 저, 나는 반대한다

그가 최근 책을 냈는데 지금 절판이라 화제다. 평소 강연한 내용을 모아 책을 내자는 출판사의 제안에 고심하다가 이 책이 나왔다고 한다. 처음 출판사에서 ‘나는 반대한다.’라는 제목도 추천했는데 움찔 놀랐다가 그간의 삶을 돌아보니 수궁이 가더란다.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마쳤으나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미국 로드아일랜드 대학교 유학시절 토목공학에서 환경공학석사와 박사학위로 전과가 가능해 전공을 바꾼 것이 지금의 운명으로 결정지어졌다고 했다. 귀국 후 한때 과학기술분야 연구원으로도 근무하면서 우연한 기회가 되어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채용에 지원, 지금까지 학문연구에 매진하게 된 계기라고 한다.

과거 울산·온산공단 공해 문제제기를 시작으로 새만금 간척, 영종도 국제공항 건설 등 초대형 국책사업이 있을 때마다 그는 반대를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토건국가의 기치 아래 있는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자연이 짓밟히고, 그 땅에서 수십 년을 살던 사람, 수천 아니 수만 년을 살아왔던 뭇 생명들이 쫓겨나는 것을 지켜볼 수만은 없어서였다고 한다.

함께 하는 식탁은 땅에 있는 하늘나라 

늦은 저녁 8시가 넘어 도착, 낮에 동네 어부에게서 꽃게를 구입하여 삶아 놓고는 애타게 기다렸다는 김정욱 교수와 사모님을 뵈니 건강해 보여 기뻤다. 아담한 나무집의 정원은 야생이어 더욱 운치가 있었다. 이후 신선한 가을 햇 꽃게를 맛 보았다. 지금 꽃게는 암 꽃게가 살이 많고 맛이 있다고 하는데 거의다가 숫 꽃게인데도 맛이 단백 했다.

▲ 김정욱 교수의 전원 속 나무 집 전경

▲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집행위 명상예배

바닷가라 회는 물론 다양한 상차림으로 즐거운 만찬시간을 갖고, 음료수로 간단한 건배가 제의되고 이어 김정욱 교수의 오페라공연이 시작되었다. 금방 공연무드로 바뀐 거실은 객석이 되고, 공연자는 2층으로 올라가 키보드에 맞추어 노래를 불러 관객을 매료시켰다. 그렇게 보령의 첫날밤은 격의 없이 소통하다가 자정이후부터 새벽3시30분까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집행위원으로서의 권한과 역할, 책임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가졌다.

이어 다음날 아침은 거실에 둘러않아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신 창조주께 묵상예배를 드렸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으로 뒤숭숭한 오늘 정치적 이유에서가 아니라 생명의 문제, 신앙의 문제이기 때문에 4대강 사업은 찬성할 수 없음을 저마다 고백했다. 힘으로 국토를 개조하는 것이 아닌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따라 생태계를 보전하고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창조주로부터 부여된 최초의 사명임을 확인했다.

▲ 태양 빛을 모으는 에너지 집

▲ 이 집은 자연의 빛을 고려한 천창이 특이하다

마침기도에서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양재성 사무총장은 “강은 하나님의 것입니다. 강을 파괴하는 행위는 하나님의 몸에 상처를 입히는 행위이며 강을 함부로 다루는 행위는 하나님을 함부로 대하는 것으로 불신앙입니다.”며 생명의 어머니인 강물이 흐르는 곳마다 생명이 살아났고 번성했음을 기도했다. 즉, 신의 뜻 거스르는 4대강 사업을 중단하라는 외침으로 이 시대를 반영하는 진실의 메아리다.

이어 “지금 4대강에서는 엄청난 폭력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생명의 강이 초토화되어 죽어가고 있습니다. 중장비 굉음은 피눈물 흘리는 강의 절규로 들립니다. 몰상식한 정치세력과 토건세력들에 의해 강이 난도질당하고 있습니다. 강의 죽음은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고 마침내 우리 자신의 죽음을 초래할 것입니다.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행하는 것이 하나님께 행하는 것이란 말은 지금도 진리입니다. 강도 만난 지구에겐 사랑을 베푸는 이웃이 필요합니다. 신음하는 강은 해방자인 하나님의 자녀가 나타나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라며 강의 눈물을 씻어 주기를 간절하게 호소했다.

▲ 기환연 집행위와 김정욱 교수부부가 송학마을 바닷가에서 마주한 풍경

▲ 송학마을 앞 바닷가, 그 섬에 살고 싶다

기독교환경연대는 ‘환경 문제는 성서적, 신앙적, 신학적이며 한국교회의 당면 과제라고 말한다. 그동안 신앙인의 삶과 교회의 녹색화를 위해 많은 활동을 펼쳤으며 활동으로는 우선 매년 6월 첫째주 혹은 둘째주를 생태를 주제로 환경선교주일로 성수하는 것과 교회 담장을 허물고 나무 울타리로 바꾸는 일, 교회건물을 에너지 효율이 높은 생태적 구조로 변경하고, 태양광 혹은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교회 안에서 유기농산물을 먹고 음식물 찌꺼기를 안 남기는 생명밥상 운동, 자전거 타기 캠페인, 차 없는 주일 캠페인 등도 벌이고 있다.

4대강, 안 되는 건 안 된다

김정욱 교수의 ‘나는 반대한다’, 라는 책은 명쾌하다. 지금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이유를 들어보면 “안 되니까 안 된다.”라며 단호하다. “왜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는가? 왜 도둑질을 해서는 안 되는가? 왜 약자를 못 살게 굴어서는 안 되는가? 왜 자연을 파괴해서는 안 되는가? 이런 주제를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나라는 이미 사람이 살 수 없는 나라다.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논리로 설명할 수 없다. 이런 문제는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직감의 문제이고 도덕의 문제이다.”라며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안 되니까 안 된다’로 응수했다.

▲ 충남 보령의 역사흔적, 성주사지 터

▲ 성주사지 터에 대한 안내를 받고 있는 기환연 집행위

이 책에서는 정부가 주장하는 내용 중 일곱 개의 문제점을 찾았다. 강바닥이 높아져서 준설해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강바닥은 낮아졌으며 무리하게 강을 파헤치면 심각한 부유물이 발생한다. 물을 깨끗하게 한다? 댐에 갇힌 물은 고인 채로 수질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물 부족을 해결한다? 전국의 정수장과 하수장의 반이 놀고 있다. 홍수를 예방한다? 4대강 공사 구역과 홍수 피해 지역은 겹치지 않는다. 34만 개 일자리를 창출한다? 공사는 사람의 손보다 중장비의 수고를 더 많이 요구하고, 수많은 농민들의 삶의 터전과 생계 수단을 빼앗는다. 생태계를 살린다? 생물 서식지를 파괴하는 제노사이드다. 자연을 아름답게 한다? 그렇다면 회룡포, 지리산 용유담 등 공사로 인해 사라질지도 모르는 천혜의 비경들은 어찌할 것인가. 강바닥을 깊게 파고, 콘크리트 댐을 쌓고, ‘슈퍼 제방’을 쌓아 도로를 만들고, 남는 땅은 개발해 분양하는 토건 공사는 4대강을 ‘살리는’ 과정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 기환연 양재성 사무총장, 국보 제8호 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를 뒤로 삼층석탑과 나란히

▲ 기환연 집행위원들이 성주사지 터의 여상을 둘러보면서

그는 과학과 상식에 입각한 풍부한 자료를 통해 생태와 살림, 영혼과 문화의 길을 비추며 정부의 4대강 공사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대안을 국가의 국토정책은 토건개발 국책사업 중심에서 지속가능한 ‘우리 땅 가꾸기’로 전환해야 하고, 이 땅은 이제 땅의 법칙에 맞게 국민이 다스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과 경제적 효율성을 중시하는 가치관에서 벗어나 마을 속에서 함께 살며 행복을 누리는 가치관과 삶의 방식으로 대전환해야 한다며 반만년 이어온 전통적 삶의 방식을 통해 지역사회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생활양식을 제안했다. 

하늘을 향해 뛰어 오르자 

아침식사 후 보령지역 생태문화탐방을 떠났다. 우선 송학리 앞 바닷가를 바라보며 묵은 심성을 달랬다. 탁 트인 서해바다의 기운이 온몸에 느껴진다. 이어 보령시를 관통하여 깊은 숲이 울창한 성주산 속 자연휴양림 방향으로 직진 성주사지 터를 찾았다. 드넓은 터는 황량했고, 오래된 석탑 몇몇이 덩그러니 제자리도 못 잡고 서있는 모습에 안쓰럽기까지 했다. 지형으로 봐서는 뒤쪽으로는 힘 있는 소나무 산으로 둘러지고 앞으로는 계곡물이 흘러 정형적인 배산임수다. 통일신라 말기 구간선문 중 하나로 그 이름이 높았다던 성주사 터에서는 백제, 통일신라, 고려, 조선의 유물이 골고루 출토되었다고 하는데 알 수 없다.

▲ 기환연 집행위원들이 대천해수욕장을 찾아

현재 사적 제307호로 국보 제8호 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 보물 제19호 오층석탑, 보물 제20호 중앙삼층석탑, 보물 제47호 서삼층석탑, 지방문화재인 동삼층석탑, 석등이 있다. 그간의 발굴 조사로 금당지, 삼천불전지, 회랑지, 중문지 등의 건물터가 드러났다고 한다.

성주사지를 나와 해변길을 따라 대천항을 가로질러 대천해수욕장에 다다랐다.동양에서 유일한 조개껍질로 백사장이 형성된 길이 3.5Km, 폭 100m의 대천해수욕장을 찾은 것이다. 역시 물 만난 고기마냥 모두가 함박웃음을 띄며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다에 뛰어 들었다. 그리곤 잘생긴 돌을 하나씩 주워 돌던지기(Throwing Stone)에 빠졌다. 이날 짱돌 던지기의 고수는 지평교회 이택규 목사로 결정됐다. 

▲ 대천해수욕장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기환연 집행위

▲ 대천해수욕장에서 하늘을 향해 뛰어 오르자!

대천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을 걸으며 1박2일 동안 생각했던 것은 재미와 즐거움, 나눔과 섬김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감동을 주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이기를 간절하게 바라면서 모두가 모래사장을 힘껏 딛고 하늘을 향해 뛰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