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4일(토요일) 오후 1시부터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장현리 산95번지 류기봉 포도밭에서는 '제13회 류기봉 포도밭 예술제' 행사가 열린다. 포도밭을 가꾸는 류기봉 시인은 "하늘과 바람과 비와 구름이 올해도 한결같이 살펴줘 알은 굵고 실합니다."라며 풍년농사의 소회를 밝혔다.

▲ 제12회 류기봉 포도밭 예술제 풍경

류기봉(45) 시인은 올해로 20년째 포도밭을 가꾸면서 틈틈이 시를 지어 오면서 고인이 되신 김춘수 시인으로부터 '포도밭 예술제' 제안을 받았다. 처음 음악과 시 그리고 그림이 어우러진 포도밭을 가꾸기 시작한 때는 1998년도 무렵이었다.

▲ 풀잎은 공중에 글을 쓴다

류 시인은 "포도밭은 20년째 제 원고지이고 포도는 저의 시입니다. 하지만 제가 포도나무에게 해 준 일은 많지 않습니다. 농약이나 화학비료가 포도밭에 들어오지 못하게 지키는 일, 지렁이․땅강아지가 잘 놀 수 있도록 흙을 괴롭히지 않는 일, 포도나무들이 심심해하면 모차르트나 브람스를 들려주는 일, 제가 밭을 오가며 나무들에게 해준 것이라곤 고작 이런 것뿐입니다. 사람들은 ‘게으른 농사꾼’이라고 합니다. 그런 지 20년입니다. 그 사이 흙과 나무는 야성을 되찾고 자연에 가까워졌습니다. 포도밭 잔치에서 무엇보다 자랑하고 싶은 저의 예술은 이렇게 살아난 흙과 나무들입니다. 신발도, 양말도 벗고 포도나무 그늘 따라 맨발로 흙을 밟으며 걸어보세요. 시인이 낭송하는 시를 따라 읊으며 주변을 맴돌아도 좋겠습니다. 살아 있는 흙의 싱싱한 기운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겁니다."라고 했다.

▲ 류기봉 포도밭 제공

더우기 "2010년 올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광릉수목원을 품고 있는 수리봉의 동쪽 산자락에 포도밭이 있습니다. 수리봉 숲을 조금 빌려 예술잔치를 펼칩니다. 초대합니다, 자연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흙과 시와 포도와 음악과 함께 주말 오후를 즐기십시오."라며 2010년 포도가 익어가는 8월 포도를 좋아하는 모두를 초대했다.

▲ 류기봉 포도밭 제공

올해는 특별히 예술제에 맞춰 나온 생태시집 ‘풀잎은 공중에 글을 쓴다’의 출간 기념식이 포도밭에서 거행된다. 이 시집은 지난 12년간 포도밭 예술제에 꾸준히 참여해 온 시인 19명이 뜻을 모아 펴낸 생태시 선집, 정현종 시인을 비롯해 이수익, 이문재, 이승하, 박주택, 박상순, 고두현, 김정산, 문태준, 이덕규, 김행숙, 차주일, 심언주 시인 등이 쓴 53편의 시를 담고 있다.

'포도밭 예술제'와 '생태시집 출간'에 앞서 정현종 시인은 "과수원에서 시집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즐겁고도 뜻깊은 일이다."면서 "과수원의 사계 속에는 모든 생명 활동이 다 들어 있고 인간의 삶의 은유들을 풍부하게 지니고 있다."고 했다. 모든 시들이 지칠줄 모르는 현대 문명에서 잃어버린 생명성, 인간성을 일깨우는 내용이다.

자연농 농사 짓기와 시 짓기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생명과 마음을 보살피는 활동으로 그 뿌리가 맞 닿아 있다. 그러므로 정부와 국회의원도, 검찰과 경찰도, 대기업과 중소기업도, 학교와 병원도 모두모두 자연농적인 경영을 해야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공동체사회를 열 수 있다. 송글송글 포도가 익는 9월1일 '철학이 없는 통치가의 말로만 외치는 정의'가 아닌 '승자도 패자도 억울함이 없는 공평한 사회'가 하루속히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