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의 실용정치의 끝은 어디일까?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자시절부터 실용적인 정치를 표방하며 표를 호소했다. 그 공약이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아니면 그 근거가 불확실한 경영자 능력의 과대평가 때문이었는지 어쨌건 당선되었고 벌써 임기 3년째를 맞고 있다.

민족도 좋고 통일도 좋고 민중도 좋지만 역시 먹고 사는 문제, 이왕이면 잘 먹고 여유있게 사는 문제가 해결된다면 그것도 좋으리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 차원에서 실용정치, 실용외교가 잘 펼쳐진다면 그나마 아쉬운 점도 많지만 괜찮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늘 한겨레 신문(8월 19일자)의 일면톱기사는 ‘정부, 멜라트 서울지점 영업정지 검토’라는 제목의 기사이다. 내용은 이명박 정부가 미국의 요구에 따라 이란계 은행인 멜라트 은행의 2-3개월 영업정지를 검토하고 있는데 이는 폐쇄를 요구하는 미국과 징계 거부를 주장하는 이란의 입장을 모두 고려한 방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지점 폐쇄와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함께 실었다.

이명박 정부가 이란계 멜라트 은행의 영업정지를 검토하고 있는 근거는 외환거래법상의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 등의 의무이행을 위한 지급 및 영수 지침’을 어기고 이란 사데라트은행 등 금융제재 대상자와 거래한 사실을 적발한 것 때문이란다. 지급영수지침은 유엔결의에 따른 제재대상과 미국 대통렬령 13224호가 지정한 테러단체를 금융제재 대상자로 지정한 것에 의거한다는 말이다. 이런 내용을 접하면서 참으로 암담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명박 정부가 목을 놓아 부르짖는 실용은 어디로 갔는지 도통 그 행방이 묘연하다. 이란은 한국이 가장 많은 양의 원유를 수입하는 나라이다. 우리 정부가 멜라트 은행의 영업정지 방침을 내린다면 그 결과는 어렵지 않게 예측이 가능하다. 원유수출을 중단할 것이고 이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에게 보복을 하게 될 것이다. 수출입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도 예상할 수 있다. 무엇이 실용인지 곰곰이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유엔안보리 상정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자화자찬하면서 떠들어도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국가 이미지만 추락했고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도 없이 들이대는 정부라는 비아냥만 산 꼴이다.

2008년 전국을 밝히던 촛불정국도 한 예가 될 수 있다. 그까짓 미국 소고기 안 먹으면 그만인 것을 어떻게 해서든지 수입하겠다고 우기다가 전국민적인 에너지만 허무하게 소비되었다. 소고기 수입으로 얻을 이익보다 더 큰 국민적 공감대와 신뢰를 잃었으니 말이다. 실용은 어디에 팔아먹었는가? 구구절절이 예를 들어봐야 입만 아프다. 한두 가지가 아니니 말이다.

그런데 실용정부를 떠드는 정부가 왜 이런 비실용정부가 되었는지 그 이유를 가만히 살펴보면 대부분 미국 때문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헛발질을 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미국의 요구에 충성하느라고 발생하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천안함 사태를 이용하려는 미국의 흑심,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꿍꿍이, 이란을 제재하려는 미국의 의지... 미국의 눈에 들고 미국의 발발이(오해는 마시라! 영국의 블레어 전 총리 별명이 부시의 푸들이었으니 이런 표현은 일종의 메타포로 이해해 주시길)가 되고 싶어 안달을 하다 보니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미국의 실용을 따르다보니 정작 우리 국민의 실용은 저만치 밀어 치워버리게 되었다. 미국의 이익과 우리 국민의 이익이 부합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남과 북이 편안하게 잘 지내는 관계가 되면 미국은 불편해진다. 남북관계가 경색되면 그 사이에서 미국이 얻는 이익은 커지고 기간도 길어난다. 미국의 실용폭이 커지면 커질수록 한국의 실용(失用)폭도 함께 커진다. 결국 남게 되는 것은 국제적인 신용도 거덜나버린 늙은이들의 나라 한국이다.

어느 한 편에 서자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실용을 따지자면 당연히 중국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중국과의 무역 의존도도 점점 높아만 가고 있다. 우리 쪽에서 봐도 중국은 무한시장이다. 지리적으로 봐도 관계가 나쁘면 여러 가지로 피곤할 수밖에 없다. 반면 관계가 좋고 가까우면 얻는 이익도 많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 코앞에서 중국과는 여전한 내면적 적대관계에 있는 미국군을 끌어들여 군사훈련을 진행한다니 제 정신인가 말이다. 중국은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며 이에 대해 경계하고 있기까지 한데 말이다.

이명박 정부의 실용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지금은 미국에게 간 빼주고 쓸개도 빼주지만 언젠가는 확실한 대박을 터뜨려 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오늘 와신상담하고 있는 것인지? 그러나 착각하지 말라! 미국이 지금까지 명분과 의리 때문에 자국 군사를 파견하여 그 생명을 바친 적은 없다. 미국이 한국전쟁에 와서 젊은 생명을 뿌리며 우리나라를 지켜주었다고 하는데 그에 대한 대가는 이미 충분하게 지불했다. 그리고 그런 계산 없이 미국이 한국전쟁에 참여했다고 보는 것이야 말로 동네 양아치들이나 떠드는 의리로 착각하는 수준이다. 미국은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인 것이다. 미안하지만 당신 같으면 의리 때문에 목숨을 걸고 의리 때문에 자식의 목숨을 걸겠는가?

이명박 정부가 정말 실용적인 정부였다는 국민과 역사의 평가를 받기 원한다면 이제라도 진지하고 똑똑하게 미국과의 관계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미국만 따라다니다 보면 결국 미국과 함께 몰락하게 된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는 동안에야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지만 머지 않았다고 세계가 긴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국민은 진짜 실용을 원한다. 실용 실용 하면서 정작 이렇게 뜯기고 저렇게 뜯겨 국민들 호주머니에 먼지만 풀풀 나게 하는 실용이 아니라 조금 욕을 먹을지언정 배라도 든든히 부른 그런 실용 말이다. 이념과 사상의 차이조차 기꺼이 용납할 수 있는 실용이 되지 않는다면 진정한 실용의 열매를 따 먹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라는 나라에 매달리는 실용이야 결국 그 자신의 올가미가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