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명과 에코투어리즘

내 취미도 살리고 환경도 보전하면서 하나뿐인 지구에 닥친 기후변화 위기를 늦출 수는 없을까 고민하다가 아내의 권유로 1년 정도 타지 않았던 산악자전거를 정비한 후 양평 숲과 계곡을 찾았다.

▲ 구리역, 자전거로 떠나는 생태기행에 나선 서어나무

현대문명이라는 것이 나무를 자르고 태우고, 물을 오염시키고 파내어 갈아엎는 식의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지구 본연의 모습을 점점 사라지게 했다. 현재 우리들이 살고 있는 도시는 환경이 잘 보존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정신없이 에너지를 사용해야만 유지될 수 있는 콘크리트 건물들과 자동차들로 둘러 싸여있다.

그렇다면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자원과 에너지의 고갈,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공장이나 아파트를 짓지 말고, 자동차도 타지 말고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에어컨과 컴퓨터도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

환경위기 극복을 위한 실질적 해법은 규제보다는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을 보호하고 지속적으로 보전해 나아가는 방법을 찾는 일이다. 거대한 환경프로젝트나 첨단기술과 기계에 의존하지 않는 인간적인 기술, 손과 손을 맞잡고, 가슴으로 운동하는 생활 속 환경실천이 중요한 것이다.

▲ 자전거로 떠나는 생태기행, 중앙선 기차를 타고 양수역으로 이동

그러나 환경을 생각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귀찮고 더럽고, 힘들다. 이러한 때 환경정의와 마음의 평화, 그리고 나눔의 기쁨을 통해 건강을 만끽할 수 있는 생활 속 자전거 타기는 환경도 살리고, 지역사회도 배려하는 신종 바이크바이러스다.

이름하야 마운틴바이크 에코투어리즘, 에코투어리즘은 생태학을 의미하는 에콜로지(Ecology)와 관광이라는 뜻의 투어리즘(Tourism)이 합해진 말로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개발이 계속되고 이로 인해 자연파괴가 늘어나자 북아메리카를 중심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자는 운동의 일환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대안여행이자 기행이다.

지역의 사회와 문화, 경제적인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면서 과도한 환경피해를 억제, 자연을 관찰하고 즐기는 여행방식이나 기행문화를 뜻한다. 에코투어리즘은 유럽에서 가장 활성화되고 있는데 영국, 프랑스, 독일인들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비행기를 타고 멀리 여행을 떠나는 대신 기차나 자전거 등 무공해 교통수단을 이용해 가까운 국내 여행지를 찾고 있다고 한다.

환경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며 즐기는 에코투어리즘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1998년. 유엔이 2002년을 세계생태관광의 해로 지정하자 국내에서도 몇몇 지자체를 중심으로 생태관광 프로그램이 개발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역사가 짧은 만큼 여러모로 미흡한 점이 많다.

두 바퀴로 떠나는 생태기행

거두절미하고 아내와 함께 한 두 바퀴로 떠나는 생태기행은 남양주 진접에서 구리(구리역)까지 자전거로 이동하고, 양평군 양수역까지는 전철을 타고 또다시 양수역에서 서종면 정배리~명달리 산악코스까지는 자전거로 이동하는 1일 생활 속 기행을 다녀왔다.

▲ 자전거로 떠나는 생태기행, 좌로부터 푸른바람, 서어나무, 자작나무 뒤로 연꽃 숲이...

▲ 자전거로 떠나는 생태기행, 좌로부터 푸른바람, 서어나무, 녹색방주 뒤로 연꽃 숲이...

진접읍 금곡리 집에서부터 출발, 왕숙천변 자전거도로를 따라 달린 곳곳에서의 오물과 악취는 자전거 길이 유쾌하지 못하여 불쾌지수만을 높였다. 정부는 하루속히 4대강 살리기와 같은 거대한 강의 개발보다는 주된 오염원인 지천 살리기에 앞장서야겠다.

중앙선 구리역에서는 특별히 마련된 앞뒤 자전거용 객차를 이용했고, 양수역까지 가는 동안 산과 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객들로 붐볐다. 양수역에서 함께 놀민~놀민하면서 환상의 mountain bike를 펼칠 분들을 만났다. 고수의 사진가인 자작나무와 여성산악인 푸른바람, 서어나무 그리고 필자가 산 좋고 물 좋은 양평, 양수리 북한강변을 따라 자전거로 천천히 누비니 강물과 수려한 연꽃들이 반긴다.

소식에 의하면 경기도 양평군이 청정 계곡과 산길을 자전거로 누빌 수 있는 산악자전거 명소로 부상하고 있단다. 서울에서 양평까지 최근 전철이 운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자전거 동호인들이 모여들고 있는 모양이다. 양평역에서는 양자산과 백병산 일대를 한 바퀴 돌아 다시 전철을 타고 돌아갈 수 있는 연장 30.5㎞ 규모의 산악자전거 코스가 오는 7월 말까지 새로 조성될 예정이라니 참고 바란다.

이 코스는 양평전철역∼양평대교∼양자산∼백병산∼양근대교∼양평전철역 구간을 5시간에 걸쳐 달리는 동안 자연경관이 수려한 강변도로와 임도를 번갈아 오갈 수 있다. 해발 650m의 양자산과 420m의 백병산을 오르내리는 동안 멀고 가까운 남한강변의 정취를 즐길 수 있는 이 길은 지역 내 일곱 번째 산악자전거 코스란다.

오늘 두 바퀴로 떠나는 생태기행에는 두 여성과 남성들이 놀민~놀민하면서 기행하기에 좋은 mountain bike 길로 생태주의 동호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코스다. 이코스는 양평 기존의 6개 임도 중 중미산 코스로 초보와 중급자들이 어울려 주행할 수 있다.

▲ 자전거로 떠나는 생태기행, 자연과 적정기술의 만남

그런데 명달리 고개 길은 난코스다. 땡볕이 강한 아스팔트 고갯길 위를 오르는 자전거페달은 허벅지에 힘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주춤하고, 엉덩이도 덩달아 아파온다. 이쯤에서 나는 누구인가? 편안한 자동차를 두고 왜 이곳에서 두 바퀴로 가는 잔차를 타면서 생고생을 해야 되는가 후회막급이다.

하지만 필자와 보조를 맞춘 자작나무님은 아직도 건재하시다. 함께 했던 두 여인은 벌써 고갯마루에 닿았는지 보이질 않는다. 하긴 오랜동안 자전거를 타지 않았으니 힘든 것은 당연했다. 이렇게 오른 명달고개에서의 시원한 토마토 쥬스 한잔이 피로를 잊게 해준다.

명달리 내리막길을 막 벗어나는 순간 숲속학교가 보이고, 조금 벗어난 곳에 이가네복두부가 나타났다. 이곳이 단골 맛집이라 점심을 먹는단다. 두부찌개의 담백함과 어우러진 동동주 한잔은 서로 간의 벽을 넘어 삶의 평화를 노래한다.

▲ 자전거로 떠나는 생태기행, 숲 속으로 난 길은 생태기행에 안성맞춤

달콤한 휴식시간도 잠시 이어 명달리 계곡을 향해 심한 비포장도로를 따라 난 산길을 오른다. 자전거에 온 몸을 쏟느라 힘이 부칠 즈음, 널따란 소(沼)와 담(淡), 그리고 폭포의 비경을 만났다. 바위와 숲이 빚어낸 맑은 계곡은 마운틴바이크 메니아들을 한순간에 계곡물 속으로 빨아들였다.

제법 깊이가 있어 보인 깨끗한 물속은 얼음이다. 그곳에서는 개헤엄이 최고란다. 천연의 풀장에서 미끄럼을 타는 천진한 마음이 새로운 행복을 만들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즐겼다.

▲ 자전거로 떠나는 생태기행, 널따란 소(沼)와 담(淡) 속으로 풍덩 !

▲ 자전거로 떠나는 생태기행, 천연 풀장에선 개헤엄이 최고 !

▲ 자전거로 떠나는 생태기행, 계곡에서 천연 미끄럼 즐기기

더욱이 산속 깊은 계곡에서 커피 한 잔과 빵 한조각의 나눔은 잠시 동안이지만 복잡한 지구문명에서의 평화를 안겨주었다. 이곳 계곡사이로 난 길은 생태기행에 안성맞춤이자 자전거 초보자들도 도전해 볼만한 코스다. 명달리 계곡 중턱을 오르다 만난 신령한 주인(?)을 만나 하늘정원으로 초대되었다.

3,000평쯤 되어 보이는 멋진 터 위에는 땅에 있는 하늘나라를 만들고 있었다. 사방이 천연의 숲 정원으로 날마다 자연심방을 떠난다는 목회자 부부가 그 주인공이다. 라이더들은 그곳에서 잠시 약수 물을 마시며 인간적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털었다.

▲ 자전거로 떠나는 생태기행, 라이딩 도중 신선학교로 초청되었다.

몽골의 나담축제가 해마다 7월 11일~13일까지 열리는데 그중 나담축제의 꽃은 승마경주라며 자작나무님이 말문을 열었다. “나담축제에서 행하는 승마시합은 여러가지가 있으나 2살짜리 말로 5살부터 10살까지의 어린 선수들이 어떠한 제약도 없이 30Km를 전력 질주하여 결승점에 도착하는 경기가 있다.

나담축제에서 승마경기는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수천대의 차량들이 몰려오고, 이 경기에 참석하기 위해 수천 킬로 떨어진 곳에서 일찍부터 출발한 몽골인들은 게르를 쳐놓고 숙식을 하면서 지내기도 한다.

그곳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은 출발한 지 한참 후에 저 멀리 지평선 너머로 뿌연 안개같은 먼지가 일쯤 사진작가로서 멋진 석양과 어우러진 승마 장면을 찍으려는데 우리와 같은 질서정연한 승부의 세계가 아니라 당황했다. 1등도 없고, 꼴등도 없었다.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달려오는 선수들을 맞이하기 위해 가족들은 하나하나 자신의 아이들을 마중하기 위해 말을 타고 달려간다. 함께 결승점에 도달하기까지 말과 아이를 격려해 주면서 달린다.

일단 결승점에 도착하면 아이를 힘껏 자신의 말 앞에 앉히고는 개선장군마냥 아이들을 격려해주면서 가족들의 게르로 향한다. 이 장면에 감정이 동화되어 사진 찍을 의미를 잃고 한참을 바라봤다.“라면서 몽골인들의 애뜻한 가족 사랑을 전하는 순간 시간이 많이 지나 그곳과의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 자전거로 떠나는 생태기행, 나비와 자전거 탄 자작나무의 환상

서둘러 두 바퀴로 가는 삼각골의 산악지형은 산세가 수려하고 깊었다. 이때 자전거를 타는 것이 아닌 이끌고 가파른 돌길의 비포장 길을 둘레둘레 오르니 고갯마루다.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이란다.

삼각골 코스는 내리막길이 일품인데 마사토가 섞여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중미산휴양림을 조금 못 미쳐서 37번국도와 마주하게 되는데 이곳부터 정배리, 도장리, 문호리, 그리고 양수리까지 주행코스는 가슴이 탁 트이는 통쾌함이 느껴졌다.

▲ 자전거로 떠나는 생태기행, 자전거 탄 풍경

▲ 자전거로 떠나는 생태기행, 서어나무의 자전거 탄 풍경

▲ 자전거로 떠나는 생태기행, 푸른바람의 자전거 탄 풍경

고개 숙여 땅만 보고 가는 것이 아닌 숲의 언저리에 붙어있는 갖가지 수목들과 바위, 이끼, 야생화들과 더불어 가만히 서서 바람을 느껴본다. 누가 이 계곡을 이처럼 세밀하게 아름다운 조각들을 세워두었나 싶을 만큼 화려한 천연 숲은 자연과 사람과 역사와 종교까지 만나게 해준다.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으나 막바지에 이르니 곧 강바람에 취하고 숲과 계곡에 취해 산이 주는 모든 순간을 눈과 코로 음미해본다. 늦은 오후 ‘북한강 자전거 길’은 걱정 많은 이들에게는 빠름을, 걱정 없는 이들에게는 느림을 주는 듯하다.

▲ 자작나무와 떠나는 자전거기행, 자연과 사람, 역사와 종교가 만나다

▲ 푸른바람과 떠나는 자전거기행, 숲 속의 여인

▲ 서어나무와 떠나는 자전거기행, 이처럼 세밀하게 아름다운 조각들을 만드신 하나님

◎ 양평 중미산 자전거코스 안내     ▲ 양평군 서종면 중미산 자전거 코스지도 ◎ 자전거에 대한 안전 상식 헬멧과 장갑. 자전거를 안전하게 타기 위해 꼭 필요한 장비다. 또한 헬멧이나 장갑 없이 자전거를 대여해 탈 때는 차량이 많은 대로나 비좁은 농로 등은 피해야 한다. 자전거를 빌릴 때는 반드시 먼저 한 바퀴 시험주행을 하며 브레이크 체크를 하고 체형에 맞는 것을 고르도록 한다. 자전거 주행 때 옷차림은 눈에 잘 띄는 옷을 입고 끈이 없는 신발을 신는 게 좋다. 바짓단은 체인     ▲ 자전거로 떠나는 생태기행, 빵과 차 한잔의 여유를... 에 감겨들지 않도록 양말 안에 잘 여며 넣도록 한다. 특히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차로 분류된다. 자전거를 탈 땐 차에 준하는 법규를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우측통행을 해야 하고 복잡한 길에서 회전할 땐 수신호를 보내야 한다. 자전거는 보통 출퇴근용 자전거, 산악자전거, 도로사이클 등으로 분류된다. 산악자전거는 일반용에 비하여 튼튼하고 정교하여 보통 50만원대부터 1~2천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안장은 자신의 체형에 맞게 조절하면 된다. 자전거를 살 경우엔 바퀴와 안장을 연결하는 프레임 크기를 고를 수 있는데 구입처에 문의해 자신의 키와 체격에 맞는 프레임을 고르도록 한다. 헬멧은 3만~20만원대 등 다양한 재질과 디자인의 헬멧이 시중에 나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야간주행 때 안전을 위해 자전거 앞등(1만~2만원)과 뒤쪽에 장착하는 점멸형 안전등(1만원 안팎)도 반드시 구입하도록 한다. 때론 장갑·팔꿈치보호대 등도 필요하며, 타이어 펑크 수리법 등 기본적인 대처법은 익히고 있어야 한다. 타이어 펑크 수리세트는 5천원 안팎에 구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