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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지난20세기까지 줄기차게 과학기술의 혁명에 의존하여 종교를 추월한 문명을 발전시켜 왔으나 물질문명이 보여준 결과는 환경과 생태계의 파괴라는 암담한 한계적 상황을 만들었다.
인간의 역사는 자연과 상호관계에 의해 창조적 발전을 도모하였으나 현재의 과학기술은 자연을 소외시킴과 동시에 수단으로 전락시켰다. 인간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거대한 과학기술 앞에서 주체가 아닌 객체로 전략, 비인간적, 비인격적인 생활시스템을 만들고 스트레스를 가중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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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가평의 잣나무 숲 길 ⓒ 2010 류기석 |
이러한 때에 다시금 생명의 원천을 찾아 자연으로 돌아가 온전한 삶을 산다는 것은 대단히 혁명적일 수 있으며, 선구자나 구도자적 삶일 수 있다. 하지만 당장 1박2일을 자연과 더불어 심신의 피로를 해소하고 정신적 안정을 되찾으며 건강과 행복한 삶을 보장 받는 기회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다만 믿음(용기)이 부족하기 때문에 숲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최근 아내와 단 둘이서 가평 잣나무 숲 속으로 들어가 1박2일을 보냈다. 4식구가 캠핑을 하기로 마음먹고 5인용 텐트를 준비한지 10여 년째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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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가평의 잣나무 숲 1박2일 캠핑체험 ⓒ 2010 류기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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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가평의 야생화, 까치수염 ⓒ 2010 류기석 |
남양주 진접의 집에서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가평군 하면 대보리 30~40년 이상 된 잣나무 숲 속으로 향했던 것이다. 될 수 있다면 가벼운 옷차림에 자연식에 가까운 식단만을 준비해가지고 잣나무로 가득 찬 지인의 주말주택 잔디마당 한쪽에 텐트를 쳤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도시의 소리는 사라지고 온통 물소리, 새소리, 바람 소리 뿐이다. 가끔씩 멧돼지 멱따는 소리가 들렀을 뿐 산촌의 오후는 자연이 제공해 주는 여러 가지 삶의 질 서비스로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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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가평의 잣나무 숲 길에서 만난 고목 복자기 ⓒ 2010 류기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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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가평의 야생화, 곰딸기 ⓒ 2010 류기석 |
해질녘 간단한 녹두죽을 준비하여 먹고는 숲으로 난 임도 길을 따라 산책에 나섰다. 그날 밤 잣나무 숲의 고요함 속에서 눈을 감고 자연이 주는 내면의 즐거움에 빠졌다. 자연에서 고요함을 볼 줄 모르면 온갖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없으리라.
이른 새벽 새들의 노랫소리에 일어나 또 다른 하루를 맞았다. 아내와 함께 간단한 야채와 과일을 나누어 먹고는 1시간이상 거리의 잣나무 둘레 길을 걸었다. 그곳 길 위에서 만난 산딸기에 흠뻑 취하고, 갖가지 곤충들과 야생들꽃들과도 눈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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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가평의 야생화, 물레나물 꽃 ⓒ 2010 류기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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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가평의 야생화, 물레나물 꽃 ⓒ 2010 류기석 |
특별히 이곳의 자연환경이 싹틔우고 키워온 물레나물과(―科 Hypericaceae)에 속하는 다년생초가 눈에 띄었다. 해가 잘 비치는 산기슭에서 흔히 자라는 노란 물레나물 꽃이 아름다움을 힘껏 뽐냈다.
이어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 풀로 잎은 어긋나며 달걀모양으로 7∼10월이면 어김없이 청자색 꽃을 자랑하는 영아자가 이곳저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유난히 이곳 잣나무 숲길은 영아자의 군락지였다. 영아자는 봄에 나오는 새순을 나물로 즐겨먹는다. 맛난 천연의 먹 거리인 동시에 예쁜 꽃도 보는 영아자의 인기가 높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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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가평의 야생화, 영아자 꽃 ⓒ 2010 류기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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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가평의 야생화, 영아자의 어린새순 ⓒ 2010 류기석 |
이뿐만이 아니다. 깊은 산골의 잣나무 숲을 찾은 이유는 매일 만성적인 피로에 지친 육신과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으며, 이대로 가는 길이 맞는지 아니면 되돌아 갈 것인지, 되돌아간다면 어떻게 먹고살 것인지, 이것이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인지를 되돌아보는 의미로 착한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관광(觀光)은 주로 기분 전환이나 여가의 목적으로 떠나는 여행(위키백과)이다. 즉, 다른 지방이나 나라의 풍광(風光)·풍속(風俗)·사적(史蹟) 등을 유람(遊覽)하는 일로 경치가 빼어나고, 지역고유의 문화예술이나 화려한 문화재가 있으며, 맛좋은 음식은 기본으로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진 명소를 찾는 반면 여행(旅行)이란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로 자기 거주지를 떠나 객지(客地)에 나다니는 일, 다른 고장이나 다른 나라에 가는 일 등을 말(위키백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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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가, 잣나무 숲으로 가자 ⓒ 2010 류기석 |
그러나 앞으로의 대세는 생태관광이나 녹색기행, 공정여행 등 서로에게 유익이 되는 착한여행이 화두가 될 전망이다. 환경파괴와 기후변화, 에너지 등 자원고갈로 관광이나 여행 트렌드 자체가 바뀌면서 건강의 질을 고려한 도보·자전거·기차·캠핑여행 등 친환경적 여가나 쉼에 대한 욕구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필자는 관광이나 여행을 넘어선지 오래다. 착한여행을 하되 오지마을과 그곳의 자연환경 속에서 삶의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농부나 시인, 예술인, 귀농인 등을 찾아 마음을 나누기를 즐겼다. 여행이라기보다는 방문이라는 표현이 오히려 맞겠다. 이런 만남 또한 요즘들어서는 중단된 상태다. 뭔가 허전함이 남아서 일 것이다.
개인과 공동체 깊숙이 자리한 나 중심적 욕심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온전성은 물론 영적으로도 매우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 '생태적 삶을 지향'하며 귀농하려던 이상은 거품에 불가했다. 그 시절 서울에서 파주로 삶터를 옮기고는 주말이 되면 6~7시간을 달려 국내 최고의 오지마을을 찾아 경제적인 부분부터 시적, 정서적, 예술적, 철학적, 영적갈증까지 풀고자 했던 마음 간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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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가평의 잣나무 숲 길 ⓒ 2010 류기석 |
그것도 모자라 산 넘고 물 건너 때론 수천 킬로미터의 외국으로 날아가 한 달간을 살다왔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에 산적해 있는 2% 정도의 응어리들은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그와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가평 잣나무 숲 속에서의 1박2일은 많은 생각을 갖게 했다. 애당초 아내가 자주 다니던 연인산 잣나무 숲이 텐트생활의 목적지였으나 최근 '생태순환마을 만들기'로 부각되고 있는 대금산 잣나무 숲이 마음을 끌었다.
그래서 하룻만에 장소를 변경하고는 텐트생활 준비에 들어갔다. 많은 기대와 욕심 보다는 그저 자연으로 돌아가 몸과 마음의 면역력을 높이고자 했을 뿐인데, 막상 상쾌한 숲 속 공기를 마시는 순간 막혔던 감각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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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가평의 잣나무 숲 길에서 바라본 운악산 ⓒ 2010 류기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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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가평의 잣나무 숲은 보약 ⓒ 2010 류기석 |
요즘 가까운 산이나 숲을 찾아 몸과 마음의 건강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산림치유’ 또는 ‘숲 치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산림치유'는 피톤치드·음이온·경관·소리 등 숲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자연요소를 활용,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질병을 치유하는 활동을 말한다.
이제 산이나 숲은 임업이나 휴양과 같은 소극적 활동을 넘어 산림을 심신과 질병 치유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수목원이나 휴양림의 ‘산림욕’ 보다 는 훨씬 진보된 개념으로 ‘산림치유’가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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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가평의 잣나무 숲의 삼림치유 ⓒ 2010 류기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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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가평의 곤충, 나비 ⓒ 2010 류기석 |
이는 급격한 도시화 및 산업화로 인해 그만큼 자연과 접촉하는 시간과 공간이 줄어든 현대인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요즘은 산림의 질병 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현대 의학을 보완하는 자연요법으로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여기서 식물이 병원균․해충․곰팡이에 저항하려고 내뿜거나 분비하는 물질인 피톤치드(phytoncide)는 마시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장과 심폐기능이 강화되며 살균작용도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다양한 분야에서 관심이 많다.
피톤치드는 잣나무의 향기와 수액에 포함돼 있다. 피톤치드는 ‘식물’을 의미하는 ‘피톤(Phyton)’과 ‘살균력’을 뜻하는 ‘치드(Cide)’를 합친 말이다. 나무가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것으로 살균 효과와 함께 식물에 유익한 곤충을 유인하는 기능을 한다. 주성분은 ‘테르펜’이라는 물질로, 숲 속의 향긋한 냄새를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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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가평의 잣나무 숲, 자연과 더불어 사는 라이프스타일 조성 중 ⓒ 2010 류기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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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가평의 곤충, 벌과 ⓒ 2010 류기석 |
이 피톤치드는 계절적으로 여름철과 봄철, 시간대별로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까지 가장 왕성하게 분비한다. 이 피톤치드는 활엽수 보다는 침엽수(편백나무, 소나무, 잣나무 등)에서 특히 많이 내뿜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매일을 생태적 삶을 꿈꾸는 도시인들과 문화예술인들에게는 대자연 속의 잣나무 숲은 더할 나위 없는 안식처이자 창조적 공간이 된다. 앞으로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이 질병을 막고 각종 공해병으로부터 몸을 보호함으로서 건강의 질을 높이고자하는 삼림의학, 약한 등이 뜨고 있다.
이를 위해 라이프스타일을 완전히 바꾸어 사는 것이 중요하다. 수면부족과 피로에 시달리면 자주 감기에 걸린다거나 스트레스를 받은 뒤에 폐암이나 위암에 걸리는 예가 흔한데 이는 인간의 혈액 중에 림프구의 약 20%가 NK세포(NKcell : natural killer cell)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며, 이는 건강하지 못한 라이프스타일에서 기인된다. NK세포란 암세포를 발견하면 바로 죽이는 물질로 우리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라이프스타일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활성화되거나 저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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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가평의 곤충, 팔공산밑들이메뚜기 ⓒ 2010 류기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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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가평의 야생화, 노란 물봉선 꽃 ⓒ 2010 류기석 |
NK세포를 자세하게 살펴보면 우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에 감염된 세포를 제거도 하는데 바로 ‘자연면역’이므로 이 자연면역 덕택에 인간은 많은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다. 인간은 식사, 수면, 영양, 운동, 작업, 스트레스, 흡연, 음주 등을 측정해 보면 건강하지 못한 라이프스타일로 인해 NK세포 활성을 줄어들게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로써 건강하게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는 과학적 지식으로서의 정보축적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공감능력과 예술적 감성을 중시하는 방향임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영속적인 자연보존과 따스한 인간관계의 조성, 자연과 함께 다양성을 중시하는 활동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궁극적인 행복이라고 말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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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가평의 야생목, 개다래 ⓒ 2010 류기석 |
잣나무 숲길을 걸어 나오면서 아내가 필자에게 말한다. 개다래는 꽃도 없고, 향도 없지만 벌과 나비를 유혹한다고...자세히 보니 개다래의 잎사귀는 연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주변의 곤충에게 관심을 끌기 위해 흰색 잎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렇듯 우리의 산천초목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살아있는 동식물에게는 그들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이웃과의 공생 공존을 위한 본능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발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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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가평의 쪽빛하늘과 뭉게구름 ⓒ 2010 류기석 |
끝없이 자연스러운 숲길의 매력과 쪽빛하늘, 뭉게구름, 착한공기, 연두와 초록의 색깔이 어우러진 곡선들, 나뭇가지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과 먼 산들, 다양한 골짜기의 형태와 낙엽의 생김새, 더불어 야생들꽃들의 은은한 향기, 산딸기와 오디열매의 맛, 수목이 발산하는 이끼류와 방향류의 피톤치드 등이 21세기 건강의 블루오션이 삼림(森林)에 있음을 깨달게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