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절 후 제 5 주(20100627)
성서일과/ 시 16; 왕상 19:15-16, 19-21; 갈 5:1, 13-25; 눅 9:51-62
본문/ 시 16:1-11 
사람들은 몰라요.

          (시 16:1-11) 『[1] [다윗의 믹담] 하나님이여 나를 보호하소서 내가 주께 피하나이다 [2] 내가 여호와께 아뢰되 주는 나의 주시오니 주 밖에는 나의 복이 없다 하였나이다 [3] 땅에 있는 성도는 존귀한 자니 나의 모든 즐거움이 저희에게 있도다 [4] 다른 신에게 예물을 드리는 자는 괴로움이 더할 것이라 나는 저희가 드리는 피의 전제를 드리지 아니하며 내 입술로 그 이름도 부르지 아니하리로다 [5] 여호와는 나의 산업과 나의 잔의 소득이시니 나의 분깃을 지키시나이다 [6] 내게 줄로 재어 준 구역은 아름다운 곳에 있음이여 나의 기업이 실로 아름답도다 [7] 나를 훈계하신 여호와를 송축할지라 밤마다 내 심장이 나를 교훈하도다 [8] 내가 여호와를 항상 내 앞에 모심이여 그가 내 우편에 계시므로 내가 요동치 아니하리로다 [9] 이러므로 내 마음이 기쁘고 내 영광도 즐거워하며 내 육체도 안전히 거하리니 [10] 이는 내 영혼을 음부에 버리지 아니하시며 주의 거룩한 자로 썩지 않게 하실 것임이니이다 [11] 주께서 생명의 길로 내게 보이시리니 주의 우편에는 영원한 즐거움이 있나이다』


주는 기쁨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리는 기쁨은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누구에게나 공통된 것으로 무엇을 얻을 때 기쁨이 있습니다.
받아서, 얻어서, 벌어서, 생겨서... 이래서 즐겁지 않은 사람이 없으니 두 말할 일이 없겠습니다.
둘째는 반대로 남에게 주는 것에서 기쁨을 구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종류의 기쁨을 아는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아서 예를 들어 보는 게 좋겠습니다.

옛날 중국에 김성탄(金聖嘆)이라는 학자가 살았습니다.
그가 태어날 때 죽은 공자의 묘에서 탄식하는 소리가 났다 해서 이름을 성탄(성인이 탄식함)으로 지었다고 합니다.
이 사람이 장마비로 절간에 열흘간 갇혀 있었던 적이 있는데 그 동안에 인생의 즐거움을 33가지로 요약을 했습니다.
그 가운데 몇 가지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저녁 먹은 후 할 일 없어 무심코 옛 문갑 속을 뒤져본다. 거기에서 옛날 그에게서 돈을 빌어간 수십 장의 차용문서가 나온다. 그 빚쟁이 가운데는 이미 고인(故人)이 된 사람도 있고 살아 있는 사람도 있다. 이 문서다발에 불을 붙여 타오르는 연기가 멀리 사라져가는 것을 바라본다. 그 아니 즐거울 수 있으랴.

10년간 만나지 못했던 옛 친구 하나가 찾아온다. 예와 다름없이 빈털터리 친구다. 이 친구를 다락에 맞아 앉혀 놓고 아내에게 "소동파(蘇東坡)의 아내처럼 술 좀 사올 수 없나" 하고 귀띔을 한다. 이에 서슴없이 은비녀를 뽑아 팔아 친구를 대접하고도 돈이 남으니 그 아니 즐거우랴.

한 가난한 서생이 종이 살 돈이 없어 찾아왔다가 말을 못 꺼내고 머뭇거리는데, 이를 낌새채고 뒤안에 데리고 가서 얼마나 필요한가 물어 비녀 판 값 떼어주고 바쁘겠지만 한잔하고 가는 게 어떤가고 붙잡으니, 아아 그 어찌 즐겁지 아니하랴.

대충 봐도 알만합니다.
오로지 주는 것으로 낙을 삼았습니다.
나중에는 마누라 속곳이라도 팔아서 남에게 줄 지경입니다.
김성탄이 이 지경으로 세상을 살았으니, 말 그대로 공자님 말씀만 했던 공자님조차 무덤에서 한숨을 쉬지 않을 수 없었겠습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게 낙(樂) 곧 기쁨이었습니다.

얻는 데서 생기는 기쁨은 남으로부터 오는 것이지만 주는 데서 생기는 기쁨은 자기로 부터 솟아나는 기쁨입니다.
남으로부터 오는 기쁨은 서로 누리려고 싸우게 하는 기쁨이지만 스스로 솟아나는 기쁨은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는 기쁨입니다.
무엇보다 이 둘이 다른 점은 얻는데서 오는 기쁨은 내 기쁨을 남들도 알 수 있지만 주는 데서 오는 기쁨은 남들이 모르는 나만의 기쁨이라는 점입니다.

혹시 가끔 이렇게 말하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사는 낙이 없다.’
‘살맛이 안 난다.’
‘재미없어서 못 살겠다.’
모두 얻는 데에서만 기쁨을 찾으니 나오는 말들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눅 6:38)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 너희의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도 헤아림을 도로 받을 것이니라』

주는 자가 되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세상이 알지 못하는 기쁨을 누리시기를 기원합니다. 

 받는 기쁨

그런데 여기 주는 것 없이 받기만 하면서도 세상은 알지 못하는 참 기쁨을 아는 사람이 있습니다.
오늘 봉독한 시를 지은 다윗입니다.
시의 주제는 다윗의 마음에 충만한 기쁨입니다.
          [11] 주께서 생명의 길로 내게 보이시리니 주의 우편에는 영원한 즐거움이 있나이다.

이 구절을 표준새번역은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11] 주께서 몸소 생명의 길을 나에게 보여 주시니, 주님을 모시고 사는 삶에 기쁨이 넘칩니다. 주께서 내 곁에 계시니, 이 큰 즐거움이 영원토록 이어질 것입니다.

기쁨이라는 말에 즐거움이 한 번 더 들어 있습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누리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윗이 누리는 이런 기쁨의 원천은 오직 하나님입니다.
          [2] 나더러 하나님을 말하라면 "하나님은 나의 주님, 주님 밖에는 나의 행복이 없다" 하겠습니다.(표준새번역)

다른 곳에서 기쁨을 찾는 것은 무익합니다.
고통만 더 할뿐입니다.
          [4] 다른 신에게 예물을 드리는 자는 괴로움이 더할 것이라 나는 저희가 드리는 피의 전제를 드리지 아니하며 내 입술로 그 이름도 부르지 아니하리로다

무엇이 되었건 하나님과 결부되면 즐거움이 있습니다.
          [3] 땅에 있는 성도는 존귀한 자니 나의 모든 즐거움이 저희에게 있도다

하나님이 다윗에게 어떤 분이기에 다윗이 이렇게 기뻐할 수 있습니까?

피난처가 되어 주셨습니다.
          [1] 하나님이여 나를 보호하소서 내가 주께 피하나이다 [2] 내가 여호와께 아뢰되 주는 나의 주시오니 주 밖에는 나의 복이 없다 하였나이다

다윗이 화를 당할 때 하나님은 요새와 방패가 되어 다윗을 보호해 주셨습니다.
사울의 창을 막아 주셨고, 아들 압살롬의 패륜에서 구해 주셨습니다.
          (시 61:3) 주는 나의 피난처시요 원수를 피하는 견고한 망대심이니이다.

하나님과 사람 앞에 죄를 범하고 하나님의 낯을 피해 어디든 가고 싶을 때조차도 오직 하나님이 숨을 곳이 되어 주셨습니다.
          (시 34:22) 여호와께서 그 종들의 영혼을 구속하시나니 저에게 피하는 자는 다 죄를 받지 아니하리로다.

성도 여러분!
도와 줄  사람을 찾아 헤매지 마십시오.
좋은 날을 택하느라고 달력을 보지 마십시오.
명당을 찾아 다른 신과 의논하지 마십시오.
오직 하나님께 피하여 그에게 아뢰는 자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즐거움이 기다리는 오직 한 길입니다.
         (시 5:11) 오직 주에게 피하는 자는 다 기뻐하며 주의 보호로 인하여 영영히 기뻐 외치며 주의 이름을 사랑하는 자들은 주를 즐거워하리이다. 

기업을 주셨습니다.
          [5] 여호와는 나의 산업과 나의 잔의 소득이시니 나의 분깃을 지키시나이다.
          [5] 아, 주님, 주님이야말로 내가 받을 유산의 몫입니다. 주께서는 나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주십니다. 나의 운명은 주님의 손 안에 있습니다.(표준새번역)

땅에서의 삶을 위한 모든 것을 주십니다.
때로 그것이 부족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믿음은 모든 것이 주님께로부터 오며,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깨달음에서 견고해지는 것입니다.

다윗이 마지막까지 성전 짓기를 소망했던 것은 법궤를 모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삼하 7:2) 왕이 선지자 나단에게 이르되 볼지어다 나는 백향목 궁에 거하거늘 하나님의 궤는 휘장 가운데 있도다.

그 법궤에는 만나와 아론의 싻 난 지팡이 그리고 십계명을 기록한 돌판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만나는 광야/ 빈들/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먹이시고, 입히시고, 마시게 하신 여호와의 은혜를 기억하게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없다면 우리의 인생은 배고프고, 목마른 그래서 기쁨이 없는 광야가 되는 것입니다.
만나는 보잘것없는 음식입니다.
그러나 살리는 양식이었습니다.
작고 보잘것없는 것일지라도 감사하는 자에게 반드시 기쁨이 따르게 될 줄로 믿습니다.

교훈을 주셨습니다.
          [7] 나를 훈계하신 여호와를 송축할지라 밤마다 내 심장이 나를 교훈하도다.

인도하시는 것입니다.
마치 광야의 불기둥과 구름기둥같이 갈 길을 인도하시고, 멈추어 쉴 곳을 알려 주십니다.
여호와의 훈계하심은 우리를 영원한 생명으로 이끄는 살아 있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마 4:4)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하였느니라.

예수님 앞에 땅에서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자 예수님을 따랐던 많은 사람들이 하나 둘 주의 곁에서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떠나간 것입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주를 따라 나섰던 베드로를 비롯한 몇몇 제자들만이 주님 곁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주님은 쓸쓸한 심정으로 그들에게 물으셨습니다.
‘너희도 가려느냐?’
그 때 베드로가 대답했습니다.
          (요 6:68) .... 주여 영생의 말씀이 주께 있사오니 우리가 누구에게로 가오리이까

그렇습니다.
땅에서 닥칠 괴로움을 염려하고, 두려워하는 자들은 다 떠났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바르게 말했습니다.
예수님이 곧 생명이었습니다.
          (요 6:35)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곧 생명의 떡이니 내게 오는 자는 결코 주리지 아니할 터이요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라.

다윗에게도 그랬습니다.
          [10] 이는 내 영혼을 음부에 버리지 아니하시며 주의 거룩한 자로 썩지 않게 하실 것임이니이다 [11] 주께서 생명의 길로 내게 보이시리니 주의 우편에는 영원한 즐거움이 있나이다

성도 여러분!
주님 모시고 사는 자의 기쁨을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다윗은 고백하고 있습니다.
          [8] 내가 여호와를 항상 내 앞에 모심이여 그가 내 우편에 계시므로 내가 요동치 아니하리로다.

요동치 아니하리로다.

이 기쁨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흔들리는 기쁨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은 알지 못하는 기쁨입니다.
그래서 빼앗아 갈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믿는 자에게는 더 바랄 것이 없는 기쁨입니다.
          [9] 이러므로 내 마음이 기쁘고 내 영광도 즐거워하며 내 육체도 안전히 거하리니

마음과 몸이 다 함께 누리는 기쁨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나만의 오롯한 기쁨입니다.

옛시인이 산속에 묻혀 사는 자의 기쁨, 남들은 알지 못하고, 스스로 표현하지도 못하는 즐거움을 짐작하며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問余何意捿碧山(문여하의서벽산)
          笑而不答心自閑(소이부답심자한)

          왜 푸른 산에 사느냐고 물으면
          그저 웃기만 할 뿐 답할 말 없어도, 마음은 절로 한가롭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주 안에서 누리는 기쁨과 즐거움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이 알지 못하니 빼앗아 갈 수 없는 기쁨입니다.
나만 알고 있어도 넉넉한 즐거움입니다.
그야말로 소이부답(笑而不答)의 즐거움이요, 기쁨입니다.
아무쪼록 그 기쁨, 그 즐거움을 느껴, 감사하고, 찬송하며 사는 자들 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