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렬 목사님을 3년 전 처음만나 여러 차례 교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네 살 위이십니다. 가끔 문자로 그날 묵상하다 은혜 받은 말씀을 문자로 보내주시기도 합니다. 3년 전, 저희 집에 처음 방문하고 김의기(1980년 5월 30일 광주학살 진상을 촉구하며 자결함)가 처남인 것을 알고, 눈물을 글썽이며 사자후를 토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작년 광우병 쇠고기 문제로 촛불시위가 끝날 무렵 이명박 정부는 한상렬 목사님을 배후조정인물로 지목하여 구속했습니다. 그런데 웃기는 일은 한 목사님이 촛불시위에 한두 번 참석한 일은 있어도 배후에서 촛불시위를 주동했거나 계획한 일이 없었습니다. 당시 촛불시위에 조직적으로 참여한 분들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얼마나 취약한 정부인지 드러낸 일이었습니다.

▲ 2007년 10월 예수살기 동지들의 부산 민주공원 방문

제가 만난 한상렬 목사님은 이 시대 진짜 예언자다운 기개와 정의감으로 충만하신 분입니다. 저는 그분에게서 제가 민통련 시절 가까이서 모셨던 문익환 목사님과 비슷한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이 민족의 평화와 민주화와 사람사는 세상을 위해서 일 년 중 절반 가까이 금식기도를 하시는 분이기도 합니다.

저 같은 보통 사람은 도저히 흉내 낼 수조차 없는 그런 의분과 기개를 가진 분이십니다. 오늘 아침 뉴스를 통해서 한상렬 목사님의 방북 사실을 알았습니다. 뉴스를 보는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그분이 무슨 심정으로 방북하셨을까, 그 어떤 비난과 탄압을 각오하고 방북하셨을까 그분의 심정을 조금 알 것 같습니다.

1989년 문익환 목사님이 방북하셨을 때가 기억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문익환 목사님을 비난했습니다. 당시 재야 쪽에 있는 사람들조차도 문 목사님을 비난했습니다. 목회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목사들이 설교 중에 문익환 목사님을 정신 나간 사람으로 비하하며 조롱했습니다. 저는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저는 목회 나가기 전 1년 가까이 문익환 목사님을 지근거리에서 모셨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분이 어떤 분이신가를 잘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세상이 많이 변한 줄 알았습니다. 문민정부, 참여정부 지난 10년 동안 남과 북이 분단 60년 역사 가운데 가장 평화로운 시기였습니다. (문익환 목사님이 옥고를 치루고 나오셔서 ‘통일이 왔다’고 말씀하신대로 곧 통일의 문이 열리는 줄 알았습니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었고, 개성공단이 조성되어서 남북 경협과 민간교류가 활발하게 추진되었습니다. 끊어졌던 철도가 이어졌고, 수차례 남북 이산가족 상복이 이어졌습니다. 두 차례 남북 정상 간의 회담을 통해 평화를 전제로 한 선언문이 채택되기도 했습니다. 그때의 가슴벅찬 감동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분단역사 가운데 지금처럼 평화가 깨진 적이 없었습니다. 역사가 완전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되면 국민을 하늘처럼 떠받들고, 섬김의 지도력으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약속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자기 한 말을 완전 뒤집고 국민 위에 군림하고 호령하고, 지난 10년 동안의 문민정부와 참여정부의 성과물을 깡그리 무시하고, 남과 북 정상 간에 체결한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안보를 통해서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이 땅에서 전쟁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전쟁을 억제시키고 평화의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정부가 거꾸로 전쟁분위기를 획책하고 정권안보를 빌미로 국민들을 불안하고 혼란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 2008년 3월 부산예수살기 창립대회에서 한상렬 목사.

지난 10년동안 문민정부와 참여정부가 북한을 퍼주기 식으로 도와주었다고 선전합니다. 인도적 차원에서 도와준 것과, 상호 경제협력 관계에서 이루어진 거래조차도 일테면 비료를 보내주었다든지 쌀을 보내주었다든지 등, 모든 자금이 북한 군부로 흘러들어가 천안함 사태가 벌어졌다고 주장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이루어지면서 우리 남한이 직 간적으로 얻은 혜택이 얼마나 큰지 모릅니다.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가 지금 이란하고도 국교를 맺고 활발한 교역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전해진 자금이 전부 이란이 핵무기 만드는데 사용된 것입니까? 그러니 이란하고도 수교를 끊고 무역을 중단해야 합니까?

20년 전, 문익환 목사님이 방북했을 때,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방북했다고 문 목사님이 돌아 오시자마자 체포하여 감옥에 가두었었는데, 그로부터 20년이 지나서 오늘 한상렬 목사님이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북한을 방문했다고 뉴스에 보도되는 것을 보고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는 기독교 목사로서 한상렬 목사님이 이명박 정부의 강경정책으로 남과 북이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치닫고 있는 이 시점에서 민족의 통일을 염원하며, 방북한 것에 대해서 마음으로 그분의 진정성을 깊이 인식합니다. 그리고 한상렬 목사님을 위해서 기도하겠습니다.

그저 편안하게 일상(日常)에 갇혀 이 시대 하나님의 부름 받은 종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 관심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저의 처치를 한탄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리고 적어도 목회자라면 그분을 폄훼하는 가벼운 발언은 삼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