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린교회에서는 6월 8일 오후 7시 30분부터 예수살기 수도권 정기모임이 열렸다. 1부 성서연구와 2부 특강으로 모이는 정기모임에는 십여 명 내외가 참석하였다. 회원들이 대부분 사회의 진보진영에서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들이라 모이기가 쉽지 않지만 꾸준히 특강을 통해 정세부석을 해내는 등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은 ‘6.2 지방선거 승리의 의의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한국진보연대 장대현 공동집행위원장이 특강을 하였다. 장 위원장의 강의내용을 요약하여 싣는다. 들은 내용을 정리하였기에 수치 등은 다소 오차가 있을 수 있음에 양해를 바란다.

MB식 경제성장은 쉽게 말해 ‘투자를 늘리고 규제를 푸는 것’이다. 기업의 출자총액제한을 풀고 세금을 깎아 투자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경제가 붕괴되고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는 시점에서 MB의 생각대로 풀리지는 않고 있다. 국내에서 출총제한을 받는 기업은 6개 대기업인 점을 고려한다면 결국 MB는 대기업을 밀어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금산분리를 허용하고 문어발식 경영을 허용하겠다는 발상이다.

총 35만 개의 기업 중에 법인세 감면혜택을 실질적으로 보는 기업은 1위부터 1,000위까지의 대기업이다. 대다수 중소기업은 별다른 혜택을 보지 못한다. 여기에 양도세와 종부세, 근로소득세를 줄여주는 것은 결국 상위 1%만을 위한 세금감면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부족한 세금은 어디에서 충당하는가? 서민이다. 서민을 상대로 한 특별소비세 5%가 다시 부활하였다.

4대강 사업에 드는 22조원은 지역이 아니라 거대 재벌건설사들에게 돌아간다. 이중 7조 5천억원이 2010년에 필요한 비용이다. 그러면 이 비용은 어떻게 마련되는가? 방학 중에 결식아동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 541억, 저소득층 겨울 난방비 지원 위한 903억, 실업급여 1조1천억 원, 희망근로와 청년인턴제 실시를 위한 1조2천억 원이 삭감되었다.

미국은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회복국면에 접어들었으나 여전히 미진하다. 한국은 부동산과 주가가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나 미국경제가 붕괴되기 직전의 모습과 매우 유사한 상황이다. 회복된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거픔이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MB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처럼 보였을까? 그동안 간간이 들려오던 미소금융, 보금자리 주택 건설, 대학생 학자금 후불 등등의 정책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때 4대강과 세종시, 무상급식 등을 통해 반 MB 정서가 확산되었으나 천안함으로 다시 지지율이 반등되었다. 천안함 사태를 여론이 집중하여 보도하고 미국이 때맞춰 보조하였다. 선거가 아닌 천안함 보도가 언론과 방송사를 점령하였고 여당이 우세한 여론조사가 연일 쏟아져 나왔다. 유래 없는 방송3사의 합동여론조사가 한나라당의 압도적인 우세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시점에서 몇 가지의 변수가 있었으나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고 철저하게 묻혔다.

그런데 6.2 지방선거의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MB 심판과 진보세력의 교두보 확보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그동안 여론에서 끈질기게 주장했던 여야의 지지율 차이 20%는 무엇이었던가? 아마도 말만 하면 잡아가는 정국에서 국민들이 함부로 입을 열지 못한 것 때문이었을 것이다.

MB가 2007년에 얻은 500만 표의 격차를 보수화된 민심으로 보면 안 된다. 그 선거는 노무현 심판 선거였다. 그런데 그 민심이 이번에는 MB심판의 표로 다시 나타났다. MB는 2008년 촛불을 짓밟아 꺼버렸지만 1년마다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와 조문 등으로 재발했고 올해에는 선거로 폭발한 것이다. 이번 선거는 같은 생가을 가진 동료들이 있다는 의식을 발견한 계기가 되었다. 밟을 때는 밟히지만 상층부에 공간이 생기면 여지없이 튀어 올라오는 것이 민중의 힘이다.

2012년을 대비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민심이 터져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를 위해 진보진영은 몇 가지 준비와 활동을 활발하게 해야 한다. 우선 4대강 사업 저지에 집중하는 것이다. 4대강 사업에 쏟아 부을 물량을 민생으로 돌리게 해야 한다. 비정규직, 농민, 청년실업, 소상인들의 저항공간을 만들어주고 천안함의 진상이 규명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이번 7.28 재보선이 8개 지역에서 열리는데 확실히 민심을 보일 수 있도록 선거운동에도 참여해야 한다. 눌렸던 이들이 자기 말을 할 수 있는 장, 분출구를 마련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번 선거는 완전한 승리가 아니다. 진보정치를 했더니 이런 것이 좋더라는 입증을 할 수 있는 정책이 계발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이번 선거는 보수와 진보 간의 1:1 선거였는데 2012년도 그런 구도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이번 선거는 반MB 진영의 묻지마 연대 선거였다. 정책이나 성향 등이 철저하게 무시되고 오직 반 MB라는 공통분모로만 결집한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번 선거에서도 이처럼 묻지마 연대를 통한 1:1 선거로 치를 것인가? 그럴 수는 없다. 그동안 진보진영은 실력을 키워야 한다. 다행히 진보진영이 기초단체장으로 당선되었다. 이들이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진보적 전선을 구축하고 대연합을 구축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 그것은 다시 말하지만 분출하는 민심의 욕구를 키워주고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이번 선거는 정말 묻지마 연대였다. 그래서 노회찬 씨만 괜한 핀잔을 받고 있다. 물론 아쉬운 부분은 없지 않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선택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사실 이번 선거는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 민심의 승리이다. 민주당의 정책이 민심을 끈 것이 아니라 MB의 독선에 제동을 건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에 민주당이 이정도 선전을 한 것은 기적이다. 서울시장 자리를 놓쳤다고 아쉬워하는데 천만에 말씀이다. 어부지리로 얻은 결과에 먼저 감사해야 한다. 지금도 감지덕지해야 한다. 민주당은 무엇보다도 지난날의 과오를 철저하게 반성하고 진정으로 민심에 귀 기울이는 결단을 하는 세례의식을 먼저 해야 한다. 민주당이 집권하였을 때 하던 짓이 한나라당과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는 것을 국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의 승리는 다음 선거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심각한 참패로 되돌아올 것이다.

연대해주고 후보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당들을 감싸 안고 적극적인 정책적 연대를 추진해야 모두가 살 길이다. 진보진영은 이번 선거의 승리에 도취되어 있을 것이 아니라 이 승리가 궁극적 승리가 될 수 있도록 정책개발과 추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해야 한다. 민주당은 자리를 만들어주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국민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연대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야성을 회복하도록 자극 받을 것이고 진보정당들은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이상을 현실에 접합시키는 합리적 노하우를 습독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것 역시 몽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두려움이 든다. 리영희 선생이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에서 말하였듯이 결국에는 인간의 탐욕의 문제로 귀착되기 때문이다. 진보냐 보수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가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시금석이 된다. MB는 탐욕을 부추기는 방법을 통해 정권을 잡았다. 민주당은 탐욕을 갈망하지만 주위의 눈치를 보면서 신사적으로 그것을 쟁취하고자 한다. 진보정당은 아직 순수해 보이지만 맛을 보기만 한다면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다. 결국은 다시 탐욕의 문제, 출발점에 서 있는 셈이다. 탐욕이 아니라 이해와 관용을 무기로 삼을 준비가 된다면 민심은 움직일 것이라고 믿는다.

그동안 MB를 대통령으로 뽑아 2년 반동안 갖은 고생을 하게 만든 것을 탐욕에 충성한 민심의 탓으로 돌리고 경멸했었는데 나도 이번 기회에 겸허히 반성하면서 신의 양심을 내면 깊은 곳에 품고 있는 백성들의 마음을 경외하는 기회로 삼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