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린이 우유 보내기 사업논의 차 청주율량침례교회를 찾았다. 청주율량교회는 뭔가 특별한 교회이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전도집회 거부를 선언한 교회’로 소개되고 있다. 담임자인 고중복 목사는 시원시원하게 ‘하면 된다’고 말하는 점이 특이하다.

율량교회는 건물 세 동으로 구성되었다. 문화센터와 전에 사용하던 예배당 건물, 그리고 노인복지센터가 그것이다. 이 세 동의 건물은 모두 특별한 외부의 도움 없이 고중복 목사가 건축하였다고 하는 것 같다. 은행에서 빌려 땅을 사고 건물을 올렸다. 여기까지야 별로 특별한 것이 없다. 그런데 건축하면 교인들이 부담스러워 할 것 같아 걱정하지 말고 헌금은 하고 싶으면 하라고 했단다. 정 부담스러우면 다른 교회로 가라고도 했단다. 한 사람이라도 더 예배당에 끌어다 앉히려는 요즘 교회의 세태와 비교하면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
모든 교회시설은 지역주민에게 완전히 열려 있다. 교회부지와 시설의 규모에 비해 교인수는 그리 많지 않다. 150여명이 주일에 출석한단다. 

우선 문화센터 건물을 보면 1층에 카페 겸 식당이 마련돼 있다. 지난달까지는 매일 저녁 음식을 무료로(자발적 기부금은 허용) 아동센터 식구들과 지역 이웃들에게 제공하였다고 한다. 맛있게 내린 커피도 돈을 받고 팔지는 않는 것 같았다(음식점 허가가 난 카페가 아닌 것 같다). 2층은 지역의 다양한 모임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소규모 세미나실과 게스트룸으로 만들어졌다. 방이 10여 개 된다. 물론 냉난방이 완비돼있다. 지역 주민들의 독서모임, 영어공부 모임 등이 장소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3층은 예식장을 연상케 하는 너른 공간이다. 무대가 있고 가운데에는 강단이 있다. 강단은 하얀색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예배공간이다. 요즘은 여기에서 예배를 드린다고 한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십자가가 없다. 고 목사는 교회에 오는 사람들(아마도 비신자)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기 위해 과감하게 십자가를 치웠다고 말한다. 기꺼이 예식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이웃에 개방하였으며 자신에게 주례를 부탁하면 무료로 주례도 해준다고 한다. 이 공간은 최고급 외장재로 인테리어 되어 있고 응향과 영상장비도 잘 돼 있다.

전에 예배당으로 사용하던 건물은 십자가 첨탑이 높이 솟아 있지만 지금은 지역아동센터가 사용하고 있다. 아이들이 바이올린을 열심히 배우고 있었다. 일층이면서 2층이기도 한 층은 어린이집이 운영되고 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어린이집 식당, 조리실과 방과 후에 학생, 어린이들이 와서 공부할 수 있는 공간, 작은 도서관도 있었다.

끝으로 노인복지센터는 아파트형 시설에 각종 시설들이 잘 마련된 깨끗한 요양시설이었다. 마침 한 달에 한 번 하는 어르신들 생일잔치 날이라고 축하공연을 위한 팀이 곱게 화장을 하고 와있었다. 국가의 지원을 받기 이전부터 추진하여 운영하였다고 하는 것으로 들었다. 소위 기도원을 빙자한 열악한 그런 요양원과는 차원이 다르다. 요양사라고 하나, 아무튼 거기에 계신 분들도 매우 친절하였고 만나면 스스럼없이 안녕하시냐고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선 이런 방대한 시설을 마련한 것이 놀라웠다. 물론 청주가 서울에 비하면 땅값도 쌀테고 한 10년 전 일이겠지만 그래도 대단하다. 그걸 거의 대부분 스스로 해결했다는 것도 정말 대단하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대단한 것은 고중복 목사의 마인드이다. 지역주민에게 완전히 개방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십자가까지 기꺼이 뗐다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어설프게 생각하는 이들은 이를 두고 비난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고 목사는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다. 나름대로의 목회관이 뚜렷함을 옆에서도 느낄 수 있다. 고 목사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서도 깊은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청주율량침례교회는 복지목회의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율량교회와 고중복 목사에게 있어서 복지는 선교라는 전략에서의 전술차원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복지 자체가 선교라는 느낌이랄까 그렇다. 많은 목회자들이 교인유치를 목적으로 복지사업에 뛰어드는 경우를 보는데 잊 머에서는 높이 살만하다고 평가한다.

또 많은 목회자들이 교회의 재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복지사업에 뛰어드는 경우를 본다. 노인복지나 지역아동센터 운영을 하면 인건비 수준의 국고가 지원된다. 그런데 섣불리 국고지원금을 남용하다가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보고 듣게 된다. 그런데 고 목사는 국가보조나 외부지원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결하였다니 그 노하우를 진지하게 들어보고 싶다.

교회 같지 않은 교회, 그러나 참된 교회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청주 율량교회가 그 중 하나의 모델로 우리 앞에 서 있다. 목회가 점점 힘들어지고 교회가 가장 순수하지 못한 집단 중 하나로 인식되는 이런 때에 예수의 진심으로 사람들 앞에 서는 율량교회의 모습을 벤치마킹 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여기에 기록한 내용은 정확하게 들은 것은 아니고 두 차례의 만남을 통해 듣거나 다른 이에게 말하는 내용을 어깨 너머로 듣고 기억하여 재구성 한 것이니 실제와는 다소 차이가 날 지도 모르겠다. 양해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