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5월에 창립하여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준비하는 일에 앞장섰던 남북평화재단이 세 돌을 맞아 ‘막힌 담을 헐라’는 주제로 창립 3주년 기념식을 5월 27일 오후 6시에 종로5가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약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뜻 깊게 개최하였다.

지난 3년간의 활동은 약 10분의 동영상으로 제작, 보고하였다. 남북평화재단은 경인, 충남 본부 등 두 개의 지역본부와 평화사랑여성회, 남북평화연구소, 남북청소년문화원, 새터민정착지원위원회 등의 산하협력단체를 결성하였고 18차례의 통일마당(세미나)을 개최하였다. 또 2007년에는 국산차 420대를 북한 수해복구를 위해 지원하였고 쌀 등의 식량과 농구공을 북한에 보내기도 하였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영유아를 위해 우유와 분유를 보내는 사업을 벌여 지난해에 네 차례 보냈으며 이 사업을 특화한 함께나누는세상을 창립하는데 큰 공헌을 하였다. 현재 함께나누는세상은 월3회 이상, 현재까지 10회 북한에 200ml 우유 2만 팩과 800g 분유 500통을 선편으로 평향 인근 남포항으로 보내고 있다.

7-80년대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인물인 박형규 목사(이사장)는 벌써 3년을 맞이한 남북평화재단을 축하해주기 위해 참석한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많이 부족하지만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남북평화재단의 창립 3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지난 3 년은 우리 사회의 통일 환경이 매우 급격하게 변화한 시기입니다. 그 동안 우리가 어렵게 쌓아올린 화해 협력의 공든 탑이 모두 무너지고 있습니다. 남북관계는 경색되고 다시 대결국면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20여년 전의 불신과 대결을 일삼던 냉전시대로 되돌아가고 있습니다. 금강산관광사업이 붕괴되었고, 인도적 지원사업도 전면 중단되었습니다. 개성공단도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시민사회차원에서의 남북공동행사도 열리지 못하는 등 그동안 활발했던 남북 간의 접촉과 교류 협력이 전면 중단되었습니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평화 통일을 위해 일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그동안 남북평화재단이 그 어려움을 견디며 남북의 교류와 협력을 꾸준히 진행하여 왔습니다. 앞으로도 평화통일의 견인차 역할을 감당하기 위한 다짐과 격려의 모임을 갖는 것은 평화와 통일을 위해 매우 소중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역사는 일시적으로 후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은 한 순간입니다. 역사는 평화와 통일을 꿈꾸는 사람들의 것입니다. 결코 비관하지 말고, 희망을 간직하고 앞으로 나가야 합니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바라기는 남북평화재단이 한국 시민사회단체의 중심에 설 수 있으면 합니다. 남북평화재단의 지도자들과 회원들께서 지난날 이 땅의 민주화와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해왔던 그 헌신의 노력들이 이제는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통일을 위한 헌신으로 이어진다면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라고 격려하고 축하하였다.

이어 박형규 이사장은 재단 이사들, 산하협력단체 대표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며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고 감사를 표했다. 이 자리에서 연세대학교 교수중창단은 세 곡의 노래로 축하의 의미를 더욱 빛냈다.
정혁 젊은 세대 평화활동가는 남북평화재단에 바란다는 꼭지에서 남북평화재단이 좀 더 대중들과 호흡하여 통일과 평화의 문제를 폭넓게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는 바램과 충고를 선배 활동가들에게 전했다.

남북평화재단의 비전과 사명을 선포하는 순서에서 김영주 상임이사는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재단의 미래를 고심했다. 3주년 기념식을 거창하게 해보려는 마음도 있었으나 더 겸손해져야겠다는 생각에 이 자리를 조촐하게 준비하였다’며 3년을 평가했다. 김 상임이사는 앞으로 남북평화재단이 정부의 평화와 통일 정책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릴 것이라며 평화와 통일에 대한 비전과 철학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대안을 제시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제안된 비전은 ‘통일지기 평화일꾼 세우기’이다.

재단의 활동의 궁극 목표는 다양한 영역에서 현장을 책임지는 평화지기 ․ 통일일꾼의 양성과 조직화 그리고 이들의 활동의 확산을 지원함에 있음을 확인하며 이를 위해 앞으로 통일을 준비하는 사람 10만 명, 평화천사 3,000명 그리고 통일지기 평화일꾼 500명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통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란 재단과의 네트워크 및 신념과 가치에 대해 공유하며 소식을 받거나 지역 활동을 하는 이들, 평화천사는 재정적 후원을 해 주는 이들이며 그리고 통일지기·평화일꾼은 훈련을 받고 각 활동이나 사업진행을 하는 이들을 말한다. 이러한 포부는 교육/훈련, 사업, 연구, 공동체의 분야에서 문화, 생활, 학문, 운동의 측면으로 전개된다.

평화지기 통일일꾼을 세우기 위해 평화천사 운동을 벌여 매년 1004명의 후원자를 위촉할 것이라며 물질적 참여도 호소하였다. 비전/사명 선포 후에는 참석자 전원이 자리에서 일어서 우리의 결의를 낭독했다.

이렇게 1부 순서를 마친 후에 가수 서유석 씨가 진행하는 작은 축하음악회가 2부로 열렸다. 서유석 씨는 70년대 통기타 음악을 통해 운동하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가는 세월’, ‘타박네야’ 등을 불러 청중들을 회상에 잠기게 하였다.

평화통일이라는 말이 일상화되었다. 이 말은 통일을 평화적으로 이루어야 한다는 염원을 담고 있다. 그러나 요즘 들어 생각해보니 평화와 통일은 각각 독립적으로 읽어야 할 것 같다. 평화적인 통일만이 목표가 아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 평화의 기운이 없이는 결코 평화적 통일은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통일이 아직 성취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평화는 요구된다. 한반도에서 평화구축을 위하여는 통일이 필수적이지만 통일 이전에 이미 요청되는 것이 평화라는 새로운 이해의 시대에 우리는 접어들었다. 이제 남북평화재단은 남북이라는 단어가 담고 있는 통일의 문제와 평화라는 주제에 좀 더 본질적인 접근을 하게 된 것이다.

천안함 사건으로 평화와 통일의 길은 요원해 보인다. 지방선거도 침몰시켜버린 천안함 사태는 북풍이 되어 한반도를 휘감고 전 세계로까지 넘실대고 있다. 과연 이런 시대에 평화와 통일을 말할 수 있을까? 남북평화재단은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다. 아니 ‘그래야 한다’고 대답하고 있다. 열악한 재정과 인원의 남북평화재단이 이 험난한 파도를 기꺼이 넘겠다고 선언하고 새로운 3년을 시작하고자 한다. 남북평화재단에 동지들의 격려와 참여가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