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단계와 삶의 질

오늘날 우리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도시화 산업화를 되돌아보고 짧은 기간 동안에 사회적 희망을 보여주는 듯 했던 대량생산과 소비, 에너지의 과소비, 환경파괴에 의한 콘크리트 개발문화가 고속으로 질주하여 예전보다 효율성과 편리성을 위시한 경제적인 성장은 주었으나 그 보급이 확산되면 확산될수록 오히려 많은 긴장과 불안의 요소가 우리 안에 자리 잡게 되었다.

▲ 남양주 광릉 숲 자락에 있는 텃밭풍경, 비닐 멀칭은 아내의 자연농업 텃밭 ⓒ 류기석

▲ 남양주 광릉 숲 자락에 있는 텃밭풍경, 비닐 멀칭은 아내의 자연농업 텃밭 ⓒ 류기석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가장 짧은 기간 내에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어왔으며, 20세기 산업혁명이 전 세계를 도시문명으로 바꾸어 놓았지만 보편적 변화와는 매우 다르게 우리만이 개화와 외세 등의 침략전쟁으로 보기 드물게 냉혹한 산업화의 길을 걸어왔다. 이는 도시문명이 사전에 자연과 인간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검증 없이 오로지 자본만으로 이루어진 경제발전이 낳은 결과로 자연이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유기적 관계성을 갖고 있는가는 생각해 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회는 자연과 환경, 인간의 유기적인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은 지구환경을 낳았다. 이는 농촌과 농업문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어머니 대지를 마구 오염시켜 더 이상 인간의 생명을 살리는 논과 밭으로의 역활이 힘들 것 같다. 최근 30여 년간 오로지 많은 돈을 벌기 위한 획일화 된 수단이 강구되면서 편리하고 손쉬운 화학적인 농업방식이 불러온 결과다. 

▲ 남양주 광릉 숲 자락에 있는 텃밭정원 풍경 ⓒ 류기석

그뿐만이 아니다. 농작물 속에 담긴 에너지를 먹기 위한 농업이 아닌 형체만 깨끗하고 보기좋게 농작물을 만들어 시장에 내 놓으려는 인간의 욕심이 첨단기술이라는 영역에 편승하여 GMO종자를 만들고, 제초제를 만들고, 착색제, 보존제 등의 각가지 제품을 만들어 사고 파는 행위들이 문제다.

여기서 그와는 반대되는 유기농업이란 간단히 말해서 인체에 해가 없는 유기질 퇴비와 약재를 활용한 농업이고, 더 나아가 자연농업은 인간이 작물의 생육에 인위적인 도움을 주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환경 속에서 토착미생물의 활동을 최대한 도와 작물 스스로가 병해충을 이겨내도록 하는 농업이다. 그러나 경운을 하고, 비닐 하우스와 비밀 멀칭은 한다.

▲ 남양주 광릉 숲 자락에 있는 텃밭정원, 페퍼민트 ⓒ 류기석

▲ 남양주 광릉 숲 자락에 있는 텃밭정원, 울릉도 섬초롱 ⓒ 류기석

그런데 생태농업이란 땅을 갈지도 않고, 퇴비의 투입도 없으며, 비닐멀칭은 쓰지않으면서 잡초와 공생 공존하는 농업이다. 잡초와 함께 자라지만 때가 되면 잡초는 작물에 멀칭이 되고, 퇴비가 된다. 여기서 필자는 한발작 더 나아가 잡초가 농작물이 되어 식탁에 오르고, 정원의 재료가 되어 아름다운 식물원을 만들어주는 예술농업을 짓는 실험을 하고 있다.

참고로 농업을 주업으로 삼으시는 농업인과는 관점이 다룰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농업을 단계별로 나누어보면 1단계 화학적 농업은 기존의 제초제, 농약, 비료 등과 GMO종자 사용이라고 보면, 2단계 저 농약적 농업은 농약만 소량으로 살포, 3단계 무농약적 농업은 농약은 쓰지 않지만 비료의 사용(이전 단계까지 제초제?)과 4단계 유기적 농업은 별도의 유기질 퇴비와 농자재의 사용, 5단계 자연적 농업은 지역 유효미생물과 식물에서 채취한 천연농약 사용(이전 단계까지 비닐하우스와 비닐멀칭?)이 있으며, 6단계의 생태농업은 자연과 공생 공존(땅을 갈지 않고, 비닐멀칭 등은 사용하지 않음)하는 농업인 것이다.

▲ 남양주 광릉 숲 자락에 있는 텃밭정원, 산마늘 ⓒ 류기석

▲ 남양주 광릉 숲 자락에 있는 텃밭정원 ⓒ 류기석

하지만 삶의 질로서 농업의 단계를 높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전의 틀은 버리고, 새로운 틀을 가져야만 가능한 것이다. 일단 새로운 틀을 가졌다면 마당이나 텃밭, 도시 속 자투리 공간을 이용한 한 평 텃밭정원을 만들어 보자. 누구나 쉽게 경작해 볼 수 있 한 평 텃밭은 도시에서 몸과 마음을 평안하게 유지하고 가족간 이웃간에 원활한 인간관계형성과 복되고 건강한 사회를 위하는데 제격일 것이다.

문명의 빠른 발전에 따라 인문학적 지식이나 인본주의, 인간중심적 자본주로 나아가는 진(進)의 문화 보다는 근본의 아름다움과 새마갈노(동남서북)의 균형을 찾아 자연으로 되돌아가려는 귀(歸)의 문화로 생태계가 순환하는 텃밭 식물+정원은 우리의 삶의 질을 높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 남양주 광릉 숲 자락에 있는 텃밭정원, 무늬둥굴레 ⓒ 류기석

▲ 남양주 광릉 숲 자락에 있는 텃밭정원, 무늬비비추 ⓒ 류기석

유기농업을 넘어 생태계가 순환하는 야생의 텃밭농업으로

더불어 필자의 2010년 야생의 텃밭농업의 컨셉은 '연두와 초록 그리고 어울림'이다. 생태정원 뿐만이 아닌 생태계가 순환하는 야생의 텃밭농업을 3년 전부터 짓기 시작했는데, 텃밭활동은 인간이 보다 섬세하고 아름답게 살 수 있게 만들어주는 예술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번주에 당장 마음속 깊이 들어 있는 어릴 때의 추억이나 농촌풍경을 가숨에 담고 이웃에 있는 텃밭으로 향해보자.

▲ 남양주 광릉 숲 자락에 있는 텃밭정원, 작약 ⓒ 류기석

▲ 남양주 광릉 숲 자락에 있는 텃밭정원, 창포 ⓒ 류기석

햇빛, 달빛, 별빛, 흙냄새· 풀냄새, 질경이, 냉이, 클로바의 잎새와 살구와 자두· 계수나무들의 연두빛,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 뻐구기, 개구리 울음소리까지도 하나씩 소중하게 모아가면 텃밭은 우주로부터 무한히 열려진 공간이다.

하지만 실제적인 텃밭농업은 채워가는 것보다는 비워가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잔잔한 울림의 공간, 여백이 살아있는 공간도 한번 고려해 볼만 하다. 이제 당신의 텃밭에는 이전의 유기농업을 위한 값비싼 퇴비나 약재로부터 벗어나 지역에 뿌리 내린 수많은 미생물과 조우하게 될 것이다.

▲ 남양주 광릉 숲 자락에 있는 텃밭정원, 무늬비비추 ⓒ 류기석

▲ 남양주 광릉 숲 자락에 있는 텃밭정원, 광릉비비추 ⓒ 류기석

이제 우리는 자연의 정원사로 직접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고 채소를 길러 자연에 대한 가치와 도리를 몸과 마음으로 이해해야 한다. 텃밭을 기존의 농업방식과는 다른 야생식물+정원 만들기(예술농업)에는 많은 연구와 실험이 필요하다. 생태계가 순환하는 텃밭농업은 어린시절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던 당신의 자연 생태적 감수성을 자극하여 자연본능을 일깨울 것이다. 

쉬지 않고 뼈빠지게 오로지 자신의 욕심만을 위하는 농작업이 아닌 나를 살리고, 이웃을 살리고, 생명있는 모든 것을 살리는 농작업은 세상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행복을 당신과 가족에게 안겨줄 것이다.

▲ 남양주 광릉 숲 자락에 있는 텃밭정원, 외떡잎식물 백합과의 구근초 ⓒ 류기석

▲ 남양주 광릉 숲 자락의 텃밭정원, 울릉도 보라꽃 ⓒ 류기석

▲ 남양주 광릉 숲 자락에 있는 텃밭정원, 금낭화 ⓒ 류기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