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정평 제26차 총회 선언문]

생명의 강은 바다로, 평화의 강은 남북으로 흘러야 합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추고 생명이 꽃피우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우리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회원들은 5.18 광주민중항쟁 30주년을 맞이하여 추모하는 마음을 모아 광주에서 제26차 총회로 모였습니다. 다시 대립과 통제의 시대로 되돌아가는 퇴보의 때에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를 위한 목회자로서의 사명을 더 잘 감당하기 위해 결의를 모아 조직을 개편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면서 이 땅을 향한 하나님의 선한 뜻을 선언합니다.

우리는 1980년 5월, 참혹한 죽음으로 피흘리던 광주 민중들과 함께 고난당하셨던 주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30년 전의 고난은 우리에게 민주주의와 평화와 통일에 대한 확신과 소망을 확고하게 했습니다. 30년 주년을 맞는 오늘 그 아픔이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민중들의 피땀 위에 성장해온 민주주의와 평화와 통일의 꿈은 또 다시 멀어지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국민들을 무시하고 일방적 통치로 내달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광우병이 의심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막아달라는 국민의 열망을 짓밟았습니다. 작은 촛불도 두려워서 명박산성을 세워 국민의 요구를 외면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용산에서 경찰력으로 가난하고 힘없는 시민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어디 그것뿐이었습니까? 토건 세력에게 30조원이 넘는 돈을 퍼주기 위해 하나님이 만드신 창조세계, 아름다운 강들을 초토화시키는 야만을 서슴지 않고 자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권력의 야만과 폭력을 감추고 독점하기 위해 미디어 관련법을 날치기 통과시켜 언론에 재갈을 물려놓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국가 안보에 큰 구멍이 뚫려는데도 문제를 감추기에만 급급해 하고 있습니다. 천안함에서 46명의 청년들이 그 젊음을 꽃피워보지도 못한 채 순식간에 죽어갔습니다. 하지만 원인은 미궁에 빠져있고, 아무도 책임지지도 않는 무능과 무책임한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래서는 안됩니다. 이것은 평화와 생명의 길이 아니며 정의의 길이 아닙니다. 언제까지 국민을 속이고 하나님을 속일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다시 간절히 기도하며 또한 그리스도인들과 모든 사람들에게 함께 기도할 것을 호소합니다.


1. 국민들이 스스로 주권자임을 깨닫기를 기도합니다.

이런 일들이 어디에서 비롯되었습니까? 무능하면서도 고집 센 현 정부만의 탓이겠습니까? 그런 정부를 선택한 유권자들의 책임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국민들 곧 우리 자신들이 역사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상실한 채 물질의 탐욕에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주권자로서 투표를 잘못한 우리의 죄입니다.

따라서 이번 6.2 지방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만이 아니라 국민 주권과 민주주의를 부정하며 일방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현 권력에 대한 준엄한 심판의 장입니다. 깨어 있는 국민이 없다면 참된 미래는 결코 올 수 없습니다. 우리는 국민들 속에 잠들어 있는 주권자의 책임의식이 다시 살아나기를 기도합니다.

1. 국민의 혈세를 퍼붓는 4대강 사업이 멈춰지기를 기도합니다.

4대강 개발 사업은 국민들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반대하자 이름만 바꿔 붙이고 나온 국민 기만 사업입니다. 어떤 미사여구를 붙인다 할지라도 대통령이 속한 토건 세력들을 위한 부정한 사업임을 감출 수 없습니다. 국민의 피땀인 세금을 이렇게 낭비하는 것은 죄악이며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막대한 4대강 예산은 자연을 파괴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며 거대한 토건 재벌들의 배만 불릴 뿐입니다.

소중한 세금은 어려운 살림 속에서 눈물 흘리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복지를 위해 쓰여야 합니다. 취업의 벽 앞에서 절망하고 있는 청년 실업자들, 살인적인 납부금으로 신용불량자로 내몰릴 대학생들, 급식비가 없어 눈칫밥을 먹어야 하는 어린 학생들을 위해 사용되어야 합니다. 지금 삽질을 멈춰야 자연이 살고 서민들이 살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연이 살고 가난한 이들의 웃음이 피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1. 대립과 전쟁이 아닌 평화의 새 날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합니다.

천안함 침몰 사고로 인해 곧 남북이 대결과 전쟁으로 휩쓸려 가고 있습니다. 정부가 그 원인을 발표한다고 하지만 결코 신뢰도는 높지 않습니다. 그것은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이 스스로 조사자로 나선 것부터 잘못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고 발생 이후 보여준 정부의 태도는 그동안 신물나게 보았던 선거철의 북풍과 너무나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대결과 전쟁을 부추겨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것은 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정부는 무엇보다 평화와 안전이 보장되는 나라를 만드는 일에 앞장 서야 합니다.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일에 무책임하고 무능한 정부를 누가 믿겠습니까?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다시는 전쟁의 위협으로 국민이 고통당하지 않는 평화의 나라를 만드는데 앞장서는 정부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아울러, 우리는 미군에게도 한미연합훈련 지휘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지적합니다. 이번 천안함 사건은 3척의 이지스함이 통제하고 있던 한미합동 독수리훈련 중에 일어났습니다. 그럼에도 왜 방어선이 뚫렸는지, 디젤엔진의 잠수함조차도 찾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미군 함정의 역할과 책임이 무엇이었는지 등등 당시 미군이 파악한 정보가 밝혀져야 합니다. 동북아에서 평화를 정착시켜가기 위해서라도 원인과 당사국들의 책임은 분명히 밝힐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를 부르셔서 생명을 돌보고 평화를 위해 일하라는 사명을 맡겨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우리 목회자들은 시대의 가장 큰 아픔인 분단을 치유하고 평화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일에 헌신하기를 원합니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4대강은 막히지 않고 흘러서 뭇 생명을 살리고, 이 땅에는 정의가 하수처럼 흘러 마침내 평화의 나라가 이뤄지기를 기도합니다. 온 교회와 모든 이들도 평화의 나라를 위한 기도의 행렬에 참여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파괴와 전쟁의 위협 아래, 불안에 떨고 있는 온 국민에게 주의 평화가 함께 하소서.


2010년 5월 17일

목정평 제26차 총회 참석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