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살기 수도권 모임이 5월 11일(화) 오후 7시 30분, 향린교회 2층 어린이부실에서 열렸다. 다른 때보다 유독 참여인원이 적었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요즘 많이 하는 커피 파티를 했기 때문이다.

2010유권자희망연대의 천준호 공동운영위원장이 초청되어 커피파티를 인도해주었다. 천 위원장은 커피 파티는 티(tea)파티의 개념에 반대하여 생긴 서민들의 정치토론장이라고 알려주었다. 주제는 ‘기독인의 6.2 지방선거 참여’로 정해졌다.

방식은 각 참여자가 종이 세 장에 주제와 관련된 실천방안을 적어서 순서에 따라 보여주며 설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의견을 적은 사람은 아무 때라도 자신이 적은 주제를 보여주면서 얘기를 이어갈 수 있다. 각 발언자는 5분을 넘기면 안 되며 자유롭게 이야기를 이어가거나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날 나온 실천방안들은 보수당의 뿌리 홍보, 지역의 야권 단일화, 천안함의 진실-선거용 북풍 차단, 투표당일 투표참여 권유 문자, 투표참여에 관한 설교(제대로 된 후보자 선정방법), 선거의 중요성을 교회 지방회 교단에 알린다, 열심히 기도하기, 만나는 이에게 투표의무 부여하기 등이었다. 이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두서없이 나열해본다.

우리나라 보수당의 뿌리는 친일에서 나왔다. 국민들의 무의식과 무감각이 도를 넘어서서 걱정이다. 국가안보회의를 한다고 모인 이들을 보니 군대를 안 갔다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병역면제자들이 국가안보회의를 한다니 참 웃기는 일이다. 부모가 거주하는 지역의 후보자들까지도 꼼꼼히 확인하여 연로하신 부모들이 제대로 투표할 수 있도록 알려드려야 한다. 잘 아는 사람들끼리만 만나서 선거이야기 하게 되는데 잘 모르는 사람들과도 만나서 토표를 권유할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예를 들어 아파트에서 모임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인터넷 세대가 많다. 또 정부는 전자정부를 지향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자투표 등의 선거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전자정부가 젊은이들의 선거 참여에 긍정적일 수 있지만 부정적인 기능 역시 간과해선 안 된다. 2,000명 이상이 개인적으로 신청하는 경우에만 부재자투표소를 설치해주는 현행 선거법은 지방에서 올라온 대학생들의 투표권을 원천적으로 방해한다. 대학 학생회에서 2,000명 이상 지방 학생들의 명단을 가지고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할 수 있느냐고 선관위에 의견을 물었더니 본인이 와서 신청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며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 결국 선거권은 실질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에 500명 정도로 하향조정해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쉽지는 않다.

젊은 세대의 투표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젊은 세대는 선거일에도 출근을 해서 일을 해야 하는 형편이다. 이에 대한 투표권 보장 제도가 보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투표시간 연장 등이 그렇다. 투표시간을 연장한 경우 약 2-3%가량 투표율이 올라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청년실업이 극심해지자 친여당적, 보수적 투표를 하는 경향이 있다. 청년들은 보수적인 정치인들이 일자리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기대하나 어림없는 생각이다. 투표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후보자를 잘 선별하는 것도 중요하다. 총 여덟 번의 기표를 두 번에 나누어 해야 하는 헷갈리는 선거이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다. 문자 등으로 투표에 참여할 것을 권고해야 한다.

토론이 끝나고 커피 파티가 정리된다. 마지막으로 할 일이 있다. 인증샷을 찍는 것이다. 종이에 주제와 관련된 생각을 적고 그것을 들고 다함께 사진을 찍는 것이 인증샷이다.

정치는 우리 먹거리, 무관심은 굶는 것과 같다.
우리 이제 만나(6월 2일)~ (민주후보) 투표하자!
맛있는 커피였습니다. 커피도 이렇게 맛이 다양한 줄 몰랐습니다. 맛보지 못한 커피에 감사드립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 한 걸음이 천 걸음이다 -늦봄사랑
우리 커피 파티해요~ 밤과 강, 민주주의를 위해 투표해요!!!
한걸음씩, 천천히...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민주주의 하자!
6.2 선거 나의 투표결과가 역사를 바르게 세운다.
좋은 후보 당선시키자!

커피 파티는 서민들이 가볍게 정치를 이야기 하지만 결국 무거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자리이다. 거대한 체제 앞에서 보잘 것 없이 작은 개인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엄두도 내지 못하지만 커피 파티를 통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나 하나만이 아니구나’ 깨닫게 한다. 그리고 삶에서의 작은 실천을 하게 만들며 친구들, 동지들을 재생산해 낸다. 지금 당장, 이번 6.2 지방선거에 뭔가 기적을 만들어 낼 것 같지는 않다. 차라리 다행이다. 냄비처럼 금방 끓는 열정은 오래지 않아 허연 재만 남기기 때문이다. 진득하게 돌아보고 반성하고 고민하고 결단할 때에 제대로 된 실천이 나오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커피 파티는 한국사회에서는 새로운 시도이면서 정치를 국회의사당이나 정부청사가 아닌 우리 삶의 자리로 끌어내려 주는 반란이다.

천안함 민관합동조사단이 5월 20일에 조사내용을 발표한단다. 그날은 지방선거 열이틀 전이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참 기묘하다. 한국에서 이걸 우연이라고 보는 사람은 이제 없을 것이다. 그만큼 국민은 똑똑해졌다. 그럼에도 보수언론은 선거는 뒷전이고 열심히 신빙성도 없는 천안함 관련 자료들을 퍼다 나를 것이고 그렇게 6.2 지방선거의 주인공인 국민은 뒷전으로 밀려나게 될 것이라는 추측은 비단 나만의 것은 아니다. 이런 시나리오를 생각하면 속이 쓰리고 괘씸하지만 커피 파티, 호프 파티, 막걸리 파티, 녹차 파티...들이 계속 열리고 늘어나면 머지않아 우리가 민주주의의 참맛을 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