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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통일부장관이 주한중국대사와 나눈 “비합리적 비이성적” 대화?
정기열  |  jokuk1korea@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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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년 05월 12일 (수) 15:49:26
최종편집 : 2010년 06월 01일 (화) 03:00:22 [조회수 : 5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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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리교 출신의 북한관련 전문가인 정기열 교수가 최근의 정세와 관련, 천안함 침몰사건 정세와 관련하여 한국사회와 세상의 현실을 바르게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면서 긴 글을 보내왔다. 오랜동안 통일운동가로 미주에서 활동하다 귀국하여 감신 등에서 가르치기도 했던 정 교수는 2006년 가을학기부터 북경의 중국사회과학원 아태연구소 초빙교수로 있다가 작년 2009년 가을학기부터는 청화대학에서서 국제정치와 국제관계를 가르치고 있다. 전문을 싣는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렸다.

 

 

한국통일부장관이 주한중국대사와 나눈 “비합리적 비이성적” 대화?


2010년 5월 4일

정기열 (중국청화대학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I

   
▲ 정기열 교수
5월 3일자 언론보도를 인용한다. “신각수 외교통상부 제1차관은 당일 오전 장신썬 주한중국대사에게 중국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을 사흘 앞두고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전통지나 언질을 해주지 않은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면서 중국정부가 '책임있는 역할'을 해줄 것을 촉구했다”고 한다.

기사는 같은 날 오후 현인택 통일부장관도 장 대사에게 역시 같은 취지의 말을 그러나 신 차관보다는 훨씬 더 강도 높게 전했던 것 같다. 그는 공식발언 모두에 “천안艦”을 중국의 “天安门”으로 발언하는 실수도 범했지만 “훈계조의 긴 발언”은 더 문제였던 것 같다. 중국측에서 문제 삼을 정도로 외교석상에서의 공개발언치고는 너무(?) 길었던 것이다. 현 장관 발언 중 핵심내용 한두 마디를 인용한다: " … 북한이 매우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 중국의 책임있는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고, 그렇게 하기를 바란다!"

4일자 언론보도에 의하면, 통일부에서의 공식대화는 그날 중국대사관 참사관이 한국말로 대화형식에 대해 문제를 삼았을 정도로 부적절했던 것 같다. 대사는 기자들에게 중국은 “책임적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던 것 같다. 천안함 사건 와중에 중국정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방중을 허락한 것에 대한 한국정부의 불만을 현 장관이 그런 식으로 표현했던 것 같다. 물론 그 불만표시에는 김 위원장의 방중사실을 사흘 전 이-후 정상회담 때도 알려주지 않은 것에 대한 섭섭함도 포함되어 있던 것 같다.

먼저 중국대사를 불러 마치 “장시간 훈계하듯 발언했다”는 현 장관의 그날 행동이 국제외교관계에서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동으로 보이지는 않았을지 염려된다. 그래서 한국정부를 대표해서 발언한 신 차관과 현 장관 두 분에게 역으로 묻고 싶다. 외교관계에서 상호존중과 내정불간섭원칙을 잘 알고 있을 정부대표들의 그날 발언들이 혹 내정간섭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았는지를. 특히 중국이 도대체 왜 무슨 이유와 어떤 배경에서 서로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있다는 이웃 한국을 마치 안중에도 없는 듯 행동하게 되었는지를 먼저 물어보았는지도 묻고 싶다.

그런 여과과정 없이 보수언론은 그렇다 치더라도 정부와 집권당의 중요인사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중국을 비판하는 공개발언들이 진정 국익을 위한 일이었는지도 묻고 싶다. 이웃국가의 대사를 소환해 마치 훈계하듯 불만을 터뜨린 일종의 외교사건이 밖으로 알려질 때 “國格을 높여 先進國家”로 가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어 그리 했는지도 묻고 싶다. 특히 신 차관의 경우보다 현 장관의 행동은 이미 소문이 북경에 돌듯 외교관례를 한참 벗어난 행동이었던 것 같아 염려스럽다. 필자가 만난 사람들은 이미 도대체 누가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지 모르겠다는 일종의 조롱 섞인 질문을 던졌다.

아래 요약은 어제 밤 늦게까지 중국동료교수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나눈 이야기다. 주로 최근의 천안함 사태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특별히 5월 3일 현 장관이 “주한중국대사를 소환해서 호통쳤다!”고 중국 쪽에서 받아들이고 있는 이야기가 주였다. 대화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먼저 김 위원장의 방중소식을 한국정부에 사전에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해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다.

“중국언론은 물론이고 꼭 필요한 당과 국가의 핵심지도부와 주요책임간부들 외에는 김 위원장의 방중소식자체를 마지막까지 알지 못한다. 물론 김 위원장 방중기간 보안과 안전책임을 맡은 해당기관과 책임자들은 예외다. 그러나 일반적인 경우 그 누구에게도 북 최고지도자의 공식/비공식 방문을 사전에 알리는 일은 결코 없다. 김일성 주석 때처럼 이번 김 위원장의 방문도 핵심관계자 외에 그 누구에게도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 거의 모든 경우가 방문이 끝나고 난 뒤에야 알려주는 것이 통례다. 지난 몇 십 년 양국관계의 전통이자 관례다.”

“특히 아직 적대관계에 있는 미국이나 일본, 한국 같은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지 않겠는가? 상식적인 이야기다. 북 최고지도자의 방문을 사전에 적대국가들에게 알려준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더 논할 가치도 없다. 사전에 알리고 아니고는 실은 우리주권에 속하는 문제다. 지나치면 내정간섭의 문제로 오해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정부가 김 위원장의 공식방문을 갖고 우리대사를 소환해 마치 훈계하듯 발언했다. 현 장관이 사용했다는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이라는 표현은 하루 만에 벌써 유명해졌다. 국제외교관례에서 어제 있었던 일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으며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안가는 이야기다. 자기들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고 외국대사를 소환해 마치 선생이 학생 야단치듯 일장연설을 하며 나중에는 심지어 ‘책임적으로 하라!”고까지 훈계했다는 소식을 듣고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 글과 관련해서 참고가 될 것 같아 이곳에서 있던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2008년 사천대지진 직후 이명박 대통령의 첫 중국공식방문을 앞두고 있던 때의 일이다. 당시 필자는 중국사회과학원에 초빙교수로 있을 때다. 수십 만의 목숨과 재산을 앗아간 대재난을 맞아 온 나라가 초상을 치르면서 중국의 모든 해외공관들에 분향소가 차려졌다. 당시 티베트문제 등을 시비 삼아 “북경올림픽 불참운동”에 앞장섰던 독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도 자연재해 앞에서 정치적 견해의 차이나 입장을 뒤로 하고 분향소를 먼저 찾았을 정도였다. 심지어는 부시 대통령도 워싱턴의 중국대사관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을 정도였다.

물론 일본총리도 동경소재 주중대사관에 차려진 분향소에 다녀갔다. 그런데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는 한국에서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청와대에서 지척의 거리에 있는 중국대사관 분향소를 찾지 않은 것이다. 대신 외교통상부장관이 가서 분향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때가 아마도 이 대통령의 공식방문 일주일 전쯤이었던 것 같다. 중국사회과학원 교수들이 실망감을 표시하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의아해서 물었다. “이명박 정부가 재난을 당한 이웃의 어려움에 어찌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는가?”고. 서울중국대사관을 비롯해 세상의 모든 재외공관들에 차려졌던 분향소들이 문닫기 직전의 이야기였다.

당시 북경올림픽성화봉송과정에 서울에서 양국관계에 껄끄러운 일까지 겹쳐있던 상황이었다. 바로 그때 대통령마저 분향소를 찾지 않았다는 소식이 당시 온 나라가 초상집 같았던 중국에 전해진 것이다. 당시 중국인민들의 한국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 나빠졌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인터넷언론매체들에서는 더 심했다. 집권하자마자 마치 한미동맹을 신주모시듯 하며 가까운 이웃은 멀리하고 한국대통령이 제일 먼저 쫒아간 곳이 태평양바다 건너 멀리 워싱턴이었고 동경이었다.

당시 그 사실은 중국정부는 물론이고 인민들 사이에까지 이미 널리 알려졌던 내용이다. 당시 택시운전사들을 포함한 일반중국인민들조차도 한국 새 정부를 친미/친일성향의 국가인 것 같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그런데 다른 일도 아니고 대재난을 당한 이웃에게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 대통령이 분향도 하지 않았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먼저는 미래 한중관계를 위해서도 결코 도움이 되는 소식이 아니었다. 또한 당장은 중국에서 공부하고 일하며 사는 수십 만 한국사람들의 안위를 위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장 북경주재 한국대사관의 한 인사를 찾아갔다. 두 가지를 한국정부에 긴급 주문했다. 한국정부에 의해 오래 “빨갱이”라고 소문난 사람이 “중국사회과학원”에 와서 하는 “특별주문”이라는 단서를 붙이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이 주문을 가장 신속하고 확실하게 청와대에 전하라고 부탁했다. 첫째, 늦더라도 대통령의 서울중국대사관 분향소 조문이 꼭 이루어져야 할 것을 주문했다. 둘째, 중국방문 때 후진타오 주석과의 정상회담일정 이외에 사전에 잡은 주로 경제관련일정 모두를 취소할 것을 부탁했다. 대신 사천대지진현장을 조문하러 가겠다는 제안을 직접 후 주석에게 할 것을 주문했다. 당시 중국정부와 인민들 사이에 퍼져있던 일종의 “反韩감정”을 해소할 최선의 방안으로 그것이 가장 옳고 신속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당시 한중관계는 냉랭할 대로 냉랭했다. 중국외교부홈페이지에는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섰어도 대통령 이름조차 바꾸지 않았을 정도였다. 노무현 대통령 이름이 그대로 있었다. 심지어 이 대통령 첫 공식방문소식조차도 아예 공시하지 않았을 정도다. 한국 새 정부에 대한 실망이 얼마나 컸으면 그랬을까 가름할 수 있는 한 예가 아닐까 싶다. 당시 중국언론매체들은 이 대통령의 공식방문소식을 형식적으로 한 두 군데 제외하고는 아예 보도자체를 하지 않았다. 직전 방문했던 일본 신임총리의 방중 때와는 천지차이처럼 보였을 정도다. 한가지 예를 들자. 당시 대대적인 중국언론의 관심을 모았던 일본총리의 북경방문 도중 총리의 북경대학강연 또한 CCTV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널리 알려졌었다.

그래선지 주중한국대사관 또한 대통령방문을 준비하면서 중국 쪽에 일본처럼 북경대학강연을 부탁하며 언론의 특별한 관심도 주문했었다고 한다. 결과는 참담했다고 할까? 강연은 허락됐으나 CCTV 등의 언론매체는 거의 동원되지 않았다. 예상대로 중국언론들은 북경대학강연소식은 물론이고 이웃국가수반의 공식방문소식자체에 대해 형식적 보도를 짧게 한 것 외에는 거의 모두 함구했다. “한국신임총통”의 공식방문을 아예 무시하는 듯싶었을 정도다. 그러던 중국언론매체들이 태도를 하루아침에 180도로 바꿨다. 물론 이 대통령이 후 주석과 정상회담을 끝내고 사천성 재난현장을 직접 찾아 조문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뒤였다.

중국 쪽에서 처음 긴가민가했고 진심인가 싶었을 정도로 많이 놀랐다는 후문을 나중에 들었다. 일단 외국국가수반이 공식석상에 한 제안이었기에 후 주석도 사천성 조문방문결정에 사의를 표했고 제의는 받아들여졌다. 당장 대접도 바뀌고 의전의 격식도 높아졌다. 이 대통령의 사천성 방문에 양제츠 외교부장이 직접 동행한 것은 물론 사천성 성장을 비롯한 성의 모든 고위간부들이 공항에 마중을 나갔을 정도였다. 재난지역을 직접 방문한 이 대통령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이 CCTV를 통해 중국전역에 소개되고 알려졌음은 물론이다. 사천대재난에 외국국가수반으로는 이 대통령이 처음으로 재난현장을 찾아 위로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과거사를 굳이 길게 이야기한 이유가 있다. 오늘 중국대사를 소환하여 몰아 부쳐가며 강력하게 볼멘소리를 했다는 현 장관에게 다시 묻고 싶어서다. 오늘 한국정부가 천안함 사건을 갖고 중국을 포함한 주요국가들에게 마치 “떼쓰고 압박하듯 매어 달리는” 모습이 (현 장관의 표현처럼) 혹시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행태”로 비쳐지지 않겠는지를 스스로 자문해본 적이 있는가를. 아무리 자국출신이라지만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까지 이런저런 형태의 압력과 부탁을 하고 있는 모습들이 세상에 어떻게 비칠지를 생각해 보았는가를. 심지어 천안함 사건과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까지 연계시켜 내정간섭으로까지 오해될 수 있는 한국정부의 행동에 이웃국가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반응할까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를. 혹 한국정부의 행동을 다른 나라들이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행태”라고 보지는 않을지, 자신의 발언과 행동을 돌아보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를 묻고 싶었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를 비롯해 집권당의 주요당직자들 또한 뒤질세라 나선 것 같다. 그들 또한 중국정부가 천안함 사건 와중에 김 위원장의 방중이 이루어지도록 결정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국내정치문제인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안상수 대표, 김우룡 전 사장 등의 설화사건과는 성격과 결과가 또 다를 수 있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은 국제외교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또 다른 하나의 집권당 설화사건으로 기록될 것 같아 염려스럽다. 집권당대표와 정부의 주요공직자들이 국제외교관계에서의 예의와 내정불간섭 원칙도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한 것이 외교적으로 어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 염려가 된다.

어찌 이리도 현 장관 표현처럼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행태”들이 하루가 멀다고 쏟아져 나오는가? 도대체 한국사회의 국가기능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한국정부 주요인사들에게서 밤낮없이 쏟아지는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어떻든 정 대표가 중국정부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발언은 현 장관의 “대사소환 및 호통사건”과 연장선상에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서울의 주요인사들에게서 상식과 이성으로 이해키 어려운 행태들이 하루가 멀세라 터져 나오는 현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에게 도대체 누가 더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으로” 행동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 한국정부와 보수언론은 익명의 “미국군부고위인사” 같은 보수인사들과 주로 대화하며 그들의 발언을 필요할 때마다 언론에 인용하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주로 미국기업연구소(AEI)와 해리티지 재단 같은 보수연구(극우)단체들이 대표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The Wall Street Journal)과 팍스티비(Fox TV) 같은 보수언론매체들도 마찬가지다. 볼턴 전 유엔대사나 클링너 해리티지재단의 선임연구원 같은 네오콘(neo-con) 극우정객/논객들은 물론이다.

미국정부 안팎에도 상대적으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인사들이 있다. 한국정부와 보수언론이 그들과도 자주 대화하고 접촉하는지 묻고 싶다. 그들 가운데 클린턴 국무장관과 보스워스 특별대표 같은 이들도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주요인사들인 그들은 최소한 천안함 사건 관련해서는 아직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것 같다. 그들의 경우 아직 사실이 아닌 것을 특정한 누구의 입맛을 위해 없는 말을 굳이 만들어 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들은 원인규명이 채 끝나지 않은 사건에 “가설로서의 북 관련설”을 기정사실화하거나 또 전쟁을 부추기는 발언을 아직 극구 경계하는 것 같다. 그들은 최소한 아직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동”에는 합류한 것 같지 않다. 그들은 최소한 CNN과 보수언론을 통해 한국정부 입맛에 맞는 발언으로 유명해진 익명의 “미국고위군부인사”와 클링너 선임연구원 같은 사람들과는 질이 다른 것 같다. 비록 보수언론의 단골손님으로 등장하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오늘 한국정부가 하고 있는 일들이 클린턴이나 보스워스 같은 미국정부고위인사들에게 어떻게 비쳐질지 생각해본 적은 있는지 모르겠다. 그들이 최근 한국정부의 모습을 보고 혹시라도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동”이라고 속으로 생각하지는 않는지 물어보고 싶다. 현 장관을 비롯 김태영 국방장관 같은 한국정부주요인사들과 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경우 군사긴장이 높아지는 것을 경계하는 발언을 주로 하고 있다. 침몰원인에 대한 말과 표현들에서 아직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것 같다. 4월 23일에는 "한반도에서 전쟁얘기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마치 못박는듯한 발언도 했다.

한국정부와 보수언론이 현 미국 행정부 주요인사들과도 직접 대화하고 상의하는 것이 현실판단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최근 한국정부인사들이 부시와 함께 몰락한 네오콘계 인사들과 주로 대화하는 것 같아서다. 특히 보수언론과 정부의 입장을 보면 마치 그들의 지원사격에 매어 달려 있는 형국이다. 보수언론에 단골로 나오는 네오콘 논객들의 의식구조는 대단히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인 것 같다. 대단히 비현실적이고 무책임한 발언을 남발하기 때문이다. 군사적 대응과 북 도발설은 주로 그들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한반도를 전쟁분위기로 몰아가는 장본인들이 아닐 수 없다.

한편 한국정부는 토머스 허버드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전 주한미국대사)의 4월 27일 발언을 달갑게 생각지 않을 것 같다. 그가 “물증 없이 짐작만으로는 이번 사건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해서다. “100% 물증이 없어도 무조건 유엔에 제소해야 한다!”고 강변하는 청와대 사람들에게 허버드 대사 같은 사람이 반가울리가 없다.

보수언론 입에 맞는 발언을 주로 하는 인사로 앞에서 잠깐 소개한 해리티지 재단의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이 있다. 그는 아예 노골적으로 한국정부와 보수언론의 입맛에 맞는 발언을 골라하는 대표적인 네오콘 극우논객이다. 마치 한국분단굿판에서 판돈을 단단히 벌려는 사람처럼 말이다. 최근 대단히 “비현실적이고 비이성적인” 발언을 무책임하게 마구 해대는 대표적 인사다. 좋은 예가 있다. 중앙일보가 그와 대담한 기사제목이다. “한국이 어떤 조치 취해도 미국은 [무조건] 지지해야!” 그는 한걸음 더 나가 천안함 사건에 “북이 관련됐다는 가정하에” 다음과 같은 발언도 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의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것과 미국의 독자적인 징벌적 조치가 포함될 수 있다.”

천안함 사건에서 우리모두가 얻어야 할 교훈은 무엇일까? 역대분단정권이 그랬듯 현 정부도 오늘 열심히 외치고 있는 “국가안보”일까? 글쎄?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아닌 것 같다. 1945년 8월 15일 대한민국 탄생부터 오늘까지 한국사람이면 누구나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생 듣고 주입 받으며 교육받는 것이 “국가안보”가 아니던가? 국가안보는 교훈이기에 앞서 주권국가라면 너무도 당연한 국가의 가장 기본의무가 아니던가? 정치적 위기 때마다 필요할 때만 꺼내어 쓰는 전략카드가 아니라!

60년 수없이 반복되고 있는 제1, 제2, 제3의 천안함 사건들로부터 얻어야 할 교훈은 진정 무엇일까? 국가의 진정한 안보가 최첨단무기와 강력한 군대, “고소영 강부자”들과 공안검사들을 많이 양성하는 것만으로 지켜질 수 있을까? 아닐 것 같다! 국가안보는 지휘고하와 남녀노소, 여야, 빈부의 차이를 넘어 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제 나라와 민족의 밝은 미래와 부강번영, 다수의 행복을 위해 일할 때 결과로서 지켜지는 것이 아닐까? 상호존중하고 이웃과 더불어 나누며 서로 상부상조하는 사회적 결과로서 얻어지는 깊은 신뢰와 희망, 일치단결의 힘과 지혜가 튼튼한 국가안보를 위한 최고최선의 지름길이 아닐까?

강제로 혹은 할 수 없어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이 주로 가는 군대와 온갖 부정과 부패, 비리, 불의, 거짓이 판치는 세상에서 국가안보가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비합리와 비이성”이 日常이며 착하고 선한 사람들은 못살고 오히려 도둑놈이 되레 큰소리치고 도덕군자연하는 나라에서 국가안보가 지켜질 리 만무할 것 같다. 핵우산 아래 가공할 핵무기와 이지스함 같은 최첨단의 무기체계들을 수없이 갖다 싸놓는다고 국가안보가 자동으로 지켜질까? “스폰서검사”가 문화처럼 된 현실에서 정권위기 때마다 공안분단세력들이 강화되는 것으로 진정한 국가안보가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까?

46명의 목숨이 어이없게 사라 졌는데도 해군과 국방 책임자 그 누구도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반면 마치 경쟁하듯 “무력응징과 군사보복”을 소리높이 외치는 “국방장관과 해군참모총장”의 목소리는 마치 하늘을 찌를듯하다. “인간어뢰” 같은 조선일보 류의 보수언론이 만들어내는 상상을 초월하는 기상천외한 가공소설들은 “유언비어”가 아니고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간절히 원하는 국민들의 진실한 소리는 “유언비어”로 감옥에 갇히는 참담한 현실에 슬프다 못해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다.

“국가안보”의 개념조차 바르게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툭하면 국가안보를 외치고 실제로는 국가안보와 상관없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그들이 말로만 국가안보를 외치고 주장하는 것 같아서다. 억지주장이 아니다. 우리의 지난 60년의 불행한 역사가 시퍼렇게 증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역사에서 불의한 정권이 위기에 몰렸을 때 반대세력을 억압하고 입막음 하기 위한 도구로 주로 국가안보논리가 악용됐기 때문이다.

과거의 분단역사에서 국가안보문제가 마치 “양치는 소년”의 거짓말처럼 된 것 같아 실제 국가안보문제가 심각하더라도 혹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과거역사가 불행히도 국가안보와 민족의 미래를 진정으로 걱정했던 지도자들보다 국가안보와 분단을 팔아 장사했던 사람들이 더 많았던 것 같기에 그렇다.

첨단과학통신이 모두의 일상이 된 오늘 21세기 대명천지세상에 “원인불명”의 이유로 46명의 사병들이 어이없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도 천안함 침몰사건 또한 과거처럼 또 다시 정권의 안위를 위한 분단카드로 악용되는 것 같아 참담하기 짝이 없다. 희생된 자들에게 또 다시 죄를 짓는 것 같아서다. 그들에게 한없이 송구스럽다. 우리역사가 그들을 두 번 죽이는 것 같아서다. 이번 사건이 과거 60년 분단역사의 수없이 많은 또 다른 하나의 “천안함” 분단사건처럼 될 것 같아서다!

하여, 이번 “천안함 침몰은 2010년 3월 26일의 또 하나의 분단사건”이라고 불러야 옳을 것 같다. 즉, 천안함 침몰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첫째도 둘째도 분단극복의 교훈이어야 할 것 같다. 분단구도의 극복 없이는 앞으로도 제2, 제3, 제4의 천안함 사건이 반복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외세가 강제한 분단체제가 한반도에 계속되는 한 지난 60년 반복한 수 없는 천안함 사건들은 내일도 모래도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번 사건 또한 과거 60년 내내 개미 쳇바퀴 돌 듯 했던 민족내부의 좌우논쟁구도 안에 갇혀 이해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정부가 하루 속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과 행동을 통해 보다 더 “책임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국가”로 존경 받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 마지 않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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