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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그 경이로움 속으로꽃보다 아름다운 지리산의 숲과 오지마을[포토]
류기석  |  yoogise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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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년 05월 12일 (수) 09:59:06
최종편집 : 2010년 05월 12일 (수) 15:41:38 [조회수 : 4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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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쇠점터로 가는 길

지난 4월의 마지막 날인 30일, 경남 하동군 화개면 대성리에 위치한 쇠점터로 향했다. 함양과 남원, 구례를 지나서 하동 쌍계사, 이곳에서도 북쪽으로 4km 정도 올라가다 보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뉘어 지는데, 왼쪽으로 올라가면 칠불사, 길 따라서 쭉 올라가면 좌축에 은둔의 땅 쇠점터가 나온다.

   
▲지리산 쇠점터로 가는 길  ⓒ 류기석
 
   
▲ 지리산 쇠점터로 가는 길 ⓒ 류기석

쇠점터라고 하는 이유는 조선시대로 부터 쇠를 다루던 곳이라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특히 이곳에서는 불상을 제련하던 곳이라 하늘과 땅의 성스러운 기운이 흐른다.  지금은 텅비어 있는 쇠점터 일곱채의 집에는 40여년 전 귀농한 정재건님 부부가 유일하게 자연 그대로의 생태계를 돌보며 살고 있다.

이 집 주인장은 사연이 있는 사람으로 60년대 당시의 암울했던 사회상에 염증을 느껴 지리산으로 들어왔다가 완전히 눌러 앉았다. 

너~ 지리산이여!

이곳 지리산은 천왕봉(1,915m), 노고단(1,507m)으로 이어지는 1백리 능선에 주능선에 만도 반야봉(1,751m), 토끼봉 등 고산 준봉이 10여개나 있으며, 85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자리하고 있다.

   
▲ 지리산 오지마을로 가는 길 ⓒ 류기석

지리산의 주능선을 중심으로 각각 남북으로 큰 강이 흘러내리고 있는데, 하나는 낙동강지류인 남강의 상류로서 함양 산청을 거쳐 흐르고 또 하나는 멀리 마이산과 봉황산으로부터 흘러온 섬진강이 된다. 이들 강으로 흘러드는 개천인 화개천, 연곡천, 동천, 경호강, 덕천강 등 10여개의 하천이 있으며 맑은 물과 아름다운 경치로 "지리산 12동천"을 이루고 있다.

청학, 화개, 덕산, 악양, 마천, 백무, 칠선동과 피아골, 밤밭골, 들돋골, 뱀사골, 연곡골의 12동천은 수없이 아름답고 검푸른 담과 소, 비폭을 간직한 채 지리산 비경의 극치를 이룬다.

   
▲ 지리산 오지마을로 가는 길 ⓒ 류기석
 
   
▲지리산의 숲과 사람 그리고 쇠점터 ⓒ 류기석

이들은 또한 숱한 정담과 애환까지 안은 채 또다른 골을 이루고 있는데 73개의 골, 혹은 99개의 골이라 할 정도의 무궁무진한 골을 이루고 있다.

지리산 비경 중 10경은 노고 운해, 피아골 단풍, 반야낙조, 벽소령 명월, 세석철쭉, 불일폭포, 연하선경, 천왕 일출, 칠선계곡, 섬진청류로 비경을 이룬다고 한다.

지리산은 사계졀 산행지로 봄이면 세석 및 바래봉의 철쭉, 화개장에서 쌍계사 까지의 터널을 이루는 벚꽃, 여름이면 싱그러운 신록, 폭포, 계곡, 가을이면 피아골 계곡 3km에 이르는 단풍과 만복대 등산길의 억새, 겨울의 설경 등 계절마다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첩첩산중 오지마을, 의신과 단천 

지리산 쇠점터에서 하룻 밤을 보내고, 주인장 부부가 정성껏 차려낸 온갖 하늘의 기운을 받고 자란 봄을 담은 자연 밥상을 몸 속으로 잘 모셨다. 이후 지리산골의 형용할 수 없는 숲이 빚어낸 연두빛 향연에 온 몸으로 참예했다.

   
▲ 지리산의 숲과 사람 그리고 오지마을 ⓒ 류기석

화개골 상류에 위치한 대성리에 자리한 쇠점터의 경치도 빼어놓을 수 없는데, 이곳을 걸어 한적한 2차선 도로를 따라 지리산의 숲길로 들어서니 그 황홀함은 꽃보다 잎이다. 이 길을 따라 곧장 올라가면 바로 의신마을이 나온다. 6.25 전란 당시, 낮에는 국방군, 밤에는 빨치산들의 등살에 산골 동네 주민들이 겪었던 고통이 컸다고 한다. 의신마을은 40여호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 지리산 단천마을로 가는 길 ⓒ 류기석
 
   
▲ 지리산 단천마을로 가는 길 ⓒ 류기석

지리산 숲 길을 걸으며 의신마을 보다도 더 작은 마을인 지리산 남부능선 해발 약 500m에 위치한 단천마을을 둘러 보기로 했다. 단천 마을은 예로부터 붉은내~밝은내~박달내로 불리다가 요즘은 달리 ‘박달나들’로 통하는 곳이다. 하동군 ‘화개면지’에 따르면 ‘박달나무가 많은 시냇가 마을’이라고 하고 있다. 박달나무 단(檀)자를 써서 이후 붉은 단(丹)자와 같이 쓰고 있으며, 이는 ‘늦가을 맑은 계류에 물든 단풍색이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마을입구  지명과 연관된 소개 글에는 ‘화개면지’와는 조금 다르게 이름 첫 자인 ‘단’의 뜻을 단군과 결부시킨다. 박달이란 것은 밝은 산이란 뜻이고, 이는 곧 단군을 의미한다는 것. 실제 함께 사용하던 붉은 단자를 제하고 지난 2000년부터는 공식적인 행정명칭에 박달 단자만 쓰고 있다.

   
▲ 지리산의 숲과 사람 그리고 단천마을 ⓒ 류기석
 
   
▲지리산의 숲과 사람 그리고 단천마을 ⓒ 류기석
 
   
▲ 지리산의 숲과 사람 그리고 단천마을ⓒ 류기석

단천마을은 의신마을로 향하는 길목에서 산길로 약 1.5km정도를 더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들은 단천마을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단천마을을 찾았던 것이다. 찾는 이가 거의 없는 이곳에 절경이 곳곳에 숨어 있다. 그런 연유로 산촌은 변함이 없다. 이곳의 맑은 물살과 숲속의 연두빛이 늘어나는 색의 마술이 펼쳐지는 울창한 숲을 보고 걸으면서 환경에 대한 경이로움과 사랑이 커졌다. 마을초입에는 최근 마을버스 정류장이 들어섰고, 정자가 눈에 띄었고, 마을회관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곳에서 빈집의 생태화장실을 이용했고, 인심좋은 할머니에게 물 한 사발 청하여 마셨다. 나오는 길에는 밭에서 일하시는 할머니를 만나 소소한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단군의 천명이 서린 단천마을

   
▲ 지리산의 숲과 사람 그리고 단천마을 ⓒ 류기석

단천마을은 20여가구 남짓 살고 있다고 한다. 특별한 것은 이 작은 산마을의 이름이 단군과 연관된다는 것이다. 굳이 단군까지 끌어들인 것을 주민들은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다. 그 증거로 단천마을엔 의미를 알 수 없는 글자가 새겨진 바위가 있단다. 사람들은 그저 “지리산에서 홀연히 사라진 최치원이 이곳에서 신선이 되었음을 알리는 글씨”라고 하여 ‘득선처’라 부르는데, 마을 주민이자 경상대 교수인 손병욱씨는 그의 저서 ‘서산, 조선을 뒤엎으려 하다’에서 이 글자를 “민초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혁명을 준비한 서산대사의 암호”라고 설명하고 있다.

   
▲ 지리산의 숲과 사람 그리고 단천마을 ⓒ 류기석

옥편에도 나오지 않는 이상한 글자들은 ‘인왕이면서 선왕인 단군이 천명을 중흥시킬 것이다.’로 해석되며, 단군의 천명을 받은 사람이 묘향산 단군굴에서 수행하며 단군의 신위를 모신 서산대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물론 그 각자의 뜻풀이에 대해선 다른 견해도 많다.

   
▲지리산의 숲과 사람 그리고 단천마을 ⓒ 류기석

바위에 새겨진 글자의 진실과는 상관없이 박달나들 곳곳엔 도깨비소, 독아지소, 용추폭포 등 절경이 가득하다. 다만 마을 입구 정자에서 시작해 삼신봉(1289m) 부근으로 닿는 단천골 등산로는 비법정탐방로로 묶여 공식적인 산행이 금지돼 있다. 마을의 전체적인 느낌은 도심의 달동네 같다고 느낀 자유기고가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오래도록 머무르고 싶은 곳이지만 오후 하동 재래시장을 둘러보기 위하여 천천히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왔다. 

   
▲ 지리산의 숲과 사람 그리고 단천마을 ⓒ 류기석

오지마을 가는 길은 경남 하동군 화개면까지는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을 이용한다. 자가용의 경우 호남고속도로 전주IC, 대전~통영간고속도로 장수IC, 남해고속도로 하동IC, 88고속도로 지리산IC나 남원IC에서 구례를 지나 19번 국도를 따른다. 화개면 쌍계사를 지나 의신 방향으로 직진하다 단천교를 건너면서부터 차를 두고 걷는 것이 좋다. 이후 우회전해 약 2km쯤 오르면 단천마을에 닿는다.

지리산 / 신석정

崇高한 山의 Esprit는
모두 이 山頂에 集約되어 있고
象徵되어 있다.
--하여
神山은 거기에 내려오고
사람은 거기 오른다.

   
▲ 꽃보다 아름다운 지리산의 숲과 오지마을 ⓒ 류기석

하나, 六月에 꽃이 한창이었다는 <진달래> <石楠> 떼지어 사는 꼴짝. 그 간드라운 가지 바람에 구길 때마다 새포름한 물결 사운대는 숲바달 헤쳐 나오면, <물푸레> <가래> <전나무> 아름드리 벅차도록 밋밋한 능선에 담상 담상 서 있는 <자작나무> 그 하이얀 <자작나무> 초록빛 그늘에, <射干> <나리> 모두들 철그른 꽃을 달고 갸웃 고갤 들었다.

   
▲꽃보다 아름다운 지리산의 숲과 오지마을 ⓒ 류기석

, 씩씩거리며 올라채는 가파른 斷崖. 다리가 휘청 휘청 떨리도록 아슬한 산골에 산나비 나는 싸늘한 그늘 <桔梗>이 서럽도록 푸르고 선뜻 돌 타고 굴러오는 돌돌 굴러오는 물소리 새소리 갓나온 매미소리 온 산을 뒤덮어 우람한 바닷속에 잠긴 듯 하여라.

, <더덕> <으름> <칡> 서리고 얽힌 넌출 휘휘 감긴 바위서리, 그저 얼씬만 스쳐도 물씬 풍기는 향기, 키보담 높게 솟은 <고사리> <고비> <관중> 群落에 <마타리> 끼워 어깰 겨누는 덤불, 짐승들 쉬어간 폭삭한 자릴 지날 때마다 무침ㅎ고 나도 딩굴고 싶은 산골엔 헐벗고 굶주린 자취가 없다.

   
▲꽃보다 아름다운 지리산의 숲과 오지마을 ⓒ 류기석

, 발 아래 구름이 구름을 데불고 우뢸 몰고 간 골짝엔 어느덧 빗발이 선하게 누비는데, <전나무> 앙상한 가지에 유난히도 눈자위가 하이얀 <동박새> 외롭게 우는 소릴 구름 위에 位置하고 듣는 斜陽도 향그러운 길섶, 늙어 쓰러진 나무를 나무가 한가히 베고 누워 산바람 속에 숨이 가쁘다.

다섯, 길 넘는 <억새> <시나대> 번질한 속을 짐승인 양 갈고 나가면 山頂 가까이 <들국화> 산드랗게 트인 꽃벌판 눈부신 언저리에, <山木蓮>도 꽃진 자죽에 붉은 열맬 숱하게 달고, <층층나무>랑 나란히 섰다.
예서부턴 짝달막한 나무들이 얼굴만 뾰주름 내밀고, 남쪽으로 다정한 손을 흔들며 산다.

   
▲꽃보다 아름다운 지리산의 숲과 오지마을 ⓒ 류기석

여섯, 해가 설핏하기 앞서 재빠른 귀또리, 산귀또리 서로 부르는 소란한 소리, 어늬 골짜구니에선 벌써 자즈라지게 <소쩍새> 울어예고, 자주 구름이 쓰다듬고 가는 山頂에 산을 베고 누으면, 하이얀 구름의 하이얀 커튼 사이사이 손에 잡힐듯 촉촉 고갤 들고 솟아나는 별. 뻗어 간 山脈의 검푸른 물결도 높아, 으시시 한여름 밤이 차라리 겨울다이 칩다.

일곱, 불 피워 닦은 자리 아랫목보담 정겨운 山頂. 텐트 자락 살포시 젖히고 고갤 내밀면, 부딪칠 듯 떨어지는 잦은 流星도 골짝을 찾아 묻히는 밤. 어서 보내야 할 얼룩진 오늘과, 탄생하는 내일의 生命을 구가할 꿈을 의논하는 꽃보라처럼 난만한 露宿. 벌써 쌔근쌔근 산새처럼 잠이 든 벗도 있다.국립공원 제1호로 지정된 지리산은 한국 8경의 하나이고 5대 명산 중 하나로, 웅장하고 경치가 뛰어나다. 그 범위가 3도 5개 군 15개 면에 걸쳐 있으며 4백 84㎢ (1억3천만평)로 광대하게 펼쳐져 있다.     

본 기사는 山, 江, 바다, 그리고 문학(시마을)과 한국일보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황소영 자유기고가)를 참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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