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을 쓰면서

참 한심하다는 생각 뿐이다. 한국교회의 상징이자 그간 흠모의 대상이였던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한 방 얻어맞았다. 그것도 경찰선교회 주최 철야예배...., 사실 감추면 그냥 끝날 일인데도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라 여겨져 글을 쓴다.

2. 설교를 이용해 특정인은 고발하고

나는 우리 나라가 이렇게 까지 된 줄은 미처 몰랐다. 천안함 사건이 터지고 뻔한 사실을 여차여차히 미루면서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하는 지도부들에 대해서 참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그리고 40일 후 장례식도 잘 마치고...이젠 다시 마음을 가다듬어서 기도할 마음으로 여의도순복음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내친 김에 철야까지 참석해 깊은 은혜에 잠기고자 갈망하고 있었다. 그런데 1부예배 때 설교를 담당한 최요한목사(남서울비전교회)라는 분은 설교말미에 기독교 TV 감사장 문제를 거론하면서 검찰에 고발해 탈세혐의가 드러났다면서  기도를 요청했다. '선교'를 위해선 강단에서 거침없는 특정인 비판이 자제되어야 할 것으로 나는 알았는데.....예언자의 소리였나?...

3. 점입가경// 전직 대통령들을 도매급으로 매도한다

아마도 여의도순복음교회 경찰선교회(회장 임태은장로)는 설마 청중 중에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 못한 듯하다...경찰 선교를 담당하는 이들이기에 아무 소리나 막해도 경찰이 안 잡아 가리라는 배짱때문이었을까? 이젠 막가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간증시간이라고 탈북민 출신의 조모목사란 사람이 나왔다. 자신은 순교자의 아들이라서 죽을 것 각오하고 말한다며 설교는 몇 분, 나머지는 안보강연이라며 전직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을 친북성향을 가진 사람으로서 자살하고 지옥갔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간증이  끝나고 제발 조용히 기도하고 싶고 약간 혼돈된 상태에 있는  내 심정을 가라앉히고 싶은데, 끝날 시간을 알지 못하고 사회보는 목사가 계속 뭐라고 하는지 밤 중 새벽3시 가까이 기도하러 온 사람들을 하나님의 말씀이라며 나무라듯 어쩌구 저쩌구 정말 가소로왔다. 그래서 참다 참다 한마디 했다. "그만 하세요"

설교도 아니고 간증도 아니고 그렇지 않아도 교회 안에서 특정한 정치 이데올로기를 교육한다 싶어서 화가 난 나는 드디어 일어나서 말했다. "그만합시다".... 그랬더니 뒷자리에서도 그만하고 기도했으면 한다고 일어나서 발언을 했다. 여기까지만 했으면 내가 그들에게 쫒겨날 일까지는 안벌어 졌을텐데.

내친 김에 나도 말했다. "이명박대통령도 이번에 회개해야 한다"고 했더니 전부 달려들어서 왜 그러냐고 나에게 덤벼든다. 내가 목사라고 했더니 막 삿대질을 하면서 어느 교회냐고 묻고 선교사라고 했더니 간첩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급기야 아수라장이 된 기도회장...난 더이상 참을 수 없어서 거침없이 다 이야기하고  끌려 나오나시피 여의도교회  바울성전을 떠났다. "더러운 것들 회개하라"고 하면서...

4. 난 당했지만 주님이 마음이 아프신 것 같다.

어떤 목사가 노무현씨 지옥갔다고 하더니 그 탈북자 출신 조목사는 김대중 대통령이 빨갱이이고, 김정일이 형님하는 사이이며, 정동영(전통일부장관)씨도 김정일의 측근이라고 까지 말했다. 이 무시무시한 일이 대한민국 최대교회라는 여의도순복음교회 경찰선교회 축복철야예배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믿겠는가?

나는 그들을 고발할 마음도 없고 담당자들을 문책해달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한국교회가 어디까지 왔는지 보여주는 사건이며, 아무리 은혜를 사모하는 나이지만 이렇게 가치관이 경도된 한국교회, 지도자라고 일컬어지는 목사와 장로, 그리스도인을 보면서 절망한다.

탈북인들의 한국 사회적응이 어렵고 북한 선교가 순교자적인 각오로 해야 한다는 것은 잘 알지만  탈북자 출신들의 영웅주의적 북한 선교나 극우편향은 경계해야 하고, 이것을 교회가 부추기어 좌우 분열과 남북갈등을 깊게 하는 것은 죄악이다.

우리 나라의 목사들 가운데 대부분은 우익 보수입장이라고 본다. 미국의 영향과 선교사들의 영향, 보수적인 교회의 성향을 볼 때 어쩔 수는 없더라도 너무 지나쳐서 이젠 '이데올로기 전쟁'이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나같이 중도적인 성향을 가지거나 민주화 시대를 겪은  목사의 눈에도 이것은 잘못되었고 정신병자들같이 보인다.

5. 대책은 있나?

그 새벽 나는 완력으로 여의도교회에서 쫒겨나서 마포 대교를 터벅터벅 걸어서 아현동까지 이르렀다. 새벽 기도 시간이고 내 마음은 지치고 아프고 조용히 기도하러 들어갔다. 오르간의 조용한 연주가 내 미칠 것 같은 마음을 달래고 사회자가 같이 기도하자고 하는데 마음이 뜨거워진다. 나는 감리교회의 일원으로서 얼마나 책임을 다했는지 지금 우리 감리교회는 어디쯤 가고 있는지 이것저것 떠올리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아프리카 선교에 부름을 받고  하나님의 전적인 인도만을 바라던 가난한 선교사가 지금 된통 매맞고 피난처로 와서 기도하고 있다. 만약 내가 그 새벽에 감리교회로 와서 마음을 쏟아내지 않았다면 난 정신이상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감사하게도 난 진정하고 다시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고 우리나라가 제발 잘 되었으면 하는데 이제 좌우 극단으로 나누어져 분열하고 주님 안에 형제요 믿는 사람이라면서 삿대질하고 내쫒는 일은 없었으면 하고 바란다.

어디 이 분단선이 교회안에만 있겠는가?

▲ 김동학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