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계속되는 예수님의 고난의 현장, 팔레스타인

1.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의 슬픈 역사와 현장

‘팔-이’의 슬픈 역사는 1948년 이스라엘의 독립으로부터 비롯된 것 같지만 사실 그 뿌리는 매우 깊다. 유대인의 시조라 할 수 있는 아브라함의 가나안 정착과 민족지도자 모세 이후 가나안 정복을 근거로 많은 사람들이 그 땅이 유대인의 땅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상 아브라함이나 모세시대 전후로 유대인 말고도 그 땅에 살아가던 사람들은 항상 있어왔다.

그러므로 굳이 말한다면 팔레스타인 땅에 대한 유대인들의 우선권을 이야기하는 배경에는 사회, 정치적 배경이 상당히 많다. 하나는, 유대-기독교 전통이 서구문화의 뿌리를 이루었기에 근대이후 세계의 주도권을 장악한 서구문화의 유대-기독교 전통 아래서 아무래도 팔레스타인보다는 유대인에 대한 우호적(선호적) 감정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 역시 유럽역사와 관련돼 있다. 유대왕국 멸망 후 고향을 떠나 세계 곳곳으로 흩어진 유대인들에 대해 유럽은 줄기차게 멸시와 탄압을 가해왔다. 무엇보다 2차 대전 중 나찌 독일에 의해 가하진 가혹한 대량학살은 유럽 전체에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따라서 당시 세계 맹주였던 미국과 영국은 ‘뜨거운 감자’인 유대인 문제를 그들의 옛 땅(?)을 찾아주는 방법으로 해결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흔히 제3세계 국가들의 독립과정에서 보인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이후 수많은 종족, 민족분쟁의 뿌리가 되었듯이, 강대국 편의주의로 인한 갑작스러운 유대국가 수립이 그 땅의 평화를 가져올 리 만무했다. 하루아침에 거주지에서 쫓겨나 식민지 백성이 된 그 곳 주민들이나 이웃한 아랍국가들은 유대국가를 인정할 수 없었고, 아랍국가들로 둘러쌓인 이스라엘 역시 미국 등 강대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적대정책을 취해왔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생존을 위한 요구에 이스라엘은 억압과 공격을 반복해왔고, 그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더 많은 영토를 차지해갔으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생존권은 갈수록 위축되었다. 지금 이스라엘은 상대적 자치를 허용했던 요르단강 서안에는 불법적 분리장벽을 쌓아 유대인지역을 늘려가고, 가자지구는 불법화하여 탄압하는 이중적 압박정책을 쓰고 있다.

우리는 약자를 돌보시는 하나님의 시선을 의식할 때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생존권과 인권, 삶의 질 향상에 최우선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그들의 국내적일 뿐 아니라 국제적인 이해관계로 엮여있는 ‘팔-이’ 문제를 그저 정치적으로만 접근해서는 해결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제적 연대세력은 평화와 자치를 전제한 공존을 모색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돕는 노력을 찾아내야할 것이다.

2. 우리는 왜 팔레스타인땅을 다시 걸어야 하는가?

선지자들이 살았고, 우리 주님께서 오르내리셨던 성경의 땅, 팔레스타인.

우리 주님께서 예루살렘성에 입성하셨을 때 모든 백성들은 “하늘에는 평화요, 가장 높은 곳에서는 영광”(눅 19:38)이라고 찬양했으나, 정작 주님께서는 그 성을 보시고 통곡하시며 “너도 오늘날 평화에 관한 일을 알았더면 좋을 뻔하였거니와 지금 네 눈에 숨기웠도다.”(눅 19:42)라고 탄식하셨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주님이 밟으셨던 그 자리들을 함께 밟으며 세상구원을 위한 그 분의 고난과 영광을 되새기지만, 성경의 바로 그 땅들은 지금도 피를 철철 흘리고 있다. 예수님의 탄생지인 베들레헴은 팔레스타인 자치구이지만 이스라엘이 둘러쳐놓은 분리장벽에 갇힌 거대한 감옥일 뿐이다. 하나님의 도성이라 불렸던 예루살렘 역시 동 예루살렘의 분리장벽에 둘러쌓여 군병들에 의해 삼엄한 감시를 받고 있는 억압의 땅이다. 그러므로 이 땅을 그저 종교적 감정에 젖어 둘러보는 것은 주님의 마음을 잊는 것이다.

2천 년이 지난 지금, 팔레스타인 백성들은 여전히 고통과 수난, 공포와 억압에 아파하고 있는데, 주님의 발걸음을 뒤따라간다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현실은 잊은 채 오직 2천 년 전의 기념(?)에만 머물러 있다면 결코 예수님이 원하시는 뜻이 아닐 것이다.

이스라엘 관광부는 2008년 이스라엘 관광객 수가 270만 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그 땅의 총인구 733만 여명의 37%에 가까운 엄청난 숫자로, 이스라엘 국가수입에 막대한 공헌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사실 팔레스타인 땅은 유대인, 기독교인, 이슬람인에게 공통된 ‘성지’만 아니라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올 만큼 매력적인 관광지는 결코 아니다. 그만큼 ‘거룩한 땅’, 곧 성지라는 뜨거운 종교적 열망이 이 땅의 현실을 떠받치고 있는 기반역할을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성지(?)를 향한 이러한 뜨거운 열망이 과연 옳은 것인지 깊이 물어야 한다. 우리의 이러한 거대한 순례행렬이 과연 이 땅의 평화와 공존에 기여하는가, 아니면 우리의 감상적 종교심만 달래줄 뿐 사실상 불평등을 정당화 또는 강화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런 관점에서 우리는 팔레스타인 땅을 향한 우리의 관심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 흔히 하는 말로 ‘예수라면 그 땅을 향한 우리의 관심과 뜨거운 순례의 행렬을 어떻게 바라보실까?’

3.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

지금까지의 성지순례 문화는 다음과 같은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①개념의 문제: 기독교신앙에서 성지란 과연 있는가? 성지순례는 인정할만한 개념인가?

②내용의 문제: 우리의 순례는 과연 예수정신과 그 땅의 평화에 도움이 되는가?

이에 따라 두 가지 방향의 활동을 구상할 수 있겠다.

①대중적으로는 우선 관광객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성지순례 목적 기독교인들에게 예수님의 마음과 평화의 관점에 근접하는 정보, 내용, 코스 및 일정을 개발하여 제안한다.

②‘팔레스타인-이스라엘’의 평화와 여건개선에 관심이 더 많은 활동가(운동가)에게는 현지 단체 및 활동가들과의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해가는 기틀을 마련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팔레스틴 땅에 대한 관심이 턱없이 부족하고, 그나마도 대부분 이스라엘에 지나치게 치우친 정보와 관심으로 채워져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기독교계/사회)에 그 땅의 아픈 현실을 제대로 제공하고, ‘팔-이’의 평화와 현지주민들의 생활개선을 도울 수 있는 정보, 인적 및 물적 자원 교류 등을 지속적으로 담당하는 연합기구 건설을 모색한다.

4. 팔레스타인 평화회복을 위한 기독인 간담회

작년 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침공했을 때 성서한국을 비롯한 몇몇 기독인들은 기도회로 모였고, 작년 11월 이러한 팔레스타인의 문제를 국제적으로 연대해 해소해 보자는 취지로 첫 모임을 가진 후 관심단체 및 관심자들이 지금까지 수차례 모여 방향을 모색해 왔다. 특히 올해는 활동의 개념과 방향을 잡고,

* 팔레스타인 땅을 직접 방문하여 아픔을 공감하고 대안을 모색하며(6월 하순 경),

* 한국기독교계와 사회를 대상으로 전문적 포럼을 개최(9월 하순 경)하려고 한다.

따라서 이러한 목표, 계획, 구상, 일정 등을 한국기독교계에 정식으로 제안하는 간담회를 바로 11일 개최한다. 이제 우리의 작은 관심과 참여를 통해 지금도 팔레스타인 땅을 굽어보시며, 탄식하시는 주님의 눈물을 조금이나마 닦아드리자.

팔레스타인 평화회복을 위한 기독인 간담회

* 일시: 5월 11일(화) 오후 2시

* 장소: 한국 YMCA 전국연맹

* 주요순서

-사회: 구명기(얼굴있는거래)

-토론을 위한 발제:

①성경의 땅 팔레스타인, 그리고 한국 그리스도인(이 운동의 취지와 그동안의 경과, 앞으로의 계획 등): 구교형(성서한국)

②팔레스타인에 대한 이해와 평화여행: 서정기(KAC)

-토론

▲ 구교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