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아시아의 황금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에
너는 세계의 밝은 빛이 되리라
마음엔 두려움이 없고
머리는 높이 쳐들린 곳
지식은 자유스럽고
좁다란 담벽으로 세계가 조각조각 갈라지지 않은 곳
지성의 맑은 흐름이
굳어진 습관의 모래벌판에 길 잃지 않은 곳
무한히 퍼져 나가는 생각과 행동으로 우리의 마음이 인도되는 곳
그러한 자유의 천당으로
나의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소서.
-타고르. <코리아 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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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작은 등불 |
동양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타고르(Rabindranath Tagore / 1861-1941)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1929), 동아일보에 게재한 송시(訟詩)입니다. 일제 식민지하에 있던 한국인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독립을 쟁취하여 ‘동방의 빛’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유리알처럼 담겨 있습니다.
이사야 역시 나라들의 빛이 되기를 바라서 외치는 말씀이 있습니다. “내가 너로 이방의 빛을 삼아 나의 구원을 베풀어서 땅 끝까지 이르게 하리라… 내가 잡혀 있는 자에게 이르기를 나오라 하며 흑암에 있는 자에게 나타나라 하리라.”(사 49:6b-9)
사도 요한은 좀더 은유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 안에서 성전을 볼 수 없었습니다.”(계 21:22) 이사야가 미래 세계의 이상을 향해 일어서게 했다면, 사도 요한은 미래 세계를 스케치하고 색칠까지 했습니다. 놀라운 세계관입니다. 유대인에게 예루살렘은 세상의 중심이요, 우주의 중심입니다. 그런데 사도 요한에게서는 지상의 예루살렘이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에 온 인류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그 나라는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모든 속된 것과 가증한 것과 거짓을 행하는 자”는 어린양의 성소(하나님의 나라)에 참여할 수가 없습니다. 낡은 세계에 갇힌 이들은 그 나라 백성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변화 받은 사람만이 새 시대의 은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나라는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리고 있습니다. 어느 것 한 가지도 어긋나지 않은 게 없습니다. 식민지 시대에는 이방 민족의 압제 때문에, 가난한 시절에는 가난 때문에, 전쟁의 참극 속에서는 전쟁 때문에 그랬다지만, 지금은 그도 저도 아닙니다. 우리의 형편은 오히려 너무 많은 자유 때문에, 너무 많은 물질 때문에, 너무 쉽게 얻어진 평온 때문에 제 목소리만 높이는지 모릅니다. 물론 ‘양극화’와 같은 괴질도 한 원인이기는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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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맑은 정신, 깨끗한 양심, 겸양의 미덕, 이웃을 향한 따뜻한 품성이야말로 세상을 밝히는 등불입니다. |
사람들은 저마다 비전을 말하지만 함께 가꿔야 할 비전은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론가 사력을 다해 달려가기는 하는데 그 목적지가 어디인지 알 수 없습니다. 마음들은 하나같이 갈라져 있습니다. 나라와 민족이라는 말이 예전처럼 살갑게 들리지가 않습니다. 교회들도 소리 높여 변화를 강조하기는 하지만, 그 속내는 제 각각입니다. ‘불확실성의 시대적 특성’ 혹은 ‘고위험사회’가 그 원인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계 모든 나라들이 같은 형편이어야 할 것입니다.
무엇이 문제인가? ‘신뢰의 붕괴’가 그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격과 유리된 말들, 제 이익만 챙기려는 데서 오는 혼잡함, 도덕적인 미성숙, 준비되지 않은 전문성 등으로 인한 미래 자산 낭비와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불신의 밑바닥에는 거짓이 버티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면서 의례 진실을 포장지로 사용하는 게 습관이 돼버렸습니다. 등불을 깔고 앉아서 나라를 밝히겠다는 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자나 깨나 ‘나’밖에 모르는 사람, ‘내’ 재물밖에 모르는 사람, ‘내’ 목숨밖에 모르는 사람들로 인해 세상은 어지럽습니다.
탐심은 더 많이 가지려는 욕심이라기보다 ‘나’밖에 모르는 자기중심주의의 다른 표현입니다(눅 12:21). 탐심이 내 삶의 중심이 되었을 때 거짓은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그리하여 사도 바울은 “너희가 서로 거짓말을 말라”(골3:9)고 했을 것입니다.
세상은 물질의 힘, 과학 기술의 힘, 군사력의 힘을 말합니다. 요즘은 평화, 공존, 나눔과 섬김이라는 말도 그럴싸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내 안의 거짓을 몰아내야 합니다.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이 이방 민족의 노예가 됐던 것은 비전이 없어서도 아니고, 꿈이 없어서도 아닙니다. 거짓 때문입니다.
새가 나무 가지에 잠시 앉았다가 날아간 다음에는 그 나뭇가지는 한동안 흔들리며 날아간 새를 한동안 기억하는 것 같이 보입니다. 이와 같이 저마다 지나간 자리에는 남기고 간 흔적들이 남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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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가 나무 가지에 잠시 앉았다가 날아간 다음에는 그 나뭇가지는 한동안 흔들리며 날아간 새를 한동안 기억하는 것 같이 보입니다. |
세월이 지나간 자리에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을 남기고, 봄이 지나간 자리에는 새로운 열매가 맺기 시작하고, 가을이 지나간 자리에는 알차고 풍성한 열매가 남게 됩니다. 또 역사가 지나간 자리에는 인물과 유적이 남아서, 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은 위인으로 남고, 부정한 일을 한 사람은 악인으로 남게 되듯이 이렇듯 인간이 지나간 자리에도 분명한 자취가 남게 마련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정직 하나만이라도 삶의 기둥으로 세운다면 나라는 달라질 것입니다. 맑은 정신, 깨끗한 양심, 겸양의 미덕, 이웃을 향한 따뜻한 품성이야말로 세상을 밝히는 등불입니다. 동방의 등불은 먼 데 있지 않습니다. 작은 등불들이 더 소중한 때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