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대상지의 역사와 문화, 기후와 생활환경은 물론 그곳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과 동식물까지도 상호존중이 밑바탕 된 공정하고 착한여행이라야 한다.

▲ 중국 윈난성 쿤밍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족마을의 어머니

자본주의가 대세인 자유무역시장에서 “무역의 자유화가 활발해지면 가난이 해결되고 인류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자유 시장경제체제가 제3세계의 노동자·농민에게 정당한 대가를 치루지 않음이 알려지면서 그들이 추구했던 목적은 이상이자 신기루였음이 온세상에 알려졌다. 이러한 문제의식의 출발이 요즘 뜬다는 '공정무역(Fair Trade)'이라는 대안을 낳았다.

그동안 국내외 지역과 그안에 살고 있는 다양한 계층간 소통의 문화를 만들었던 탓에 언제나 상호존중과 신뢰가 바탕이 된 관계형성의 여행을 해왔다. 모든 것이 낯선 곳에 와서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정을 쌓아 삶의 의미를 느낀다면 행복한 여행이 아닐까? 더욱이 기존 여행사가 만들어낸 틀에 박힌 관광지 프로그램으로는 현지인과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어내기는 커녕 그들과 얘기한번 제대로 나눌 수 없다.

그래서 여행자와 이를 맞는 지역주민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성장하는 여행, 소비가 아닌 만남과 관계의 지속성을 만들어 친구가 되는 여행, 여행지에서 쓰는 돈이 그 지역과 공동체사람들에게 되돌아가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여행이 대안으로 떠로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여행은 관광이기 보다는 순례[pilgrimage, 巡禮]다. 백과사전에는 신앙행위의 일환으로 종교상의 성지(聖地)나 영장(靈場)을 찾아다니면서 참배하는 여행으로 나와있다.

▲ 오지마을로 향하는 길에서 만난 자연의 선물

중국 차마고도를 따라 펼쳐지는 윈난(운남성, 雲南省)과 구이저우(귀주성, 貴州省)의 소수민족 마을을 둘러보는 순례. 중국 중심부에서 가장 멀리 덜어져 있다는 이유로 가장 낙후된 곳인 동시에 아직까지도 소수민족의 역사와 문화가 잘 결집되어 오늘에 이르는 곳이다.

여행 가이드에 따라 편하게 관광지와 호텔 숙박지를 정한 것이 아니라 순례하면서 나와 다른 이웃들과 소통하자는 의미로 그곳의 지인과 사전정보를 나눈 후 열악하지만 최대한 현지 환경에 맞추어 지내기로 했다. 사전에 그곳의 역사문화에 대한 자료와 조언을 듣고는 일을 저질렀다.

순례길은 지난 1월 26일부터 2월 5일까지 11일간의 중국 소수민족공동체 마을이다. 아직은 우리에게 낮선 윈난과 구이저우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들의 삶의 환경과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여비를 최대한 아낄 요량으로 조금은 불편한 중국국제항공(CA)을 올랐다가 북경에 도착했다. 북경에서의 1박은 쿤밍으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타기 위해서다. 북경 왕징(한인촌)의 싸늘한 겨울바람을 맞았다.

마중 나온 지인과 그곳에서 흑룡강(헤이롱장, 黑龍江)성과 길림(지린, 吉林)성에서 온 남녀 청년을 만나기 위해 한인식당을 찾았고, 그곳에서 힘들게 살아가야하는 젊은이들의 고뇌를 들을 수 있었다.

고향 땅을 등지고 연길에서 북경까지는 1,618km 23시간 소요된다. 당연히 물가가 비싼 북경에서 정말이지 2,000원이라는 월급으로 한 달을 살아가야하는 힘겨움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아 가슴한편이 아리다.

하이롱장이 고향인 부부가 운영하는 북경 왕징의 민박집에서 하룻밤을 유하면서 예전에 비해 더욱 다양해지고 활기차게 변모하고 있는 조선족들의 동포들의 삶을 느낄 수 있었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동포사회가 새로운 희망 속에서 살고 있는 모습은 참으로 생산적인 일이다.

밤늦도록 지인과 역사와 문화, 종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는 다음날 혼자 비행기로 3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쿤밍으로 날아갔다. 사계절 아름다운 꽃이 피어있는 곤명(昆明)의 느낌은 상쾌하지 않은 공기로 실망은 했지만 전체적인 도시조경이 잘 되어 있어 평온한 느낌을 주었다.

신세를 져야할 지인의 집은 쿤밍의 북쪽 다소 오래된 아파트이지만 주변에 울창한 식생과 나무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있어 초호화 여타의 아파트가 부럽지 않았던 곳이다. 그곳 안주인께서 마련해 주시는 음식 또한 정성이 가득하여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 윈난성의 성도 쿤밍은 식물원 같은 느낌!

쿤밍에 도착한 둘째 날은 새벽5시부터 시작하여 하루를 꼬박 쿤밍에서 100Km 북쪽에 위치한 싸잉판이라을 거쳐 싼허라는 이족마을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이다. 지인의 소개로 알게된 새로운 가족분들과 결혼식이 열리는 산골오지로 장장 16시간 이상의 순례길에 동참했다.

때마침 자동차로는 들어 갈 수 없는 사정이 생겨 봄맞이 산책을 다녀온 듯 쏟아지는 햇살과 단조로운 중국 윈난의 농촌풍경을 마음것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돼새겨 보았다.

한번도 가본적 없는 곳을 8Km나 걸어야 한다는데...마음씨가 고운 아저씨의 길안내...무사히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오지로 오지로 들어가면서 편리하고 안락한 삶에 빠져 있던 몸이 도전을 받았다.

그곳은 명상을 곁들인 명품 순례 길, 수행을 위한 생명체험의 길, 터벅터벅 걸으면서 아련하게 신의 은총에 대한 인식이 마음속 깊이 느껴지는 감동을 경험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