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가구란 걸 구입했다. 그간 이사를 얼마나 많이 했던가. 하지만 가구란 게 너덜너덜할 때까지 그냥 그렇게 끌고 다녔다. 하지만 무던히도 참던 아내가 이번엔 아니란다. 더 이상 끌고 갈 수가 없단다.

어쩌랴? 가정의 화평을 위하여, 가구를 몇 개만 바꿔보자는데 동의하고 말았다. 소파와 TV받침장, 그리고 식탁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가구란 것 때문에 이리 큰 난리를 겪을 줄은 미처 몰랐다. 이사하기 하루 전 가구들이 미리 들어와야 하겠기에 전날 배달을 요청했다.

약속한 시간에 가구를 실은 차가 도착했다. 근데 이상하다. 운전기사 한 분만이 내리는 게 아닌가. “혼자 오셨어요?” 나의 질문에 기사는 대답한다. “예, 같이 다니는 사람이 아프다고 해 어쩔 수 없이 혼자 왔습니다.”

그리고 몇 분이 흘렀다. 무거운 짐을 혼자서 잘도 날랐다. 그러더니 마지막 대리석 식탁을 차에서 젖히더니 “이것만 좀 도와주세요.” 한다. 난 사실대로 “어깨가 안 좋아 무거운 걸 못 드는데요.” “잠깐이면 되니까 이것 하나만 도와주세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무거운 식탁의 대리석 상판을 마주 들고 계단을 거의 다 올라가서 문제가 터졌다. 내가 엉덩방아를 찧은 거다. 그리고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의 몸부림, 119, 조치원읍내의 정형외과, 다시 장로님을 불러 앰뷸런스로 대전의 종합병원. 그렇게 난생처음 3박 4일간 병원 침대를 이용했다.

아내가 속상한 채로 가구점으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판매원만이 응대했다. 사장님을 바꿔달라는 말은 그저 귀로만 듣는 것 같았다. 전화를 끊고 얼마 안 있어 그 배달한 아저씨가 병실로 들어선다. 그리고 자신이 책임을 질 테니 제발 사장에게는 알리지 말라는 거다.

사정을 들어보니 그 가구점이 일거리가 가장 많고, 사고를 낸 걸 알면 다음부터는 일감을 주지 않는다는 거다. 이를테면 운임을 받고 짐을 날라주는 일만 한다는 거다. 그러니 책임이 자신에게 있지 가구점에는 없다는 말이다. 하청업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그의 이마에 적혀있다.

이를 어쩌나? 그는 난처한 듯 앉으라는 권유에도 앉지도 않은 채 요구를 말하란다. 자신도 가구점을 하다 망하고 나서 이 가구점, 저 가구점의 가구를 배달하며 가족부양에 매진한다는 거다. 소위 한탕에 5만 원이란다.

“진짜 내 요구를 들어주실 거죠?” 난 다짐을 하며 물었다. “예, 뭐든지 요굴 하십시오. 얼마든지...” 그는 치료비를 말할 줄 알았을 거다. 난 이렇게 말했다. “교회에 다니세요?” 그는 ‘아니라’고 했다. “그럼, 교회에 나가세요. 그것으로 치료비를 받은 걸로 하겠습니다.” 그의 의아한 눈빛이 애처롭게 내 눈과 부딪혔다.

한참 후 그의 답,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몇 백에 한 영혼을 구원할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