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위로 흰 눈이 덮였다. 참 오랜만에 보는 보얀 눈이다. 하긴 사랑의마을에 와 살면서 서울보다는 더 많은 눈을 보게 된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릴 때보다는 눈을 보는 게 그리 쉽지가 않아서인지 아직 눈을 보면 아린아이처럼 고연히 뼛속까지 깨끗해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그 눈을 쓸면서 온갖 불평을 해대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그저 그에게 눈은 치워야 하는 또 하나의 일거리일 뿐이다. ‘다 나같이 좋은 마음으로 눈을 보는 것은 아니로구가’ 생각한 적이 있다. 왜 하얗게 쌓이는 눈을 보면서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 생각이 났는지 모른다.

<개구리 크림 통에서 벗어나기>의 작가 안드레스 라라가 들려주는 ‘천 개의 거울’이란 이야기가 있다.

한 외딴 작은 마을에 천 개의 거울이 있는 집이 있었다. 늘 행복해하는 강아지 한 마리가 그 집에 대한 얘기를 듣고는 가보고 싶어 했다. 결국 그곳에 이른 행복한 강아지는 즐거운 마음으로 집 앞 계단을 올라가 문 앞에 섰다. 귀를 쫑긋 세우고 꼬리를 흔들면서 문 사이로 집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그 안에서 천 마리의 다른 강아지들이 자신을 바라보면서 귀를 세우고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행복한 강아지는 너무 즐거워 크게 웃었다. 그러자 동시에 천 마리의 다른 강아지들도 따라서 크게 웃는 게 아닌가. 행복한 강아지는 그 집을 떠나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정말 멋진 곳이야. 자주 놀러와야지.”

같은 마을에 또 다른 강아지가 한 마리 있었다. 이 강아지는 행복한 강아지와는 달리 전혀 행복하지 않은 불행한 강아지였다. 이 강아지도 그 집에 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불행한 강아지는 천천히 그 집 계단을 올라가 문을 살짝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천 마리 강아지들이 불쾌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불행한 강아지가 으르렁거리자, 천 마리의 다른 강아지들도 자기를 보며 으르렁거렸다. 그 집을 나오면서 불행한 강아지는 툴툴거렸다.

“이렇게 무서운 곳이 다 있담. 다시 이 집에 오나 봐라.”

사람들은 자신이 지은 행복한 언덕위의 하얀 집에서 살기도 하고, 자신이 판 불행의 구덩이에 빠져 허우적대기도 한다. 대지를 덮은 보얀 눈은 같지만 그 눈을 대하는 사람이 다르다. 행복은 그가 하는 만큼만 그와 친해진다.

흔히 사람들이 ‘무엇 때문’이라고 말하는 환경이나 구실은 그저 자신의 마음의 모습을 말하는 것뿐이다. 교회가 문제가 있어 신앙이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그의 신앙이 문제이기 때문에 교회가 문제가 된다. 친구가 문제가 아니라 친구를 문제로 보는 그가 문제다. 행복과 불행이 모두 자신에게 달려있다. 그럼, 그대는?

김학현/ 연서교회목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