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7일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데다 바람도 많이 불었다. 하필 이런 날에 4대강사업 남한강 착공식을 한다니! 착공식 저지를 위해 수도권의 환경운동가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로 하였다.

오전 10시 양재역 부근 서초구민회관 앞에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환경파괴를 염려하는 활동가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생명의 강지키기 기독교행동’도 이 대열에 합류하기로 하였고 기독교계에서는 향린교회, 기독교환경운동연대, NCCK 등에서 열세 명이 참여하였다.

서초구민회관 앞에서 두 대의 대절 버스를 나눠 타고 양평을 지나 여주 이포대교 밑으로 갔다. 다리 옆 천서리에서 유명한 막국수를 한 그릇 먹고 강가로 내려갔다. 착공식을 위해서 바닥을 편편하게 잘 골라놓고 다져놓기는 했지만 착공식을 진행하는 흔적은 없었다. 그저 경찰차 한 대가 부근을 기웃거리는 것이 전부였다. 인근지역에서 온 환경운동가들까지 합세하여 100여명이 모였다.

정부에서 진행하는 착공식 일정이 바뀌었다고 했다. 허탈했다. 강가로 내려오니 바람도 더욱 거세졌다. 대형 펼침막을 들고 있는 청년들도 휘청거릴 정도이다. 물론 한기가 뺨을 후려치는 것처럼 매서웠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4대강을 지키고자 하는 결의는 다지고 가야겠지!

환경연합,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등의 단체에서 줄줄이 발언을 하였다. 기독교행동에서는 김종환 목사(공동집행위원장)가 발언을 하였다. 팔당댐에서 유기농업을 하는 단체에서도 와 절절하게 농민들의 쓰린 가슴을 전해주었다. 말은 많지만 한결 같이 이명박 정권이 추진하는 4대강 사업은 불법적이며 환경 및 인간파괴적이라는 성토였다. 각자의 관점과 자리에서 행하는 연설이지만 4대강 사업을 저지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매우 힘든 상황이고 우리의 싸움이 당장 이길 것 같지도 않지만 몇십 년이 흘러서 친일인명사전이 나와 친일파들을 단죄하듯이 역사는 오늘의 이 망국적 사업을 반드시 심판할 것이니 힘을 내자는 말에 많이 공감하였다.

강가로 내려가 ‘4대강사업 멈춰!’라고 쓴 대형 펼침막 앞에서 구호를 회치는 퍼포먼스를 끝으로 남한강 착공식 저지(?) 집회를 마쳤다. 강가에서 올라오는 길에 보니 이미 강줄기 한 쪽을 막아놓은 상태였다. 그래서 갑자기 끊긴 물에 갇힌 작은 고기들의 주검을 목격하였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4대강 사업으로 물은 더욱 깊어지고 높아질 것이지만 물풀과 자갈들은 모두 시멘트 더미에 묻혀버리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이런 어린 물고기들의 주검들이 더 많이 둥둥 떠있게 될 것이다. 보로 물길이 막혀 저수지가 된 강물 위의 물고기 주검들은 떠내려가지도 않고 말이다.

하고 싶지 않은 말이지만 그 어린 물고기들이 바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 모습처럼 비쳐졌다. 어쩌면 우리 모든 사람들의 운명일 지도 모르겠다.

대기업 건설재벌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이런 망국적인 사업을 불법적으로 강행하는 이 정권은 반드시 역사의 단죄를 받게 될 것이다. 결코 패배하지 않을 것임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