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126:1~6

하나님은 과거 인류의 역사 속에서 어떤 은총의 손길을 베푸셨을까요? 오늘 추수감사 주일을 맞이하여 인류사 속에서 구원의 무한 은총을 끊임없이 베풀어 오신 하나님의 조건없는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절대로 변함이 없으신 하나님의 넘치는 은혜를 풍족히 받게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1.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시는 분이십니다.

먼저 1절과 4절에 있는 ‘시온의 포로를 돌려보내다’라는 구절을 묵상해 보면서 그 뜻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종교적, 신앙적인 의미를 담고 사용되는 시온, 시오니즘(Zionism)

‘시온’이란 지명은 구체적으로 예루살렘에 있는 높은 언덕을 가리킵니다. 높은 언덕이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시온이 산이라고 말하기에는 좀 낮고 둔덕이라고 하기에는 아주 큰 언덕, 그래서 언덕과 산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언덕 산”이라고 할 수 있는 정도의 크고 높은 언덕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시온산’이란 말은 예루살렘 도성에 있는 바로 이 높은 언덕을 가리키는데 이로 인해 시온은 곧 예루살렘을 가리키는 다른 말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비겨서 설명하자면 남산이 곧 서울을 가리키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특별히 ‘시온’이란 말이 사용될 경우에 그것은 다윗의 법궤가 있었던 곳, 나중에 솔로몬에 의해 성전이 건립된 곳이라는 것과 연결되어 하나님의 집인 성전이 부각되므로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강조됩니다. 따라서 ‘시오니즘’이나 ‘시온주의’라는 말을 사용할 때 그것은 유대교적인 세상 지배나 혹은 구약 성서에 배경을 둔 다윗 계열의 메시아 통치를 암시하는 종교적인 의미가 됩니다. 유대인들이 고대하는 다윗 계열의 메시아가 등장하여 세상을 영원한 유대인 중심의 판으로 만들게 되리라는 유대인들의 구약 성서적 소망을 집약하여 나타내는 단어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시오니즘(Zionism)이라고 할 때 그 말은 다윗 계열의 어떤 유대인이 구약에 예고된 메시아로서 세상에 등장하여 옛 이스라엘의 잊어버린 영광을 정치적으로 회복하게 된다는 종교적 열망의 메시아 운동을 나타냅니다. 따라서 시오니즘이란 종교적, 구약 사상적 배경을 바탕으로 정치적 해방을 기약하는 유대 민족주의 운동을 가리키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오니즘이란 옛 이스라엘이 가졌던 다윗-솔로몬 때의 영광과 부와 지배권력, 혹은 통치세력의 회복을 이루려는 유대인들의 정치-사회적 유대 민족주의 활동을 집약하여 나타내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정치적, 사회적 통치 개념이 들어 있는 의미로서의 예루살렘

한편, 예루살렘이라는 말이 사용될 때에는 종교적인 뜻보다는 정치적인 의미가 더 강조됩니다. 예루살렘은 전체 이스라엘의 수도로서 국가 통치의 핵심 장소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치적인 의미를 강조하거나 부각시킬 때에는 시온이라는 말 보다는 예루살렘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종교적 색채와 정치적 색채를 엄밀하게 구별할 수 없기 때문에 정치적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다윗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이때에는 당연하게도 종교적인 색채보다는 정치, 사회적인 색채가 강조됩니다. 하나님께 선택받은 왕으로서의 다윗을 통한 하나님 중심주의, 하나님의 세계 통치를 나타내는 신정 정치의 면면이 전제되기 때문이지요. 다윗이 왕으로 있으면서 전체 이스라엘을 통치했던 정치적인 측면이 더욱 강하게 인식되는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 ‘시온의 포로’라는 말은 이방인에게 무참히 밟히는 하나님의 백성을 나타내는 말

같은 장소를 나타내는 서로 다른 말임에도 불구하고 ‘시온’이라는 지명과 ‘예루살렘’이라는 지명 사이에 이와 같은 의미상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시온의 포로’라고 말할 때에 ‘시온’은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종교적 의미를 강조하는 말이 됩니다. 그래서 ‘시온의 포로를 돌려보내다’는 말의 뜻은 ‘포로로 잡혀갔던 하나님의 백성들이 하나님의 구원의 은총으로 말미암아 출애굽의 은총을 받게 되었다’는 구원의 감격을 부각시킵니다. 이 말은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종교적 의미를 나타내기 때문이지요.

만일, 이런 종교적인 의미가 아닌, 지배 구조의 핵심이 되는 정치적 수도였던 예루살렘을 강조하면서 나라와 민족의 정치적 패망을 부각시켜 말하길 원한다면 ‘예루살렘의 포로들, 혹은 남유다의 포로들’이라고 말하게 되겠지요. 그렇게 되면 예루살렘의 정치적 실세들이 다른 나라와의 전쟁에 패하여 포로가 되었다는 정치, 사회적인 측면이 강조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온의 포로’라는 말에서 ‘시온’은 ‘하나님께 선택받은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종교적인 뜻을 강력하게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 다시 한 번 기회를 얻게 된 하나님의 백성들인 “시온의 포로들”

그런데 남유다 사람들은 자신들보다 200여 년 전에 먼저 멸망당한 북이스라엘의 아픔을 보았으면서도 하나님께 선택받은 사람들답지 않게 하나님의 은총을 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약속과 그 분의 뜻과는 전혀 상관없이 자기들 멋대로 지내다가 나라가 망하는 아픔과 그로 인한 참담한 꼴을 당해야만 하는 상황을 맞고 말았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눈물과 한숨과 울음이 그치지 않는 통렬한 비탄에 젖어 이방 땅에서의 포로생활을 지내야 했지요.

그렇지만 하나님께서는 택함받은 백성들의 눈물과 한숨 뒤에 다시 한 번 감사의 제사를 드릴 수 있는 구원의 기회를 아무런 조건도 없이 허락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은혜가 얼마나 크고 감격스러웠던지 1절에서 말하길, 꿈꾸는 것 같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 선택한 백성들에게 다시 한 번 주신 그 은혜가 정말 꿈속에서나 일어날 만한 은총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꿈같은 은혜를 입은 그들의 입에는 웃음이 생겨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혀에서는 찬양이 끊이지 않게 되었구요(2절). 그들은 비록 배은망덕한 자들이었으나 하나님께서는 택한 백성이었던 그들을 결코 잊지 않으시고 다시 한 번 출애굽 같은 구원의 기회를 허락하셔서 꿈같은 기쁨을 갖게 하셨던 겁니다(3절).

바로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는 조건을 발견하게 됩니다. 인간은 하나님을 배반하므로 패망을 자초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그런 인간 존재를 잊지 않으시고 기억하셨다가 다시 한 번 구원의 기회를 허락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남유다 사람들은 하나님을 잊어버리고 자기들 방식대로 인생을 운영하다가 나라가 망하고 이방국에 무참히 밟히고 이방의 칼에 참혹한 죽음을 당했으며 살아남은 자들은 이방 민족의 포로가 되어 갖은 고초를 당하며 살게 되었으나 무한 은총의 하나님은 그런 참담한 인생을 살아야 하는 그들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시고 다시 한 번 구원의 기회를 주셨던 겁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무한은혜, 영원한 사랑이라는 겁니다.


하나님께서 저와 여러분의 삶에도 이런 꿈같은 감격과 무한 기쁨을 끊임없이 계속 허락해 주셔서 우리의 삶에 하나님을 향한 감사가 지속될 수 있길 소망합니다.


2.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사람이 잘하고, 잘 못하고 상관없이 무한은혜를 베푸십니다

기원전 597년, 587년 두 번에 걸쳐서 바벨론이 남유다를 점령했었습니다. 그런데 587년에 바벨론이 남유다를 점령할 때에는 적어도 바벨론 시대 때에 절대로 남유다가 어떤 형태로든지 재기할 수 없도록 남유다를 완전히 초토화시켜 버리고 말았습니다. 말 그대로 돌 위에 돌 하나 남기지 않고 부서뜨렸다고 할 만큼 예루살렘 성벽은 무너져 내렸고 예루살렘 성전도 재건 불능 상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전부 파괴되어 부서지고 말았지요. 그리고 남유다의 지도자급 되는 유력한 인사들은 거의 멸절되다시피 죽임을 당했거나 아니면 바벨론으로 끌려가고 말았습니다(왕하 25:20~21).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둘 때 ‘시온의 포로’라는 말이 직접적으로 가리키는 대상은 선택받은 하나님의 백성들 중에서 바벨론으로 끌려가 살게 된, 구체적으로 말하면 남유다를 재건할 만한 유력한 지도자급 인사들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선택을 받았던 남유다의 상황이 그랬기 때문에 남유다를 정치적으로 재건한다는 것은 도무지 생각할 수 없는, 가능성의 여지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처지가 되어 버리고 말았던 것이지요.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이런 상황에 개입하셔서 사람의 잘하고 잘 못하고 와는 전혀 상관없는 무한 은혜를 베푸셨던 것이지요.


• 이스라엘의 역사 속에서 확인하게 되는 하나님의 활동하심

이와 같은 하나님의 활동하심이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이스라엘의 역사적인 경험을 통해 볼 때 우리는 크게 세 가지로 그 내용을 분류해 볼 수 있게 됩니다.


ㅇ 하나는 이방 민족을 도구로 사용하시는 하나님의 징계하심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선택된 이스라엘을 징치하시기 위해 이방 민족들을 사용하셨습니다. 그것은 당연합니다. 이방 민족들은 하나님께서 자기의 백성으로 선택한 사람들은 아니지만 하나님의 피조 세계에 거하는 피조된 생명체들이기 때문에 하나님이 원하시면 얼마든지 하나님의 일을 위하여 사용된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이방인들을 징치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사용하신 것과 똑같은 이치입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징치하시기 위해 이방인들을 사용하셨던 겁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이방을 들어 남유다를 징치하신 이유는 그들을 모조리 멸망시키기 위함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로 인해 깨달음을 얻게 하시고 다시 한 번 더 기회를 갖도록 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결국 하나님의 징계를 받는 것도 하나님의 무한 사랑에 기인되는 은혜라는 사실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히브리서 기자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였습니다.

징계는 다 받는 것이거늘 너희에게 없으면 사생자요 친아들이 아니니라(히12:8)

하나님의 무한 사랑이 계속 임하고 있기에 미래를 위해 징치를 당하는 것이지 하나님의 사랑이 공급되지 않는다거나 하나님께서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는 대상이라면 하나님께서 징계하실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그저 되는 대로 가라지 자라듯 하다가 언제든지 사라질 때가 이르면 사라지거나 말거나 하나님께서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렇지만 징계는 무한 사랑이 계속 공급되고 있음을 알게 하는 관계성의 표현이기에 징계를 받는다는 사실을 통하여 하나님의 무한 은혜가 주어지고 있음을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이지요.


ㅇ 다른 하나는 선택한 백성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구별하심입니다.

남유다는 하나님에 의해 이방 민족인 바벨론을 통하여 징치받도록 조치하셨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유다지파를 구별하시기 위해 이주 정책이 시행되는 와중에서도 다른 이방 민족들과 뒤섞여 혼합되지 않도록 하셨습니다. 그들은 유대인 집단 정착촌을 이루어 살았기 때문에 그들만의 고유성을 잃지 않고 잘 지켜낼 수 있었지요. 하나님은 택함받은 자들이 아무리 참담하고 아득한 고난의 한복판에 던져졌다고 할지라도 하나님의 약속을 이루기 위해 이렇게 구별되도록 하신다는 교훈을 봅니다.

하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군요. 남유다 사람들이 구별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은 생물학적인 혈통주의라거나 혈연중심주의 차원에서 보는 단일민족성을 지킬 수 있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혈통적으로 볼 때 이미 단일 민족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도 역시 이방의 피를 나누어 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에 나타나는 부인할 수 없는 가장 좋은 단적인 예를 들어 보면 이렇습니다. 그들이 기대하는 메시야 혈통인 다윗계 자체가 이미 모압 민족과 이어지는 혈통이라는 사실이 그것입니다. 룻기 4장에 보면 다윗의 할머니는 이방 여인 룻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보호하심에 의해 구별된 그 구별성이란 것은 하나님을 향한 믿음 안에서 한 가족, 한 식구, 한 민족 됨을 말하는 것이지 생물학적 혈통주의, 의학적, 인종적인 차원에서 말하는 단일 민족성을 말하는 것이 절대로 아니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저와 여러분이 유대인의 몸으로 오신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하면서 믿음 안에서 한 가족 된 것은 혈통에 의한 것이 아니라 믿음에 의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믿음 안에서 아브라함의 자녀가 되었고 믿음으로 예수님과 한 몸을 이루는 교회의 구성원이 되었으며 믿음으로 하나님의 한 백성이 된 것이지요.

믿음 안에서 한 식구, 한 가족 된 여러분, 저와 여러분의 삶이 어떤 형편에 처하든지 하나님의 백성 된 모습이 초라해지지 않도록 하나님께서 잘 구별해 주심에 감사드리면서 구별된 삶을 통해 세상을 이기는 기쁨을 충만히 누리시게 되길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ㅇ 다음으로는 뜻밖의 방법으로 기회를 주시는 하나님의 기적행하심입니다.

하나님께서 바벨론의 포로로 잡혀 끌려 간 남유다 사람들을 고향으로 돌아가도록 조치하셨지요. 남유다 사람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가서 살아도 좋다는 고레스 왕의 조서가 내려갈 때 그들은 고레스 왕에게 어떤 충성을 한 것이 없었습니다. 고레스 왕이 남유다 사람들을 특별히 잘 본 것도 없었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포로 귀환령은 고레스 왕이 시행한 자신의 정치적 정책의 일환이었을 뿐인데 그것이 남유다 민족에게는 하나님의 기적이었던 겁니다.

통상적으로 생각해 볼 때 이방의 왕이 다른 민족을 정복하고 다른 민족을 다스릴 때에 가장 신경쓰이는 일이 바로 정복지 주민들의 집단 행동입니다. 독립 운동과 관련된 군사적 행동이 그 대표적인 경우에 해당하지요. 그것은 정복국 왕에게 도전하는 집단적인 반역 행위에 해당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바벨론을 무너뜨린 바사(페르시야)의 고레스 왕은 그런 것들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주변의 정복지 전체 민족들을 모두 자유롭게 살도록 조치했던 겁니다.

이것을 뭇 백성들은 기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방의 지배를 받으면서 일반적인 상식으로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고레스 왕의 정책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남유다를 포함한 주변 정복지 민족들, 그리고 포로로 잡혀와 바벨론에서 살던 수많은 민족들은 바사의 고레스 왕을 통해 하나님의 기적을 체험하게 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남유다 사람들은 고레스 왕의 그와 같은 조치에 따라 즐거운 마음으로 고향길을 재촉했던 겁니다.


ㅇ 다음으로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주심입니다

그런데 그 때 바벨론은 남유다 사람들에게만 그런 특혜를 주려고 포로 귀환 칙령을 반포한 것이 아니라 바벨론에게 정복되었던 이웃 민족들도 남유다 사람들과 똑같이 고향으로 돌아가서 살아도 좋다는 칙령을 내렸던 겁니다. 다른 민족들에게도 동등한 대우를 했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바벨론이 남유다를 멸망시킨 후 바사에 무너지기까지 5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습니다. 세대가 한 번 바뀐 세월이지요. 그렇다면 포로 귀환 칙령을 반포했을 때 이미 그 세월 동안 터를 내리고 잘 살게 된 사람들이 재산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일이 쉬운 일이었을까요?

그래서 본문은 하나님께서 그들을 위하여 큰일을 행하셨다 말씀하는 겁니다. 하나님은 다른 민족들과 남유다를 차별하지 않으시고 똑같은 대우를 받도록 하셨을 뿐만이 아니라 터 잡고 뿌리를 내려 이미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바벨론 사람이 다 되어버린 상태에서 고레스 왕의 포로 귀환 칙령이 발동되자 꿈꾸는 것 같은 기쁨으로 즐겁게 재산 정리하고 고향으로 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줄줄이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고레스 왕을 감동시켜 주변의 수많은 민족들에게 다시 한 번 자유로운 삶의 기회를 주신 구원의 하나님은 모든 민족을 동등하게 대우하시는 차별없는 분이시면서 동시에 하나님의 그와 같은 은총을 받기 위해 어떤 인간적인 조건도 필요로 하지 않으시는 사랑의 하나님이시라는 점을 대외에 선포하셨던 겁니다. 그래서 남유다 사람들은 3절에서와 같이 고백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들이 고백하는 하나님은 뭇 나라 가운데서 그들을 위하여 큰일을 행하실 뿐만이 아니라(2절) 우리를 위하여서도 큰일을 행하신 분이십니다(3절).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인류사에 개입하셔서 구원의 기회를 다시 한 번 더 허락하시는 무한은총의 하나님은 나와 너를 위한 하나님이실 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하나님이시라는 놀라운 진리를 보여 주셨습니다. 이 은혜는 하나님의 조건없는 일방적인 사랑에 기인하는 것임을 남유다 역사를 통해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저와 여러분을 결코 차별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와 여러분 누구를 가리지 않고 동등한 복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 기준으로 판단하고 내 기준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하나님 편에서 하나님의 기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오늘도 저와 여러분에게 동등하게 임하는 하나님의 은총에 감사하면서 세상과 구별된 하나님의 자녀 되게 해 주심을 기뻐하는 복되고 아름다운 인생 여정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소망합니다.


3. 우리가 섬기는 하나님은 눈물과 한숨, 그리고 울음 뒤에 감사가 나올 만큼의 충분한 기쁨을 갖게 하시는 분이십니다.

시편 126편 전체의 분위기는 ‘기쁨’입니다. 1절의 ‘꿈꾸는 것 같았도다’는 말은 포로 귀환을 두고 한 말이기 때문에 포로 생활에서 벗어나게 된 기쁨을 나타냅니다. 2절을 보면 ‘입에는 웃음이 가득하고 우리 혀에는 찬양이 찼었도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바로 기쁨의 모습을 그리게 해 주는 구절입니다. 뿐 만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들을 위하여 큰일을 행하셨다는 표현은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기쁨을 주시는 하나님이라는 제목을 붙일 수 있는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3절에는 ‘기쁘도다’는 표현이 있어서 기쁨을 나타내고 있으며 4절에는 ‘포로를 돌려보내소서’라는 표현을 통해 기쁨을 희구하고 있음을 보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5절과 6절에는 ‘기쁨으로 돌아올 것이다’는 내용이 있어서 모든 절이 다 기쁨을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옛 상황을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상황 뒤집기

그런데, 특이한 사실을 하나 볼 수 있습니다. 이 기쁨들과 기쁨이 있기 전을 대비해 보면 그것이 금방 나타납니다. 1절은 포로 됨과 기쁨이 대비되고 있습니다. 2절은 ‘그 때’라는 말을 통해 역시 포로로 있던 시절을 나타내므로 기쁨이 있을 수 없었던 포로 시절과 웃음, 찬양이 대비되고 있습니다. 3절은 포로에서 해방된 것은 하나님이 베푸신 크신 일임을 나타내면서 기쁨을 대비시키고 있습니다. 역시 포로 때의 암울했던 시절과 그 이후의 상황이 대비되고 있습니다. 4절도 마찬가지로 포로와 포로에서의 해방이 대비되고 있으며 5절과 6절은 눈물과 울음이 기쁨과 대비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대비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다름 아닌, 하나님의 “상황 뒤집기”입니다. 하나님은 옛 상황을 뒤집으셔서 미래가 현실이 되게 하시는 분이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옛 상황은 눈물과 울음, 탄식과 한숨의 상황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보장하시는 미래는 기쁨과 찬양, 감사가 넘쳐나는 상황입니다. 하나님은 이렇게 과거의 상황을 뒤집으셔서 미래의 상황을 현재에 살 수 있도록 하시는 분이시라는 교훈을 우리들에게 주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은 눈물과 한숨, 그리고 울음 뒤에 감사가 넘쳐나도록 은혜를 공급해 주시는 분이라고 고백하게 되는 겁니다.


• 인생 상황, 이렇게 바뀌다니.....

벤허라는 유명한 영화 아시지요? 거기에 보면 제가 기억하는 “뒤집어진 인생 상황 역전 내용”이 네 개 정도 기억납니다.

ㅇ 하나는 주인공 벤허 집안이 몰락하는 내용입니다.

벤허의 집안은 부유한 유대인 집안이었습니다. 어느 날 예루살렘에 로마에서 파견되는 신임 총독이 부임해 왔습니다. 그 때 그 장면을 좀 더 잘 보려고 지붕 위로 올라갔던 벤허의 누이가 건덩거리는 기와를 발로 건드리는 바람에 그것이 떨어져 총독의 머리를 치게 되지요. 그 일로 벤허의 누이와 어머니는 반역죄로 몰려 로마 군인에게 체포되었고 벤허는 노예가 되어 로마 함대에서 노를 젓게 됩니다. 그런데 그 때 총독을 수행하던 로마군 사령관은 벤허와 어렸을 때 친구였는데 그는 사실 내용을 전부 다 잘 알고 있었는데도 유대인을 변호하면 당하게 될지도 모르는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벤허 가족이 몰락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습니다.

ㅇ 다른 하나는 노예로 전락했던 벤허가 다시 한 번 상류 신분을 찾는 내용입니다.

노예로 전락한 벤허는 로마의 어느 함대에 배속되어 함선의 노를 젓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함대에 사령관이 새로 부임해 왔습니다. 그는 벤허가 노를 젓고 있는 함선에 와서 일장 연설을 하는데 노를 젓는 노예들을 향해서 큰 소리를 묻지요. “너희는 이미 죽었어야 할 목숨이다. 그런데 지금 왜 살아 있는 줄 아는가?” 그의 말에 벤허를 비롯한 노예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그를 잠시 쳐다보았습니다. 그 때 그는 배 안의 노예들을 주욱 훑어보다가 벤허와 눈이 마주치자 채찍을 힘있게 쥐어 잡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배 때문이다. 이 배가 있는 한 너희의 목숨은 살아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열심히 노를 저으라.” 그리고는 벤허에게 다가와 그에게 채찍을 휘두르지요.

그로부터 얼마 후 벤허가 노를 젓고 있는 그 함선이 적함의 공격을 받아 부서지면서 벤허를 비롯한 다른 노예들뿐만이 아니라 함대 사령관까지 목숨이 위태롭게 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그 위기의 순간에 벤허는 그에게 주어진 열쇠를 이용하여 노예들을 묶어 놓은 쇠사슬을 전부 풀었습니다. 그리고 몸이 자유롭게 되자 물에 빠져 죽어가고 있는 사령관을 건져내어 살려 줍니다. 그 때 함대 사령관이 그에게 묻지요. “왜 나를 살려 주는가?” 그러자 벤허는 그가 부임했을 때 했던 말과 똑같은 말을 합니다. “이 배 조각 때문이다. 이 배 조각이 있는 한 당신 목숨은 사는 것이다.” 배 조각이라고 한 것은 벤허와 사령관이 부서진 배 파편에 의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대사가 정확한 것인지는 벤허를 다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대사 내용이 아니니까 그냥 넘어가 주시죠.

그 후 그들은 지나가는 로마의 다른 함선에 발견되어 배 파편에 의지하고 있던 사령관과 벤허가 구출되었고 로마에 도착한 그 사령관은 자기의 목숨을 구해 준 벤허를 그의 양자로 들여 로마 시민권을 부여 받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벤허의 신분은 노예에서 로마 상류층으로 180도 반전하여 상황과 처지가 완전히 뒤집히게 되었습니다.

ㅇ 또 다른 하나는 자기에게 주어진 군사적 권력에 불이익이 올까봐 우정이고 뭐고 다 무시하고 벤허가의 몰락에 침묵하고 있던 벤허의 로마인 친구의 죽음입니다.

그는 벤허와 전차경주를 할 때 벤허를 경주중에 살해하기 위하여 전차 바퀴에 날카로운 칼날이 여러 날 달린 희랍전차를 끌고 나와 경주에 임했지요. 그 때 그는 전차 바퀴의 칼날을 벤허의 전차에 들이대면서 벤허가 모는 전차 바퀴가 부서지게 하려고 탈법적인 경주를 하였지만 이것저것이 통하지 않자 벤허에게 쇠가 달린 채찍을 휘두릅니다.

그러다가 그 채찍이 벤허의 손에 잡히게 되었는데 그는 그의 채찍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다가 그만 그의 전차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맹렬하게 질주하는 다른 전차의 바퀴에 그대로 깔리게 되었지요. 그렇게 해서 그의 권력은 그 한순간에 모조리 망가져 버리고 말았던 겁니다. 하지만, 숨지기 바로 직전, 누이와 어머니를 애타게 찾는 벤허에게 누이와 어머니가 어디에 있는지를 가르쳐 주면서 갇혀 있던 옥에서 문둥병이 걸려 문둥병자 골짜기로 보내 버렸다고 실토하고 숨을 거둡니다. 죽음 앞에 무력한 권력의 무상함이 나타납니다.

ㅇ 기억나는 마지막 인생 역전 상황은 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는 문둥병이 치료되어 새생활에 대한 기쁨에 감격하는 장면입니다.

벤허는 유대인이었지만 그와 동시대의 인물이었던 같은 유대인,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영접할 수 없었던 상황 속에서 사랑하는 연인 에스더의 전도를 받고 예수의 설교를 들어 보고자 결심합니다. 그러나 그 때에는 이미 예수님이 처형 언도를 받고 골고다로 끌려가는 도중이었는데 거기서 그는 예수님께 물 한 모급을 대접하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의 물을 받아 마신 예수님은 언제가 그가 노예로 끌려 갈 때 그에게 물을 한 모급 대접했던 바로 그 분으로 이미지가 일치되었습니다. 어쨌든 그 날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렸는데 놀랍게도 예수의 죽음과 동시에 그의 누이와 어머니의 문둥병이 치료되는 기적이 나타나 극한 질병에서 해방되므로 새 생명의 기쁨을 얻는 감격적인 상황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벤허의 내용 중에 나타나는 이런 인생역전, 뒤집어지는 상황 변화가 영화 속에서만 나타나는 일일까요? 우리들의 삶 속에서는 이런 삶의 변화가 일어날 수 없는 것일까요?

본문 5절과 6절은 벤허의 내용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극한 인생의 바닥에 내쳐졌다가 다시 한 번 주어지는 기회를 통해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 모습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해 줍니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둘 것이며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단을 가지고 돌아 올 것이라고 말하면서 남유다 사람들이 하나님의 은총으로 포로 상태에서 자유롭게 된 출애굽 해방의 역사를 생생하게 경험했음을 앞부분에서 말씀하고 있습니다.

ㅇ 우리가 믿는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던지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시는 분이십니다.